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e Nacht! Heilige Nacht! Alles schläft; einsam wacht 
  Nur das traute heilige Paar. Holder Knab im lockigten Haar,
  Schlafe in himmlischer Ruh! Schlafe in himmlischer Ruh!  

  1914년 12월 독일군의 진격이 멈춘 마른 전투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는 찾아 왔다. 그러나 양측은 아군의 시신도 수습하지 못한채 적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갑자기 독일군 진영에서 "슈틸레 나흐트(고요한 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몇곡의 캐롤이 불려진 후에 양측의 장교들이 나와서 크리스마스에는 휴전을 하기로 했다. 서로 총을 겨누던 그들이 함게 어울려 가족들의 사진을 돌려보기도 하고 함께 축구도 했다. 지식 채널 e로도 널리 알려진 크리스마스의 휴전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슈틸레 나흐트를 부르는 독일군 병사의 테너 목소리는 정말로 환상이다. 그런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마음에 평화가 깃들것만 같다.

  고지전의 마지막 씬은 비슷하게 시작한다. 12시간 후 휴전 협정이 효력을 발휘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땅을 더 차지하려는 양측의 지도자들은 휴전에 들떠 있던 이들을 전선으로 몰아 넣는다. 안개가 걷히고 미군의 폭격이 끝난 후에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공격하려는 국군과 이를 저지하여 애록 고지 점령을 기정 사실화하며 전쟁을 마치고 싶은 인민군 사이에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 자욱한 안개를 바라보며 그 누구도 안개가 걷히지 않기를, 그래서 전투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정말로 안개와 같이 스러져버릴 희망이다. 그 자욱한 안개를 뚫고 조용한 노래가 흘러 나온다.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도 차가운데
  단잠을 못 이루고 돌아눕는 귓가에
  장부의 길 일러주신 어머님의 목소리
  아~~~~ 그 목소리 그리워 

  들려오는 종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길 속을 달려간 내 고행 내 집에는
  정안수 떠놓고서 이 아들의 공비는
  어머님의 흰머리가 눈부시어 울었소
  아~~~~ 쓸어 안고 싶었소 

  인민군에서 먼저 시작된 이 노래는 누가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국군의 입에서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노래가 너무 애절하여 원곡을 찾아 보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고지전에서 불린 노래가 곡의 느낌을 훨씬 잘 살린 것 같다. 아마도 방송에서 불리는 것과 전쟁터에서 불리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인민군과 국군의 입에서 모두 이 노래가 흘러 나오는 순간 곧이라도 이 사람들이 뛰어나가 부둥켜 안고 휴전이 되었는데 이 무슨 또라이 짓이냐며 상황에 저항할 것 같았지만 마른 전투에서 있었던 휴전은 없었다. 노래의 끝과 동시에 뛰어나가기는 하지만, 서로가 부둥켜 안지만 그것은 휴전을 위한 뛰어나감도, 평화의 부둥켜 안음도 아니다. 고지를 점령하고 사수하기 위한 돌격과 저지의 고지전이 시작됨을 알리는 뛰어나감이요, 총알이 떨어겨 빈총으로, 헬멧으로, 돌맹이와 칼로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부둥켜 안음이다. 정종과 맥주를, 그리고 담배와 성냥을 교환하고 편지를 부탁하던 이들은 서로의 몸에 총알과 칼을 찔러 넣기 위하여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냉철했던 2초 차태경이 강은표 중위를 보고 놀라 허둥대며 총알을 교환하지 못하고 칼을 뽑아 든 것이나, 차태경의 몸에 칼을 찔러 넣으면서 차마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강은표나 이 전쟁이 무엇을 위한, 그리고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전쟁이 종료되고 그들만의 작은 평화의 장소에 마주 앉은 강은표와 현정윤! 화랑 담배를 빼어든 현정윤에게 강은표는 북한제 성냥으로 불을 붙여준다. 이젠 성냥과 화랑 담배 외에는 그들의 교류와 그간의 정을 보여 주는 증표는 없다. 그렇게 끈끈할 것 같았던 정이지만 한 모금의 담배 연기 속에 사라져 버릴 화랑 담배처럼, 불꽅이 사그라지면 사라져버릴 성냥처럼 그들의 관계는 윗선의 명령과 폭격, 그리고 이유를 모를 전쟁 속에 한 순간에 사그라져 버린다. 강은표가 현정윤에게 묻는다. "일주일 만에 전쟁이 끝난다며. 왜 싸우는지 안다며? 싸우는 이유가 무엇이야?" 현정윤이 답한다. "내래 확실히 알고 있었는디, 오래 돼서 까먹었어."  

  6.25 전쟁이 왜 발발했는지, 어떤 이유로 발발했는지에 대하여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나는 이승만 정부가 북침하였다는 말을 절대로 믿지 않으며, 북한의 남침에 의하여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믿는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냥 내가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것은 6.25 전쟁이 아니라 고지전이다. 휴전을 왜 굳이 12시간 후에 발휘하게 하였는지, 그리고 그 12시간을 전쟁의 상처를 보듬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뼘이라도 더 땅을 차지 하기 위하여 새로운 전투를 벌였는지 묻고 싶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을 전투의 한 복판으로 몰아넣었는지, 전쟁이 너무 오래되어서 왜 싸우는지도 모르고 습관적으로 싸우는 사람들에게 왜 또 다른 싸움의 짐을 짊어 주었는지 묻고 싶다.  

  휴전마저도 전쟁으로 몰아 넣은 6.25! 휴전이 되었다고 좋아하던 남과 북의 모든 사람들을 전투로 밀어 넣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던 모든 이들을 다 죽이고 나서야 휴전 협정이 효력을 발효하였다는 말은 넌센스요, 웃기는 짬뽕이 아닐 수가 없다.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던 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보듬기보다는 마지막까지 총을 겨누도록 강요받았던 전쟁의 결과가 어떤지 뻔하지 않은가? 문서상 휴전 협정은 맺어졌지만 그들의 마음은 여전히 전쟁터를 헤매고 있다. 전쟁 후 전쟁으로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권력을 차지 하기 위해 전쟁터로 밀어 넣고, 긴장감을 조성하던 것이 역대 우리 정부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그 결과 휴전 후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보수와 진보로, 우파와 좌파로, 반공과 친북으로 나뉘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휴전은 없다. 고지전을 앞둔 우리 사회 속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전선야곡처럼 공허하게 메아리쳐 울리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그저 가슴이 아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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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1-09-2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승룡의 연기는 정말 또 다른 매력이다. 거룩한 계보의 정순탄에서 평양성의 남건을 거쳐 고지전의 현정윤까지 그의 거친 연기는 최민식과는 다른 카리스마이다. 다음에 나온 그의 말쑥한 사진은 그답지 않아서 낯설다.

2011-09-29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09-29 11:15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드립니다. 예비군 훈련이 밀려진 관계로 아직 보내주신 영화 책은 못 읽었습니다. 조만간 예비군 훈련 들어가니 꼭 읽겠노라고 벼르고 있습니다. 10월 중에는 아렌트를 시작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도서 대방출 기대하겠습니다.
 

대다수 남성들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믿으시는 모양이네요...ㅎㅎ
그건 그렇고 결국 성폭력이라는 것도 갑질의 일종이지요. 그런데 님 생각에 여성은 갑질이라는 걸 하지 않을만큼 인성이 훌륭한 거 같나요? 남성은 일상에서 갑질을 당하지 않을만큼 용감무쌍할 거 같나요?? 여성들만이 겪는 갑질의 종류가 있듯 남서들만이 겪는 갑질이 있지요. 예를 들어 전쟁이 나면 어성은 강간이라는 무자비한 일을 겪는 경우가 현시점의 전쟁에서도 발생하지요! 그런데 그 때 남성들은 어떻게 될 거 같나요? 개죽음을 당합니다. 어느 한쪽이 더 힘들다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닙니다. 다들 힘들어요. 지나친 자기연민 및 피해의식은 세상을 어지럽히는데 악용되기도 하지만 그전에 본인 삶을 피폐하게 만들죠.


2년 전에 사람들이 참 무례하다는 글을 썼다. 자기 생각이 옳고, 너는 잘못되었다는 식이 아니라 무식하니까 그런 글을 쓴다는 식으로 댓글을 썼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실명으로 글을 작성하지 않는다. 실명으로 글을 작성하지 않는 다는 것은 링크가 없어서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가령 내 댓글은 "saint236"이라는 이름으로 달리고, 이 이름은 내 서재로 연결되기에 글을 쓸 때 매우 조심스럽게 쓴다.) 가끔 이런 글을 보면 피로하다. 서재 활동이 과거보다 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에는 82년 생 김지영에 댓글이 달렸다. "ㅎㅎ" "..." "?" 를 도배하면서 비웃고 조롱하다 간다. 본인 마음은 어떨지 모르겟지만, 내 입장에서는 누가 내 집에 와서 똥을 싸고 간 느낌이다. 정말 자기 생각을 저렇게 표현하고 싶으면 자기 서재를 만들고 활동을 해라. 아는 사람들 동원애서 추천 누르면 새로운 글에도 올라가겠고,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겠는가? 갑자기 짜증이 밀려와서 끄적대다 나간다.


학창 시절에 유행했던 그 말로 끄적거림을 마무리짓는다.


"사장님, 여병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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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2025-07-0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볼 때 님의 기저에는 남성우월주의가 있는 거 같네요. 은연중에 여성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 남성으로부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지능이 떨어지거나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나약한 정신력을 가진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뭐 인정하시지 않을테니 그냥 익명성에 숨은 병신의 감상 정도라 해두죠.ㅎㅎ

각설하고,알라딘 가입자만 댓글 쓰도록 설정하면 됩니다. 본인이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도록 창을 열어 놓고서는 제가 욕설을 한 것도 아니고, 저의 앞전 댓글 정도에도 욱해서 박제를 해가며 저를 향해 ˝여병추˝라는 저속한 말을 뱉을 정도의 멘탈이시면 그냥 실명댓글만 허용하는게 낫지 싶습니다요.

p.s. 글을 쓸 때 확신을 가지고 쓰세요. 어차피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지도 못 할 분이 ˝82년생~˝ 서평을 보면 글 속에 무슨 ˝~가?˝, ˝까?˝를 그리도 많이 남발 하는지 참...


카스피 2025-07-03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int님 오랜만에 서재에서 뵙는거 같습니다.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서재에 글을 올리다보면 알라딘 회원이 아닌 분들도 들어오셔서 별 쓰잘데기 없는 댓글을 다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위 댓글을 단 분처럼 서재의 글 하나를 가지고 saint님을 남성 우월주의자로 모는 것은 이경규가 말한 무식한 자가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보여집니다.하나의 글로써 알지도 잘 모르는 사람을 재단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지요.
저도 오래된 글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서 여성편을 든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곳에다 댓글로 페미니스트라고 욕을 한 바가지 한 사람을 본 일이 있어요.
ㅎㅎ 그러니 세상에는 참 불편러들도 많구나 하고 일일히 상대하지 않는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saint236 2025-07-03 09:03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자기 생각하고 맞지 않으면, 너는 편협하고 그것밖에 안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끝을 내네요. 누군가의 서재에 가서 글을 올리려면 최소한 그 사람에 대한 예의나 존중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네요. 살다살다 남성우월주의자라는 말은 처음 들어봅니다.

음... 2025-07-0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과장이라는 말, 성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말! 내가 보기에는 글쟁이들의, 혹은 남성들의 알량한 자존심이 아닐까?˝ -> 이 거 누가 한 말일까요? ㅎㅎ ˝너는 편협하고 그것밖에 안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끝을 내네요˝ ->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인가요?

p.s. ˝여병추˝라는 말을 거침없이 쓰시는 분이 ˝최소한.. 예의˝를 논한다는게 이 시대의 아이러니 같네요.
 

세계사를 바꾼 화학이야기1. 310페이지

한 줄이 빠져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또는 주어가 편집 괴정 중에 누락되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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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화학이야기1. 309페이지

무기를 민병인=>무기를 드는 민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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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유럽편 452p
2,300년 => 2~3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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