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멀거리며 품으로 파고들었더 차가운 바람이 미안했던게다. 

스스로 붉어지는 속내를 기어이 보이고서야 하루를 마감한다.


춥고 더딘 시간 보냈을 그대, 해의 붉은 기운 품어 고단함을 내려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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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소리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지구가 생겨나며 만들어졌을 거대한 바위에 바람이 전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풍경을 걸었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정호승은 '풍경 달다'에서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풍경소리로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결국 풍경소리를 듣는 이는 내가 아니다. 나 아닌 다른이를 위해 마련한 마음자리가 풍경이다.

바위에 풍경을 걸어둔 이는 누구에게 풍경소리로 감정과 의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본래 붙잡을 수 없는 것이 소리와 바람일터 이를 담고자하는 사람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바위에 겹으로 쌓여 갇혀 있는 영겁의 소리를 들려주고자 구멍을 내고 풍경을 걸었다. 몸의 모든 문을 닫고 마음만 열어 가만히 바위가 전하는 영겁의 시간을 듣는다.

뎅그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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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시나무'
봄철 달걀모양의 푸른잎이 하늘거리는 바람에 쉴사이 없이 흔들린다. 햇빛이 반사되는 잎에선 반짝바짝 빛이 난다. 늘씬한 키에 은빛나는 수피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은사시나무가 더 주목받는 계절은 겨울이다. 낙엽 떨구고나서 맨 몸 그대로를 드러내며 겨울 숲에서 자신의 존재를 한층 부각시킨다. 눈이라도 오면 오히려 더 드러나는 나무다.


사시나무와 은백양 사이에서 생긴 자연잡종을 은사시나무라하고, 인공잡종은 현사시나무라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헐벗은 산을 숲으로 가꾸기 위해 빨리크는 나무로 선정되어 심었다고 한다.


필요에 따라 심었지만 그 효용성이 사라져 천덕꾸러기 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도로를 지나다보면 군데군데 무리지어 있는 나무를 보는 마음에 안타까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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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읽는다. 온기를 품기에는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는지 홀로 빛나지만 그 품엔 서늘함이 깃들었다. 주변을 둘러싼 무리들이 서로를 기댄 그림자 속에서 자연스럽게 베어나오는 그늘이니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정성껏 생을 살아온 시간의 마지막이 이처럼 홀로 빛나지만 자신을 키우고 지켜온 무리가 안고 사는 아우라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햇볕보다는 그늘이 더 친근한 조릿대는 그늘이 가지는 서늘함이 생의 터전이다. 몸에 스민 냉기에서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겨우 벗어나 환하게 빛난다. 그 빛으로 자신을 키워온 터전이 밝아진다.

제법 길어진 오후의 햇볕이 헐거워진 옷깃 사이로 스며든다. 바람도 잠시 잠들었고 볕이 품어온 온기가 조리댓의 빛을 닮은 미소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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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밤 소리로 오는 비다. 짧은 연휴 긴 여정으로 고단한 몸과 마음에도 더이상 미루지 못하고 원고 교정 마치니 비가 소리로 부른다. 무거운 몸 일으켜 느긋하게 토방을 내려서 '벗'같이 골목길 끝자락을 지키는 가로등 불빛으로 비를 담는다. 이 밤에 비 내리는 까닭은 남은 눈 씻어내고 다시 올 눈을 맞이하기 위한 것이리라.

깊어가는 밤, 비로소 비는 소리에서 빛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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