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인가>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왜 인간인가? - 인류가 밝혀낸 인간에 대한 모든 착각과 진실
마이클 S.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정재승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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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왜 인간인가? 

  상당히 철학적인 질문이다. 왠 철학서적이라는 호기심에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이런 젠장이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수두룩 빽빽한 것이다. 한장씩 책장을 넘기면서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과학적으로 참 많이 무지하구나라는 절망감을 마보았달까? 당연히 그럴 수밖에...과학자들도 자기 분야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다던데 최신과학 중의 하나인 뇌과학인데 말이다. 

  어찌 되었든 서평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에 알아듣지 못하는 내용들이 있지만 그래도 참고 읽으니 알아들을만한 내용이다. 왜 인간인가? 절대 철학적인 질문이 아니다. 우리는 철학적인 질문으로 받아들이지만 저자는 절대 그런 의도로 말하지 않는다. 

  과학자의 입장에서 인간의 감정과 신경체계, 뇌의 활동에 대하여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인간과 동물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인간이 동물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원래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인간과 동물은 별개의 종이 아니라 진화의 정도가 다를 뿐이라고 말하면서 인간의 특별성을 부인한다. 그러나 마이클 가자니가는 과학자이면서도 특이하게도 인간은 다른 종에 비하여 무엇인가 특별한 종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인간이 특별하다는 그의 주장도 종교적인 신념이나 철학적인 사유에서가 아니라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인간은 진화의 단계를 밟아가면서 다른 종과는 달리 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일반적인 과학자들과 가자니가 사시에 존재하는 차이란 진화가 개체에게 적용된 진화냐, 집단에 적용된 진화냐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가자니가는 인간이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것, 예를 들어 혐오성이라는 감정이라든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 목적성을 아는 것들, 윤리적인 판단들은 태어날 때부터 DNA에 박혀서 존재하는 선천적인 능력임과 동시에 이것들을 발전시키는 것은 사회적인 진화의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가자니가에 의하면 날카로운 발톱도, 강력한 힘이나 날랜 몸짓도 갖지 않은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생존에 안전을 얻기 위해 집단을 이루어 생활하게 되었고, 사회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시스템에 더 잘 적응하기 위하여(생존의 경제성이라고 할까?) 자연스럽게 다른 동물들보다 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여러가지 뇌 연구의 결과들을 들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그의 설명은 대체로 이렇다. 어떤 주제를 던지고 이것이 인간에게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설명하면서 주의를 끈다음 그것들을 실제 연구 결과를 들어 설명한다. 거기에 덧붙여 동물들에게도 그러한 능력이 나타나는지 실제 연구 결과를 들어 설명하고 낮은 차원에서 인간과 동일한 모습을 보이지만 더 고차원적인 능력으로 들어가면 인간만이 갖게 되는 복잡성과 특별성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맺는다. 그리고 이 복잡성과 특별성도 결국 사회라는 시스템에 적응하는 진화의 한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 용어와 내용이 친숙하지 않아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지만 대략적인 내용만은 참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뇌과학의 흐름에 대해서 자세하게 가르쳐 주고 있으며 어느 부분에서는 왠만한 철학책보다 더 철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과학자이면서도 개체 진화가 아니라 사회집단 진화를 이야기하고, 인간의 뇌의 활동은 결국 관계성을 지향한다는 그의 결론은 인간 사회를 들여다보는 재미있는 지선을 제공해 준다.  

  다만 아쉬운 것이라면 너무 까발렸다는 것일까? 모든 신비와 종교와 신에 대한 생각들, 철학적인 관념들도 화학물질에 의한 뇌의 활동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너무 눈에 거슬릴 뿐이다. 어쩌면 이것도 화학물질에 의한 뇌활동의 한 현상일뿐일 수도 있겠지만. 

  ps. 어제까지 올려야 했는데 예기치 못하게 초상집에 다녀오느라 하루 늦은 서평을 올린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왜 그렇게 사람들이 장례식장을 찾아가는 것일까를 이 책의 내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충 이런 것이다. 사람들은 언젠가 죽는다. 그리고 그것들을 무의식 속에 알고 있다. 지금 내가 그 사람의 장례식장을 찾아가 조문을 하고 관계를 맺는다면 그것은 언젠가 나의 가족이나 내가 죽었을 때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대충 이런 정도?(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라고?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상식을 배배꼬아서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인텔리들의 고질병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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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사라지는 숲이야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 종이, 자연 친화적일까? 세계를 누비며 밝혀 낸 우리가 알아야 할 종이의 비밀!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외 옮김 / 상상의숲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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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한그릇의 연유를 알면 세상의 이치를 안다." 

  해월 최시형 선생의 말이다. "매일 대하는 밥 한 그릇은 그냥 밥 한 그릇이 아니라 그 안에 세상의 수많은 이치를 담고 있으면, 매일 밥상을 대하는 우리는 이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다. 매일 대하는 밥상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그 안에 담겨진 농부의 땀과 눈물과 수고를 떠올릴 수 있는가? 밥 한 그릇을 보면서 다국적 기업의 종자 독점 노력과 생산단가도 안나와 길거리에 적개 해 놓고 시위하는 농민들의 아픔을 떠올릴 수 있는가? 쌀이 밥 한그릇이 되어 밥상에 오르기까지 수고한 많은 이들의 노력과 고생을 생각해 내고 고마워 할 수 있는까? 먹고 사는 문제가 인류의 기원부터 통치자들이 가장 고민해온 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밥 한 그릇의 연유를 알아 세상의 이치를 알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 눈 앞에 있는 밥은 그저 한 그릇의 밥이 아니다. 여러 장소와 시간을 돌고 돌아, 한 그릇의 밥으로 변하여 내 앞에 올려진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는 우주가 있고, 생명이 있고, 세상이 있고, 이치가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 이치를 이해할 수 있는 상상력과 이해력이 없을 뿐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밥 한 그릇은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다. 그리고 밥 한 그릇의 연유를 살펴 볼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진 사람에게 세상의 이치를 속삭여 준다. 그렇기 때문에 식사(食事)를 식사(食思)라고도 하는 것이다. 

  왜 뜬금없이 밥 이야기냐고? 밥이나 종이나 쌤쌤이기 때문이다. 해월 최시형 선생의 말을 살짝 바꾸어 본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종이 한 장의 연유를 알면 세상의 이치를 안다." 

  포장지, 책, 노트, 전단지, 신문 등등. 우리는 종이에 둘러싸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밥만큼이나 종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종이 한 장의 연유를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이 우리에게 없다. 그저 종이는 종이일 뿐이다. 무엇인가 끄적거리고, 맘에 안들면 찢어서 버리고, 구겨서 버릴 수 있는 약하디 약한 종이. 혹은 글자와 중요한 지식을 담고 있는 지식의 창고? 우리는 종이 자체를 바라보기 보다는 종이에 담겨진 것들을 보기 원한다. 종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종이 안에 어떤 것들이 담겨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종이 한 장의 연유에 대해서 알려준다. 종이에 담긴 내용이 아니라 종이 자체에 몰두하도록 우리를 인도한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종이, 재활용을 위해서 종이와 캔류를 따로 분리하면서도 말 그대로 한번더 재활용되면 끝인 줄 알았다. 그것도 우유팩 같은 것은 휴지로, 나머지는 뻣뻣한 재생 종이, 혹은 박스를 만드는 저급의 종이로 재생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저자는 놀라운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종이는 잘만하면 9번가지도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분리수거만 잘하면 최소한 5번은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재활용이 문제라고 말한다. 복사지는 복사지끼리, 신문지는 신문지끼리, 포장지는 포장지낄, 그리고 편지봉투나 라벨지는 그것들끼리 각 용도대로 분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분류방법이고, 이렇게만 한다면 5~9번까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재활용을 통해서 구해지는 수많은 나무들, 처녀림들이 우리 생태계에 어던 역할을 하는지, 너무나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 때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모 회사의 카피가 있었다. 학교 다닐 대 산에 무엇인가 심는 것만 배웠다. 식목일에 나무를 심던지, 하다 못해 꽃이라도 심으라고 배웠다. 그러나 종이 한장 아기고 재활용하는 것이 나무 한그루 심는 것보다 더 자연에 긍정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배우지 못했다. 얼마나 주먹구구식의 환경 수업이었는지 분명해진다. 나중에 내 아이들이 자라면 주먹구구식의 눈먼 교육보다는 종이 한장을 앞에 놓고 입채적인 교육을 하고 싶다. 

  이 책은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종이의 진실을 가르쳐 준다. 제지 산업이 얼마나 많은 처녀림을 모두 베기 하는지, 불법으로 벌목하는지, 한경을 파괴하고 원주민들을 쫓아내는지. 얼마나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오폐수를 만들어 내는지. 종이 한 장의 연유를 충분히 가르쳐 주는 책이다.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서 자유 연구 주제로 이 부분을 다룬다면 매우 유익하고 흥미롭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이 재생지로 만들어 졌다면, 혹은 어느 산지의 종이를 가지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 졌으면 표백은 어떻게 했는지를 기록했다면 책의 내용이 더 머릿 소에 각인되지 않았을까? 해리포터 이야기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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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교양강의>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손자병법 교양강의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2
마쥔 지음, 임홍빈 옮김 / 돌베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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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비자(韓非子) 난일(難一)에는 진(晉)나라 문공이 초나라와 전쟁을 하고자 구범에게 견해를 묻는 대목이 있다. "초나라는 수가 많고 우리는 적으니, 이 일을 성취하려면 어지해야 하는가?"라는 진문공의 물음에 구범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제가 듣건대 번다한 예의를 지키는 군자는 충성과 신의를 꺼리지 않지만, 전쟁에 임해서는 속임수를 꺼리지 않는다고 합니다.(戰陳之間 不厭詐僞) 그러니 적을 속이는 술책을 써야 할 것입니다." 진문공은 구범의 계책을 따라 초나라의 가장 약한 우익(右翼)을 공격하였다. 우세한 병력을 집중하여 신속하게 그곳을 공격함과 동시에 주력부대는 후퇴하는 것으로 위장하여 초나라 군대의 좌익(左翼)을 유인해냈다. 진 문공은 곧 좌우에서 협공하여 초나라 군대를 쳐부술 수 있었다.  군대를 동원하여 나라와 나라간의 전쟁은 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대방을 제압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라면 그 어던 속임수를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전쟁의 비정한 속성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병불염사(兵不厭詐)라는 말이 있다. 군사 작전에는 적을 속이는 기만술을 꺼리지 않는다는 말로 조조가 사용했던 말이며, 적벽 대전에서 채중과 채화를 제거하는 주유의 모습을 보면서 제갈량이 뱉은 말이다.  

  언뜻 보면 상당히 비겁한 말 같다. 그러나 전쟁에 있어서만큼은 병불염사라는 말은 영원한 진리이다. 동네 축구에서조차 상대방을 이기기 위하여 전략과 전술을 숨기고 바로 직전까지 출전 선수 명단을 극비로 다루는데 하물며 국가간의 명운을 걸고 하는 전쟁이라면 당연한 것이다. 페어플레이한다고 상대방에게 내 카드와 밑천을 다 보여주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다. 승리와 패배가 명확하게 갈리고 상대방을 누르고 올라서야 내가 살아남는 비정함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상대방을 속이는 것은 충분히 용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만술이 용납되는 상황은 한시적이며 임시방편으로 융통되는 것이지 만약 병불염사라는 말이 우리 일상의 가치기준이 되어버린다면 그곳이 바로 지옥이 아니겠는가? 

 이 책의 318페이지에 이런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손자 병법을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없을까요?" 당시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정치가 마키아벨리의 말 한마디로 자네 물음에 답하겠네. 병법을 일상생활에 끌어들인다면, 그것은 일상생활을 지옥에 끌어들이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에." 내가 그에게 이런 식으로 대답한 이유는 바로 병법에서 추구하는 속임수, 기만술 때문이었습니다. 전쟁에서는 기만술이나 속임수를 잘 쓸수록 이길 가망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친구나 일가 친척, 동료 그리고 모든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병불염사'라는 속임수를 써서는 안되지요! 

  병불염사라는 말이 일상생활에서 추구되던 춘추전국시대를 우리는 태평성대라고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전란의 시대, 지옥의 시대라고 부른다. 일상생활에서 엄정하게 지켜져야 하는 가치는 병불염사가 아니라 신뢰가 아닌가? 법 질서, 가족, 상행위, 사회 생활이라는 것이 모두 나와 너, 사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신뢰가 무너지고 병불염사를 최고의 가치 기준으로 삼는 사회가 얼마나 치열한 생존경쟁의 구도로 내몰리고 있는지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돌아본다. 과연 우리 사회는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가 되는가, 아니면 병불염사를 바탕으로 유지가 되는가? 안타깝지만 전자보다는 후자가 아니겠는가?  목숨걸고 남을 속이고, 기만해서라도 남보다 높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 아둥바둥하는 경쟁 사회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현주소가 아닌가? 인간으로서 잃지말아야 하는 최소한의 신뢰마저 잃어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전쟁터라고 부르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열심히 읽어가면서 병불염사라는 말이 정치권에 꼭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전(大戰)과 대선(大選)! "상대방을 찍어누르고 당선되기 위해서라면 어떤 속임수와 협잡과 헐뜯기를 사용해도 상관없다. 당선되면 장땡이다."라는 말이 정치권의 금언이 된 것이 어제 오늘이 일이 아닐 것이다. 지난 대선과 총선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당선되기 위해서라면 어떤 기만술과 사기도 통용되기 대문에 747공략을 내세우고 발뺌하지 않았는가? 걸림돌이 되고 방해가 되었던 사람들의 명단을 적어가면서 나중에 두고보자고 마음 속으로 칼을 갈면서도 아닌척, 국민을 생각하는 군자인척 하지 않았는가? 뉴타운 공략(空約)을 앞세우며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그렇게 내뱉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족쇄가 되어 돌아왔지만 자기들은 그 말 한적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대선에 사용하는 자금을 실탄으로 비유하고,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곳을 격전지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렇게 대전(大戰)과 대선(大選)이 병불염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공통점 때문이 아닌가 한다. 

ps.340p 맨 밑줄 손병은 손명의 오탈자이다. 한자로 孫明이라 적고 손병으로 표기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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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김대중 3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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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만화 김대중 3권이 나왔다. 이미 1권과 2권을 읽었던터라 망설이다가 궁금해서 책을 사게 되었다. 3권의 내용은 박정희 대통령 사후 12.12 사태를 기점으로 쿠데타에 성공한 전두환 전대통령과의 악연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1권과 2권에도 무협지를 흉내내서 리뷰의 제목을 달았는데, 이번 책에는 어떤 제목을 달까? 잠시 고민 끝에 와신상담(臥薪嘗膽), 권토중래(捲土重來)라고 달았다.  

  5공 시절의 전두환과 12.12, 그리고 김대중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이들이 이렇게 악연으로 얽혀있었을 줄은 몰랐다. 김대중 대통령이 사형수가 되었던 것 또한 5공 시절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과 얽혔던 사건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다. 

  악연으로 얽혀 있던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후 드디어 김대중의 시대가 도래하나 했더니 아직 그의 고난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해졌다고나 할까? 한고비를 넘었다고, 이젠 이 땅에 민주화가 올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지만, 박정희가 키운 전두환이 남아 있던 것이다. 고작 소장이면서 4성장군과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이 되는 전두환 장군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대단한 수완가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전두환을 저유가라는 호재를 맞이하여 뜻하지 않게 횡재한 대통령 정도로만 치부하지만 그는 그저 땡잡은 사람이 아니었다. 아마도 정권을 차지하는 수단과 결단력이 그러한 호재를 맞이하여 상승작용한 것이 아닐까? 

  이야기가 잠시 밖으로 샜지만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김대중의 모습은 고난 그 자체였다. 옥살이를 하고, 군사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음과 매일 씨름하던 세월들, 미국으로 망명하여 그곳에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야 했던 시절들. 아마 이 시절이 그에게 와신상담의 시기가 아니었을까? 부차와 구천이 지금의 고난을 잊지 않고 원수를 갚기 위해 거북한 섶에 몸을 눕히고, 쓸개를 핥았듯이, 사형수로서 당했던 고통과 옥살이,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해 살던 그 답답함들이 그로 하여금 대통령이 되는 순간까지 인내하게 만들었던 숨겨진 힘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와신상담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사상을 정리하고 인생을 반추한 그는 비록 미국의 도움이었지만 권토중래하게 된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납치되다시피 버스에 실려 공항을 떠났지만, 그는 반독재의 상징으로 고국 대한민국 땅을 밟게 되었다. 아마 이러한 행적과 불굴의 의지가 그로 하여금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하지 않았을까? 

  1권과 2권에서와는 달리 정치인 김대중이 아니라 인간 김대중의 내면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엿본것 같다. 본문에 나온 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글, 그의 고뇌와 인간적인 고민을 아주 적절하게 드러내 주는 글을 인용하고 리뷰를 마치려고 한다. 

  "아, 살고 싶다. 제발 무기징역만 내려다오. 제발..." 

  "재판장의 입술 모양새가 앞으로 둥글게 내밀어 진다면 '무기 징역'이고, 그 반대로 입이 옆으로 벌어진다면 '사형'일 테다. 아..." 

  "피고인 김대중, 사형!!" 

  "아."                                                                           (119~120페이지 인용) 

  아무리 생각이 굳건한 그라고 할지라도 사형 앞에서는 두려움을 느길 수 밖에 없는 연약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길에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은 그가 더 자랑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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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드™ 2015-11-25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믾은 역경이 있었군요. 와신상담..
 
<굿바이 스바루>를 읽고 리뷰해주세요.
굿바이, 스바루 - 뉴욕 촌놈의 좌충우돌 에코 농장 프로젝트
덕 파인 지음, 김선형 옮김 / 사계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스바루? 그게 뭐야?" 

  처음 책을 받으면서 머릿 속에 들었던 생각이다. 내가 알고 있는 스바루라고 해봐야 고박 만화의 주인공인데, 혹시 그 스바루는 아닐테고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거기에다 부제는 "뉴욕 촌놈의 좌충우돌 에코 농장 프로젝트"이니 스바루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져갈 수밖에 없었다. 스바루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어가면서 스바루가 무엇인지 알았다. 스바루는 바로 일본 자동차 메이커였던 것이다. 주인공이 12년을 몰고 다녔던 스바루 레가시 웨곤이었던 것이다. 생산 연도도 다르고 차종도 다르겠지만 아마 대충 이런 것이 아닐까? 

 

  젠장 스바루가 바로 이런 SUV 차량을 의미하는 것일 줄이야. 이래서 무식하면 죽어야 한다는 것인가? 여하튼 12년 동안 정들었던 스바루에게 작별을 고하고 식용유로 가는 새로운 트럭을 구입한 저자는 뉴멕시코에 자리잡아가면서 좌충우돌한다. 염소를 사가지고 돌아가다가 물에 휩쓸려 내려갈 뻔하기도 하고, 깐풍기 냄새가 나는 식용유를 연료로 하는 차량을 몰고 다니기도 하며, 코요테로부터 닭을 지키고, 방울뱀과 싸우기 위하여 완전 무장을 한다. 물론 유기농 달걀을 뇌물로 바치기도 한다. 이 책은 처음 땅을 구입하고 목장을 만들어, 자급자족을 목표로 농사를 짓는 저자의 삶을 솔직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아니 솔직담백이라기보다는 과도한 뻥을 심하게 섞어가면서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아이팟과 서브스피커, 노트북을 포기하지 못하고 월마트에 충성을 다하는 뉴요커가 어느날 화석 연료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아이팟과 서브스피커와 노트북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자기가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화석 연료들을 줄여보는 것이 가능하겠는가라는 생각에서부터 그의 실험은 시작된다. 실험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징표가 바로 정슨 스바루와의 헤어짐이다. 화석 연료로 구동하는 정들고 튼튼한 스바루를 버리고 식용유로 가는 트럭 로트를 구입한다. 그리고 염소젖을 짜서 아이스크림을 얻게 되는 그날까지 월마트와 스바루로 대표되는 화석연료 사용의 습관을 끊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을 시작한다. 

  그의 투쟁을 바라보면서 생각해본다. 나는 과연 얼마나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는가? 얼마나 그러한 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아이들이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그리 먼 거리가 아님에도 자가용을 이용하고, 롯데마트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하며(때론 구입한 음식물들을 다 먹지 못해서 버리는 것들도 있다.) 유기농보다는 인스턴트 식품을 선호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도시에 살면서 화석연료를 줄이고 유기농을 섭취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잘 안다. 얼마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지도 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내게 불가능한 것은 제쳐두고 가능한 것만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마저 불가능한 것들과 함께 뭉뚤그려서 포기하고 있지 않은가?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PS. 책이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다. 유머스럽다. 그러나 그 유머가 미국인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유머라는 것이 흠이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띄는 것도 흠이라면 흠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은 읽어볼만한 책이다. 특히 중고등학생이 읽으면 딱 좋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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