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나무'
굵은 가시로 무장하고서도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 하여 빨리 키을 키워 높이 올라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억센가시와 연녹색의 새순으로 기억되는 나무다. 유독 빨리 자란다. 억센 가시로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한다. 자구지책이지만 새순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른봄 넓고 푸른 잎이 주는 알싸한 맛에 봄이면 나무 곁을 서성이며 틈을 노리다가 어느순간 툭 꺾인다. 특유의 맛과 향으로 식도락가들이 아니라도 좋아한다. 음나무는 올해도 키을 키우기는 틀렸나 보다.


험상궂은 가시가 돋아 있는 음나무 가지는 시각적으로 귀신이 싫어한다고 생각한 옛사람들은 음나무를 대문 옆에 심어두거나, 가시 많은 가지를 특별히 골라 문설주나 대문 위에 가로로 걸쳐 두어 잡귀를 쫓아내고자 했다.


꽃은 더운 여름날 가지 끝마다 모여 연노랑 꽃이 무리를 이루어 핀다. 가을 단풍이 드는 커다란 잎도 볼만하다. 경상남도 창원시 동읍 신방리 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64호,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의 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6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가시가 엄嚴하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엄나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국가식물표준목록에는 음나무로 등록되어 있어 음나무로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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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곳에 갔다. 뽀송뽀송한 솜털을 세우고 세상구경 나올 그 녀석을 보기 위함이다.


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길마가지 나무는 여전히 피고지기를 반복하며 반긴다. 어제밤 흩날리던 눈이 그대로 쌓여있고 그 흔한 동물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는다. 목적지에 당도하여 앉아 가만히 눈이 겨울숲에 익숙하도록 기다리며 반가운 녀석이 보일까 두리번거리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는듯 하나도 볼 수가 없다. 노루귀하고 숨바꼭질하는 것이 이번이 여섯번째다.


잔설이 남아 겨울 숲의 운치를 더한다. 요즘 보여주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임을 여실히 체험하는 때라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숲을 나오는 길 그래도 허전함은 숨길 수 없다. 보여줄 때까지 다시 오면 되지 뭐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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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길일리大吉日利'

크게 길하고 날마다 좋은 일만.
참 좋은 덕담이다.
사방으로 피어나는 구름처럼
내 앞길에 기쁨이 넘치기를 바란다.

*정민 교수의 '와당의 표정'에 실린 와당 무늬와 글이다. 이천 년 전 사람들의 소망이 담긴 와당을 통해 지금 우리들의 마음을 엿본다.

입춘立春에 벽사와 길상을 담은 입춘축立春祝을 써 대문에 붙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해의 시작을 준비한다. 봄을 맞이하는 마음에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는 이유도 다 '대길일리大吉日利'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입춘에 대지를 깨우는 반가운 비가 온다. 땅에도 사람의 마음에도 두꺼웠던 겨울의 닫힌 문을 열라는 뜻이리라. 입춘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한해를 채워간다면 '대길일리大吉日利'의 그 뜻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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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7-02-13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한주의 시작을 좋은 문양과 글귀로 시작하네요~♥

무진無盡 2017-02-13 21:41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치 앞도 모르면서'
-남덕현, 빨간소금

말이나 글이 힘을 얻으려면 그 말이나 글을 하거나 쓴 이의 마음과 듣거나 읽는 이의 마음이 만나 공감을 일으켰을 때다. 그런 의미에서 남덕현의 글은 힘이 쎄다.

"나뭇잎 하나 지는 까닭을 모르고서도 가을이면 단풍이 황홀하듯 인생사 한 치 앞을 모르고서도 삶은 황홀하다."

'모르고서도'에 방점을 찍는다. 모르기에 가능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삶의 절망도 모르기에 겪게되지만 희망 또한 모르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절망과 희망은 그 '모르고서도'를 어떤 마음가짐을 대하는가의 차이일뿐.

주문하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손에 들어왔다. 첫장을 펼치기도 전에 표지 날개에 놓인 글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긴 기다림이 큰 기대감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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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달 밤 불이 타오른다. 달집태우기다. 남원 창극 보러가는 길에 만났다. 논 가운데 불을 피우고 하늘 가운데 떠오른 달을 맞이한다.

정월대보름날 밤 달이 떠오를 때 생솔가지 등을 쌓아올린 무더기에 불을 질러 태우며 노는 세시풍속이다. 부족함이 없는 넉넉한 새해, 질병도 근심도 없는 밝은 새해를 맞는다는 사람들의 꿈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 달집태우기이다.

대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고 불은 모든 부정과 사악을 살라버리는 정화의 상징이다. 불타오르는 달집 주변을 돌며 두손 모아 합장하며 구름 사이를 건너온 달과 눈맞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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