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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꽃나무'

까만 씨앗만 보아오다가 꽃이 궁금하여 어느 봄날 일부러 꽃을 보러갔다. 병아리처럼 여리고 순박한 백색의 꽃이 나풀거리듯 피어있었다. 화려하지 않은 꽃이 주는 은근한 매력이 으뜸인 꽃이다.


병아리꽃나무는 키가 작고 밑동에서 가지를 많이 치는 나무이다. 잎은 봄에 돋아 가을에 지고 꽃은 5월에 피며 열매는 9월에 익는다.


풀이든 나무든 꽃을 보고 싶다고 언제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태를 알면 훨씬 가깝게 풀이나 나무가 주는 꽃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병아리꽃나무군락은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 발산리에 있는 모감주나무와 함께 천연기념물 제371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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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매臘梅'
새해들어 눈맞춤하는 첫꽃이다. 매년 의식을 치루듯 이 꽃과 마주한다. 이 꽃 피는 것을 보고도 한참은 더 기다려야 본격적인 꽃시즌이 되지만 시작을 알리는 의미로 남다르게 대한다.


눈밭에서 곱게 핀 꽃을 먼발치서 바라본다. 색처럼 은은한 향기에 취해 바라보는 눈짓만으로도 조심스럽다. 꽃이 귀한 때 꽃과 향기를 벗하고자 내 뜰에도 들여왔으나 아직은 어린 묘목이라 꽃을 언제쯤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납월臘月은 음력 섣달을 이르는 말이고 그 납월에서 가져온 납매臘梅라 한다. 섣달에 꽃을 피우는 매화를 닮은 꽃이라는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다소곳이 아래를 향한 시선에선 넉넉한 마음자리로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곱게 나이들어가는 여인네를 보는듯 하다. '자애'라는 꽃말이 썩 잘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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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당나무'
아파트 화단에서 말라가던 나무를 데려와 심었다. 다행히 잘 자라서 일부가 새로운 집으로 가서도 꽃을 피웠다. 제법 등치를 키워가면서도 뿌리를 통해 몸을 나누어 새로운 가지를 낸다.


늦은 봄에 산수국 닮은 하얀꽃이 둥그런 모양으로 테두리를 장식하며 꽃을 피운다. 꽃도 꽃이지만 초가을 붉은색으로 익는 열매는 눈 내리는 겨우내 매달려 있어 꽃이 귀한 철에 볼거리를 제공한다. 꽃을 본지 몇년 만에 열매를 본다.


꽃이 달리는 모습이 수국과 같아 목수국 또는 백당수국이라 부르기도 하나 수국과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암술과 수술이 모두 없는 꽃으로 이루어진 나무는 불두화라 부른다.


특이한 꽃에 주목하여 뜰에 심었다. 집 근처 야산 계곡에도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확인했다. 중성화로 벌과 나비를 불러오는 모양에서 유래한 것인지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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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나무'
시골집이 생기면서 함께 들어온 나무다. 회화나무가 가로수로 있는 곳에서 보도블럭 사이에 난 어린 묘목을 가져와 심었다. 그 나무가 자라 제법 키와 등치를 키워간다. 지금처럼 잘 자라서 훗날 이 집의 역사를 이야기해 줄 것이라 여긴다.


'학자수學者樹'라는 별칭이 있다. 나무의 가지 뻗은 모양이 멋대로 자라 '학자의 기개를 상징한다'라는 풀이가 있다. 옛 선비들이 이사를 가면 마을 입구에 먼저 회화나무를 심어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선비가 사는 곳’임을 만천하에 천명했다고 한다.


한여름에 나비모양의 연노랑 꽃을 나무 가득히 피우지만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동의보감'에 "회화나무 열매, 가지, 속껍질, 꽃, 진, 나무에 생기는 버섯까지 모두 약으로 쓴다"라고 했듯 꽃과 열매 보다는 나무의 쓰임새에 주목한다.


회화나무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되 보호받고 있는 나무로는 경기도 인천 신현동의 회화나무(제315호), 충청남도 당진군 송산면 삼월리의 회화나무(제317호),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의 회화나무(제318호), 경상남도 함안군 칠북면 영동리의 회화나무(제319호)가 있다.


회화나무를 문 앞에 심어두면 잡귀신의 접근을 막아 그 집안이 내내 평안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망향'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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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랑 2018-01-1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사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천연기념물로 보호 받고있는 숫자가 4그루나 되는군요?
선비가 심는 나무면 향기는 어떤지....
그나저나, 회화 나무도 잡귀를 쫓는다는 설이 있었군요. 복숭아 나무나 남천도 그렇다고 들은거 같은데....나무 하나 심으면서도 여러 의미를 부여하는 건 정말 재미있어요. ㅎㅎㅎ
 

'대나무竹'
겨울 눈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가 눈내리는 대나무 사이를 걷고 싶은 까닭이 크다. 푸르고 곧은 것에 하얀 눈이 쌓이면 그 극명한 대비가 주는 청량함이 겨울을 느끼는 멋과 맛의 선두에 선다. 그뿐 아니라 그 단단한 대나무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쩍하니 벌어지는 소리와 모양도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모습 중 하나다.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곳기난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난다/뎌러코 사시四時예 프르니 그를 됴하하노라"


고산 윤선도가 오우가에서 노래한 대나무다. 옛사람들 눈에는 줄기가 굵고 딱딱한데다 키가 큰 것은 나무이며, 부름켜가 없어 부피 자람을 못 하니 나이테가 생기지 않고, 봄 한철 후딱 한 번 크고는 자람을 끝내기에 '풀'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대나무는 나무인듯 풀인듯 묘한 식물임에 틀림없다.


옛날의 선비들이 대나무를 가까이 두고 벗으로 여겼던 마음이 반영되었으리라고 여겨진다. '지조', '인내', '절개'라는 꽃말을 가졌다.


눈이 귀한 올 겨울 눈 쌓인 대밭을 걷는 것은 고사하고 푸른 댓잎에 하얀눈이 얹어진 모습도 구경 못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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