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리듬을 붙잡기 위해서는 먼저 그 리듬에 붙잡혀야 한다. 그 리듬의 지속에 고스란히 몸을 내맡기고 되는 대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앙리 르페브르의 '리듬분석'에서'멋'은 어떤 대상을 접했을 때 우리의 감정이 대상으로 이입되어, 그 대상과 더불어 움직이는 미적인 리듬이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멋'은 아름다움과는 별개의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도 그것과 일체화해 움직이는 마음의 리듬이 생기지 않으면 멋있다고 할 수는 없다.-황병기,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중에서리듬은 음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개인의 감정도 이 리듬에 의지한다. 자신만의 리듬이 있어야 세상을 이루는 각각의 리듬과 어울릴 수 있다.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리듬으로 제 삶을 가꾸는 사람들이 '멋'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제 각각이면서도 이 멋이 통하는 사람 관계는 억지를 부리지 않고 무리수가 생기지 않아 오랫동안 깊어지고 자연스럽게 어울어져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향기와도 같다.남도소리의 시나위와 예인광대들의 음악인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산조散調의 그것과도 다르지 않다. 봄의 볕과 바람이 전하는 특유의 리듬에 주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멋에서 베어나와 자연스럽게 번지는 향기에 이끌려 이 봄 당신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이와같다.
0416, 다시 그날이다."그대들 앞에이런 어처구니 없음을 가능케한우리의 모두는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죄다"*함민복의 시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의 일부다. 이 시는 "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이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아픔을 간직한 곳에 해마다 무리지어 피어난다는 피나물이 유난히 노랗다. 사람들 가슴에 꽃으로 피어나 언제나 함께 머물러 있길ᆢ.10년, 무엇이 달라졌을까?
시간의 무게가무겁고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하려는지 화사한 꽃을 피웠다. 나무 품에 들었던 이들이 다 떠난 빈 집일지라도 나무는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킨다. 발이 묶여서라기 보다는 겹으로 쌓아온 시간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 이해한다.꽃그늘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마음에도 매년 같은 꽃을 피우겠지.살구나무의 시간이 꽃으로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