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나무'
차가운 겨울 숲에 들어 눈이 숲의 빛에 익숙해질 때까지 숨을 죽이고 섰다. 숲이 맨몸으로 속내를 보여주는 때라 조심스러운 발걸음이다. 이때 숲을 찾는 묘미 중 하나는 나무와 오롯이 눈맞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잎에 꽃에 열매에 주목하다 미쳐 살피지 못했던 나무의 몸통과 만난다.


차가운 손을 뻗어 나무의 몸통을 만진다. 나무마다 거치른 정도가 다르고 온도도 달라 눈을 감고 만지는 느낌 만으로도 알 수 있는 나무가 몇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이 고광나무다. 맨손으로 잡아도 차갑지 않고 온기마져 느껴진다. 나무의 수피가 주는 포근함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꽂만 보고 내가 사는 이곳 남쪽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쪽동백과 혼동하여 한동안 들뜬 기분을 안겨주었던 나무로 기억된다.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초여름에 피는 순백의 꽃도 한겨울 수피가 전해는 포근함도 다 좋아 내 뜰에도 있는 나무다.


나무가 사람과 공생하며 전하주는 이야기 속에서 꽃말은 만들어진다. 후대 사람인 나는 그 이야기를 역으로 추적해 본다. '추억', '기품', '품격' 다 이 나무와 잘 어울리는 꽃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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