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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1월
평점 :
이 책을 시작하기 전에 강유원 님의 '책 읽기의 끝과 시작'이라는 책을 읽는 중이었다.
사실 강유원 님의 그 책을 들였을 때는 그냥 뿌듯하기만 하였지, 읽어낼 자신은 없었다.
그동안 강유원 님의 다른 책들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을 뿐이고~--;
단단한 그의 책들은 난공불락이었다.
쪼개지지 않고 응집력이 강했다.
그런 그의 책들을 읽는건 쪼개지지 않는걸 쪼는 석공의 작업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진입장벽에 대한 염려는 나의 기우에 지나지 않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거의 다 처음 보는 책들이었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고,
모름지기 서평이란 이렇게 써야 한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좋아도 너무 너무 좋아서 thumbs up으론 부족해서,
주변 사람들의 엄지 손가락을 빌려다가,
가능하다면 엄지발가락이라도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 책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이 새로나온걸 알게 되었다.
모든 책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분류를 하라면 리뷰나 서평집을 좋아하는 내겐 빼놓을 수 없는 리스트였고,
거기다가 박균호 님이라면 내가 애정하고 신뢰하는 작가이다.
이 책은 그동안의 리뷰집이나 서평집이랑은 맥락을 달리하는데,
책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 겪는 우여곡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뒷얘기가 등장하기도 하고,
나도 그 중의 한사람이지만, 장서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난 그리 적극적인 장서가는 아니고,
읽는 속도가 들이는 속도에 한참 못 미칠 뿐이라고 자위하고 싶다.)
소장 가치가 높은 고서들에 공을 들이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책 속에서 직접 접하니 감개무량했다.
이토록 지적인 책일기이고 책읽기라니~!
흥미로운 꼭지가 여럿 있었는데,
잃어버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4번이 미시마 유키오의 '봄눈'이라는 것과,
출간된 적도 없는 것이 절판된 배경에 대해서 얘기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추리가 타당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화집'이라고 하여 내가 좋아하는 이옥이 등장하는 것도 좋았고,
독특한 제책방식을 설명하고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어 좋았다.
그런 자료를 제공해준 사람도,
그런 자료를 갈무리하여 책에 실어낸 정성도 놀랍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사진들이 귀한 자료 같아서 모처럼 눈이 호사를 누렸다.
편집자들의 고충을 얘기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12구짜리 멀티탭이라는 표현도 재밌었지만 편집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나열한 부분은 웃펐다.
옛날에 내가 치료했던 편집자는 그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사람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자기 목에 빨대를 꽂고 피를 빨린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었다.
책을 좋아하고, 책에 대한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충분히 재밌게 읽을만 하다.
애쓰셨다.
책의 곳곳에서 오타가 발견되어 신경 쓰였다.
다른건 차치하고라도 사람 이름의 미묘한 오타는 시정되어야 한다.
판에 쇄를 더하도록 대박나셔서 바로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