'색향미'
-정연권, 행복에너지


복수초, 노루귀, 변산바람꽃ᆢ여기저기서 꽃소식 들린다. 이미 봄 꽃의 계절은 시작되었다. 야생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엔 봄 꽃향기로 가득하여 눈맞춤할 때를 설레임으로 기다린다. 꽃이 주는 이 행복과 위안은 누리는 자의 몫이다.


"꽃잎의 색도 빨강, 노랑, 분홍, 보라, 하얀색으로 다양하고, 꽃 모양도 각기 다르고, 꽃 피는 시간도 다르고, 꽃 크기도 다르고, 자태와 이미지가 다르지만 이를 틀렸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가을에 피는 꽃이 진짜 꽃이고 옳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양성과 각기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소통하여 주위의 다른 꽃들과 조화를 이뤄 세상을 아름답게 합니다"


저자뿐 아니라 사람들이 꽃을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30년 세월 야생화와 함께해 온 저자의 꽃 이야기가 담겼다. 색이 선한 눈으로 살피는 사랑이라면 향은 순한 코로 마음에 와 닿는 사랑이고 미는 참한 입안에 감도는 맛깔 나는 사랑의 '색향미'라고 한다.


보고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 가치까지 이야기하는 저자의 꽃에 대한 관심은 이해가 간다. 혼자 즐기고 강의에 사용하는 것과 책으로 엮어 판매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내용은 전문가로 자처하는 저자의 감정과 의지의 산물이라고 하더라도 책에 실린 미흡한 사진은 글의 내용조차 미흡하게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 아쉽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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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같은 바다다. 구강포를 흘러온 땅의 기운이 대양으로 향한 긴 여행을 위해 마지막 숨을 고른다. 몰아쉬던 숨을 천천히 내뱉고 속도를 줄이고 품마져 넓혀 침잠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아침과 저녁의 노을이 다르지 않고, 달빛이 부서지는 밤바다의 울렁거림으로 각인되었던 바다는 그후로 내게 더이상 바다가 아니라 달을 품은 호수다. 어느때 무슨 마음으로 찾아오든 포근히 안아주는 벗이다.

초하루의 분주함을 내려 놓으니 깊어가는 밤의 적막을 깨우는 등대의 숨소리 조차 삼킨듯 고요가 깊다.

호수같은 바다 마량항, 그곳에서 비로소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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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나무'
가녀려보이는 가지에 맑고눈부신 하얀꽃이 필때면 곁에 머물러 향기에 눈맞 춤한다. 봄에 하얗게 무리지어 피는 꽃이 보기에 좋아 가꾸고 싶은 나무이기도 하다.


꽃과 향기도 좋아 주목하지만 독특한 모양의 열매가 있어 꽃이 진 이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열매는 부풀어오른 반원형으로 윗부분이 2갈래로 갈라진다.


입춘 맞이 산행에서 수령이 오래되어 보이는 고추나무를 만났다. 꽃피는 때 다시가서 꽃그늘과 그 향기에 취해보리라.


잎이나는 모양과 꽃이 고추의 잎과 꽃을 닮아서 붙여진 우리말 이름이다. '한', '의혹', '미신'이라는 꽃말을 가졌다고 하나 유래를 짐작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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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매探梅' 3
정월 초하루 매화향기를 찾아 나선다. 납월홍매 피었을 그곳 금둔사가 지척이다. 볕은 이미 무르익은 봄볕을 닮았고 하늘이 푸른빛이 아득하다.

납월매臘月梅

찬 서리 고운 자태 사방을 비춰 
뜰 가 앞선 봄을 섣달에 차지했네 

*신라인 최광유가 지은 납월매의 일부다. 납월은 음력 섣달을 부르는 이름이니 꽃을 보고자하는 급한마음을 알아 한겨울에 피는 매화를 일컬어 납월매라 부른다.

봄보다 먼저 핀 꽃의 속내가 붉다. 애달픈 가슴앓이로 서둘러 피려는 마음이니 붉지 않을리가 없다. 감추지 못하는 마음이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줍게 비치는 것은 그 단순함에 있을 것이다. 꽃그늘 기다리기엔 한참을 기다려야하지만 몇송이 이르게 핀 꽃으로 향기가 그늘을 채우고도 남는다.

납월홍매의 그 붉은 향기 흠향歆饗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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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거친 숨 몰아쉬며 바위끝에 주저 앉은다. 고요ᆞ정적, 막혔던 가슴이 터지며 시원함이 심장으로 깊숙히 파고든다. 그러나 시원함을 음미하는 것은 언제나 가슴보다 눈이 먼저다. 아스라히 먼 산은 구름다리를 놓고 건너오라는 듯 미소 짓는다. 마음 같아선 몇걸음이면 닿겠다. 날개를 잃어버린 이들이 여기서 비로소 다시 꿈을 꾼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대문에 붙이지 못한 춘방春榜을 가슴에 담는다.

만덕산 할미봉에 올라 남서쪽을 바라보며 동에서 백아산, 모후산, 무등산, 병풍산, 용구산, 삼인산, 추월산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반겨 손짓한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바람이 붙잡아둔 구름 사이로 땅의 봄맞이와 눈맞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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