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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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불면증으로 시달렸다.

신경이 팽팽해져서 그게 줄이라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끊어져 버릴 것 같았었고.

그런 아슬아슬함에 좀처럼 잠이 들 수가 없었다.

밤마다(아니 정확히 얘길하면 새벽마다) 알라딘 서재, 이곳을 돌아다녔고,

서재 이웃들의 글이나 댓글을 보고 위로 받는 나날이었다.

 

그 불면증의 원인이 외로움이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나는 이곳에서 치유되었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내이름은 루시 바턴'을 읽었다.

'올리브 키터리지'가 참 좋았어서 이 책을 알게 되자 바로 들였다.

이 책은 '올리브 키터리지'와 닮았으나,

'올리브 키터리지'보다 자전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왜 자전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하느냐 하면,

이 책의 주인공 '루시 바턴'의 직업 또한 소설가이고,

 '사라 페인'이라는 또 한명의 소설가가 등장하는데,

어조가 독백조여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얘기를 하고 있는 듯 여겨진다.

이 책까지는 재밌게 읽었으나, 다른 작품들은 '글쎄~' 잘 모르겠다.

여지껏 읽은 두 작품으로 미루어 나머지 것들도 충분히 짐작하겠다.

또 한가지, 바로 전에 '박지리'의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읽은 탓일 수도 있는데,

책의 두께 대비 가격이 높게 책정된 것 같다.

 

암튼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묘한 경험을 했다.

루시 바턴의 얘기를 읽는 것인데,

내가 심리 상담사와 마주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루시바턴의 삶이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녀에게 감정 이입을 한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장해제되어 어떻게든 위로 받고 치유되는 것이다.

'잘못을 하는 건 인간의 몫이고, 용서하는 건 신의 영역'이라는 말처럼,

잘못을 하면 안되는 어떤 것으로 색안경을 쓰고 대하기보다는,

그냥 어찌하다보니 그렇게 되는 삶도 있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한다.

우리가 선택을 할 수 없는 어떤 것들에 대해서,

또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한 것들에 대해서,

왜 그렇게 했을까 의문을 제시하기보다는,

그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구나,

그럴 수도 있었구나,

하며 가만히 등 두드려 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쩜 이건 묘한 경험이 아니라, 루시 바턴 모녀 간의 내리사랑을 보고 그리 되었을 것이다.

 

이 책엔 멋지고 잘 나가는 사람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삶이구나, 일상이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죽음을 앞두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노파를 피해 1인실로 옮겼더니이젠 외로움이 크게 찾아왔다거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한번도 친정에 가지않은 여자에게 엄마와의 조우가 약간 낯설다거나, 그런 것들 말이다.

 

엄마가 병실에 머무르는 동안 엄마가 늘 쪽잠을 주무시는걸 알게 된다.

평생을 쪽잠을 주무셨다는데,

그녀의 어린 시절에는 그런 기억이 없다.

잠깐씩 엄마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대부분 루시바턴이 속으로 생각하는 것들이다.

아마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반쯤은 알게 반쯤은 모르게, 사실일 리 없는 기억의 방문을 받으면서 세상을 이런 식으로 어찌어찌 통과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공포라는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보도를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이 어떤 마음인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삶은 아주 많은 부분이 추측으로 이루어진 듯하다.(21~22쪽)

 

내가 앞에서 심리 상담을 받는 느낌이라고 한 것은,

'말 한마디에 영혼의 부피가 줄어들며 이런 말이 튀어나오는 것이다.(38쪽)' 같은 구절 때문일 것이다.

상처 받은 영혼이었을 경우, 상처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여겨졌다.

 

외롭다는 것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알 수 있는 구절이 책의 곳곳에 등장한다.

제러미에 대한 사실 한 가지 더: AIDS 감염은 새로운 현상이었다. 비쩍 마르고 수척한 남자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눈에 띄면 그들이 이 갑작스럽고 성경에 나올 법한 질병에 걸렸다고 보면 되었다.

ㆍㆍㆍㆍㆍㆍ"이런 말을 하면 정말 안 되는 줄은 알지만, 나는 저들이 거의 부러울 지경이에요. 저 두 사람은 서로를 가졌고, 진정한 공동체로 결속되어 있으니까요." 그러자 그가 나를 바라보았고,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다정함이 떠올라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내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내 겉은 풍족해 보여도 속은 외롭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 같다. 외로움은 내가 맛본 인생의 첫맛이었고, 늘 그 자리에, 내 입안의 틈 속에 숨어 있다가 자신의 존재를 일깨워주었다. 그날 그는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친절했다. "그러네요." 그는 그렇게만 말했다. 쉽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제정신이에요? 저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다고요!" 하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나를 에워싼 외로움을 이해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53~54쪽)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이라는 것은,

나 같은 일반인의 삶일지라도 삶이라는 거은,

매 순간 명멸하는 별처럼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보니 그런 삶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고,

그런 삶이 이상하거나 독특한 것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는 동지 의식 같은거,

따뜻하진 않더라도 살짝 감지되는 온기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 외롭지만,

나처럼 조금은 외로울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위로가 되고 위로 받는 그런 것이리라.

 

하여 지금 지독히, 몸서리치도록 외로운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내가 그러했듯 그대도 충분히 위로받으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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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1-23 14:33   좋아요 0 | URL
불면증은 시간이 길어질 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매일 일정 시간을 자는 것이 시간이 아깝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잠을 충분히 잘 자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불면증이 찾아오면 힘들어요.
요즘에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오래전의 일인지는 모르지만, 불면증에서 탈출하셔서 다행입니다.
오늘은 여기는 아침에 눈이 왔었대요.
양철나무꾼님,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11-27 11:3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도 보면 한밤중에 깨어계실때가 많던데요~^^

저는 지금은 불면증 까지는 아니고 잠 자는 시간을 놓치면 잠을 잘 못자요.
주말에 푸욱 쉬어서 월욜 아침 상쾌하게 시작해요.
님도 그러하시길~!^^

2017-11-23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7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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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들으며 출근 준비를 하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방방 뜨는 어조로,

언제나 경쾌한듯 시니컬한 화법을 구사하는 김어준이 아닌 듯 여겨졌다.

인터뷰 내용을 들으면서 그 대상이 '이용마 MBC 해직 기자'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러고 나니 김어준 님이 되게 인간적으로 여겨졌다.

말기 암 환자라는 이용마 님이 인터뷰에 나온 것도 그러했지만,

죽음을 앞둔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이용마 님이나,

그런 이용마 님을 존중해주며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김어준 님이나 둘 다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MBC 정상화'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이용마 님이 'MBC 정상화'를 예감하며 혼자서 펑펑 울었다던 대목에선 나도 덩달아 폭풍오열하고 말았다.

더욱 감동적인건,
"고통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라는 김어준의 인삿말이었다.

그리고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가족 중에도 말기암 환자가 있어서 그 고통을 잘 안다고.

오히려 이런 분들에게 쾌유를 빈다고 말하는 건 고통을 주는 거라고.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시작할땐 어떤 의무감 같은 걸로 시작했지,

이런 종류의 책이 내게 어떤 깨달음을 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점점 더 몰입할 수 있었고,

연계 독서와 우리나라 현대사를 공부하자는 목표가 생겼다.

아내 혼자서 남자아이 둘을 키우기는 상당히 힘들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편하게 대화를 나눌 사람이 곁에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었다. 그래서 내가 살아온 인생을 토대로 우리 사회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알려주고 싶었다. ㆍㆍㆍㆍㆍㆍ더욱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갈등하며 현실과의 타협을 줄기차게 거부해온 나의 선택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여지도 많을 것이다. 헤겔의 말처럼 욕망의 체계에 불과한 현실 사회에서 교과서적인 정의를 갈구한 것이 과연 바람직했는지 재고할 필요는 충분하다.(5쪽)

몰입을 할 수 있었던건 진정성에 있었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글이 담담한 것이 깔끔하여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웠다.

미사여구를 쓰거나 하지 않았는데도,

읽는 내내 아름다운 문장, 좋은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겨레 김종구 선배가 칼럼을 쓰겠다고 집까지 찾아왔다. 이명박 정부 이후 언론장악과 파업, 해고 등의 과정에서 발생한 극도의 스트레스가 결국 발병의 원인이 아니겠느냐며 이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고 했다.(28쪽)

사실 이 분의 얘기를 접하고 처음엔 암의 원인을 극도의 스트레스와 연결 시키는 건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싶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이분이 어떤 영혼과 가치관을 지닌 분인지를 엿볼 수 있었고,
이명박 정부 이후 언론장악과 파업, 해고 등의 과정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소상히 알 수 있었고,

그러고나니 당연한 귀결 같았다.

이용마 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걸 깨닫고 나니,

이땅의 많은 사람들이 이 분에게 어떤 의미로든 빚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고 나니, 더 눈물이 와락거렸는데, 며칠 전 김재철 영장은 기각되었더라~ㅠ.ㅠ


아무래도 두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들을 하다보니 '책을 왜 읽어야 하나'류의 내용도 있었다.

고전을 열심히 읽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보다 책 속으로 더 많이 빠져든 것이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유치한 반면, 고전은 훨씬 우아하게 다가온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73쪽)

 

(내가 한두살 어리지만) 아무래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보니 감정이입이 쉬웠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나는 국사, 세계사에 먹통인 이유가 내가 이과 출신이어서 상대적으로 등한시해서 라고 생각했었는데,

우리는 자기 나라의 현대사를 안 배운 사람들인 것이다~ㅠ.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겠다.

명색이 정치학과인데, 우리 과에서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안 가르쳤다. 고등학교도 대학도 현대사를 안 가르치다니 정말 희한했다.ㆍㆍㆍㆍㆍㆍ4ㆍ19혁명 때는 중학생들도 이승만 정권 타도를 외치면서 거리 시위에 나갔다. 그들이 현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고등학생들은 현실을 잘 모르고 시위할 줄은 더욱 모른다. 2016년 말의 촛불시위에서 일부 학생들의 발언이 주목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학생들은 현실문제보다는 성적 경쟁에 매달려 있다. 학교에서도 현대사를 소홀히 할 뿐이다. 무엇이 두려워서 혀내사를 가르치지 않는가. 이는 우리 사회에서 보수주의 세력이 오랫동안 득세를 하면서 남긴 유산이다.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숨기려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조선시대 역사나 중국의 고전들, 헤밍웨이나 톨스토이 같은 근대작가들의 소설만 읽었던 이유도 여기 있었다. 우리의 현대사와 관련된 책들이 거의 없었다. 나는 현대사를 모르고 현대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과거 속에서만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했던 것이다. 그러다 새롭게 접하게 된 현대사는 충격 그 자체였다.(91~92쪽)

이런 부분도 좋았다.

여행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볼 수 있다.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모양은 다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지만ㆍㆍㆍ그런데 사실 이 깨달음이 정말 중요하다.

  우리는 가끔 나만은 특별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한다. 하지만 사람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사람마다 분명히 조금씩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비슷한 점이 더 많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공통점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해주는 화이부동( 和而不同)의 정신이 필요하다.

ㆍㆍㆍㆍㆍㆍ젊었을 때 여행은 이런 삶의 견문을 넓혀주는 효과가 있다. 물론 유적지를 둘러보고 사진 찍는 여행도 그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 또한 정말 유익하다. 나의 대학시절 여행은 그런 즐거움을 알게해준 소중한 시간들이었다.(98~99쪽)

 

어떤 직업이든 간에 경제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항상 필요하다. 앞으로는 대통령도 경제에 대한 철학이 분명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대통령이 경제를 모르면 경제 관료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자의 입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대한민국 경제 관료들은 절대로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그저 지금까지 자신들이 해온 습성에 따라 경제성장정책을 세운다.(171쪽)

이런 부분은 적절한 지적이지만 자괴감이 들었다.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무겁고 아프게 다가왔던 부분은 이 부분이다.

  세상에서 가장 남용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객관성 혹은 중립이라는 말이다. 엄격히 말해 언론의 객관성은 가식이다. 조선일보와 한겨례는 서로 다른 논조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이 객관적이라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가?

  그렇다면 객관성은 아예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적어도 객관성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다. 바로 사회적 다수와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다.ㆍㆍㆍㆍㆍㆍ정치적인 중립이라는 이름하에 이런 요구를 교황에게 전달했다. 그때 교황은 이렇게 대답했다. "인간적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언론 그리고 우리 모두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다수를 대표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205~206쪽)

 

어렸을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떻게 살아야겠다 보다는 무엇이 되어야겠다, 를 생각하면서 내달려온 것 같다.

이제는 ('고통없이'는 아니고, 고통을 느낀다는 건 살아있음 표상같은 것일테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나이 먹고 늙어가고 싶다.

이용마 님도 그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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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1-13 12:42   좋아요 1 | URL
예. 그렇지요..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중립적‘이라는 말은 보수의 논리를 대변해 줄 뿐입니다. 예전에 미연방대법관을 지냈던 진보적 성향인 분도 판결 당시는 상당히 진보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중립적인 판결이었다는 소회를 밝힌 적도 있지요..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시각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가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양철나무꾼 2017-11-14 15:44   좋아요 1 | URL
언젠가 박주민이 얘기하는거 들었던거 같아요, 아이젠하워 대통령때죠.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맞나?)은 나중에 그 대법관을 임용한걸 후회했다더라구요.
보수도, 진보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때는 조금 ‘더‘나 ‘덜‘로 표현될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다수‘만을 내세우는건, 다수의 횡포로 비춰질 수 있겠죠.
소수일지라도 ‘약자‘를 배려하는 것도 중요할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7-11-13 14:07   좋아요 1 | URL
너무 마음이 뭉클한 책 소개예요.
저는... 사실 아직도 이 책 읽기를 미루고 있어요.
김어준 방송도 들었지만, 그 뭐랄까요.....
사회적인 문제로 돌리기는 그렇지만, mbc 사태에서 이용마 기자의 마음 고생이나
또 동료 김민식 피디의 눈물펑펑 인터뷰도 생각나고...
그 힘든 시간 속에서 이 분이 환하게 빛나는 것도 ....맘 아프구요.
그래도 더는 못 미루겠네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7-11-14 15:48   좋아요 0 | URL
오늘 김어준에는 MBC해직기자로 이용마 님 대신 다른 분이 연결됐더라구요.
이 분도 5년 넘게 6년정도를 해직 기자 상태로 계셨더라구요.
저도 님과 같은 이유로 미뤄뒀었는데,
마냥 미뤄두면 안되겠더라구요~--;


비연 2017-11-13 14:32   좋아요 1 | URL
저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그날 들으면서, 김어준이라는 사람이 보기보다 인생에 대한 깊이가 있다고 느꼈었어요.
물론 이용마 기자의 이야기들도 가슴에 콕콕 박혀왔고. 서점에서 이 책을 봤는데, 건강할 때의 이용마 기자와
지금의 이용마 기자가 너무 대비되어, 마음이 아파 차마 못 가지고 나왔어요.
세상이 젊고 똑똑하고 열정적인 한 사람을 저렇게 어렵게 만들었구나 싶어서 정말...
하지만 양철나무꾼님의 글 보면서 저도 이제 사서 봐야겠다 싶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11-14 16:08   좋아요 1 | URL
찌찌뽕이요~^^
저도 이용마 님의 얘기들도 동질감을 느꼈지만,
사진을 보고 울컥했거든요.

꼭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ㅅ!

2017-11-13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4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3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4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0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3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11-29 19:31   좋아요 0 | URL
아침에 김어준의 뉴스공장 듣는 맛으로 삽니다요~^^
 
수작사계 - 자급자족의 즐거움
김소연 지음 / 모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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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무렵 구입은 했었으나 한쪽 구석에 덩치로 쌓아놔 잊혀졌었다.

얼마전 책정리를 하다가 눈에 띄어 읽어 보게 되었는데,

그러고 보면 사람 뿐만 아니라 책도 적당한 시기가 따로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책들은 사서 쌓아놨다가 잊혀지기 마련인데,

이렇게 간간히 간택되는 책이 있는걸 보면 인연 같은게 있기는 한가 보다.

 

책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사람도 그러한데,

때론 엉뚱한 사람이 보고싶어지기도 한다.

엉뚱한 사람이란 옛 사람의 어머니이다.

엉뚱하다고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보고싶었던 적은 한번도 없고,

어머니 같은 경우는 실제로 뵌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블랙커피(원두가 아니라, 그냥 다방커피에서 설탕과 프림을 뺀 그것)를 좋아하신다고 하여,

'블래기'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간혹 안부를 여쭸었는데,

그런 블래기가 꿈에 선명하게 나타나다니 말이다, ㅋ~.

 

처음 이 책을 들였을때는 김진송 님에게 열을 올렸을때라 우리 숲의 나무로 가구 만드는 목수 남편이 멋져보였었다.

책을 읽으면서 먹는 정원을 가꾸고 손으로 만드는 아내로 옮아 갔는데,

사람이 선하니 글이 한없이 착하게 나오는 것 같다.

 

나도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자급자족의 삶을 꿈꾸지만,

망설이게 되는게 자급자족을 한다는 이유로 안으로 파고들어 외부와 단절을 하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수작사계'에 나오는 자급자족은 소통과 대화를 표방하고 있어 매력적이다.

여러가지 안을 설명해드리고 적절한 선에서 디자인과 견적의 타협을 보던 날, 협상의 마지막 메일에 그분은 이렇게 썼다.

제 사정에선 상당히 무리해서 주문하지만

금액을 깎아주십사 부탁하기보다는

잘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솔직한 그말에 목수와 나는 마음이 움직였다. 언제나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스스로 목수가 아니라면, 이렇게 좋은 가구를 돈을 주고 사서 쓸 수 있을까? 의자 하나에 수십만 원을 줘야 하는 식탁 세트를 마련할 수 있을까? 이렇게 좋은 나무의 감촉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살고 있는데, 단지 돈이 없기 때문에 자연과 인간의 기술이 주는 풍요로운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어야 하다니.(269쪽)

이 부분에서 나도 마음이 움직였는데,

이 부부의 가구 값은 차치하고라도,

옛날 옛적 김진송 님의 경우, 목마가 너무 갖고 싶었지만 살인적인 가격에 포기를 했었다.

목마는 일종의 유희이고 사치품이라고 쳐도,

가구가 되더라도 쉽게 지갑을 열게 되진 못할 것 같다.

 

부부는 자신들의 작품을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분들이라고 가구의 허술한 틈, 목수의 채 영글지 않은 손끝을 알아채지 못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장 부부는 진심으로 가구를 환영하고 집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주셨다. 만든 것은 목수지만 완성한 것은 주인장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 오디오장을 보고 잇달아 주문이 들어오기 사작했다. 사람들은 한참 부족한 이 오디오장을 좋아했다. 따뜻해 보인다고 했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도 했다. 논리적인 설명이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가구가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는 것은 사실이다.(56쪽)

나는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해지는 경험을 했다.

가구나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 뿐만 아니라 그녀의 글도 한몫했는데,

이건 그녀의 따뜻하고 편안한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스승이나 참고서적 따위는 필요없다던 목수가 '조지 나카시마'의 'The Soul of a Tree(나무의 혼)'을 곁에 두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도 참 좋았다.

사진만 보게 될 지라도 나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어졌다.

 

  바느질할 때 내 자리는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 탁자 앞이었다. 흙벽돌에 자연 그대로의 황토를 발라 내부마감을 한 산너울 마을의 집은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한낮에도 약간 어둑했다. 나는 그 아늑한 어둠을 좋아했다. 그 집에서 빛은 상대의 눈이 아프도록 자신을 과시하지 않았다. 나를 위로해준 빛의 역할은 눈부심보다 따뜻함이었다.

  창가 자리는 따뜻했다. 앵두꽃은 환하게 피어올랐다. 생의 소중한 기억들이 바느질을 통해 오롯이 손끝에 집중됐다. 어느날 인형은 완성되었고 그 자그마한 생명체에 나는 '애우'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94쪽)

 

  살면서 계절의 영향을 그토록 선명하게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사무실에서 근무할 땐 더위가 살짝 피하고 싶은 대상, 냉방기 리뫀컨으로 멀찍이서 조절할 수 있는 상대였지만 시골 작업실의 더위는 달랐다. 씨름판의 적수 같았다. 때로 질 때도 이길 때도 있지만 어쨌거나 한결같이 내 몸으로 타고 넘어야 했다.(109쪽)

이런 구절은 그녀의 필력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었고,

  그녀들의 말에는 '정말'. '너무' 따위의 강조의 부사가 섞여들지 않았다. 그들은 강조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냥, 가끔씩 고개를 흔들었다.

  이 풀이 참 징혀. 입술에 물고 댕기다보믄 살이 닳고 찢어져.

  목소리가 낮아졌다. 별로 크게 떠들 일은 아니라는 듯.(168쪽)

모시를 하는 어머니들을 상대로 '농촌마을 컨설턴트'를 할때의 일화를 적어놓은 것 같은데,

그녀의 글 또한 이를 닮았다.

과장이 없는 것이 소박하고 수수하다.

 대칭,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보완하지 않는다. 오로지 왼쪽과 오른쪽을 똑같이 만들기 위한 보완은 목수에겐 보완이 아니다. 대칭 자체는 목수에게 목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문득 이해했다. 가구를 보는 뷰파인더의 눈은 날카로운 심판관의 눈이 아니었다. 빛을 양껏 받아들일 줄도 절제할 줄도 알며 자유롭게 심도를 조절하는 그 눈은 원칙을 따지는 나의 눈과는 달랐다. 너그러운 그 눈앞에 의자는 자유로워 보였다.

  내가 생각하는 가구의 틀에 갇히지 않는 가구야말로 목수의 가구라는 것을, 나의 잣대로 잴 수 없는 그만의 날개짓이 있다는 것을 나는 비로소 받아들였다. 이해라는 것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얼마만한 시간이 걸리는 걸까. 아주 조금 비뚜름한 듯 다른 몇 밀리미터, 잴 수 없는 각도의 차이로 빙긋이 웃고 있는 의자의 팔꿈치들이 나를 쿡 찔렀다. 웃음이 났다. 아주 조금 비뚜름한 목수의 성질머리가 거기서 보였다.(211쪽)

목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전체를 보는것 같아서,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번지고 스며 물들듯 조화로운 것 같아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구절은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목발의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보통 가구는 공간을 실측하는데 목발은 사람을 실측해야 했다. 가구를 원하는 분들은 손을 뻗어 '저기'에 '그것'을 놓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목발이 필요한 이분은 자신의 몸을 보여주셨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목발을 짚고 앞뒤로 걸어 보이셨다. 목발의 머리가 닿는 겨드랑이의 굳은살에 대해 알려주셨다. 걸음의 각도, 집 안팎을 다닐 때의 차이점, 움직일 때 힘이 많이 들어가는 부위를 알려주는 그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보통 사람들보다 좀 길고 상세한 자기소개를 듣는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 목발은 정말로 그걸 사용하는 분의 몸이라는 것을.(215쪽)

옛날에 광화문 육교 근처에 가면 '보장구'라고 하여 마네킹 인형을 만드는 재료들로 만든 한 손 모양, 다리 모양들이 쇼윈도우에 진열되어 있었다.

지금은 조금 더 세련되고 의학적인 기능들을 지닌 보장구로 바뀌는 과정에서 없어졌을 지도 모르겠다.

목발 하나 만드는데 이런 정성을 쏟는다는 측면에선 괜찮지만,

목발의 기능적인 측면을 조율하는 건 보장구사(지금도 그런 이름으로 불리우는 지는 모르겠다)들의 몫이다.

적어도 그들과 협력을 하던지,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단축될 수 있었을 것이다.

자급자족이나 수작업이라는 얘기가 혼자 안으로 궁그리는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타인이 아니면서 타인을 이해한다, 알겠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 일인지 독선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어찌됐건, 이렇게 아름다운 아내 분의 글을 보는 것만으로 이 책을 읽는 수확이다.

어쩌면 이렇게 수더분한 문체로 가슴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원~(,.) 

이 책 덕분에 오는 겨울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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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놀이 2017-11-07 01:44   좋아요 1 | URL
꼭 봐야지 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는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애먹고 있던 책이 있었어요. 오늘 여기서 발견해서 뛸듯이 기쁩니다. ‘The soul of a tree‘! 아마 저도 한두해전 ‘수작사계‘에서 이 책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엄청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7-11-07 09:3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풀꽃놀이님~^^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책을 찜해 두고...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묘한 인연인것 같습니다.
알라딘 서재가 아니면 경험하기 힘들 인연이고 쾌감이겠죠.
앞으로도 좋은 책, 글들로 아껴 뵙도록 하죠.
제가 오히려 고맙고, 반갑습니다~^^
 
서민 독서 -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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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서민을 구원했을지는 몰라도, 이 책 '서민 독서-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가 나를 구원하지는 못했다.

누군가 내게 책을 왜 읽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곰곰 생각해 본적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서민 님처럼 '독서가 나를 구원했다'는 마음가짐은 아닌 것 같다.

재미있으니까 읽고, 독서만한 소일거리는 없으니까 읽는다.

독서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선 떨지 않고 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면 그걸 하겠다고 할 수도 있겠다.

나에게 독서는 그렇게 가변적인 것이다.

 

독서의 힘을 강력하게 믿기는 하지만 '독서만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는 거다.

나 또한 독서의 힘으로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음을 알지만,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못한 사람이 되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링컨 전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링컨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꿈을 키울 수는 있지만,

모두가 링컨 같은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책을 읽는데 그쳐서는 안 되고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고,

책을 읽지 않고,

행동에 옮기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으면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는,

책을 읽지 않고, 행동에 옮기지 않더라도,

안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깊이 생각을 하면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책만이 사람을 바꿀 수 있고,

책을 읽어야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다는 생각은,

선을 위한 독선이고, 책에는 필요악이 되는 것이다.

 

여느 책처럼 재밌게 읽으려고 시작한 책이고,

그래서 이러저러한 책들에 대한 리뷰를 담고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거대한 담론을 담고 있어서 좀 부담스러웠다.

담론을 펼쳐 나가는 방식도 내가 보기엔 좀 억지스러웠다~--;

이는 잘못된 책 선택은 읽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책도 책 나름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좋은 책을 고르는 요령은 무엇일까? 『아침형 인간』같은 자기계발서를 되도록 멀리하고, 소설을 주로 읽기 바란다.(146쪽)

물론 나도 자기계발서 따위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서민 독서'만 하더라도 구태여 분류를 하자면 '소설'보다는 '자기계발서'에 가깝지 않겠는가 말이다.

 

위 부분은 맞춤법이 틀렸다.(159쪽 열째줄과 비교)

 

이 책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다.

나와 다르더라도 하나의 논조를 꾸준히 밀고 나가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중할 수 있겠는데,

어느 꼭지에선 이렇게 한 얘기들을 다른 꼭지에선 또 다른 식으로 얘기하다 보니,

그의 논조가 무엇인지 헷갈린다.

일관되지 않는다.

 

꼭지를 바꿔 읽을 때마다 가재 편인지, 게 편인지, 또는 새우 편인지,

그도 아니면 히드라ㆍ말미잘 편인지 묻고 싶은걸 참느라 혼났다.

 

좌파도 우파도 아닐 수는 있다.

중립을 지키겠다거나,

또는 중립조차도 편가르는 것이 되니 중립의 편도 들지않겠다고 색을 뺄수는 있지만,

빨강과 파랑을 섞지도 않고 나란히 나열하며 보라가 된다고 하는건,

색의 논리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니까 말이다.

 

비교를 할땐, 비교하는 쪽과 당하는 쪽의 기준이 같아야 한다.

얼굴이 이쁜데다가 몸매도 착하다 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책을 읽는 자만이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착하다는건, 근거도 없고 상관관계도 없는 논리의 비약이니까 말이다.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안철수도 책을 열심히 읽은 덕분에 평균 이상의 화술을 구사할 수 있었다. 여기서 선뜻 동의하긴 어려울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말이 모호하다고 말한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를 질타하는 사람들도 있다. 안철수 화술의 위대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비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모호함이 유일하다. 그런데 이건 잘 구사하지 않으면 상대가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라고 알아챌 우려가 있는데, 안철수가 워낙 말을 잘하다 보니 듣는 이로 하여금 "뭔가 있는데 표현을 못하는구나"하고 믿게 만들지 않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안철수가 잦은 부침 속에서도 정치판에 있을 수 있는 비결이고, 이게 가능한 것도 다 그가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253쪽)

 

위 부분은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수긍하기가 힘들다.

저 구절이 참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안철수의 화술이 위대해야 하는데,

저자부터가 '그의 말이 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인용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암튼 자기가 읽은 책을 백 퍼센트, 천 퍼센트 활용하여 이런 책을 낼 수 있다니,

이 책의 저자 서민 님은 똑똑한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서민 님의 책들을 좋아했던건 납득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알아먹을 수 있는 글을 써서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처럼 논리 전개가 엉뚱하거나 비약이 심하면,

또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이의에 대해 설명을 하기보다는 일축을 해버리는 상황이라면,

쉽게 맥이 빠지는 고로 재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책만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는 명제에서 걸어나와,

책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서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이 분야 저 분야 두루뭉술 펼쳐놓기 보다는,

기생충이나 독서 따위, 님만의 전문 분야를 특화해보는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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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잡이 2017-10-31 20:58   좋아요 0 | URL
안철수 이야기는 대놓고 돌려까고 맥이는 수준이네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7-11-01 09:07   좋아요 2 | URL
저도 워낙 글을 재밌게 쓰시는 분이라,
유머 코드 장착을 위한 반어법이나 그딴 수사법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바로 전 페이지에 보면,
그렇다고 해서 안철수가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말을 해야 할 때 안 해서 답답함을 주고, 부산 사투리라 좀 투박한 맛은 있을지언정, 안철수의 말이 두서없게 느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라고 하고 있는걸요~.

저도 돌려까고 멕이는 수준이었으면 좋겠습니다~ㅠ.ㅠ

양손잡이 2017-11-01 09:19   좋아요 1 | URL
허걱 그렇군요... 저도 읽어봐야겠숩니다 ㅠ

마태우스 2017-11-02 08:33   좋아요 2 | URL
양철나무꾼님, 서민입니다. 저자가 리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게 좀 찌질해 보일 수 있어서 평소 리뷰를 안보려고 했지만...님의 리뷰를 그만 보고야 말았습니다. 좋은 리뷰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 동의합니다만, 억울한 부분이 있어요. 안철수 얘기는 까려고 쓴 건데, 제가 글을 못써서 전달이 잘 안됐네요. 원래 제 스타일이 띄운 다음에 비꼬는 거라, 이번에도 그렇게 했는데 제대로 안됐군요. 근데 너무 억울해서 댓글 다는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 안철수를 지지한 적이-대통령 후보로서에 국한하자면-단 한 번도 없습니다 ㅜㅜ

양철나무꾼 2017-11-02 09:28   좋아요 2 | URL
그런 작가 분이 이런 귀한 발걸음을 해주시고 무한영광입니다~^^
그러셨군요.
띄운 다음에 비꼬는 스타일 저도 알고 있습죠.
저도 그래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그렇다면 님의 ‘책을 읽으면 말을 잘 할 수 있다‘라는 취지와는 좀 동떨어지게 되어서요.

제가 아는 분이 안철수 님과 군의관 시절 같이 바둑을 두셨대요.
그래서 안철수 님과 친하다면 친하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정치판에 있을 수 있는 비결을 독서보다는 바둑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시더군요, ㅋ~.

2017-10-31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1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17-11-01 00:55   좋아요 2 | URL
책이 다는 아니죠 책을 읽기만 하지 않고 생각하고 실천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책을 읽는 게 아주 읽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책이 아닌 사람이나 사회와 부딪히고 살면서 얻는 게 더 많을 테죠 그게 쉽지 않은 사람이 책을 파고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책이라고 해서 다 옳은 말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걸 잘 알아봐야 해요


희선

양철나무꾼 2017-11-01 09:22   좋아요 4 | URL
저는 책말고도 세상이나 삶을 낫게 하는 것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접근성이나 편리성에서 책에 밀려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책이 핸드폰에 밀려나고 있구요.

피곤한 사람에겐 한숨 꿀잠이,
허약한사람에겐 적당한 운동이,
힘들고 지친 이에겐 잠깐의 휴식과 위로가 그러하듯이 말이죠~^^

루쉰P 2017-11-01 12:23   좋아요 1 | URL
잘 지내고 계시죠? ㅎ

양철나무꾼 2017-11-01 12:30   좋아요 0 | URL
옴마야~!!!!!!!!!^^
이게 누구래요?
안 죽고 살아게셨습니까?
잘 지내고 계시는거죠?
정말 반갑습니다, 덕분에 오후는 경쾌하게 시작할 수 있겠네요~^^

서니데이 2017-11-01 18:45   좋아요 1 | URL
낮에는 조금 따뜻한 것 같았는데, 해가 지는 시간부터는 차가워지네요.
양철나무꾼님,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11-02 09:29   좋아요 1 | URL
오늘은 좀 흐린 것 같은데,
내일 비오고 추워진대요.
월동 준비 해야할까 봐요~--;

AgalmA 2017-11-01 21:46   좋아요 2 | URL
안철수 씨 화법을 너구리 꾀인 것처럼 말하다니ㅎㅎ 책 많이 읽으면 자기 주장을 더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허점이 바로 드러나는데 무슨! 그 모호함은 정치적 야심을 드러내는 노골적인 모호함일 뿐입니다. 책 많이 읽어서라는 건 당치도 않죠. 서민 작가 무리수를 너무 많이 둔 논점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11-02 09:33   좋아요 1 | URL
서민 님께서 제 서재에 친히 방문하시어,
‘안철수 얘기는 까려고 쓴거라고‘ 소상히 밝혀주셨으니 그런가 보다 해야죠.

저는 그게 그렇게도 읽힐 수 있는 문제인지 잘 이해는 안 가지만~--;

AgalmA 2017-11-02 09:42   좋아요 1 | URL
한국인 문해력 떨어진다는 소리 많잖아요. 본의 아니게 오해와 곡해와 오독을 유발하신 듯^^; 저 문장 맥락으로는 납득이 잘 안됐으니깐요..제가 유머력이 딸려서? 허허;;)

2017-11-02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11-02 09:49   좋아요 1 | URL
왜 이러세요ㅎㅎ; 저자가 친히 저러시니 살짝 편 좀 들어드린 것일 뿐ㅎㅎ;;; 양철나무꾼님이 잘못 봤다고 디스를 하려고 저 말 했겠습니까ㅎㅎ

철야하고 1일 1그림 그리고 이제 잘라고요ㅋ
하루 잘 시작하십쇼^^*

2017-11-02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2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11-02 10:07   좋아요 2 | URL
서재 다녀왔습니다~--;

꿀잠 주무세요, 꿀잠~^^

2017-11-05 0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6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떻게 늙을까 - 전설적인 편집자 다이애너 애실이 전하는 노년의 꿀팁
다이애너 애실 지음, 노상미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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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방영됐던 공유가 주연했던 드라마 '도깨비'를 보게 되면,

도깨비인 공유는 900살이 넘었는데, 그렇게 오래 사는 걸 죄를 지어 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도깨비 신부가 나타나 가슴팍에 꽂힌 검을 빼줘서 無로 돌아가는게 소원이라고 하게 된다.

 

타나토노트였던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보게 되면,

사형수를 대상으로 임계 체험을 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사명감을 가진 한명이 돌아와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가 너무 근사해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밝힌다.

 

하루종일 내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노인들이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당신들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백번 양보하여 당신들의 나이를 까먹고 살거나 나이값 못하고 사는 사람들은 있어도,

애늙은이처럼 살거나 나이 드는게 좋다는 사람들은 보질 못했다.

 

회고록의 성격을 띤 이 책을 책 뒷표지에 '독보적'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난 이 책보다 '헤닝 만켈'의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더 좋았을 뿐이고~--;

 

암튼 그리하여 노인과 노년에 관하여 나는 알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착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러고 보면 여러 의미에서 내겐 좀 충격적이었던 것도 같다.

40대 후반인 나는 내가 때때로 노년이라고 느끼는데,

(아무리 양보를 해도 내가 하는 어떤 행동들은 중년의 그것이라고 봐 줄 수가 없다~--;)

다이애너 애실은 돌아가실 무렵 어머니를 모시면서 (나이 차이가 한 20세정도 날텐데-어머니가 100세이면 그녀가 80세) 어머니만을 노인이라고 생각한다.

나흘 밤은 어머니와 함께, 사흘 밤은 런던에서 지내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런던으로 돌아온 후 나는 침대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몸이 끔찍이 안 좋았다. 체온이 너무 낮아 체온계가 고장 난 줄 알았다. 하지만 원치 않은 저항이 끝나자 나는 원래의 컨디션을 되찾았고 생활을 상당히 잘 지탱해나갔는데, 노인과 함께 살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어머니에게 맞는 식재료를 사서 요리해 어머니의 식사 시간에 맞춰 먹고,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정원을 손보면서 나 자신의 일은 한쪽으로 치워 버리는 것이다. 음악도 듣지 않는다. 보청기를 낀 어머니의 귀에는 이상하게 들리니까. 그리고 대화도 거의 어머니의 관심사에 대해서만 한다. 이제 어머니는 더 이상 다른 다른 사람의 필요나 취향에 적응할 수가 없는데다, 내가 어머니 곁에 있는 것은 당신의 필요나 취향을 실컷 충족해주기 위해서니까. 다행히 어머니의 열정적인 취미인 정원일은 나의 관심사이기도 해서 수월했다. 당시 제한된 시력에다 류머티즘에 걸린 손 때문에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뜨개질밖에 없었는데, 어머니의 뜨개질은 대담해서 자주색을 넣을지 말지, 요크에 새로운 패턴을 넣을지 말지를 두고 어머니와 토론하는 일은 정말 재미있었다.(29~30쪽)

 

이 책이 좀 충격적이라고 한 것은 이런 부분을 봐도 알 수 있다.

ㆍㆍㆍㆍㆍㆍ공짜로 얻은 충성은 봉건제도 하에서 두목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나 좋으라고 생긴 허세 가득한 개념이다. 배우자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친절과 배려이지 신의나 충실은 아닌 것 같다. 정절을 안 지킨다고 친절과 배려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자신이 한 말을 지킨다는 의미의 충실함은 존중하지만, 그것을 섹스에 대한 생각과 단단히 결부하는 건 내가 보기엔 짜증나는 일이다.아내는 반드시 남편에게 충실할 의무가 있다는 믿음의 기저에는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깊은 뿌리가 있다.(58~59쪽)

 

21세기를 사는 나도 (고루한줄 알지만~--;) 헤어나오기 쉽지 않은 개념인데, 다이애어 애실은 여유롭고 자유분망하다.

아니 어쩜 나로서는 꼬부랑 깽깽할머니로 늙어죽을때까지 받아들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나는 감정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불같이 달아오르다가 한풀 꺾이고나면,

온기만을 지닌 채로 늙어가기도 하겠지만,

한번에 한 사람이면 족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또 다른 사람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그 관계에서 맺고 끊음은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이애너 애실은 그렇지도 않다.

 

결혼만 안 했다 뿐이지,

60대 이후로 20여년을 함께 산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가 좋아했던 또 다른 여자가 삶이 어려웠던 걸 알고는 삼각관계 비슷한 관계를 유지하는 걸 보면,

그녀를 쿨하다고 표현할 수 있으려나,

나로써는 이해불가이다.

 

내가 보기에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가 젊었을 적보다 훨씬 세련돼서 대다수가 -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은 확실히 그렇다 - 우리 때보다 손윗사람들과 휠씬 잘 지내는 것 같다. 하지만 장담하는데 그들이 우리와 함께 있고 싶어 할 거라 기대하거나 동년배 친구에게 청할 일을 그들에게 청해서는 절대로, 절대로 안 된다. 그들이 너그러이 베푸는 건 뭐든 즐겁게 받으시라.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112~113쪽)

이런 인간 관계는 그녀가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없기 때문에 더 명쾌할 수도 있겠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나이나 직책에 따라서 역할이 결정되어 버리기도 한다.

연장자는 되더라도  꼰대는 되지말자고 다짐을 해본다.

 

우물쭈물하다보니 노년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다.

평균수명이 연장되어 노년이 더 길어질 것이다.

 

삶을 살면서 자연스레 죽음을 대비할 수 있어야 할텐데,

(하루를 산다는 것은 하루 죽음에 다가간다는 의미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게 미니멀 라이프이다.

이건 삶의 몸집이나 규모에도 적용되지만,

감정적인 면, 마음가짐에도 통용된다.

그걸 그녀는 이렇게 얘기한다.

이제 나는 인간관계를 깊이 들여다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특히나 남녀관계는. 하지만 사실들은 아직도 알고 싶다.(169쪽)

얘기는 책 얘기로 확장된다.

저 부분에서 사실들이 가리키는 것은 '논픽션'을 얘기한다.

그러면서 제니 우글로가 쓴 뷰익의 전기를 언급하는데, 완벽하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작품(172쪽)이라는데 나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

헤닝만켈도 얘기했던 옛날에 좋아했던 책들을 다시 읽는 방식을 얘기한다.

 

음악은 보청기 사용등으로 음이 굴절되어 버리면 소음이 되어버린다.

그림은 그런대로 좋은 취미일 거 같고,

그녀 어머니의 좋은 취미이기도 했던 정원가꾸기도 추천한다.

 

아무리 하찮아도 살아있는 것들에서 삶의 진지함을 발견하게 된다.

 

노년이 길어진다는게,

살아있다는게,

축복인지 형벌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만큼은 후회없이 하루 하루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루 하루의 삶을 예상치 못한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 표지는 나무고사리 그림이란다.

나무고사리를 키워볼 요량으로 주문했더니 10센티도 안 되는 작고 여린 이파리가 왔단다.

 

친구와 이런 얘기를 하면서 웃었다.

꽃은 이쁜데 금세 시들고,

나무는 좋은데 금세 안 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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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25 14:52   좋아요 1 | URL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정확히 언제 죽을지 몰라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부고 소식을 접하면 누구나 그런 걱정을 한 번쯤 하게 돼요. 그래서 옛날에 ‘기우’라는 고사성어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17-10-26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26 14:48   좋아요 1 | URL
저는 하늘과 땅이 무너지는 것을 자연재해로 해석했어요. 그래서 언제 죽을지 몰라서 불안에 떠는 사람을 ‘기우‘에 나오는 걱정하는 사람과 같은 의미로 봤어요. 지금 제가 쓴 댓글을 다시 보니까 사자성어 선택을 잘못했고,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

sprenown 2017-10-25 17:13   좋아요 1 | URL
저도 서서히 노년을 준비 해야할 나이인데..리뷰 잘 읽었습니다. ˝젊은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그 싱싱했던 젊음을 너무 헛되이 보내버렸구나. 아쉬움이 많네요..예전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을 읽었는데 많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없을 순 없겠지만, 연명치료 안하고, 내집에서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고통없이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10-26 14:48   좋아요 1 | URL
이상은 ‘언젠가는‘ 제 애창곡이예요~^^
가사가 참 좋죠?^^
옛날 스물 근처에선 분위기 잡고 이 노랠 부르면 생각 좀 하는 것 같고 폼 나 보였는데 말예요, ㅋ~.

저는 고통은 차치하고,
얼마가 되어도 좋으니,
주변을 정리하고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럴려면 지금부터 대비해야 되는건가 싶기도 하구요~^^

생각할 꺼리를 주시는 댓글, 감사합니다, 꾸벅~(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