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 시간 - 프루스트의 서재, 그 일년의 기록을 통해 되찾은 시간
박성민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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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좀 가볍게 시작해 보고자 집어든 책이었다.

예상하시는 대로 뭐 그닥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았지만,

남편을 베고 누워 이 책을 읽던 나는 갑자기 속수무책으로 밀려오는 눈물을 참으려고 '흡~!'하고는 숨도 같이 참다가는,

얼마 참지 못하고 이내 '꺼이 꺼이~'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나의 베개가 된 채로 남편은 '생활의 달인'이라는 텔레비전 프로를 시청 중이었는데 연말 대상을 뽑고 있었다.

 

맨손으로 구두를 닦는, 인쇄소에서 달력을 만드는, 이삿짐을 나르는 달인 따위가 나오는데도 남편은 무덤덤하게 보고 있었는데,

평범해보이는 책을 읽던 내가, 그것도 책을 집어들어 시작하자마자 대성통곡을 하니,

남편은 놀란 토끼눈이 되어서 벌떡 일어난다.

내가 선견지명이 있어 쇼파 위에 누웠으니 망정이지,

마룻마닥에서 그리 되었다면 뒷머리가 깨지던지, 혹이라도 났을 상황이다~--;

"너어무 감동적이어서...으허억~ㅠ.ㅠ"

내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빼앗아 들춰보던 남편은,

"뭐 하나 울만한 내용이 없구만~(,.)"

하고는, 나를 향하여 '그럼 그렇지' 하며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해보인다.

 

책을 펼치자마자 눈물을 흘린게 좀 민망하긴 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슬프거나 아픈 내용을 만났을때만 눈물을 흘린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힘주어 얘기하겠다.

다른 사람이 봤을때는 별것 아닌 내용이어도,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수도 있는 것이고,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 맹숭거리는 무덤덤한 영혼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내가 감동의 눈물을 흘린 까닭을 굳이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이천십오년 일월 이일'날의 일기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날의 일기 제목은 '생존 일기'인데,

첫날의 느낌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갔다.

'간판을 달지 않아서 사람들이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다.(12쪽)' 라는 말이 눈에, 그리고 마음에 콕 들어와 박혔었는데,

15쪽의 사진에 간판이 보였다.

다음장으로 책장을 넘기자마자 이런 일기가 나오는데,

무심코 책장을 넘겨 아래 일기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그리되었던 것이다.

내용을 옮겨보자면 아래와 같은데, '양철나무꾼'이라는 단어 때문은 결코 아니다, ㅋ~.

 

이천십오년 일월 칠일

간판

 

간판을 달았다. 양철나무꾼이 심장을 단 기분이랄까. 아

버지가 만들어주신 간판이라 더 마음에 든다. 내가 코흘

리개일 때부터 간판 일을 해오셨던 아버지가 훗날 제 자

식의 간판을 달 줄 알았을까. 지금은 현역에서 물러나셨

지만 대충 만든 것 같아도 달고 보면 멋지다. 장인의 손

길은 쉽게 녹슬지 않는다.ㆍㆍㆍㆍㆍㆍ(이하 생략)

 

적절한 설명이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

난 저 짧은 문장들로미루어, 그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읽을 수 있었고,

저런 사람이라면 책도, 고객도 어떻게 대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이자 '프루스트의 서재' 주인장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군대 제대 후 헌책방에서 온라인화 작업을 하고,

대형 서점에 취직도 하지만,

정작 자신이 책을 읽을 수 없게 되자,

자신이 쭈욱 살아온 동네에 작은 책방을 냈다.

 

책 날개 안쪽 지은이 소개에 '때로는 아껴 읽은 책이 팔릴까 살짝 눕혀놓기도 한다.'는데, 귀엽다.

 

서점을 낸지 25일 후의 일기 제목은 '제자리'이다.

난 '은교'를 책으로 읽다가 던져버린 이력이 있는지라, 영화로는 보지 않았다.

이천십오년 일월 이십칠일의 일기에 보면,

'은교'라는 영화를 보면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물건은 그것의 고유한 자리이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는 장면이 있단다.

이 글을 보니 읽던지 보고 싶어진다.

 

엄밀하게 따지면,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류의 책은 아니었다.

타인의 독서 일기를 즐겨읽고,

거기에 소개된 책들로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즐기는지라,

작은 동네 책방 사장님의 독서일기인줄 알았다.

작은 동네 책방 사장님의 일기는 맞는데, 독서일기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독서일기보다는 훨씬 힘이 세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라니까 말이다.

 

이 책의 초반부를 읽을 즈음만 해도, 나도 이런 작은 책방을 해볼까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 책을 다 읽은 후 욕심을 접었다.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원하는 대로 의욕적으로 활동해 나갈 수 있게끔 건강하시라.

그럼 번성은 더딜지 몰라도 당연한 수순일게다.

 

책방 사장님이라고 하여, 전문 작가가 아니라고 하여,가볍게 생각할 건 아니다.

글이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간결할 뿐더러,

특유한 문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알라딘 서재, 이 동네에 그런 문체를 구사하시는 매일 단문의 일기를 쓰시는 누군가를 닮았다.

누가 누구를 닮은 건지는 내겐 중요치 않은 일,

당신들의 상상과 판단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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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7-01-02 18:50   좋아요 1 | URL
언니 이름만으로도 넘 반가워요

양철나무꾼 2017-01-03 18:56   좋아요 2 | URL
저도 님 이름만으로도 방가와요~^^
잘 지내시죠?
새해 인사가 늦었네요, 꾸벅~(__)
요즘은 좀 게을러져서 말예요,
제 서재에 들리시는 분들 위주로 답방을 다니다보니, 비껴가게 되네요~--;
남매 많이 컸겠네요~^^

하늘바람 2017-01-02 18:50   좋아요 1 | URL
새해엔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셔요

프레이야 2017-01-02 19:17   좋아요 1 | URL
간판 아주 멋집니다. 책도 소개 페이퍼도요. 담아가요. 나에게 안부를 묻는 일을 한동안 소홀히 한 것 같아요. 새해 벌써 둘째날이 저물어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7-01-03 19:01   좋아요 1 | URL
살아가면서 한숨 쉬어 갈 수 있는 것도, 내 자신의 안부를 묻는 것도...꼭 필요한 일인데,
저는 저 나이때는 생각 못했던 것 같아요.
저렇게 착실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부자되는 일은 당연한 일인데,
밥벌이의 지난함을 자꾸 얘기하게 하는게 안타까웠어요.

님은 새해 일기 쓰셨나요?
자신의 안부를 묻는...

저 실은 님의 글이 고파요~(속닥~``)

푸른희망 2017-01-02 19:57   좋아요 1 | URL
일기란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일
참 좋은 말이네요
올해는 부지런히 기록을 남겨야지 하는데 벌써 둘째날이 지나고 있네요~~

양철나무꾼 2017-01-04 09:56   좋아요 1 | URL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다는 것
그게 글이 됐든 그림이 됐든 음악이 됐든 어떤 형태를 띠더라도,
좀 번거롭긴 한데, 효과는 참 큰것 같아요.

작심3일의 마법이 풀리는 1월4일입니다, ㅋ~.

cyrus 2017-01-02 20:10   좋아요 3 | URL
아무래도 일기는 꾸준히 쓰지 못할 것 같지만, 알라딘이 망할 때까지 책과 관련된 독서일기는 계속 쓸 수 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7-01-04 09:59   좋아요 1 | URL
네, 님의 꾸준함은 제가 책임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님과 저는 2010년에 알라딘 서재를 시작했죠?
알라딘 서재 동창생입니다, 2010학번, ㅋㅋㅋ~.
이곳 서재에 님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해피북 2017-01-02 21:17   좋아요 2 | URL
‘일기를 쓴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것‘이란 표현이 좋아서 몇번씩 읽었어요. 남편분을 베개삼아 꺼이꺼이 우셨던 일, 잠깐이나마 책방의 주인을 꿈꾸셨다가 살짝 포기하신 일화등.. 양철나무꾼님의 글은 설명 할길없이 다 공감가고 글자마다 다 느껴지는 그런 글들이 많아서 자주 들여다보고 싶어집니다. 으흐흐~ 진심도 너무 드러내면 느글느글 느끼해지는데... 오늘 너무 느끼한 댓글을 달았어요 ㅋㅋ 그래도 참아주실꺼죠?(아! 그리고 저는 심지어 나루토 보고도 눈물을 뚝뚝 흘려서 신랑한테 혼이난기도 한답니다. 혼난다기보다는 ‘그러면 그렇지~‘ 그 표정으로다가요^~^)

양철나무꾼 2017-01-04 10:12   좋아요 1 | URL
어렸을때 장래희망이 되게 여러개였는데, 그 중 책방주인이 꼭 들어갔습니다.
좀더 커선 북카페 같은 거.
로망이긴 하지만, 그 꿈을 자주 포기하는건 제가 세파에 물들고 찌들었다는 얘기기도 하죠.
이리저리 재고 가늠해보고 하는거죠~^^

저 니글니글 좋아요, 제이슨 데룰로 같은 거, ㅋ~.
마이 사랑합니다~♥

blanca 2017-01-02 21:44   좋아요 2 | URL
저도 이 책 참 담백하니 좋았어요. 밥벌이와 희망과 소망을 나란히 한데 녹이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고독한 것인지가 와닿았던 책이고요. 집에서 아주 멀지는 않은 것 같아 딸과 함께 가보려고 마음만 계속 먹고 있는 중이랍니다.


양철나무꾼 2017-01-04 10:15   좋아요 1 | URL
우와~^^
저는 장황하게 설명한걸,
‘희망과 소망을 나란히 한데 녹이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고독한 것인지가 와닿았던 책이고요.‘라고,
책처럼 담백하게 한 마디로 끝내주시는 님 좀 멋지십니다~^^

저는 야나 님의 ‘야나문‘도 아직입니다.
프루스트의 서재도 마이 궁금하지만, 야나문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ㅠ.ㅠ

AgalmA 2017-01-03 19:21   좋아요 2 | URL
20대 초반에 친구 두 명이랑 셋이서 방 한 칸짜리 옥탑에서 살 때 나만의 공간이 없어서 그게 제일 스트레스였죠. 폐쇄공포증도 있고 답답한 걸 못 참는 성격이어도 사정이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있나요. 주말에 옥상에 간이 탁자 내다놓고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보는 게 낙이었죠.
지금은 내 책, 내 컴퓨터 책상, 내 물건으로 가득한 집에 살지만 물건들이 점거했다는 기분^^; 특별한 나만의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늘 들어요. 2017년엔 고심 좀 해봐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7-01-04 10:40   좋아요 1 | URL
저는 신혼 초기부터 남편이 사업을 세번 말아잡수셔서, ㅋ~.
반지하랑 옥탑방은 아니어도 단칸방에서도 살아보고 월세에서도 살아봤습니다.
단칸방은 말은 좋아서 원룸이었지만, 문만 열면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열린 구조였죠.
결혼하면서 해간 살림살이가 들어가지않아서 이삿짐센터에 보관하기도 해봤어요.
이제는 돌아보고 추억이라고 웃을 수 있는 걸 감사합니다.
저도 이제는 물건들이 가득 들어찬 집에서 살지만,
버리고 비우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어 집니다~^^
 

난 그림책이 좋다.

좋아도 아주 좋은데,

난 아이를 임신했을때도 그림책과 만화책으로 태교를 했고, ㅋ~.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된 지금도 그림책을 보는걸 즐긴다.

너무 자주 많이 들여서 창피하다 싶으면 한번씩 모아서 조카에게 보내주곤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그림책을 읽으면서 자란 어린이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그림책처럼 어여쁘고 고운것 같다.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이상희 외 지음 / 이봄 /

 2016년 12월

 

이렇게 제목도 책표지도 이쁜 책이 '읽는약봉지'에 담겨온단다.

읽는 약봉지라는 아이디어도 그렇고, 

네 명의 그림책 전문가가 권하는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된 당신께 드리는 그림책 마흔네 권'의 그림책이라는데,

완전 멋지다.

 

예전에 나는 김경욱의 '위험한 독서'에 나오는 '독서 치료사'를 꿈꾼 적이 있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알면 그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다고 믿는 그 독서치료사가 완전 멋있게 여겨졌다.

그 책에서,

읽기의 의미는 단순히 ‘읽다’라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책을 읽는 것’은 인간 내면 존재를 비춰보는 일인 동시에 욕망의 심연과 마주하는 매개로서 작용한다.

라고 하고 있는데, 그럴듯 하다.

 

 

 

 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한때 나는 책을 읽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기만 하는 것으로도 그럴듯한 인간으로 '뿅~!'하고 바뀌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책을 읽기만해선 안되고,

책을 읽어서 마음을 움직이고, 영혼을 흔들고, (영혼씩이나?ㅋ~.)

그렇게 받은 자극이 삶으로 연결되어야 바뀌는 것이란다.

이건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책을 읽지 않아도,

마음을 움직이거나 영혼을 흔드는 자극이 있다면 삶은 바뀌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는거 말고는 다른 방법을 모르는 난,

오늘도 책을 읽는다.

오늘 1일1그림은 그러니까 ,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알면 그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다'의 아류쯤이라고 해야할까,

'무엇을 보는지를 알면 그 사람의 내면을 알수 있다.'이다.

'그 사람이 먹는 것이 그 사람이다'를 넘어서,

그 사람이 읽는 것, 그 사람이 쓰는 방식, 그 사람이 그리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을 더 근접하게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나를 이렇게 드러내 놓고 무장해제를 하니,

그대여, 부디 내게로 와서 나를 해석해 달라.

(방점은 '해석해 달라'가 아닌 '나를'에 찍혀야 한다. 공감과 소통을 갈구하는 유약한 영혼~ㅠ.ㅠ)

 

 

아참참~, 한참 전에 받은 서니데이 님표 가방을 자랑 안했다.

나이가 들면서 웬만한 무거운 가방은 잘 들지 않게 됐다.

방수천으로 된 어깨에 매는 백팩 형태를 선호하는지라,

서니데이님표 가방을, 그동안 잊고 지냈는데,

나의 귀요미 조카에게 줄 산타선물로 구입했다.

서니데이 님은 샌스있게 조카의 취향을 저격해 이쁜 인형 고리까지 보내줬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카는 가방에 완전 필이 꽂혀 안고 매고 난리다, ㅋ~.

 

우리 같은 사람들, 핸드메이드 가방 하나 만드는 것쯤은 누워서 떡먹기여야 하는데,

만드는 건 좀 쉽지만, 시간이 없어서 만들질 못 할뿐이다.

(이랗게 허풍을 떨어도 정거(증거)를 대랄 사람이 없으니 상관없으니,)

꼭 그런 사람들만 서니데이 님의 도움을 약간만 받기로 하자, ㅋ~.

 (귀요미 조카의 착용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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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2-29 17:26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오늘도 연의 그림 감사합니다^^: 그렇지않아도 요즘 군것질을 많이 해서 포동해졌는데, 다소 야위게 그려주셨네요^^: ㅋ

양철나무꾼 2016-12-29 17:35   좋아요 1 | URL
겨울 호랑이 님 댓글은 님 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으십니다, 중독되겠어요~^^
뭐랄까 썰렁 개그를 구사한다고 할까나,
그런데 그게 춥지 않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서 일거예요~^^

2016-12-29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9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12-29 17:32   좋아요 0 | URL
오늘 1일 그림은 겨울호랑이님 댁 연의같은데, 맞나요. (실은 머리 장식 보고 찍었다는... 게 맞겠네요.^^;)
우리집 가방과 잘 어울리는 빨강색(아니면 핑크) 패딩을 입은 조카네요.
아이고, 이렇게 아이일 줄 알았으면 조금 끈을 짧게 해서 보낼 걸 그랬네요.
그래도 선물 받은 사람이 좋아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가죽(또는 비슷한) 가방을 썼지만, 지금은 무거운 느낌이 들어서 잘 쓰지 않고 가벼운 소재로 된 가방을 씁니다. 다른 분들도 말씀 들어보면 비슷한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님도 어서 빨리 패브릭 가방쪽으로 오시면 좋겠는데요.^^

고맙습니다.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6-12-29 17:49   좋아요 1 | URL
연의 어린이가 모델이지만,
겨울호랑이 님 말씀 처럼 좀 홀쭉해서 연의 어린이라고 하기엔 쫌 민망하지만...
상상화라고 우겨볼랍니다~^^

그리고 저 가방은 솜씨가 님만은 못 하지만,
좀 되는 제가 줄여주었습니다~^^
좀 크면 내어 쓸려고 안으로 집어넣었습니다.
섬세하게 살펴주시고 감사드립니다~^^

저는 패브릭 가방은 뭐랄까, 좀 나중에요~^^

2016-12-29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29 17:52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보러가야겠어요.

저도 요즘 뭐랄까,
자꾸 시름 시름 아프기도 하고,
눈도 자꾸 침침해져서 책도 덜 읽고 알라딘 서재랑 북플도 덜 하게 되네요.
좋으셨다니 저도 좋네요~^^

2016-12-29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9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9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9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9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1-01 00:24   좋아요 0 | URL
독서치료사 일을 실제로 하시는 분이 있더군요. 책방 하시면서 1대 1로 만나 상담하고 책을 골라 권해주는. 신기하면서도 재밌는 경험이겠다 싶었습니다. 자기 또래의 백혈병 환자와의 상담 치료는 소설 같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자신이 더 감동을 받았다고...

양철나무꾼 2016-12-31 21:57   좋아요 0 | URL
네, 그런 분 얘기 들은 것 같아요.
그때 그 얘기 듣고 그분이 대단하다 싶었지만,
전 언감생심이다 싶어 포기했었는데,
그새 까먹고 또 독서치료사 얘길 했네요.

님이 일깨워 주셔서 다행입니다, 주제 파악 잘 됐습니다여~^^

책읽는나무 2016-12-29 20:56   좋아요 1 | URL
앗!!!
내가 지금 메고 다니는 레드와인 가방인데~~나무꾼님 조카분과 찌찌뽕이네요ㅋㅋ
저는 작년부터 패브릭가방을 들고 다닌 이후로 이젠 가죽가방은 도저히 못매겠더라구요
늘 어깨가 뭉치고 결리는 편이라ㅜㅜ
책만 많이 안넣는다면 패브릭가방은 멘 것 같지 않아 어깨에 확실히 부담은 덜 가요^^
그림소재가 부족하시단 글을 며칠전 읽었어요.
실은 둥이들 그려 주셨을때부터 제가 아무리 셀카를 찍어도 인물이 안사는거라예~~노화현상이 사진속에 드러나서 민망!!^^
그래서 좀 멀리서 찍은 얼굴 들어간 몇 안되는 사진 중 일 년전의 사진을 하나 발견했어요.
조만간 보내드릴께요.
연말이라 바쁘실까봐^^

양철나무꾼 2016-12-31 22:04   좋아요 0 | URL
헤헸~^^
우린 레드와인 성애자네요~^^

그동안 차를 운전하고 다닐땐 몰랐는데, 요즘 될 수 있으면 걸어다니려고 하니까,
무거운 가방은 정말 힘들어요.
그래서 가벼운 가방도 솔더백보단 양어께에 힘을 분산하는 백팩을 선호하게 돼요.

그림을 직접 배우시는 님에게 그림이라니,
깊게 들어가면 심각해질뿐더러 심란해지지만,
님이 원하신다면야~~~~~
하늘의 달도 별도 따드리고 싶지만,
그건 할 수 없으니,
그림을로 대신 합죠~^^

사진은 아무때고 좋을 때 보내주세요.
제가 요즘 컨디션이 저조하여 시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만~^^

감사드리고, 영광일 따름입니다, 꾸벅~(__)

북프리쿠키 2016-12-29 22:17   좋아요 1 | URL
좋은 책과 서니데이님의 이쁜 가방을 보니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연의그림도 늘 재미있게 보구 갑니다.
건강한 새해 맞이하셔서 예의 활발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12-31 22:0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내년엔 서재활동을 올해 만큼은 못 할지도 몰라요, 체력이 딸려서 말이지요~^^

서니데이님표 가방도 그렇고,
연의를 그림의 모델로 허락해주신 겨울호랑이 님도 그렇고,
늘 댓글로 저를 응원해주시는 북프리쿠키 님도 그렇고,
제겐 모두 다 소중하고 멋진 분들입니다, 꾸벅~(__)


겨울호랑이 2016-12-30 22:21   좋아요 0 | URL
^^: 양철나무꾼님 지난 한 해 감사드립니다. 특히 연의를 모델로 그림을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가문에서 대대로 모델이 배출되지 못했는데 양철나무꾼님의 배려로 모델도 탄생했네요 ㅋㅋ 지난 한 해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특히 연의를요..ㅋ

양철나무꾼 2016-12-31 22:14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님, 특히 연의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아들만 하나 있는데, 그 아들이 좀 살갑기는 하지만,
딸이 없는지라 딸들을 완전 이뻐합니다.
그동안 마녀고양이 님 댁 코알라에게 열을 올렸는데,
코알라도 이젠 중학생일걸요.

저의 ‘유니크‘한 그림들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흥쾌히 웃고 넘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얀의를 제게 부탁해주셔서 더 감사드립니다.
꾸벅~(__)
내년에도 연의와의 알콩달콩한 얘기들 많이 남겨주세요.
제겐 완전 해피 바이러스 입니다~^^

2016-12-30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31 22:18   좋아요 1 | URL
제가 오히려 감사드려야죠.
내년에도 우리 좋은 책들과 좋은 글들과 함께 잘 지내보자구요~^^
복 많이 지으시고 복많이 받으시는 한해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꾸벅~(__)
 
봄날 불지르다 문학세계 현대시인선(시선집) 189
유영금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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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옛날 h****님 서재에서 보고 친구에게 사 내라고 하였는데,

펼치자마자 너무 쓰라려 한쪽으로 접어 치웠었다.

 

상처도 없는 내가 이 시집의 시들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 시인과 같은 통증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묘한 경험이지만,

통증이나 아픔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때론 힘이 되고 의지가 되기도 한다.

 

시집을 다시 집어들어도 쓰리고 아리긴 마찬가지였다.

 

우린 때로 상처를 공유한다는 핑계로,

상대방에게 또는 상처를 공유하려는 누군가에게, 칼의 손잡이를 들이대는 건 아닐까?

칼의 손잡이를 상대에게 들이댄다는건 칼의 부리가 건네주는 사람을 향하게 마련,

결국 본인에게 부메랑처럼 상처가 돌아온다는걸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시들이 하나같이 슬퍼서 서러웠는데,

시인이 교통사고로 생사를 넘나들던 사이,

사고 차를 운전한 남편은 술집 여자와 눈이 맞아서 사라져 버리고,

아들은 자실을 노래하고 자퇴를 하였다고 한다.

시인의 이런 기구한 운명을 알게 되었어도 난 호의적으로 시인의 편을 들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죽음만큼 아픈 순간도 꽃으로 승화시킨 이름 모를 시인의 또 다른 시 한편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홍제역에 가면 만나게 되는 시인데, 아직도 거기 걸려있는지는 모르겠다.

죽음을 노래하는건 마찬가지이지만,

한결 경쾌하고 재치있는 것이 격조있게 느껴진다.

 

반면 유영금은 아무래도 '귀천'의'천상병'을, 아니 '새'라는 시의 '천상병'을 꿈꿨나 보다.

 

누가 흐린 하늘을 자꾸 닦아내고 있다

무섭게 파래진다

새파란 물줄기가 주르륵

산마을을 흠뻑 물들이겠다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희끗희끗 숨은 깃털

                                  '새' 일부

 

흐린 하늘을 닦아내면 파래질까,

하늘의 구름을 걷어내면 창공의 파란색이 되는건 아닐까?

또는 누군가나 어디에 부딪혀 멍들어 무섭게 파래진 것은 아닐까?

새파란 물줄기이기도 한 그것은, 무섭게 파래지기도 하니 말이다.

 
'흰알약꽃으로피어나겠소 / 정신이아픈누구라도좋소 / 내가피거든나를꺾어 / 무통의시간으로 / 바꾸어가시오 '

라고 노래하는 '헌화'도 좋았다.

 

'속달'로 보낸 편지가 '수취인 불명'이어도 서러울 것 같다.

속달

 

그리움 나폴나폴 머리에 꽂고

초벽 사이 아슬아슬한 풀다리를 건너

숨이 노랗게 달려오는 누이야

어짜자고 내 집 앞을 서성이느냐

일곱 살 네 마당에

가마니에 감겨 깨지 않던 나를 찾는거냐

빨간 머리핀을 받으러 온 거냐

돌아가라

네게 줄 초막은 아직 짓지 않았다

머리핀도 준비하지 못했다

초막 빼곡히 앵속자를 심어

꽃내가 시끄러울 때까지

시인의 강에 함께 흘러라

 

이부용 년출년출 웃자라면

초벽이 춤추도록 풀피리 불어주마

아픔이 그치도록 머리에 꽂아주마

 

 

수취인 불명

 

내게 축지법으로

징그럽게 달려오던 죽음

외딴 풀섶 작살꽃 곁에서

살림 차렸나보다

사실이라면

오!미친 봄이군

복권 당첨 같은 횡재군

 

달구어진 꽃의 암술아

그 놈에게 작살을 꽂아

달근달근 몰염치하게 살아라

 

내 주소는 말소되었다

 

두편의 시는 장을 넘나드는데,

'속달'은 제 1장 '수인번호 5705번, 그녀는 애벌레를 키운다'에 속하고.

'수취인 불명'은 2장 '살아내기'에 속하는데,

묘한 대구를 이루는 것이 쓸만하다.

 

개인적으론 '살아내기'가 가장 좋았다.

 

살아내기

 

슬픔을 빨아 맑은 하늘에 널면

구름 사이로 펄럭이는 슬픔 자락들

햇살보다 눈부시다

 

해질 무렵

보송보송한 슬픔을 걷어

서랍 깊이 넣어 둔다

 

우기의 나날에도

곰팡이가 피지 않게

나프탈린 몇 알과,

 

그런데 가만 읽다보면 알겠지만, 시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

곰팡이 피지않게는 곰팡이 제거제, 나프탈렌은 좀약이다.

하긴 이 시에서는 그 어느것이 됐든 죽음보다 치명적이다.

 

이 시의 끝, 해설을 보게 되면,

고압을 견디지 못해 파열하지만,

끔찍한 삶을 견뎌내기 위해 유영금의 시는 뾰족해지고 강해졌을 거라고 한다.

 

무딘 칼자루를 뾰족한 칼부리를 택할 지는 각자의 몫이다.

무디고 뾰족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것에고 찔리면 아프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같은 값이면 난 상처받고 피 흘리고 쓰러지는 그런 삶이 아니라,

상처에 새살이 돋고 옹이로 단단하고 탄탄해지는 그런 삶을 택하겠다.

 

나도 꽃으로,

 

숲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고혹스럽게 부드럽게

휘감아오는 누가 있어 돌아보니

하늘가 수런거리는 햇살이더군

귓부리를 물고 속삭였지

하늘 귀퉁이 한 뼘 내줘, 죽도록 필게

 

'나도 꽃으로,' 같은 시를 보면 알겠지만, 죽음은 치열하고 가열찬 삶의 다른 이름임을 알겠다.

그런 유영금의 죽음 같은 삶에, 경의를, 또는 화려한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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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12-28 15:48   좋아요 2 | URL
봄도 아닌 철에, 어째 이 시집을 다시 펼쳐드셨는지요.

양철나무꾼 2016-12-29 16:31   좋아요 0 | URL
뭐랄까, 한해 한해 나이를 먹는다는게 다르게 다가와요.
에사로웠던 것들이 예사롭지 않게...
그동안 중년 이후의 나이듦이란 포물선이 아니라 게단식으로 뚝뚝 떨어진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계단식으로 라니 말예요.
게단도 그냥 계단이 아니라 가파른 낭떠러지예요.

순리라는 나이듦도 이럴진대,
이 분은 교통사고로 인해서 많은 걸 잃었잖아요.

나이가 드니 다시 읽혀요.
어떤 것들은 오래 되어야 더 나은가 봅니다~^^

이 책 소개 페이퍼, 참 감사했어요~^^

yureka01 2016-12-28 15:50   좋아요 1 | URL
크 내 주소는 말소 되었다..시가 참 단순한 문장인데도 팍팍 꼽힙니다..ㄷㄷㄷㄷ

양철나무꾼 2016-12-29 16:35   좋아요 1 | URL
옛날에 읽었을때는 이런 파격이 버거웠어요.
삶의 반대로의 죽음을 갈구하는 것도 그렇고,
우울증이 깊게 드리워져 물들까봐 싫었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고보니 죽음에서 삶을, 절망에서 희망을 읽게 되더라구요.
얼마나 절실히 살고 싶었으면 그토록 가열차게 죽음을 얘기했을까,
얼마나 희망을 그리워했으면 처절하게 절망을 얘기했을까 싶으니,
시가 다시 읽히더라구요~^^

겨울호랑이 2016-12-28 15:51   좋아요 2 | URL
오늘은 양철나무꾼님 덕분에 많은 시를 감상하네요^^: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6-12-29 16:46   좋아요 2 | URL
겨울 호랑이 님은 연의랑 더 동화같은 동화를 많이 들려주시잖아요.
늘 감사드립니다~^^

푸른희망 2016-12-28 16:01   좋아요 2 | URL
내년엔 시를 읽어볼까 싶습니다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양철나무꾼 2016-12-29 16:50   좋아요 1 | URL
좋죠~, 시~^^
시들이 님을 통과하면 어떻게 해석이 될지 완전 기대만발이랍니다~^^
내년에는 좀 자주 뵙도록 하죠~^^
서재의 달인, 예전엔 적림금 1만원이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걸로 책 바꿔 먹을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었는데,
요즘은 뿌듯하다기보단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느껴져 마음이 뻐근할 뿐입니다~^^

[그장소] 2016-12-28 16:37   좋아요 1 | URL
죽도록 필게 ㅡ !!! 필사적으로 ...

양철나무꾼 2016-12-29 16:52   좋아요 2 | URL
라임이 끝내주죠~?...!^^
래퍼가 됐어야 할까 봅니다.
시인은 다 래퍼인가요?^^

[그장소] 2016-12-29 21:40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러게요. 래퍼도 맞는것 같아요.. 중얼중얼 하는 어떤 면들이 ~^^

감은빛 2016-12-28 16:46   좋아요 2 | URL
‘살아내기‘라는 시가 참 좋네요.
그러게요. 나프탈렌과 곰팡이가 무슨 관계일까요?
처음에는 아무런 위화감이 없었는데,
양철님 지적을 읽고 보니 이상하다 싶네요.

양철나무꾼 2016-12-29 16:55   좋아요 2 | URL
감은빛 님, 어제 댓글을 참 많이 달아주셨습니다.

바쁘실텐데 이렇게 짬을 내셔서 한참 머물다 가시고,
댓글로 북돋워주시고 감사드립니다.

올 한해는 좀 적조하셨죠?
내년에는 좋은 책들, 좋은 글들로 귀하게 아껴 뵙도록 하죠~^^

cyrus 2016-12-28 19:16   좋아요 2 | URL
책을 양분 삼아 삶을 화려하게 꽃 피우는 2017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서재의 달인 축하드리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양철나무꾼 2016-12-29 16:5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화려하게 꽃 피우기보다 이젠 잘 늙어가고 싶어요.
곱게 나이 먹는다고나 할까?

책을 양분 삼아라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예전만큼 책을 읽어낼 순 없지만,
그동안 읽은 책들을 양분 삼아, 멋지게 나이들고 싶었는데,
그 바람을 눈치 채시고 센스있게 응원해주셨네요~^^
 
식당 골라주는 남자 - 18년차 여행작가 노중훈의 여행의 맛
노중훈 지음 / 지식너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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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의 글 쓰는 스타일을 엄청 좋아해서 그의 책들은 전작주의자 마냥 찾아 읽었고,

그러던 중  '백년식당'을 통해서 노중훈을 알게 되었다.

그 무렵부터 '노중훈'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토요일 아침마다 '여행의 맛' =>(링크)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거기에 '박찬일의 맛'이라는 꼭지를 듣다가 보면, 남자들의 수다 케미가 이렇게 좋을 수 있나 싶다.

다른 꼭지도 그렇지만, '박찬일의 맛'이라는 꼭지는 들으면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마다 좋은 글의 기준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영혼을 흔들지 않으면 별점 셋이상 안준다'고 하던데,

살면서 그런 책은 몇 번이나 만날까 싶은 나는 수위를 좀 낮춘다.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것이 힐링이 돤다 싶은 글을 좋은 글이라 생각한다.

그림도 그렇고, 사진도 그렇고, 전부 다 그렇게 적용시킨다.

 

사실 박찬일과 같이 쓴 '백년식당'의 경우에도,

글은 박찬일이 사진은 노중훈이 찍었다고 했었기에, 요번 책에서 글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코딱지만하게 박힌 사진으로 그의 사진 실력을 가늠할 정도로 나의 사진 식별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챕터가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책 양쪽 면을 가득 채운 사진을 볼 수 있는데,

그런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눈은 트이고 마음은 따뜻, 말랑말랑해져 온다.

하지만, 내가 하려는 애기는 그의 사진 솜씨에 대해서도 아니고,

맛집 소개는 원래 그의 전문이니 내 관심밖이다.

 

그의 글 솜씨에 홀라당 발라당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도처에서 상처를 입는다.

그 상처는 자기가 후벼파거나 자초한 것도 있고,

타인이 주는 경우도 있고,

나도 상대방도 아닌, 세상이 상처를 입힐 경우도 있고,

세상은 그대로인데 모든 것들에 상처받는 유리 멘탈일 경우도 있다.

 

상처를 받을 때마다 안으로 숨어버리는 것도 비겁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처에 맞서기만 한다면, 만신창이가 된다.

안으로 숨고  세상에 맞서고, 의 조절을 적당히 할 필요도 있고,

나름의 치유법을 개발할 필요도 있다.

 

나도 한때는 상처를 너무 잘 받아서 유리멘탈인 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무뎌지는 건지, 단련이 되는 건지, 이제 상처받는게 마냥 두렵지만은 않다.

물론 일정 부분 무뎌진 것도 있겠지만,

상처를 받았을때 나름 나만의 치료약을 찾아냈다고 할 수도 있겠고,

그렇게 치료 후 옹이가 생기면 더 단단해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아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좋은 것은 다른 어느 것도 아니고,

글에 다정하고 따뜻함이 배어있어서 읽으면서 위로받고 치유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허기가 지면 음식을 찾지만,

마음이 허기가 지면 책을 찾기 마련이고,

이 책은 그런 두가지를 다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prologue'만 봐도,

고마운 사람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아예 입을 닫는 것이 낫겠다. 마음이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5쪽)

저자가 이리 무던하니, 내가 대신 설레발을 칠 수밖에 없다.

 

'prologue'의 글만 보고는 맹숭맹숭해서 무슨 '식당 골라주는 남자'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맹숭맹숭함이 인공 조미료 뺀 그것 같을 때는 팍팍 신뢰가 생기니 말이다.

 

예를 들자면,

내장을 먼저 건져 먹은 다음, 밥을 말 때 부추를 곁들이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살짝 과장해서 말하자면 문화재로 지정해서 보호해야 할 최고의 내장탕집, 고맙게도 아침 식사가 가능하다.(17쪽)

본인이 먼저 살짝 과장했다고 접고 들어오는데, 퉁 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해맑은 국물은 시원하기 짝이 없고, 부들부들한 살점은 서울에 파는 냉동 대구탕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구 이리(생선 정액 덩어리)의 고소함은 생크림을 넘어선다. 이리 때문에 대구는 수컷이 암컷보다 비싸다. 음식이 나오면 처음에는 솓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하다가 이내 그릇에 코를 박고 마시게 된다. 한 번이라도 맛을 본 사람은 생대구탕 없는 겨울나기는 상상할 수 없다.(21쪽)

생선을 싫어하는 나로선 상상을 할 수 없는 광경이지만, 글의 이 부분을 읽다보면 나도 어느새 뚝배기에 코를 박고 국물을 마시는 시늉을 하게 된다.

지레짐작과는 달리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시원하고 담백하면서도 고추가 들어가 있어 뒷맛이 매콤하다. 무릇 주당이라면 보온병에 담아 수시로 홀짝홀짝 마시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해장음식이다. (25쪽)

이 사람은 적어도 음식을 먹을 줄 아는 사람이다.

그것도 여간 잘 먹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글은 나올 수가 없다.

그는 직접 맛보고 느낀 그 맛을 정직하고 담박하게 서술해내고 있을 뿐이고,

그걸 읽고, 읽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해장되는 묘한 경험을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니까 말이다.

 

우선 개인별로 제공되는 뚝배기의 크기부터가 흡족하다. 째째한 규모의 탕기(湯기)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생각보다 살이 많은 도톰한 가자미에 김치, 호박, 두부, 무, 미나리 등을 넣고 맹렬하게 끓여내는데 단맛과 매콤한 맛의 조화가 압권이다. 양념에서 비롯되는 칼칼함이 먼저 혀와 목구멍을 치고 지나가면, 이내 호박이 내어주는 단맛이 뒤따라온다. 기본 찬은 그날그날 조금씩 달라지는데 직접 겪어본 김치, 시금치, 멸치볶음, 달걀말이, 다시마쌈, 무나물 등이 하나같이 깔끔했다. 전체적으로 짜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33쪽)

이런 글은 또 어떤가 말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내가 노중훈에게 제대로 감동을 받은 대목은 이 부분이다.

그때도 노(老) 주방장은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고, 많은 손님 치르는 것을 힘겨워했다. 몇 년 사이 단골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할아버지의 건강은 더 나빠졌다. 자연히 영업시간은 짧아졌고, 칭송이 자자한 정탁 요리(1인당 얼마의 금액을 내고 맛보는 예약 코스 요리)도 사라졌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식사 메뉴는 아내가 대신 웍을 잡고 내오기도 한다. 어쩌면 그리 머지않은 시점에 할아버지를 주방에서 놓아드려야 할지도 모른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의 입이 즐거운 것보다 당신의 건강이 우선이다. 미리 고개 숙여, 허리 굽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77쪽)

 

이 책의 겉표지에 보면,

허름해도,

불편해도,

멀어도 상관없다!

맛있으면 다 괜찮다!

라고 되어 있다.

난 허름해도, 불편해도, 괜찮지만,

일부러 멀리까지 맛있는걸 찾아 다니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노중훈의 이 책처럼 적당히 따뜻한 것이 힐링이 된다면 또 애기는 달라진다, ㅋ~.

 

이 책에 소개된 104개의 인생식당 중에서 내가 가봤던 곳은 한 10개나 될까, 명함을 내밀기가 민망하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가 볼 곳이 그렇게나 무궁무진하다는 얘기가 된다.

비어있다는 것은 채워가질 수 있다는 거다.

책 앞표지 제목 밑에 이런 그림이 있다.

글처럼 그림도 맹숭맹숭 슴슴하다, ㅋ~.

 

한번 보고 치워버릴 책이 아니다.

곁에 두고,

술 당기는 날, 혼자인 날, 위로받고 싶은 날이어도 좋고,

그렇게 그렇게 마음에 위안이 필요하다 싶은 날,

아무데나 손에 잡히는 대로 펴고 읽으면된다.

그것도 번거로운 날은, 책 뒷장을 펴면 된다.

그와 파트너 격인 박찬일이 쓴 추천사만으로도 맛깔진 것이 위로가 제대로 되니까 말이다.

 

노중훈을 처음 만나면 사람들이 묻는다. "요새 뭐가 맛있어요?" 나는 다른 걸 묻는다. "장가 언제 가냐?" 그는 독신 먹보다. 돈 벌어서 다 먹어치운다. 그렇게 먹은 이력으로 다시 돈을 벌고 또 먹는다. 먹어치운다. 그와 나는 많이 먹었다. 내가 음식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동안 그는 그냥 섭취에 열중한다. 그리고 한 마디 한다. "아, 살 것 같다 선배." 그는 진짜 잘 먹는다. 서울에 나타난 가르강퀴아다. 여행작가 세계의 김준현이다. 그는 특유의 먹는 기술을 갖췄다. '선수'다. 일단 밀어 넣듯이 먹은 후에 술을 부어서 밀도와 농도를 낮춘다. 희석되어 포만감이 낮아지면 다시 먹는다. 그의 몸에 퇴적된 음식의 종류만큼 그가 쌓은 식당의 수도 상당하다. 그런 그가 골라주는 식당이라니ㆍㆍㆍㆍㆍㆍ. 앞으로도 나는 그와 함께 수많은 식당을 다니며 음식을 먹어볼 것이다. 중훈아, 오래 살아서 더 먹자. 더 마시자.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말, 함께 외치자. "인생 뭐 있어!"_박찬일(요리사 ㆍ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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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9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9 12:32   좋아요 1 | URL
앗, 한발 늦었다...하고 검색해보니,
박찬일의 ‘미식가의 허기‘는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글모음이네요,
일단 찜해놓고, 천천히 읽어봐야 겠습니다.
좋은 책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2016-12-19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20 09:07   좋아요 1 | URL
저 노중훈이라는 분의 토요일 아침 7시10분부터 MBC라디오에서 ‘노중훈의 여행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분입니다.
말본새가 수더분한것이, 나오는 게스트들에게 판을 마련해줘 하고싶은 얘기를 맘껏 하게 하더군요.
그래도 여행지 풍경이나 음식의 맛을 표현해내는걸 보면 참 섬세해요.
닮고 싶어요~^^

어찌되었건 모든걸 책으로 해결하려드는 저는 포만감도 입이 아니라 눈으로 해결하려 드나 봅니다.
하긴 요즘은 먹기만하면 배둘레햄이 되는지라 어찌해볼 도리가 없긴 하지만요~ㅠ.ㅠ

북프리쿠키 2016-12-19 13:16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의 글은 에세이같아요.
여성특유의 감성에 털털함까지.게다가 비평가의 면목도 문득문득 느껴집니다.
논리적인데 글이 따뜻하고요.
감성적인데도 절제미가 있어요.
1일1그림에 에세이를 곁들인 책 한권 내시면
바로 주문의향있습니다ㅎㅎㅎ

양철나무꾼 2016-12-20 09:09   좋아요 1 | URL
우와~, 이 댓글 너무 좋아요.
제가 들은 최고의 상찬인 것 같아요.
제가 책을 낼 생각은 없지만서도,
잘 기억하고 있다가 마음을 다잡을때마다 써먹으려구요.

내가 말야, 책을 안 내서 그렇지 말야.
책 내면 쿠키님이 바로 주문할 의향이 있다고 했어~~~~!!!
이러구 말예요, ㅋ~.

으쓱으쓱~^^

서니데이 2016-12-19 14:18   좋아요 1 | URL
미식인생을 사시는 분이네요. 조금 부러워요.^^
양철나무꾼님, 오늘은 날씨 따뜻해요.
좋은하루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12-20 09:12   좋아요 2 | URL
왠지 서니데이 님한테는 자꾸만 큰언니가 잔소리 하듯 염려를 하게 돼요~^^

제 나이가 되면 먹고싶어도 건강 상의 이유로 자제해야 할게 많아져요.
여기서 조금 더 지나가면 먹고싶은게 하나도 없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답니다.

누릴 수 있을 때 맘껏 누리세요~^^
 
소소하게, 독서중독 - 낮에는 양계장 김씨로, 밤에는 글쓰는 김씨로 살아가는 독서중독자의 즐거운 기록
김우태 지음 / 더블:엔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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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 책에 대해서 시큰둥이었는데, 이 한문장으로 입장이 돌변했다.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럽다면 술병을 드는 대신 책을 들어야 한다.

 

암튼 양계장 김씨는 본인 스스로가 내가 생각했던대로 '극단적이고 과장이 심하다(123쪽)'고 하니,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넘어가겠다.

일단 구입했으니, 이 책을 만드느라고 베어 넘겨진 나무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라도 완독을 해야지.

 

물론 당근 며칠전 얘기했었던 대로, 이 책이 나의 취향은 아니다.

자기 계발서로 분류해 놨던데,

자기 계발서라면, 완전 잡식성인 취향의 내가 웬만해선 건드리지 않는 종류의 책이니까 말이다.

 

내용을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게임중독자였던 그가 독서중독자가 되고, 독서예찬론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이다.

그는 같은 중독자라도 독서중독자가 더 낫지 않겠는가...라고 하고 있는데,

독서의 가장 큰 효용은 뭐니 뭐니 해도 '자신을 알게 된다'는 점이라고 하고 있는데,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그가 했었다는 삼국지2, 스타크레프트 따위의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게임이라는 것이 모니터만 쳐다보고 자판만 두드리는 것이 아니다.

일종의 싸움이고 전투인데,

싸움이나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전략과 전술이라는 것도 필요하고,

시간 안배나 꾸준함 따위도 필요하니까 말이다.

 

책을 안 읽는 것 보다야 책을 읽는게 낫겠지만,

책만이 자신을 알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책이 됐든 무엇이 됐든 일단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고,

마음이 어떻게든 움직여야 행동의 변화로 이어진다.

 

그걸 양계장 김씨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책을 조금 읽었다고 인생이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책 1,000권 읽었다고 인생역전이 일어나지 않는다. 책만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일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책을 읽지 않으면 결코 인생이 역전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역전은커녕 발전도 없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역전은 몰라도 발전은 있다. 그것도 서서히.(119쪽)

책을 향한 이런 맹신은 위험하다.

나는 책 말고도 수없이 많은 것들이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스승이나 좋은 친구도 그럴 수 있고,

한 장의 좋은 그림, 또는 마음을 울리는 음악 한 곡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보다 더디기만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책의 뒷부분에 가면,

책과 독서는 나에겐 절대적인 경배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책은 수단이란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책은 목적이 될 수 없다.(260쪽)

라고 하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저자가 쓰려고 했던 글과 내가 읽으려고 했던 책의 차이라고 퉁치면 그만이다.

 

또 한가지 나를 헷갈리게 했던 건 '양계장 김씨'라는 말을 그대로 믿어버렸는데, 그가,

나는 양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축산학과를 나와서 병아리감별사를 좀 하다가 양계회사에 들어와서 10여 년간 닭을 부쳐먹고 있다.(238쪽)

라고 하니 나의 궁금증은 풀린다.

양계장이 아닌 양계회사에 다니는 것이다.

(논밭이나 땅은 부친다고 하는데, 닭까지 부쳐먹는다고 하는 지는 몰랐다.)

 

또 한부분, '자기개발'(262쪽)이라는 제목의 꼭지를 보게되면 말 그대로 '자기개발'에 관한 내용이다.

그런데,계발과 개발에 대해서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개발'과 '계발'은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습니다

개발

① 토지나 천연자원 따위를 개척하여 유용하게 만듦.
②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하게 함.
③ 산업이나 경제 따위를 발전하게 함.
④ 새로운 물건이나 생각 따위를 만듦.

계발: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

두 단어가 사용되는 문맥을 비교해 보면 '계발'이 사용 범위가 좁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계발'은 '능력, 재질, 재능' 등 인간에게만 속성을 가리키는 말들에 국한되어 어울립니다. 이에 비해 '개발'은 '기술, 경제, 책, 제품, 국토, 인력' 등 주로 물질적인 것을 가리키는 말들과 어울리지만, 때로는 '능력, 재능' 등의 단어와도 어울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개발'의 ②가 이 점을 반영한 뜻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의미는 '계발'의 의미와 거의 같습니다. 따라서 '개발'이 의미의 폭이 넓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발'과 '계발'을 비교해 보면 모두 상태를 개선해 나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공통적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계발'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 무엇은 잠재되어 있어야 하지만 '개발'에는 이러한 전제가 없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개발'은 단지 상태를 개선해 나간다는 의미만 있지만 '계발'은 잠재되어 있는 속성을 더 나아지게 한다는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능력'이 전혀 없지만 '개발'하겠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계발'하겠다고 말하면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이러한 의미 차이 때문입니다.

계발이 인간의 속성을 가리키는 말에만 국한된다고 생각해서 개발을 택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잠재되어 있는 속성'이 더 나아지는게 낫지 않겠는가 말이다.

 

앞부분은 그래도 독서중독에 관한 얘기에 가까웠다면, 뒤로 갈수록 자기계발서의 성격이 강하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 무작정 따라 읽지 말고 나에게 맞는 책과 읽기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라는데,

이 책이 200% 도와줄거라는데,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되고, 게다가 맺음말은 2008년에 쓴 책을 고대로 옮겨놓는데,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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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12-14 18:04   좋아요 1 | URL
저는 자기계발서 좋아하는데.^^;
어느 책이든 지금 이순간에 읽고싶은 책을 만나는 것도 행운입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12-15 17:03   좋아요 2 | URL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른거죠.
다른 취향은 존중해야 마땅하고, ㅋ~.

전 에고가 너무 강해서...자기계발서랑은 안 맞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