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감주나무'
무더위가 기승을부리던 어느 여름날 무주 구천동 계곡 참나무 아래서 하룻밤을 자고나서 관리사무소 앞을 지나다 만났다. 세모꼴 주머니를 열매처럼 달고 우뚝선 나무는 한동안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도감에서만 보던 나무를 마주한 순간이다.
한번 눈에 들어온 나무는 뇌리에 박혀 어느곳을 가더라도 곧바로 알아보게 되지만 이 나무는 다시 만나는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아주 가까운 도시의 나들목에서 발견하고 어찌나 반갑던지 매년 꽃 피고 열매맺는 동안 몇번이고 눈맞춤한다.
모감주나무의 꽃은 하늘을 향해 긴 꽃대를 세우고 촘촘하게 화려한 황금빛 꽃을 피운다. 여름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그날에 맞춰 찬란히 꽃을 피우는 것이 태양과 맞짱이라도 뜨는듯 대범하게 보인다.
원뿔을 거꾸로 세운 것 같은 특별한 모양의 열매는 초록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면서 얇은 종이 같은 껍질이 셋으로 길게 갈라진다. 꽃보다 더 멋진 모습을 만들어 내 두번 피는 꽃처럼 주목된다. 안에는 콩알보다 작은 까만 씨앗이 보통 세 개씩 들어 있다. 이 열매로 염주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불가능해 보인다. 아마도 무환자나무 열매와 헷갈린 것이 아닌가 싶다.
꽃과 열매를 보기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듯 '자유로운 마음',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