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나무'
꽃으로도 그 꽃이 지고난 후 열매로도 기억되는 나무다. 국립광주박물관 입구, 무등산 가는 길, 병풍산 초입 등 가로수로 가꿔진 나무의 무리이거나 내가 사는 곳 인근 길가나 마을 앞에 홀로선 나무이거나 거르지 않고 꽃 필 때와 열매 맺은 이후 꼭 찾게되는 나무다.
키큰나무에 녹황색 꽃이 피면 나무의 높이만큼 조바심이 인다. 작은키의 사람이 그 꽃과 눈맞춤하려면 운좋게 처진가지 끝에 달린 꽃을 만나거나 나무를 타고 올라야 한다. 이런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행하게 만드는 나무다. 꽃과 열매뿐 아니라 봄부터 여름까지 초록의 잎도 가을이면 노란 단풍도 잎의 모양도 모두가 좋다.
'튤립 꽃이 달린다'라는 뜻에서 튤립나무라고 부른다. 우리말 이름은 백합나무다. 옛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가공하기 쉽고 물에도 잘 뜨는 이 나무를 통나무배를 만들었다고 해서 '카누 우드Canoe Wood'라고도 한다.
등치도 키도 큰 나무가 품도 넉넉하다. 사계절 그 품으로 뭇생명들을 불러들이지만 언제나 생색내지 않는다. '조용'이라는 꽃말은 그 마음을 기억하고자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