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세미콜론이 주관하는 <배트맨 데이 2015 기념 특별 연속 강연> 2강에 다녀왔다.

솔직히 배트맨은 어리고 젊었을 때나 좋아하는 거지 이 나이 먹고도 좋아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더구나 허리우드 영화가 시큰둥한 나로선 이것은 더더욱 새삼스럽다. 제사 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다고 어제 그곳에 간 이유는 배트맨 보다 강연자로 나선 김봉석 작가가 궁금해서다. 

지난 여름 그의 책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를 인상 깊게 본지라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마음만 먹으면 좀 더 일찍 그를 보러 어디든 쫓아 다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그는 나의 사정거리에서 너무 먼곳에 있었고,  어제는 적재적소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모처럼 한때 배트맨을 좋아했던 추억도 떠올릴만 했고.

그런데 확실히 김봉석 작가는 이 분야에선 타의추종을 불허할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배트맨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허리우드 영웅 신화의 역사를 알지 않으면 안되고 하드보일드 문학도 알아야 한다. 그것에 거침이 없다. 

그는 딱 보기엔 다소 뭔가 어눌하고 허술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과연 전문가 다웠다. 특히 그의 나이가 내 또래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씨네 21 기자였던 경력에 지금도 같은 동종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그래서 문화 전반에 관한 지식이 해박하다. 그가 그렇게 해박한 지식을 갖게된 것은 지식을 쌓아서 무슨 입신양명을 꽤하기 위함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의 책을 보면 사춘기 무렵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여러 가지 부조리와 불온한(?) 생각들 때문에 과도하리만큼 책과 영화에 탐닉하면서 그것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그는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런 그와 나를 비교해선 안 되겠지만 반성은 된다. 그 사람은 여전히 문화라 일컫는 모든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나는 가면 갈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있다.

배트맨과 수퍼맨은 알겠는데 코믹 마블이니 어벤져스는 도무지 알지도 못하며 관심이 없다. 

배트맨도 나는 어떻게 알고 있던가? 그냥 멋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팀 버튼이 만들고 마이클 키튼과 미셀 파이퍼가 나왔던 <배트맨 2>를 가장 좋아하는데, 나는 그저 영화 전반의 음울한 분위기와 마이클 키튼의 남성미, 반미치광이처럼 뇌까리는 듯한 악령든 미셀 파이퍼의 연기가 좋았다.

하지만 어제 그의 강연을 들으면서 역시 <배트맨>에 대해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제 김봉석은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슈퍼맨은 좋은 일을 하는, 즉 보이스카웃과 동의어지만, 배트맨은 훨씬 더 복잡하다고 했다. 그는 사적인 복수를 하지 않는다. 즉 살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슈퍼파워면서 탐정이고, 의심이 많다는 것. 나는 배트맨이 영웅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것이 단순히 악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즉 남을 헤코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영웅이 되겠는가? 그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 즉 어렸을 때 부모가 악당인지 불의의 사고로 죽지 않는가? 난 그게 나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 하다고 생각했다. 고독한 영웅이 될만한 것이다.

또한 배트맨의 출연 배경은 50년대와 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시대가 미국이 겉으로는 태평성대를 이루지만 안으로는 모든 모순이 시작되면서 60년 대 터진 싯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시대에 배트맨이 나왔다. 확실히 배트맨을 다시 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슈퍼히어로는 가면을 쓴다. 그것은 20세기 현대인들이 원하는 것. 그 시대 사육제 문화가 있었던 것도 가면을 통해 일탈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는 것. 바로 그 점을 놓치지 않고 배트맨 시리즈는 그토록이나 맨 얼굴을 드러내놓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나 보다. 하지만 어느 영화에선 정말 사육제 장면이 나오면서 모든 사람은 가면을 쓰는데 배트맨과 상대 배역은 유일하게 그곳에선 가면을 쓰지 않고 나오고 있다. 그게 배트맨 2였을까? 기억이 없다. 어제 김봉석씨가 뭐라고 얘기했는데 워낙에 조두라 기억할 리 없고.

 그는 배트맨 이후 우리의 수퍼히어로는 그 모습을 여러 모양으로 달리하다가 비로소 <와치맨>에서 달라졌다고 한다. 그것은 동시에 만화가 달라졌고, <마우스>에서 만화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한다. 또한 미국 같은 나라는 만화뿐 아니라 5, 6년 전부터 게임도 예술로 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오락으로 보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또한 아이언맨이 없으면 마블도 없다고 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대략적으로 집어주니 내가 영화를 얼마나 띄엄띄엄 보고 있었는지 알 것도 같다.

어느새 우리의 배트맨이 그 탄생 역사가 75년이 넘었다고 한다. 기히 엄청나다란 생각이 든다. 지금도 배트맨 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허리우드를 욕하고 냉담하다가도 찍소리할 수 없는 건 바로 이런 것이다. 계속 만들어지고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 우리나라에 이만한 캐릭터가 과연 있을까? 어린이들의 대통령이라는 뽀로로가 과연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워낙 귀치니스트라 한동안 밤외출을 삼가했던 내가 신사역을 너무 우습게 봤는가 보다 빤히 알만한 길도 어둠이 내리고 나니 어디가 어딘지 몰라 헤멨다. 낮선 곳을 헤메는 거야 의당 있을 수 있다고 해도 거기서 집으로 돌아가는 방향을 잡는데 헤멜 건 또 뭐란 말인가? 두더지처럼 신사역 안을 헤멨고 결국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다리는 나무토막이 되어 있었다. 

오는 길에 배트맨을 알려면 그의 상대역인 조커를 알아야하지 않을까? 배트면 2에서 나왔던 대니드 비토도 좋긴 하지만 히스레저도 강렬하긴 하다. 배트맨이야 워낙 영웅이어야 하니까 멋있는 거야 당연한 거고 배트맨에 나왔던 조커들은 나름 인상적이면서도 철학적이기도 했다고 본다. 언제고 날잡아 배트맨을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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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3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만화를 좋아했는데 유독 <배트맨>은 잘 보지 않았어요. TV에서 몇 차례 방영한 걸 본 적은 있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stella.K 2015-11-01 13:20   좋아요 0 | URL
그런가? 난 배트맨은 좋아했던 것 같아.
어쨌든 악당을 물리치고 힘센 영웅이잖아.
아, 그러기로는 슈퍼맨이 한 수 위던가...?
암튼 그 음울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지.^^

yamoo 2015-11-0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봉석 작가를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대 초반에 알았습니다. 그가 공저로 낸 애니메이션 관련 저작을 통해서였지요. 근데, 그가 씨네21 기자를 했었군요!

배트맨...만화 원작인데, 영화는 꽤 심도 있습니다. 배트맨을 소재로한 영화 분석서도 많이 있습니다.매트릭스만큼 우려먹는 영화에요..ㅋㅋ

뭐, 영화는 취향따라 가는 거라...내갠 별루 일 수 있지요. 전 배트맨 보다는 스타워즈 쪽 입니다..ㅎㅎ 스타워즈와 터미네이터~ㅎ

stella.K 2015-11-01 13:27   좋아요 0 | URL
아, 꽤 오래 전에 알려진 사람이로군요.
근데 왜 저는 이제사 알았을까요? 글을 보면 좀 오타구 같다는
느낌이 있고, 얼굴 이미지는 어찌보면 마태우스님을 연상도
하더군요. 꼭 같다는 건 아니고 그냥 꽈가...ㅋㅋ

스타워즈도 좋죠. 근데 전 스타트랙도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예전에 tv 시리즈 방영하고, AFKN에서도 하고 그럴 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