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오전과 저녁 때. 항상 그런 건 아니고, 어떤 땐 오전에만 읽거나 저녁에만 읽게 될 때도 있다. 오전에 책을 읽게될 경우는 책상에서 읽게되고, 저녁에 읽을 경우는 눕거나 바닥에 앉아서 읽게 된다. 그건 날씨가 추워지면 그렇게 되고, 날씨가 더워질수록 책상에서 읽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당연히 종이책으로 읽는다. 전자책은 시도는 안 해 봤지만 최근 눈이 많이 안 좋아졌다. 눈이 쉬 피로할 것 같아 꿈도 꾸지 않는다. 주변의 반응도 신통치 않고. 책은 역시 종이책이다.
최근 독서대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확실히 좋은 것 같다. 진작 쓰지 못한 게 후회될 정도다. 메모는 잘 안하는 편이고, 주로 줄을 긋고 중요한 페이지는 접기도 한다. 줄 긋기는 몇년 전부터 연필이나 샤프를 이용하고 있다. 가끔 책을 정리해 어딘가 보내는 일을 하고 있는데, 줄 거진 책 다른 사람이 읽으면 좀 덜 부담 가라고 그렇게 하고 있다.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장 접기 안 하려고 얼마 전부터 포스트 잇 플래그를 샀다. 하지만 두고도 잘 안 쓰게 되더라. 역시 습관이 무서운 것 같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참고로 난 침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질문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냐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만일 그렇게 묻는 것이라면 난 현재, <단테의 지옥 여행기>와 <카뮈로부터 온 편지>를 조금씩 읽고 있다.
<단테의 지옥여행기>는 사실 모처에서 이벤트 책으로 받은 책인데, 그 어렵다는 단테의 신곡을 소설로 썼다고 해서 읽어 보고 싶었다. 난 고전 알레르기가 있어 이렇게 누가 다른 버전으로 썼다고 하면 일단 관심이 간다. 근데 막상 읽어 보니 꽤 괜찮다는 느낌이다. 왜 그동안 신곡을 무조건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걸까, 나중에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카뮈로부터 온 편지>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얼마 전, 카뮈의 '이방인'의 번역을 두고 인터넷상에서 설전이 벌어졌었다. 그 일의 연장선장에 있는 책이라 구입해 읽고 있다. 그 논쟁은 나름 일단락 됐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난 일단 작가의 이런 자세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고집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뭔가 꼭 해야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도 읽혀져 읽어보고 있는 중이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나는 서재를 가지고 있지 않아 특별한 배열 방식 같은 건 없다. 조금의 빈 공간만 있어도 어디든 쑤셔넣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도 정말로 좋다고 생각하는 책은 가까이 두고 싶어 책상에 세워두고 눕혀두고 난리낫다.
책은 간소하게 줄여려고 한다. 물론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요즘은 한 번 읽고 다시 안 읽을 책은 기증하거나 중고서점에 팔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필가 피천득 선생이 평생 백 권인가 이 백권 정도의 책만 가지고 사셨다는 데 새겨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빨간 머리 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르 클레지오의 소설<혁명> 사인본. 그가 잠시 우리나라에 교환 교수로 와 있을 때 작가와의 만남에 간 적이 있다. 그런 데 가면 갈 때는 그냥 강연만 듣고 와야지 하다가도 막상 가면 꼭 그 작가의 책을 사는 나를 발견한다. 그날도 애초에 그의 소설을 살 생각이 없었는데 너무 멋있어서 안 살 수가 없었다. 가까이서 그의 멋진 모습을 눈에 담으려고 사인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랑할만 하지 않는가?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글쎄... 별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헤밍웨이...? 헤밍웨이는 모든 사람의 우상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여성 독자들에겐 너무 멋있지 않나? 수염 난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의 수염은 웬지 멋있다는 느낌이다. 그와 꼭 하루 애인으로 지내 보고 싶다.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 형제들>, 강원용 목사의 <역사의 언덕에서>.
토마스 만을 읽는다는 건 확실히 마의 산인 것 같다. 무려 7권이고 난 그중 4권까지 읽었다. 완독을 해야하는 데 못하고 있다. 읽으면 좋긴 한데 왜 못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책이야 말로 꿀노잼이다.
강원용 목사의 책도 절판된 걸 중고로 어렵지 않게 전권을 다 구입했다. 그런데 2권까지만 읽고 손도 못되고 있다. 하긴 뭐 그런 책이 그것 뿐인가? 너무 많아 일일이 헤아리기가 어려울 지경이다.ㅠ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내 심장을 쏴라>. 두껍기도 하고, 읽으면서 우울했다. 미국 특유의 퇴폐적인 느낌도 좀 안 맞았고. 나름 대단한 책이라는 건 알겠는데...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성경, 요셉과 그 형제들, 로마제국 쇠망사.
새삼 설명이 필요 있을까? 성경은 단행본이지만, 뒤의 두 권은 세트다. 무인도 가면 할 일도 없고,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데 그런 두꺼운 책 한 번은 떼고 나와야 하지 않을까?
특별히 로마제국 쇠망사는, 오래 전에 로마사를 공부해 보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이런 황금 같은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읽어 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