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 선언 -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김예슬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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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IMF 직격탄을 맞은 세대이다. 97학번인 내가 대학을 들어가던 해 IMF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내 기억으로 당시 경제정책을 운영했던 사람이 강만수였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에 가던 것이 보편적인 흐름이었는데 IMF로 인해서 이러한 보편적인 흐름이 깨졌다.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직행했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 후배들 가운데에는 1학기만 마치고 군에 지원하는 경우도 흔했다. 어차피 갈 군대 빨리 갔다오자는 자위적인 명분 속에는 학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아픔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IMF와 더불어 대학종합평가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척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대학의 서열을 매겨서 국비 지원 혜택에 차등화를 두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다리던 학교도 대학종합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하여 무진 애를 썼다. 갑자기 등록금이 오르고, 공나물 시루와 같던 강의실은 그나마 조금 한산해졌다. 대종평을 위해서 시간 강사를 대거 투입한 결과였다. 그래봐야 콩나물 시루가 만원 버스로 바뀐 정도이긴 하지만 말이다. 수업의 70~80%가 100명이 넘는 대규모였다. 고등학교 한반이 절대로 50명이 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상상도 못할 숫자이다. 일주일 내내 그런 수업을 들어가면서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녔다. 물론 당시 등록금이 지금 대학생들의 등록금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말이다. 시간이 가면서 대종평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기준이 한 가지로 모아지기 시작했다. 등록금? 학생 대비 교수수? 아니다. 취업율이다. 각 학교마다 자기 학교의 취업율을 뻥튀기하기 시작했다. 어느 학교는 98%라고 한다. 어느 학교는 100%라고도 한다. 물론 내가 졸업한 학교도 아르바이트와 같은 비정규직도, 혹은 2년이 채 안되는 단기적인 일자리도 취업했다고 표시해달라는 말을 대놓고 졸업생들에게 요구했다. 대종평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함이란다.

 

  그 뒤로 15년이 흘렀다. 취업 3종 세트, 5종 세트라는 말이 회자된지 오래다. 학교의 서열화는 더 심해졌다. 대기업의 대학 소유는 당시 아주대, 인하대 정도만 떠올릴 수 있었는데 요즘은 중앙대도 있고 성균관대도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찾아보면 더 많을 것이다.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서 공부하는 새벽 두시 하버드의 도서관 사진이 싸이에 돌면서 우리나라 대학은 너무 놀고 먹는다는 비난이 거셌다. 그렇지만 그렇게 거세게 비난하고 도서관에서 목숨걸고 공부하던 사람이나, 술렁술렁 놀던 사람이나 지금 사는 모습은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진골 성골인 사람들을 제외하고 해골인 사람들의 가능성이라는 것이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요즘은 더 한 것 같다.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 4년, 대학원 2년 장장 6년 동안 쏟아부은 등록금이며, 기숙사비며, 용돈이며, 책값이며 모든 것들을 계산해 보았다. 5천만원이 조금 안되었다. 그때만해도 등록금이 싼 축에 속했고, 그중에서도 내가 나온 대학은 인문계열이라 실습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까웠다. 이 많은 돈을 쏟아부어서 얻은 것이 꼴랑 종이 두 장이다. 대학 졸업장, 대학원 졸업장! 물론 두 졸업장은 모두 졸업식장에서 받지 않고 나중에 교무처에 가서 수령해 왔다. 차라리 그 돈으로 장사를 했더라면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래도 나는 낫다. 요즘은 더하다고 한다. 분명 내 자녀가 대학을 다닐 때는 더 할 것이다.

 

  뭔가 잘못되었다. 大學이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학사과정"을 거쳐서 "대기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고시원"이 된지 오래다. 김예슬의 말처럼 88만원 세대로 변해 버린지도 오래다. 모두 문제가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 해결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좀 더 빘나 일자리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것만 요구하고, 바뀌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그 오만하고 꽉 막힌 사고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김예슬은 이러한 해결책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게 과연 최선인가? 그렇게 해결된다고 인간을 자원으로 보는 문제가 바뀌는가? 바뀔 것이 있겠는가? 한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살린다는 이건희 회장의 사고 방식이 이 사회를 지배하는 한 여전히 우리는 승자와 패자로 나뉘어져서 아귀다툼을 할 뿐이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그녀의 선언에서 한없이 슬픔과 아픔을 느낀다. 대학을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거부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선언을 하고, 행여라도 자신이 약해져서 다시 돌아올까봐 사람들의 시선 앞에서 피켓을 들고 얼굴을 팔아야 했던 그녀의 결단은 무엇을 위한 결단일까? "학"이 아니라 "삶"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그녀의 당연한 이야기가 왜 존중받지 못하고 철없는 치기로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왜 그녀의 용기있는 결단을 좌빨로 몰아붙이고, 정치를 위한 포석으로 곡해하는가? 한장한장 넘겨가면서 속상했고, 아팠고, 서글펐다. 세상이 점점 더 팍팍해지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난다. 대학 졸업자로서, 대학원 졸업자로서, 또 부모로서,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사람으로서, 기독교인으로서 나는 이런 불합리의 시대와 대학 졸업장이라는 폭력의 시대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어느새 기득권이 되어버린, 그래서 그녀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없는 내가 두렵다. 그녀가 거부한 대학을 그녀가 다시 포용하도록 바꾸어 가는 것이 선배된 우리의 책임이 아닐까? 그녀의 용기와 결단 앞에 한없이 부끄러워져 차마 응원한다는 말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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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2-0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리가 살아있는 곳, 상아탑인 대학이
국민을 슬프게한다면
어디에 있는 그 누가 국민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줄 수 있단 말입니까요 ㅠ.ㅠ

진리가 살아있는 곳이 대학이 맞는 것인지....
진리가 죽어버린 대학에 다니기를 거부한 '김예슬 선언'은
정말 대한민국의 비극 중 하나인 듯 하여
가슴이 무척 아픕니다...

saint236 2012-02-04 02:03   좋아요 0 | URL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는 대학의 이념이 "자본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로 바뀐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고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라떼 2012-02-1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억압받지 않으면 진리가 아니다
상처받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저항하지 않으면 젊음이 아니다
-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저항하는 젊음, 김예슬씨의 고뇌와 행동이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 같습니다.
<김예슬 선언>을 읽고난 진솔한 이야기가 가슴을 울려 옵니다.
고맙습니다. 출판사 '느린걸음'에서 출간된 좋은 책들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요? 기제된 메일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aint236 2012-02-10 18:21   좋아요 0 | URL
느린걸음 출판사 관계자 분이신가 보네요. 좋은 책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달려라 정봉주 - 나는꼼수다 2라운드 쌩토크: 더 가벼운 정치로 공중부양
정봉주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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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집필 중입니다."

 

  나꼼수에 나와서 설레발칠 때는 그냥 설레발인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의외다. 어떤 분이 "신이여, 진정 이렇게 멋진 말을 제가 했단 말입니까?"라는 정봉주의 말을 바꾸어 "신이여, 정말 이 책을 정봉주가 썼습니까?"라고 평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이것이다.

 

  책을 쓸 정도로 훌륭한 지식을 갖추지 않았고 내 자신이 누군가에게 인생의 격언이 될 만한 말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은 지천에 깔려 있고, 그래서 남들에게 무너가 좋은 말을 하고 그들에게 귀감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이 책을 쓰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프롤로그 중에서)

 

  그의 말대로 그는 책을 쓸 정도로 훌륭한 지식이나 학위를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저 잘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깔대기를 가져다 대는 것이다. 그럼에도 남들이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가져다 내는 그의 얍삽함이 밉지 않다. 아닌척 하면서 그런다면야 얄밉기도 하겠지만 그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챌 정도로 깔대기를 가져다 댄다. 얼마나 깔대기를 가져다 대는지 꼬깔콘 협찬까지 이끌어 낼 정도이다. 그럼에도 그가 하는 행위들이 얄밉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는 그가 주장하는 대로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이긴 한가보다. 그가 빠진 나꼼수가 그의 수감 이전에 비하여 매력을 잃어가는 것도 수긍이 간다. 공지영의 말마따나 "어느 정치가가 이토록 잘난 척을 하면서 이토록 귀여움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책에서도 그런 정봉주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달려라 정봉주"

 

  솔직하게 책 제목이 촌스럽다. 어려운 외국어를 끌어다 쓰고, 사람들의 구매열에 불을 지를 정도로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많이 팔리는 이유가 무엇일까?(내가 가진 책은 14쇄이다. 이 페이스면 조만간 김용민 미래 교수의 자랑처럼 18쇄를 달성할지도 모른다.) 그에 대한 마음의 빚 때문이 아닐까? 어떤 이들은 정봉주에게서 노무현의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아마 이를 두고 한 말이리라.

 

  우리가 정봉주에게 마음의 빚을 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고,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신문지 상에서처럼 어설프게 이니셜 표시도 하지 않는다. 그냥 날 것 그대로 까발린다. 책에 적힌 내용도 날 것 그대로이다. 얼마나 도가 심하냐면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서 원 포인트레슨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거리낌없이 밝힌다. 스스로 탄돌이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들었던 사실도 밝힌다. 박영선 의원을 서울 시장 후보로 만들기 위하여 봉고차를 동원했다는 사실도 속시원하게 밝힌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구태의연한 모습이라고 이렇게 해서는 민주당의 발전이 없다는 사실도 밝힌다. 한껏 민주당을 까대지만 민주당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이 곳곳에 묻어 있다. 최고 권력자의 비리에 대해서도 거리낄 것이 없다. 그것 때문에 자신이 감옥에 수감될 지도 모르면서(실제로 감옥에 수감되었다.) 할 말은 한다. 아마 박원순 서울 시장의 당선에 정봉주만큼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봉주라는 인물에 대해서, 특히 국회의우너 정봉주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른다. 나꼼수를 통해서 이런 사람도 있었구나 알았다. 홍정욱, 나경원 같은 사람들도 아는데 정봉주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그들보다 더 잘안다. 아니다. 여전히 잘 모른다. 그가 왜 BBK에 목숨을 걸었는지, 팽 당할 것이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파고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국민을 위해서라는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내가 너무 때가 탔나 보다. 그렇지만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그는 참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Passion이라는 말 가운데 고난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을 정도로 열정적인 것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렇지만 그는 그러한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을 보고 달렸다. 그리고 지금도 달리고 있다. 그렇기에 "달려라 정봉주"라는 제목이 잘 어울린다. 여타 국회의원에 비하여 촌스럽지만 열정적이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가 좋다. 그 무모함이 답답한 한국의 정치 지형을 바꿀 것이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기꺼이 책을 사면서 그에 대한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아 본다.

 

  그렇지만 여기서 멈추고 싶진 않다. 그가 계속 달리는 모습이 보고 싶다. 감옥에서 건강을 위해서 구보하는 것이 아니라 만년설이라도 녹일 수 있을 것 같은 그의 열정이 구태로 꽁꽁 얼어 붙어 있는 한국의 정치 지형을 녹이도록 달리는 모습이 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지켜 볼 것이다. 민주당이 그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 조폭도 의리를 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보인 모습은 BBK 이후 그를 팽한 아주 의리없는 모습뿐이다. 그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못한 그를 쓰고 버린 모습 뿐이다. 그런 야당을 위해서 누가 표를 몰아주겠는가? 제 식구 챙기기라는 오명이 두렵다면 처음부터 그를 BBK로 몰아 넣지 말아야 했다. 당을 위해서, 그것도 개인의 비리가 아니라 상대 후보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서 열정적으로 달리다가 감옥까지 간 그를 챙기지 못하는 무기력하고 의리없는 당이 국민을 챙길 수는 있겠는가? 어림없는 이야기이다.

 

  어투는 한없이 가볍지만, 내용은 한없이 무거운, 열정만큼은 뜨거운 그의 책이 유쾌하다. 상코ㅔ하고 통쾌하다. 나는 그가 계속 달리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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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빨리 이 유쾌한 분이 바깥으로 나오셔서 예전처럼 깔대기를 들이대 주시길 저도 바랍니다. (나꼼수 이전엔, 저도 이런 분이 있는 줄 몰랐지요. 울나라 정치인 중에 이런 분도 있구나 하고 반가웠었지요.)

saint236 2012-02-02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

차트랑 2012-02-0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민이 달려주기를 소망하는 사람은
계속 달려야 한다에 한표~!!!
아니, 한방~!!!

saint236 2012-02-02 17:30   좋아요 0 | URL
저도 한방이요^^
 
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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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나꼼수를 통해서 대중의 뇌리 속에 그 심상치 않은 이름을 각인시켰다. 물론 나꼼수에서 조국을 띄우기 위해서 그의 이름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진보의 새로운 자산으로 그 이름이 언급된 정도이다. 김용민의 “조국 현상을 말하다”라는 책을 통해서 그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지는 못했다. 내가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은 얼굴, 키, 학벌 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며, 진보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단순히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그 생각을 실천하고 있다는 정도이다. 맞다. 또 하나 있다. SNS에 꽤 능통하다는 것이다. SNS의 위력을 실감하고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뛰어든 여타 정치인들과는 달리 초창기부터 꾸준히 내공을 쌓아왔다. 그의 팔로워 숫자가 만만치 않다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시장의 SNS 멘토단의 일원이었고, 김제동과 더불어 위트있는 선거 독려 트윗을 날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제동이 선거율 50%가 넘으면 삼각산 사모바위 앞에서 윗옷을 벗겠다는 트윗에, 조국에게 망사 스타킹을 신기겠다는 나꼼수 팀의 엉뚱한 제안을 승낙했었다. 선거율 50%가 넘지 못해서 공약을 지키지 못했는데 2012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빨간 망사스타킹을, 통합진보당이 승리하면 한쪽 발에는 파란 망사 스타킹을 신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대 법대 교수가 할만한 점잖은 소리는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발상인데 조국 교수는 실제로 그렇게 할만한 사람이니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사람이다. 가진 조건에, 위트에, 합리적인 사고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기는 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가 대중에게 알려진 이름에 비해 정치계에서는 무명이라는 것이다. 무명이라는 말은 그가 정치계에서 인지도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어떤 정치적인 업적도 보여주지 못한 비정치인이라는 뜻이다.

 

  조국 현상을 말하다가 나오기 전에 먼저 이 책이 나온 것으로 기억되는데, 나는 순서를 바꾸어서 조국 현상을 말하다를 먼저 읽고 후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뜻한바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순전히 금전적인 이유이다. 동생이 이 책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과감하게 동생 책을 빼앗기로 결심하고 조국 현상을 구입했다. 순서를 바꾸어서 이 책을 먼저 읽고 조국 현상을 읽었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었겠지만 뒤의 것을 먼저 읽고 앞의 것을 나중에 읽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아직 이 책을 보지 못하고 조국 현상을 먼저 읽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 또한 권하고 싶다.

 

  사회 비평, 정치 비평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으니 조국이다. 강준만의 강남좌파에서도 그의 이름이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준만은 조국에 대해서 한마디로 이렇게 평했다.

 

  “오연호의 조국 띄우기”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강준만이 왜 그런 평을 내렸는지, 왜 그가 최소한 이름값은 하는 사람인지 알 것 같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의 대항마로 문국현을 띄웠던 오연호가 이번에는 조국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발견해 낸 것이다. 발견해 낸 것만으로 부족해서인지 조국 띄우기에 열을 올린다. 이 책의 말미에서 오연호는 그러한 자신의 속내는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낸다.

 

  그런데 정말 이쪽엔 ‘차기’에 대한 희망을 걸어볼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일까? 혹시 여기저기에 있는데 우리가 그들을 제대로 주목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런 사람을 꼭 기존 정치권에서만 찾아야 할까? 지금은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미래 가치를 대변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의 잠재성을 주목하고, 이에 자극을 받은 그가 정치인으로 변신하든, 다른 기존 정치인을 변화시키든 새 희망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이쪽에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정치권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까지 ‘그 사람’을 찾아 나섰다. 기준은 하나였다. 진보이되 매력이 있어야 한다. 매력 있는 진보.(p 318)

 

  그 매력 있는 진보가 조국이라는 말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일까? 오연호는 아들과 통화하는 그의 모습을 굳이 기록하면서 조국이 얼마나 자상하며 가정적인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열성적으로 소개한다. 자신의 이름값만으로도 부족했다 싶었는지 공지영과의 일화를 소개하고, 다른 진보 진영 인사들과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조국에 대한 기대가 자신만의 개인적인 기대가 아님을 역설한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세일즈에 나선 결과일까? 오연호의 조국 띄우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왠만한 사람들은 오연호가 조국을 띄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만큼 조국이라는 이름도 기억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나보다. 아니다. 아마도 오연호가 문국현 띄우기에서 실패하면서 왜 실패했는지 철저하게 복기했음이 분명한 것 같다. 그저 유한킴벌리 CEO라는 이미지만으로는 험난한 진흙탕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문국현을 통해서 알게 되었을 게다. 오연호의 기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국현은 너무 쉽게 져버렸다. 문국현 띄우기의 실패를 복기하면서 조국 띄우기에는 새로운 방향에서 접근한다. 그가 단순히 이미지가 좋은 빈껍데기가 아니라 속까지 꽉찬 매력적인 진보라는 사실을 만인에게 공개한다. 이 책의 숨겨진 의도가 바로 이것이다. 사회 ․ 경제 민주화, 청년 실업 및 등록금 문제, 통일 문제, 검찰 개혁문제, 진보와 보수를 모두 포함하는 인물평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밑바닥까지 드러내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오연호는 2012년이 아닌 2017년을 보고 조국을 띄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서 그를 접한 진보 인사들이 2012년 어떤 부분이든지 조국을 영입하고 그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어나가며 조국이라는 사람이 강준만이 평하는 것보다는 더 무게감이 있고 실속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조국이 각 장에서 제기한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와 이에 대한 해법은 꽤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강준만은 강남 좌파라는 이죽거리는 비난에 대해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쿨하게 인정하는 그의 모습을 철딱서니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주어가 없다고 강변하는 주어 상실의 시대에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노무현을 무작정 따를 것이 아니라 공과를 분명하게 평가해서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서 친노 인사들과는 다른 면을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진보 진영의 소통합이라는 그의 제안이 현실로 이루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예리한 통찰력에 흥분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이 하나 있으니 권력에의 의지이다. 지금까지 그는 오연호와의 대담을 통하여 많은 대안들을 제시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훈수이다. 장기나 바둑을 조금이나마 둘 줄 아는 사람들은 대국 당사자보다 훈수하는 사람이 수읽기에 훨씬 능하다는 사실을 한다. 이기고자 하는 욕심으로부터 자유롭게 현실을 객관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직접 뛰어들지 않은 그는 어디까지나 훈수꾼이다. 이제 그에게 남은 숙제는 훈수꾼이 아니라 대국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서도 그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저런 계파와 실리를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그 속에서 나와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합리적으로 비판하고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차기는 어렵지만 차차기에는 대선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조국의 다음 행보가 기대가 된다. 그의 말마따나 진보 진영의 대선후보군이 풍성해지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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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2-01-29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감하게 동생 책을 빼앗기로"...ㅋㅋ 잘 정리된 후기 이상 눈에 콱! 박히는 부분입니다.

saint236 2012-01-30 00:14   좋아요 0 | URL
ㅎㅎㅎ 동생이 아직 안 읽었다기에 과감하게 뺏아았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야만의 시대 3권도 같이 압수했습니다. ㅎㅎ

2012-02-01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의 말로는, 오연호가 조국을 띄우려다 생각보다 안 뜨자 바로 오연호 카드를 버리고 문재인 카드를 내세웠다고.. 그래서 약간 애매한 입장을 가지고 있던 조국이 벌쭘해졌다고 그러더군요. /주어 상실의 시대..ㅎㅎㅎ

saint236 2012-02-01 11:2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렇게 볼수도 있군요. 문재인은 워낙 김어준이 띄워놓아서...만약 그렇다면 오연호가 이번에도 뻘짓을 했군요...어찌 되었던 조국이 정치에 뜻이 있다면 입각을 해서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울지 마, 팔레스타인
홍미정.서정환 지음 / 시대의창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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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기독교인이다.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해서 나를 묘한 위치에 가져다 놓는다.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자기 땅 주장, 그리고 일방적인 영토 침략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게는 이스라엘의 행위를 영토 수복으로, 그리고 대다수의 온건 기독교인들에게는 영토 분쟁으로 받아들여진다. 극소수의 기독교인들을 제외하고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해서 이스라엘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기독교인들의 일반적인 태도이다. 왜 이런 이상야릇한 태도가 형성되었는가? 원인을 구분해 보자면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이스라엘에 대한 막연한 호감이다. 기독교의 기본은 성경이다. 그중에서도 개신교는 모든 행위의 기준과 권위를 철저하게 성경에 근거한다. 그러다 보니 이스라엘과 블레셋이라는 이름이 낯설지가 않다.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약속의 민족 이스라엘과 오늘날 팔레스타인에서 깡패 짓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동일시 한다. 물론 구약 성서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최대 라이벌 블레셋에 대해서는 대단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은 오늘날 팔레스타인 민족과 동일시되어 그 적개심을 고스란히 전가시킨다. 저자는 과거의 이스라엘 민족과 오늘날 이스라엘 민족이 혈통적으로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사실이 서구에서 이미 학문적으로 연구되었고, 그 연구 결과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반론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것은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들여진 재구성된 신화는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이성적인 비판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둘째, 이스라엘을 약자로 생각하고 갖게 되는 동정심이다.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들은 다윗과 골리앗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는 상황이다.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과 이스라엘의 목동 다윗의 신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막강한 화력과 미국이라는 강대국을 등에 업은 골리앗 이스라엘과 짱돌로 탱크와 비행기와 같은 최첨단 무기에 맞서는 다윗 팔레스타인일지라도 우리는 이스라엘은 철저하게 약자요, 팔레스타인 민족은 골리앗과 같은 강자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다른 사람에 비해 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해서 조금이나마 더 알고 있는 나조차도 가끔 이 사실이 헷갈릴 때가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하나는 이스라엘이 오랜 세월 서구에서 핍박받은 민족이라는 역사적인 사실 때문이다. 2차 대전을 통하여 6백만이라는 엄청난 수의 사람이 가스실에서 학살 당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반면 "팔레스타인 민족=이슬람=폭탄테러"라는 도식이 머리에 박혀 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민족을 절대로 약자로 생각하기 않는다. 거기에다 더하여 이스라엘을 둘러싸고 있는 이집트, 시리아를 비롯하여 중동 국가들의 연합은 팔레스타인을 절대 강자로 오해하게 만든다. 이러한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이야기가 있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착실하게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번은 들었을 법한 이야기이다. 

  몇 차인지 정확하게 생각이 나지 않지만 중동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유태인들이 이스라엘로 전쟁을 치르기 위하여 자원하여 귀국을 했다. 그런데 한 노신사가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전쟁터에 나가기에는 너무나 나이가 많아 보여 옆에 있는 사람이 물었다. "지금 이스라엘은 중동 국가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너무나 위험한데 왜 그곳으로 가십니까?" 그러자 그 노신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저는 나이가 많아서 전쟁에 직접 참가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통곡의 벽을 붙잡고 나라를 위해 기도라도 하기 위해서 이스라엘로 들어갑니다." 

  나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빠지지 않았던 이야기다. 출처가 어디인지도 정확하게 모르지만 어린 마음에 그것이 사실인 줄 알았고, 이스라엘은 절대 약자이지만 이러한 나라 사람의 정신으로 수천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았지만 다시 건국했고, 중동의 틈바구니에서 나라를 잘 지키고 있구나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팔레스타인 민족이 중동 국가에서도 그다지 인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하나로 모여서 이스라엘과 전쟁을 행했던 중동 연합이라는 것도 사실은 정치적인 필요 때문이지 그들이 팔레스타인 민족을 자신들의 동포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팔레스타인 난민을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는 골치거리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영향이다. 한국 기독교만큼 미국 기독교에 종속되어 있는 곳도 드물다. 모르긴 몰라도 MB가 친미적인 이유 가운데에는 그가 내용은 어떻든 간에 형식적이나마 기독교인이라는데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신학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한국 교회 안으로 유입이 된다. 대다수의 신학교수들이 미국에서 유학하였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단지 안타까운 것은 미국 기독교 중에서도 온건주의 노선과 복음주의 노선, 진보노선을 걷고 있는 교회들이 많은데 하필이면 근본주의 기독교만이 한국에 유입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근본주의를 복음주으로 포장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태도가 그대로 한국 기독교에 이식 된다. 토라를 불태우는 행위들, 막연하게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행위들, 팔레스타인 분쟁이 아마겟돈의 전초전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기독교 내에서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전쟁 수행을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한국 기독교인들은 철저하게 이스라엘 편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 기독교인들이 이스라엘 편을 드는 것은 크게 위의 세 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 볼 것은 권한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기독교인이라면, 이스라엘에 대해서,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의무감 때문이다. 한장 한장 책을 넘길 때마다 팔레스타인 민족의 슬픔과 눈물이 곳곳에 스며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일할 권리도, 행복할 권리도 모두 잃어버리고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절대 약자 팔레스타인과 그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깡패 이스라엘의 만행이 묘하게 대비되면서 학생들에게 희망을 말하지 못하는 교사들의 슬픔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열심히 가르치면서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공부하면 머지 않은 미래에는 더 행복하게 잘 살게 될 것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희망마저 주지 못하는 교사들의 답답함은 집권자들의 횔포와 명박산성식의 소통에 물대포를 맞으면 덜덜 떨며 밤을 지새는 우리들의 울분과 묘하게 닮아 있다. 다만 우리는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참으면 된다지만 이들에게는 기약이 없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팔레스타인 문제가 조금이나마 나아질 기미가 보이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족의 자구책이 아니라는 것이 아쉽지만 다극화 되는 세계의 추세가 팔레스타인에게도 아주 조금씩이나마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견제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정치적인 결정들이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의 운신의 폭을 병아리 눈꼽만큼이나마 좁히고 있다니 다행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들을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쫄지마! 아직 희망은 있어! 쫄지마! 이길 수 있어! 팔레스타인에 희망이라는 말이 이상이 아닌 현실로 받아들여질 날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르치는 청년들을 위해서 5권의 책을 구입했다. 이 책을 올해의 마지막 읽을 책으로 선정한 것은 요근래 내가 한 선택 중에 최상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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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 2011-12-20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당신같은 분이 많으셔야 더욱더 많은 색안경이 벗겨질텐데 말이죠...

이재환 2012-04-11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삐딱한' 개신교 신자로서,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진실을 알리려고 애쓰시는 선생님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saint236 2012-04-12 00:08   좋아요 0 | URL
예수님도 삐딱하신 분이셨죠.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불의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하지만 그 열매를 누리려고 하면 안된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 한국 교회는 열매를 누리는 것에 관심이 있으니 걱정될 뿐입니다. 김용민의 개신교 비판 발언에 발끈하는 모습이 창피합니다. 그가 한 말이 틀린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MB정권 몰락과 함께 MB를 밀었던 교회가 돌팔매를 맞을 것이라는 것은 뻔한 예측이 아닐까요?
 
조국 현상을 말한다 - 개정판 - 2012 진보가 집권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김용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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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꼼수의 "목사 아들 돼지" 김용민. 간혹 정봉주 전 의원이 앞 뒤말을 바꿔서 "돼지 아들 목사"라는 엉뚱한 호칭이 튀어나오긴 기분 나쁠 법한 호칭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웃음으로 받아들인다. 지금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것을 자신의 캐릭터로 설정하고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지만 한 때는 인기 투표에서 에어컨에게도 밀렸던 사람이다. 가끔 튀어나와서 조현오 청장의 성대모사를 할 때쯤이면 "이 사람 상당히 가볍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꽤 진중하고 날카로운 시사 평론가 김용민을 만나게 된다. 현상을 분석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대안을 내놓는 그의 모습은 나꼼수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목사 아들 돼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마초 김어준과는 또 다른 설득력으로 현상을 분석하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왜 우리는 조국에 주목해야 하는가? 

  조국은 서울 대학교 법학 교수요, 훤칠한 키와 출중한 용모, 거기에다가 개념까지 탑재한 진보진영의 뉴페이스이다. 강남좌파라는 비판에 대해서 거리낌없이 "그래 나 강남좌파다. 그래서 어쩌라구?"라고 카운터 펀치를 날릴 정도로 쿨한 사람이다. 여타 엘리트들과는 달리 야구면 야구, 영화면 영화, 소설이면 소설, 음악이면 음악 고상하게 폼잡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홍보의 한 수단으로 SNS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SNS를 즐길 줄 아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감각은 그를 20대와 소통이 불가능한 꼰대로 만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조국은 아직 정치인이 아니지만 정치인으로 변신했을 때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 쪽에서도, 진보 쪽에서도 조국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왜 굳이 조국이 아니어도 되는가? 

  조국 현상을 말한다는 제목과는 모순되게 김용민의 분석은 굳이 조국이 아니어도 된다. 조국이라는 이름 대신에, 김두관, 안희정, 이광재, 문재인, 송영길 등을 넣어도 디테일이 약간 바뀔 뿐이지 큰 틀을 바뀌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 조국 현상에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조국이 아니라 현상이라는 뜻이다. 

  여러가지 경쟁력을 가졌지만 얼마전까지 그는 듣보잡이었다. 그런 그를 조국현상이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이끌어 낸 사람은 오마이 뉴스의 오연호이다. 솔직하게 나도 조국이라는 이름을 오연호와 조국이 쓴 "진보집권 플랜"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순서상 진보집권플랜을 먼저 읽어야 하지만 어쩌다 보니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조만간 읽을 예정이다.) 문국현 띄우기에 실패했던 오연호가 찾아낸 대안이 조국이라는 것이 이 바닥의 중론이다. 오연호가 없었다면 정치인 문국현도, 정치인이 될지도 모를 조국도 없다. 약간 곁길로 빠지지만 만약 조국이 정치인이 될 생각이 있다면 문국현의 길을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마 그런 이유로 김용인이 조국 컨설트라는 장에서 문국현과는 다른 길을 제시했는지도 모른다.

  왜 조국 현상이 발생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조국 현상은 철저하게 가카의 은총이다. 문국현도, 조국도, 이정희도, 진보의 뉴페이스들도 모두 가카를 통하여 세상에 출현하였다. 논란이 많지만 일단 유시민을 진보로 분류한다면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같은 진보의 얼굴 마담들은 뉴페이스라고 하긴 다소 무리가 있다. 전자와 후자를 가르는 기준은 바로 가카이다. 가카와 얽히면서 이름을 알린 사람들은 진보의 뉴 페이스요, 그 전에 노무현과 삼성과 관련해서 이름을 알린 사람들은 올드 페이스라고 하겠다.  

  조국 현상이란 한나라당에 인재가 몰리던, 혹은 양쪽에서 같이 나누어 먹던 과거의 모습과는 달리 진보진영에 인재가 몰리는 현상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비단 정치인이 아니어도 반한나라당 전선에 모인 면면들이 거의 별들의 전쟁이 아니던가? 이외수, 공지영, 김제동, 김여진, 박원순, 문성근 등등 사람들의 입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왠만한 뉴 페이스들은 거의 대부분 진보진영으로 모여들고 있는데 조국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내가 조국이라는 이름보다 현상이라는 이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국이라는 이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본질적인 부분을 놓치는 우를 범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조국 현상은 절대적으로 가카의 은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절대적으로 가카의 은총이다. 가카의 임기 4년을 겪으면서 국민들이 느끼게된 정치적인 피로감을 뉴 페이스를 통한 신선함으로, 절망적인 현실을 미래의 희망으로 치환시키려는 노력이 진보진영에 그 어느때보다 풍성한 인재풀과 지지를 가져다 주었다. 

  왜 2012년 진보가 집권할 수밖에 없는가? 

  김용민은 2012년은 절대로 진보가 집권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가카의 뒤치닥거리는 하다보면 임기가 다 지나가는 2012년 대선은 독이든 성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초판이 나왔을 때가 2011년 6월 30일이다. 책을 집필하기 위하여 상황을 분석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책은 2011년 전반기까지의 내용을 가지고 2012년 진보가 집권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때까지의 상황으로 본다면 그의 분석은 옳다. 비겁하다고 비난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의 분석이 철저하게 현실적이라고 본다. 5년간 뒤치닥거리하면서 한나라당이 얼마나 발목을 잡겠는가? 

  그렇지만 불과 몇 달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가카의 속도는 정말이지 독보적이다.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광고 카피처럼 국민들에게 따라올테면 따라오라며 발걸음을 재촉하신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 4대강 사업, 한미 FTA 체결 등 정책 결정의 속도는 거의 광속이요, 이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 속에 느끼는 피로감의 정도도 배수가 아니라 제곱으로 늘어만 간다. 가카의 위엄은 땅바닥을 뚫고 지하로 파고들어간지 이미 오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위엄을 어떻게든 끌어올려 보려고 사정기관들을 꽉 틀어 쥐고 계시다. 원래 이런 일들은 아무도 모르게 진행해야 하는데 통큰 가카는 모든 것들을 사람들이 한번만 생각하면 다 알게 행하신다. 

  가카를 통하여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들은 반한나라당 이라면 표를 몰아줄 것이다. 만약 반가카를 표방한다면 더 많은 이들이 표를 몰아줄 것이다. 야권은 분명히 반한나라당, 반가카를 표방할 것이고 이것은 야권의 집권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이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면 이젠 가카에 대한 피로감이 가카 여집합에게 손을 들어 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012년 대선은 독이 든 성배라고 할지라도 마실 수밖에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진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진보에게 가장 큰 적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이다. 무슨 당연한 말이냐고? 위에서 반한나라당의 정서를 잠재울 수 있는 카드가 아직 한나라당에 있기 때문이다. 반가카를 표방할 수 있는 박근혜 카드가 아직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저리 기세 등등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가 해야할 가장 큰 숙제는 각개전투가 아니라 연합이어야 한다. 지금 진보신당, 국참당, 민노당이 연합 진보 정당을 구성하려는 이유도, 민주당이 진보 3당과 연대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연대라는 것이 참 어렵다. 각자의 속내가 다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미묘하지만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기구이기 때문에 권력 분배라는 면에서 적절한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연대라는 것도 종이처럼 쉽게 찢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를 하려면 그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며,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각 정당에서 양보할 각오까지 해야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정희 민노당 대표의 양보는 큰 본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서울시장 선거의 승리를 자기들의 승리로 착각하면 그들은 복당의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책을 가지고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새로운 인물들을 찾는 것은 좋지만 새로운 인물 찾기에만 몰입한다면, 즉 묘수에만 열중한다면 진보의 집권이란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 기억해야 할 것은 만가카 정서는 한나라당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철저하게 정책으로, 그것도 말로만 하는 공약이 아니다 현실 가능한 정책으로 국민들 앞에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에 관한 정책에서도 한나라당과의 차별을 보여주어야 한다. 복지는 시혜라고 생각하는 과거의 모습을 되풀이 한다면 진보의 집권은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정권 교체를 단기적으로 끝낼 생각이 아니라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인재풀들을 잘 관리하고 어떻게 차기 대선 주자로 올릴 것인가, 그리고 이 기회에 어떻게 정책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같이 가져가야 한다.  

  김용민 교수는 2012년 진보의 집권을 반대한다. 먼저 총선을 통하여 진보의 뜻이 정책에 반영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야권이 조금만 노력한다면 분명 총선에는 꽤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과 진보 3당의 연합이 물건너 간다고 할지라도 진보 3당은 지금보다는 꽤 많은 지지율을 올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처럼 민주당이 "늬들 내 밑으로 헤쳐 모여"라고 연대를 강요한다면 총선을 통하여 한나라당과 동시에 폭파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요즘 보면 그러한 면면들이 눈에 보인다. 밥그릇을 놓지 못하는 것은 영남도 문제이지만 호남도 문제이다. 이런 호재에 진보 3당은 자신들의 정책을 소신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문제는 대선이다. 총선과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치뤄지는 대선에서 국민들이 다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야권이 거대해진 상황 때문에 한나라당에 표를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은 대안이 부재하기 때문에 차선을 택하는 것일뿐 대안을 제시한다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그 대안이 무엇이겠는가? 오연호는 조국, 김어준은 문재인, 민주당에서는 손학규와 정동영을. 국참담은 유시민을 밀고 있는데 모를 일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문재인이 가장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차차기 대선으로 넘어간다면 2017년 대선이라면 너무나 먼 훗날의 이야기인지라, 김용민 교수의 분석이 맞다 틀리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타 

  26p 강부자(강자+부자) => "강남+땅부자" 

  35p 밑에서 3번째 줄 개갰다는 이유로 => 개겼다는 이유로 

  64p 위에서 7번째 줄 그기서 토론하고 => 거기서 토론하고 

  180p 위에서 9번째 줄 아버지부터 들이박은 => 아버지부터 들이받은 

  189p 위에서 7번째 줄, 8번째 줄 들이박은 => 들이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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