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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나무'
툭~!!! 찬바람 맞으며 애써 키워낸 새순을 채 피기도 전에 툭 하고 따버릴때 두릅이 느낄 암담함 보다는 특유의 향과 맛이주는 강렬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따고야 만다. 두릅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늘 가시로 무장하고서는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지만 결코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어쩌면 일부를 내어줌으로써 전체를 지키고 몸집을 부풀릴 수 있다는 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르지 않다.


두릅은 땅두릅과 나무두릅이 있다. 땅두릅은 4∼5월에 돋아나는 새순을 땅을 파서 잘라낸 것이고, 나무두릅은 나무에 달리는 새순을 말한다. 두릅나무는 주로 양지바른 산이나 들에서 자란다. 줄기에 가시가 있다. 꽃은 8~9월에 흰색으로 핀다는데 주목하지 못하여 기억에 없다. 올해는 그 꽃도 봐야겠다.


대부분의 동식물은 인간과의 관계로 이미지를 설정한다. 거의 모든 것을 주는 두릅나무의 '애절', '희생'이라는 꽃말은 그런 의미에서 안쓰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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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꽃으아리'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다. 첫눈맞춤을 하고 나면 여기저기서 보아달라는 듯 불쑥불쑥 고개를 드리밀고 나온다. 심지어 출퇴근길 운전하면서도 눈맞춤할 수 있다.


사진으로만 애를 태우던 녀석이 어두워져가는 숲에서 문득 눈앞에 고개를 내민다. 으아!. 여태 저기에서 나를 기다리다 곱던 꽃밭침잎에 눈물자국까지 남았구나.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 꽃받침잎이다. 이 커다란 꽃받침잎이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꽃은 5~6월에 피고 백색 또는 연한 자주색이고 가지 끝에 1개씩 달리며 꽃받침잎은 6-8개이고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서 끝이 뾰족하다. 야생에서는 아직 하얀색 이외의 다른 색은 만나지 못했다. 열매는 둥근 모양으로 익는데 암술대가 긴 꼬리 모양으로 남아 있다.


큰꽃으아리라는 이름은 납작하게 펴지는 으아리 종류에서 그 크기가 가장 커서 쉽게 구별할 수 있어 우리말 이름이 큰꽃으아리라고 한다. 이 꽃을 처음보고 으아리큰꽃으로 불렀다가 무안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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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마가지나무'
남쪽 섬 금오도 바닷가를 따라 난 비렁길을 걷다 걸음을 멈췄다. 봄날씨 같았지만 한겨울이라 가지 끝마다 꽃을 매달고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이 여간 기특한게 아니었다. 할머니의 외씨버선 닮은 꽃봉우리가 열리면서 노란 꽃술이 삐쭉 고개를 내밀고 있다. 과하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파고드는 향기는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이 매력적인 향기로 인해 얻은 이름이 길마가지나무라고 한다. 길을 가는 사람의 발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정도로 향기가 좋다는 의미다.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그런 해몽이라면 용납이 되고도 남는다.


그렇게 먼길 나서서 마주한 꽃이기에 만나기 쉽지 않을거라는 예상을 뒤집고 주변 숲이나 길가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이 길마가지나무와 비슷한 올괴불나무가 있다. 두 나무는 서로 비슷하여 구별이 쉽지 않다. 올괴불나무의 꽃밥이 붉은 것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늦봄 날씨마냥 포근했던 날, 3~4월에 핀다는 꽃을 만났다. 순창 회문산 산중에서 드문드문 피어있어 이름처럼 길을 막아서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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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그토록 붉은 이유는 바다가 쌓아온 꿈을 품었기 때문이리라. 바다를 떠난 그 꿈은 뭍에 닿아서도 떠나온 바다가 그리워 바닷바람 부는 곳을 향하여 붉은 꽃잎을 떨군다.


어느해 이른 봄 백수해안도로를 걷다가 때 아닌 때에 핀 해당화와 물끄러미 눈맞춤하고난 후 이제 더이상 바다를 떠올리지 않아도 해당화는 가슴에서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라고 시작하는 이미자의 노래에 담긴 넘치는 애잔함보다는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유독 해당화를 사랑했던 한용운이 자신의 시 '해당화'에 옮겨놓은 아득함이 더 깊이 다가온다.


또한, 고전소설 '장끼전'에도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한탄 마라. 너야 내년 봄이면 다시 피려니와 우리 님 이번 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는 내용이 담겨 있을 정도로 옛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식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화는 해변의 모래밭이나 산기슭에서 자라며, 5∼7월에 홍자색으로 꽃이 피며 드물게 하얀색의 꽃도 핀다. 꽃잎에는 방향성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향수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꽃과 향기가 좋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마음과 "척박한 모래땅에 뿌리를 박고 멀리 바다를 향해 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에서 비롯되었는지 '온화'와 '원망'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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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1-09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명은 참 신비하고 아름답습니다^^: 무진님 좋은 사진 감사합니다^^

무진無盡 2017-01-10 18:10   좋아요 1 | URL
공감해주시니 고맙지요~
 

'대나무'
겨울 눈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가 눈내리는 대나무 사이를 걷고 싶은 까닭이 크다. 푸르고 곧은 것이 하얀 눈이 쌓이면 그 극명한 대비가 주는 청량함이 겨울을 느끼는 멋과 맛의 선두에 선다.


그뿐 아니라 그 단단한 대나무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쩍하니 벌어지는 소리와 모양도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모습 중 하나다.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곳기난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난다/뎌러코 사시四時예 프르니 그를 됴하하노라"


고산 윤선도가 오우가에서 노래한 대나무다. 줄기가 매우 굵고 딱딱한데다 키가 큰 것은 비추어 나무이며 외떡잎식물이기에 부름켜가 없어 부피 자람을 못 하니 나이테가 생기지 않고, 봄 한철 후딱 한 번 크고는 자람을 끝내기에 '풀'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대나무는 나무인듯 풀인듯 묘한 식물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 나는 대는 크게 보아 왕대, 솜대, 맹종죽 등이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그 대를 이용하여 곰방대, 대빗자루, 죽통, 대젓가락, 활, 대자, 주판, 대소쿠리, 대고리, 대바구니, 대광주리, 목침, 대삿갓, 담배통, 귀이개, 이쑤시개 등 생활용품뿐 아니라 퉁수, 피리, 대금과 같은 악기에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대나무 꽃은 종류에 따라 60년 마다 핀다고 하니 쉽게볼 수 있는 꽃이 아니다. 꽃이 피고 나면 그 대밭의 대는 이내 다 죽고 만다고 한다. 이는 꽃이 피면 모죽母竹은 말라죽게 되고, 개화로 인하여 땅속줄기의 양분이 소모되어 다음해 발육되어야 할 죽아竹芽의 약 90%가 썩어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조', '인내', '절개'라는 꽃말을 가졌다.


눈이 귀한 올 겨울 눈 쌓인 대밭을 걷는 것은 고사하고 푸른 댓잎에 하얀눈이 얹어진 모습도 구경 못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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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1-07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속이 비어서인지 무거운 눈이 쌓여도 잘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네요^^: 무진님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무진無盡 2017-01-08 21:16   좋아요 1 | URL
눈이 귀한 겨울입니다. 지난해 사진으로 아쉬움 달래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