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사라지는 숲이야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 종이, 자연 친화적일까? 세계를 누비며 밝혀 낸 우리가 알아야 할 종이의 비밀!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외 옮김 / 상상의숲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밥 한그릇의 연유를 알면 세상의 이치를 안다." 

  해월 최시형 선생의 말이다. "매일 대하는 밥 한 그릇은 그냥 밥 한 그릇이 아니라 그 안에 세상의 수많은 이치를 담고 있으면, 매일 밥상을 대하는 우리는 이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다. 매일 대하는 밥상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그 안에 담겨진 농부의 땀과 눈물과 수고를 떠올릴 수 있는가? 밥 한 그릇을 보면서 다국적 기업의 종자 독점 노력과 생산단가도 안나와 길거리에 적개 해 놓고 시위하는 농민들의 아픔을 떠올릴 수 있는가? 쌀이 밥 한그릇이 되어 밥상에 오르기까지 수고한 많은 이들의 노력과 고생을 생각해 내고 고마워 할 수 있는까? 먹고 사는 문제가 인류의 기원부터 통치자들이 가장 고민해온 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밥 한 그릇의 연유를 알아 세상의 이치를 알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 눈 앞에 있는 밥은 그저 한 그릇의 밥이 아니다. 여러 장소와 시간을 돌고 돌아, 한 그릇의 밥으로 변하여 내 앞에 올려진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는 우주가 있고, 생명이 있고, 세상이 있고, 이치가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 이치를 이해할 수 있는 상상력과 이해력이 없을 뿐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밥 한 그릇은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다. 그리고 밥 한 그릇의 연유를 살펴 볼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진 사람에게 세상의 이치를 속삭여 준다. 그렇기 때문에 식사(食事)를 식사(食思)라고도 하는 것이다. 

  왜 뜬금없이 밥 이야기냐고? 밥이나 종이나 쌤쌤이기 때문이다. 해월 최시형 선생의 말을 살짝 바꾸어 본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종이 한 장의 연유를 알면 세상의 이치를 안다." 

  포장지, 책, 노트, 전단지, 신문 등등. 우리는 종이에 둘러싸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밥만큼이나 종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종이 한 장의 연유를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이 우리에게 없다. 그저 종이는 종이일 뿐이다. 무엇인가 끄적거리고, 맘에 안들면 찢어서 버리고, 구겨서 버릴 수 있는 약하디 약한 종이. 혹은 글자와 중요한 지식을 담고 있는 지식의 창고? 우리는 종이 자체를 바라보기 보다는 종이에 담겨진 것들을 보기 원한다. 종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종이 안에 어떤 것들이 담겨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종이 한 장의 연유에 대해서 알려준다. 종이에 담긴 내용이 아니라 종이 자체에 몰두하도록 우리를 인도한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종이, 재활용을 위해서 종이와 캔류를 따로 분리하면서도 말 그대로 한번더 재활용되면 끝인 줄 알았다. 그것도 우유팩 같은 것은 휴지로, 나머지는 뻣뻣한 재생 종이, 혹은 박스를 만드는 저급의 종이로 재생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저자는 놀라운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종이는 잘만하면 9번가지도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분리수거만 잘하면 최소한 5번은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재활용이 문제라고 말한다. 복사지는 복사지끼리, 신문지는 신문지끼리, 포장지는 포장지낄, 그리고 편지봉투나 라벨지는 그것들끼리 각 용도대로 분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분류방법이고, 이렇게만 한다면 5~9번까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재활용을 통해서 구해지는 수많은 나무들, 처녀림들이 우리 생태계에 어던 역할을 하는지, 너무나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 때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모 회사의 카피가 있었다. 학교 다닐 대 산에 무엇인가 심는 것만 배웠다. 식목일에 나무를 심던지, 하다 못해 꽃이라도 심으라고 배웠다. 그러나 종이 한장 아기고 재활용하는 것이 나무 한그루 심는 것보다 더 자연에 긍정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배우지 못했다. 얼마나 주먹구구식의 환경 수업이었는지 분명해진다. 나중에 내 아이들이 자라면 주먹구구식의 눈먼 교육보다는 종이 한장을 앞에 놓고 입채적인 교육을 하고 싶다. 

  이 책은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종이의 진실을 가르쳐 준다. 제지 산업이 얼마나 많은 처녀림을 모두 베기 하는지, 불법으로 벌목하는지, 한경을 파괴하고 원주민들을 쫓아내는지. 얼마나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오폐수를 만들어 내는지. 종이 한 장의 연유를 충분히 가르쳐 주는 책이다.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서 자유 연구 주제로 이 부분을 다룬다면 매우 유익하고 흥미롭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이 재생지로 만들어 졌다면, 혹은 어느 산지의 종이를 가지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 졌으면 표백은 어떻게 했는지를 기록했다면 책의 내용이 더 머릿 소에 각인되지 않았을까? 해리포터 이야기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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