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 인류 역사상 최초 39가지
새뮤얼 노아 크레이머 지음, 박성식 옮김 / 가람기획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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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메르!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선 문명이다. 그렇지만 의외로 우리와 친숙한 문명이기도 하다. 수메르라는 이름을 잘 모를 뿐이지 우리가 어릴 적 머릿 속에 꾸역꾸역 집어 넣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티그리스-유프라테스 문명)이 수메르 문명을 가리킨다. 수메르라고 이름을 하지만 실제로 수메르라는 국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여러 도시 국가들의 연합체를 수메르라고 부른다. 고대 그리스에 그리스라는 나라가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수메르 문명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문명이다. 아주 오래전에 존재했었던 문명이고, 주변의 다른 국가들이 수메르에 대해 기록할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멸망과 동시에 잊혀졌던 문명이라고 하겠다. 그러다가 고대 바벨론 문명을 발굴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도 바벨론 유물을 발굴하던 중에 딸려 나온 유물, 바벨론의 아카드 어와 쐐기 문자로 해독할 수 없는 점토판들이 그 안에 섞여서 발견 되면서 의문을 자아내다가 수메르-아카드어 사전 역할을 하던 점토판이 발견되면서 수메르의 존재가 알려 지게 되었다.

 

  이렇게 생소한 수메르 문명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수메르 자체의 문명이라기보다는 기독교와의 관계 때문에 그렇다. 구약 성서에 기록된 사건들과 비슷한 내용들이 수메르 신화에서도 발견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 유명한 것으로 이야기하자면 노아의 홍수와 바벨탑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홍수는 수메르 신화에서, 바벨탑은 앗수르 유적에서 발견되는 지구라트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역사상 잊혀진 문명, 그러나 문자를 남김으로 자기의 존재를 수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문자와 역사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또한 이렇게 잊혀진 문자를 다시 복원해서 고대의 기록을 해독한다는 것도 왠만한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면서 수메르 역사에 평생을 바친 학자들과 이 책의 저자에게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곳곳에 떨어져 있는 점토판의 사본을 만들어서 그것들을 하나 하나 이어 붙이면서 문맥을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기에 이 책이 있게 해준 저자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이 책이 출간된지 오래 되었고, 심지어는 책의 저자도 죽었기 때문에 저자 사후의, 혹은 그가 저작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노쇠한 이후의 연구는 반영되지 않았기에 그 점이 아쉬울 뿐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그러나 역사가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은 수메르에서부터 모든 역사가 퍼져 나간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역사가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은 수메르 덕후인 저자가 수메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며, 수메르 문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지 그것을 실제로 믿으면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세계 문명을 뒤져보면 얼마나 비슷한 것들이 많이 있는가? 당장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모티브로 구약에, 그리스 신화에, 그리고 한국의 전래 동화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디테일한 면에서 차이가 나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무시하면서 이것은 원래 한 저작물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고, 이것이 오래된 것이니 당연이 여기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꽤나 위험하고 성급한 발상이다.

 

  여튼 저자는 평생을 수메르 연구에 바쳤던 사람답게 수메르빠돌이다. 모든 것을 다 수메르와 연관시킨다. 최초의 교육, 최초의 성서, 최초의 아가서, 최초의 성 조지 신화 등등. 그렇지만 이는 수메르 역사를 재미있게 읽게 하기 위해서 유명한 사건들을 가져다가 여기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앞 뒤를 바꿔서 이것이 영향을 끼쳐서 이런 것이 탄생되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가끔 저자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확실이 이 책이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들에 대한 반론들도 요즘은 꽤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각설하고 수메르 신화에 대해서 알아본다는 점에서는 정말 의미가 있는 책이다. 수메르어에 정통한 사람답게 수메르 점토판에 기록된 내용들도 기록하고 있고, 고고학자 답게 생략된 부분들은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생략된 그대로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수메르 문명이 가지는 특징과 어떤 모습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윤곽을 알게 되기에 꽤나 유용하다. 다만 재미는 없다. 연구하는 능력과 글을 재미있게 쓰는 능력은 다른데 저자에게 글을 쓰는 능력은 부족한 듯 보인다. 책 뒤표지에 저자는 재미있게 글을 쓰는 어쩌구 저쩌구는 정말 립서비스다. 이 말을 보고 이 책을 재미있게 읽겠다는 생각으로 집어든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역덕과 신화덕인 나도 정말 초월적인 인내심으로 버텼다. 저자의 문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미는 있지만 재미는 없는 책" 이것이 이 책에 대한 한 줄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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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가방 2020-02-1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볼 책 목록에 있었는데.. 재미는 심히 없었나 보네요. ㅎ

saint236 2020-02-12 11:17   좋아요 0 | URL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GIGA 2022-11-1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저는 무지하게 재미있었어요.

다니엘 2023-07-2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메르어 ˝수˝라도 이해할 능력이 없다면 함부로 자신의 아마추어 덕후수준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무례하다 생각되는군요.

saint236 2023-07-21 13:04   좋아요 0 | URL
무례라...본인이 읽은 느낌 그대로를 적는 것에 대해서 무례라고 말하는 것이 더 무례가 아닐까요? 여긴 제가 책 읽고 제 느낌을 끄적 거리는 곳인데 그것마저 검열받고 그래야 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