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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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시작하기 전에 강유원 님의 '책 읽기의 끝과 시작'이라는 책을 읽는 중이었다.

사실 강유원 님의 그 책을 들였을 때는 그냥 뿌듯하기만 하였지, 읽어낼 자신은 없었다.

그동안 강유원 님의 다른 책들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을 뿐이고~--;

단단한 그의 책들은 난공불락이었다.

쪼개지지 않고 응집력이 강했다.

그런 그의 책들을 읽는건 쪼개지지 않는걸 쪼는 석공의 작업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진입장벽에 대한 염려는 나의 기우에 지나지 않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거의 다 처음 보는 책들이었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고,

모름지기 서평이란 이렇게 써야 한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좋아도 너무 너무 좋아서 thumbs up으론 부족해서,

주변 사람들의 엄지 손가락을 빌려다가,

가능하다면 엄지발가락이라도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 책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이 새로나온걸 알게 되었다.

모든 책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분류를 하라면 리뷰나 서평집을 좋아하는 내겐 빼놓을 수 없는 리스트였고,

거기다가 박균호 님이라면 내가 애정하고 신뢰하는 작가이다.

 

이 책은 그동안의 리뷰집이나 서평집이랑은 맥락을 달리하는데,

책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 겪는 우여곡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뒷얘기가 등장하기도 하고,

나도 그 중의 한사람이지만, 장서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난 그리 적극적인 장서가는 아니고,

 읽는 속도가 들이는 속도에 한참 못 미칠 뿐이라고 자위하고 싶다.)

소장 가치가 높은 고서들에 공을 들이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책 속에서 직접 접하니 감개무량했다.

이토록 지적인 책일기이고 책읽기라니~!

 

흥미로운 꼭지가 여럿 있었는데,

잃어버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4번이 미시마 유키오의 '봄눈'이라는 것과,

출간된 적도 없는 것이 절판된 배경에 대해서 얘기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추리가 타당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화집'이라고 하여 내가 좋아하는 이옥이 등장하는 것도 좋았고,

독특한 제책방식을 설명하고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어 좋았다.

그런 자료를 제공해준 사람도,

그런 자료를 갈무리하여 책에 실어낸 정성도 놀랍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사진들이 귀한 자료 같아서 모처럼 눈이 호사를 누렸다.

 

편집자들의 고충을 얘기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12구짜리 멀티탭이라는 표현도 재밌었지만 편집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나열한 부분은 웃펐다.

옛날에 내가 치료했던 편집자는 그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사람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자기 목에 빨대를 꽂고 피를 빨린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었다.

 

책을 좋아하고, 책에 대한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충분히 재밌게 읽을만 하다.

애쓰셨다.

 

 

책의 곳곳에서 오타가 발견되어 신경 쓰였다.

다른건 차치하고라도 사람 이름의 미묘한 오타는 시정되어야 한다.

판에 쇄를 더하도록 대박나셔서 바로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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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1-01-30 06:3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나무꾼님 정말 고맙습니다. 언젠가 책 사진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는 불만을 이 책으로는 만족시켜드려서 개인적으로 참 뿌듯해요. 이 책에서는 자료 사진에 많은 신경을 써서 독자들이 눈 호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 책을 낸 출판사가 국문학 관련해서 2천권 가까이 낸 출판사이고 사장님이 국문학 자료 덕후여서 상당 부분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듭 감사드려요. 주말 잘 보내셔요.

2021-01-30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1-01-29 17: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 님 글은 언제, 어떤 글을 읽어도 기분좋은 ‘잔잔한’ 느낌입니다. 왜 일까, 궁금해지는 한주 마지막 날입니다. 주말에 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21-01-30 08:47   좋아요 2 | URL
‘기분 좋은 잔잔한‘이란 표현이 좋아서 저도 좀 생각해 봤는데,
뭐 별다른건 없고... 아마도... 님이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인듯 합니다.
덕분에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합니다.
고맙습니다~^^

쉽싸리 2021-01-30 14: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목차 보니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많네요. 바둑얘기도 있고요...
소명출판...오타 많다하시니 의외? 네요. ^^

2021-01-30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1-01-30 2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철님,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양철님의 추천이라면 믿고 사볼수 있겠네요.
소개해주신 내용을 보니 저도 궁금한 것이 많네요.

양철나무꾼 2021-02-01 09:44   좋아요 0 | URL
크게 다치셨었단걸 얼마전에 알게 되어 깜짝 놀랐어요.
이제 많이 나아지셔서 다시 복귀하신다는 페이퍼를 읽으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여요.
큰 액땜 했다고 치자구요.
앞으론 좋은 일만 가득하실거라고 주문을 걸어봅니다~^^

2021-02-20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5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5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5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5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5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5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5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1-10-14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가을이 되었어요.나무꾼님^^
잘 지내고 계실 거라고 안부 여쭙습니다.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바쁜 일 끝나시면 종종 글로나마 뵈었음 싶네요^^

양철나무꾼 2021-10-27 16:24   좋아요 0 | URL
지난주에 교외로 나갔었는데 먼산이 단풍으로 울긋불긋한 것이 가을이 그렇게 무르익더라구요.
가을은 어찌되었건 제겐 아플 수밖에 없는 계절인가봐요~--;
그닥 바쁜 일은 없는데도 눈도 귀도 비껴가네요.
안부 어쭤주셔서 고맙습니다. 님도 잘 계신거죠?^^

2021-11-08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장자』 곽상주 해제
김학목 옮김 / 학고방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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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곽상주 해제'를 드디어 다 읽었다.

설렁거리며 대충 한번 읽고 촘촘하게 다시 한번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알던 '장자'와는 해석법이 다르다 정도로 알고 있었지만,

뭐 이런 해석법도 있다...정도 였지, 뭐, 마음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었다.

 

왜 '곽상본'에 대해 힘주어 얘기하는지, '곽상본'의 번역이 왜 값진 것인지, 는 짐작에 맡기겠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주제넘게 언급하는 부분이 있을테고,

내겐 무지로 인해 건드리는 부분이, 누군가에겐 평생이나 전부일 수도 있는 문제라 조심스러워진다.

 

암튼 그렇게 두 차례 읽고도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뒤에 부록으로 나와 있는 '노자의 무위자연과 장자의 소요'라는 논문을 읽다가 문리가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자세를 고쳐 앉아 다시 읽었다.

 

사실 본문 읽으면서 내가 께름칙하였던 부분은 그거였다.

곽상본 이 책대로라면 '노자'를 지양하게 되고,

우리가 아는 공자도 일개 공자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노자의 무위자연과 장자의 소요'라는 논문을 보게 되면,

노자나 왕필의 마음 비움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장자나 곽상은 노자나 왕필의 사상을 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425쪽)

라는 구절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런 구절로 결론 맺는다.

장자의 소요는 분명히 노자의 모순을 극복함으로써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주는 현실적인 의미는 찾기 어렵다. ㆍㆍㆍㆍㆍ(431쪽)

 

내가 이 책을 읽고 큰 울림을 받은 것은 '노자의 무위자연'이나 '장자의 소요' 같은 사상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노자나 장자의 그것은 같지 않을지라도,

땅에 발 딛고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거울을 비추이며 살라는 의미로 읽히는 그 부분이었다. 

어느 누구도 노자, 장자를 얘기하며 '현실적인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집어낸 사람은 없었다.

 

그냥 이 책만 읽어도 좋지만,

끝부분에 부록으로 있는 '노자의 무위자연과 장자의 소요'라는 논문을 읽으면서 완성된 느낌을 받았었다.

좋다.

덕분에 잘 읽었다.

 

149쪽  8줄 애희는 여희의 오타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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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25 08: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무꾼님 제가 읽고 있는 장자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존재는 저것이 아닌 것이 없고 또 이것이 아닌것도 없다. 저것 자체로는 저것이 규명되지 않지만 이것으로 부터 보면 저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저것은 이것에서 생겨나고 이것 또한 저것에서 비롯된다고들 말한다. 이것이 ‘저것과 이것이 나란히 생겨난다‘는 학설이다 오로지 이러할 뿐이어서 삶이 생겨나면 죽음도 나란히 생겨나며 죽음이 생겨나면 삶도 나란히 생겨난다.]
삶은 죽음에서 비롯되고 죽음은 삶에 비롯된다는것은 삶에 죽음이 내포되어 있고 죽음에 삶이 내포된,,,
그렇게 삶과 죽음은 한몸을 이루고 있다는것
[땅에 발 딛고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거울을 비추이며 살라는 의미]
나무꾼님 글을 읽고 오늘 장자에 글을 다시 읽게 되네요. ^.^

양철나무꾼 2021-01-25 08:44   좋아요 2 | URL
저는 리뷰를 글 가는 대로 휘리릭 쓰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알아 먹지 못하는 불친절한 리뷰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님의 이 댓글로 리뷰 내용이 충실해지는 느낌이예요~^^

님의 완독을 응원하며 멋진 리뷰도 기대합니다~!^^

붕붕툐툐 2021-01-23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장자 읽기 시작하는 장자 꼬꼬만데, 반가워용~ 이제 1페이지 시작 해놓고 다른 해석본 더 뭐 읽을까 고민 중~ㅋㅋ 부록을 읽으면 문리가 트인다 참고하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21-01-25 08:52   좋아요 2 | URL
사서삼경을 종류 별로 참 많이 읽기도 읽었지만.
내용을 따라 읽기도 버거워했었는데,
이 책을, 다시 말해 김학목 님의 책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습니다.

이 책만 하다라도 제일 앞 ‘옮긴이의 말‘에 이런 구절이 나오는데, 사고가 전환되는 새로움이었습니다.

˝붕의 비상을 도를 통한 것으로 오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마음을 비워 도를 통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능력을 가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님의 장자읽기를 응원하겠습니다~!^^
 
피은경의 톡톡 칼럼 - 블로거 페크의 생활칼럼집
피은경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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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해서라면 무슨 책이든 읽는 잡식성 취향이었다.

읽을 책이 없으면 팜플렛이나 전단지 따위 글자만 있으면 주워 읽었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눈도 희미해지고 주의력도 산만해지면서 제일 먼저 걸러낸게 자기계발서였다.

그 다음은 수필이나 평론집 따위.

눈이 희미해지면서 에고가 강해져서 그런가 타인의 취향에 쉽게 공감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 였다.

 

이 책은 저자 페크 님이 보내주시겠다고 하셨어서 나온줄 알게 되었고,

이러저러 기회가 닿아 사서 읽게 되었다.

 

가끔 페크님의 알라딘 서재에 들러 글을 읽었던 터라 님의 글이 어떤 스타일인지 알고 있었다.

글을 생각나는 대로 휘리릭 쓰고 교정도 잘 안하는 나와는 다르게,

페크님의 글은 단단하다.

글은 단단하지만 사고는 유연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이게 칼럼의 힘이겠지만 대안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사고가 유연하다 함은 나로썬 생각해보지 못했던 소재인,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을까

질투하는 이유

결혼 전 숙지사항 일곱 가지

해서는 안 될 말

남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

차별과 편견은 당연한가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

 

따위에 대해서,

중년의 나로서는 소재라고 생각조차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칼럼을 써내셨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언어로써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물고기나 참새에 비해 훨씬 쉬워 보인다. 그러니 실제로 이성 관계에서 서로의 마음을 알기란 물고기나 참새의 감정을 헤아리는 일만큼이나 어려울 때가 있다. 자신은 상대에 대해서, 상대는 자신에 대해서 오판할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에 두는 일이 꼭 필요하다.(25쪽)

 

알라딘 서재 이곳은 많은 이웃들과 언어, 의미를 축소시켜 글로써 마음을 떠걸고 소통하는 곳이다.

저 내용은 '남녀간의 의사소통' 꼭지에 나왔으니 '이성 관계'로 표시되었을 뿐이고,

이성이 아닌 누구에게라도 자신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만약 대화에 있어서라면 얼굴표정이나 어조 따위로 말의 셩격을 가늠할 수 있다지만,

글에서는 군더더기로 자세한 설명을 붙이지 않는다면 마음은 물론이고 감정을 읽어내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

나이 차이가 나거나 학연, 지연 따위가 다르다 보면 불통은 더 공공연하다.

 

언젠가 나도 어떤 알라디너의 글에 댓글로 비슷한 실수를 한적이 있다.

나는 '글이 참 좋다'는 의미로 쓴 댓글이었는데,

'이 글이 좋은것입니까(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남~--;)' 하고 물음표 형식의 글에 물음표라는 문장부호 까지 붙여서 나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볼썽사나운 문장이 되고 말았었다.

 

암튼,

그리하여,

칼럼은 수필과는 결이 좀 다른 것같다.

휘리릭 쓰고 교정조차 보지 않고 돌아서는 나로서는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많은 시간과 형식을 따지다보니 글이 좀 딱딱해지는 것이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게 똑부러지는 문장을 만드는 힘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잘 읽었다.

건투를 빈다.

 

(나는 책 제목을 어떻게 뽑았느냐, 내용을 앉히는 방식이나 페이지의 도안 따위 편집에 관한 부분 까지를 책이라고 생각하는 고로,

책의 편집적인 부분이 내 기준으로 많이 아쉬워서 별 하나를 더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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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2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12-02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철마무꾼 님은 꼭 책을 내셔야 합니다.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 짧은 글에도 포스가 느껴집니다.

양철나무꾼 2020-12-04 09:06   좋아요 1 | URL
책을 낼 생각도 없고 그럴 깜냥도 아니지만,
칭찬처럼 느껴져 기분 좋은 것이 하루를 경쾌하게 시작하게 되네요~^^
 
명리 명강 - 하나의 원리로 실전까지 통하는 사주역학의 정석
김학목 지음 / 판미동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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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반야심경을 쓴다.

소리내어 읽기도 하지만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흥얼거림은 소리를 잃는다.

제목까지 쓰고 270자를 채워갈 무렵이면

뭔가 뿌듯한듯 하면서 공허하기도 하다.

반야심경에는 없을 무無 자가 21번 나오고,

빌 공空 자가 6번,

아닐 불不 자가 8번 나온다.

삶은 결국 별것 없고,

텅빈 것 같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부정의 언어 같지만,

지금 여기 내가 숨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오롯이 느낄 때에야 그런 부정을 마음 깊숙이 담아 둘 수가 있다.



요즘 읽은 책의 흐름은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시리즈 4권이랑,

'총알 개미 시리즈'를 읽다가 돈아까워 죽는 줄 알았고,

내용도 내용이지만,

요렇게 성근 책을 이~렇게 비싼 가격에 팔다니 하고 한번 툴툴거려주시고,

'이정호의 새롭게 보는 사주이야기'를 읽다가 육친의 내용이 없어 중간에 어버버버 하다가 집어던지고,

이 책 '명리명강'을 집어들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사주 명리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 봐도 좋겠고,

수양을 하는 사람이 봐도 좋겠다.

이 책이 좋았던 것은 무조건 외우라고 하는게 아니라,

원리를 설명해주고 외우라고 하고,

사주에 적용하면 신기할 정도로 잘 맞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는 것(180쪽, 신살)은 언급하고 지나간다는 것이다.

사주 명리 관련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던 사람이라면 경험해봤을텐데,

저자가 육친에 자신이 없으면 육친은 언급하지 않고 지나가고,

12운성이 자신 없으면 12운성은 공부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이 글을 읽은 지인이 육친이나 12운성에 자신 없는 사람은 없다고함.

 인정을 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그러다 보니까 깊이 연구하지 않는다고 함.)

그런데 명리에서 육친과 12운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사주를 풀어나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철학을 전공하신 분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주를 누구에게 사사하신게 아니라 스스로 독학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책들과는 접근 방법이 좀 달랐고,

그런 것들이 내게 위로가 되어주었다.

 

사주 명리와 윤회를 연결시켜 얘기하는 것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부분은 전체를 대표한다는 프랙탈이나 역사의 반복 현상 이 모두가 되풀이이고 어찌보면 윤회이니까 말이다.

이런 당부도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명리를 익히는 독자들은 명심하길 바란다. 명리를 알면 알수록 인과응보의 고리가 아주 질기고 처절하게 얽혀 있음을 깨닫곤 한다. 그러니 명리를 통해 좋은 것을 찾아가고 나쁜 것을 피해갈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여 수행으로 극복해야 한다. 내 운명이 이 삶을 택했다면 그것을 아름답게 승화시켜야 다음 생에서 현재의 삶을 반복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181쪽)

아들이 그렇게 되고 가장 괴로웠던 건 사람들이 내 잘못이 아니라고만 하는 것이었다.

상황은 이미 벌어졌는데,

이미 벌어진 이 상황들을 내 잘못이 아니라고 외면하고 접어서 한쪽으로 치우고 할 순 없었다.

부정하는 순간 이 땅에서 존재했던 것마저 잊혀질까봐 힘들었다.

 

수행으로 극복하든지 승화를 시키든지,

일단은 인정을 하고 받아들이는 것(지금 여기 내가 숨쉬고 있을 뿐이라는 것)에서 출발을 할테니까 말이다.

이생에서 비극은 이미 경험했고,

다음 생에서 이 생에서의 삶을 반복한다면 그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을 것이다.

간혹 다른 누군가의 사주를 봐줄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사주 명리'에 매달리냐고 하는데,

내가 사주명리를 공부하는 이유는 마음의 평수를 좀 넓힐 요량이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서 쉴 곳이 없다.

 

지금까지 2번을 읽었고 앞으로 여러번 더 읽을 것이다.

마음의 평수를 넓힐 요량으로,

내지는 삶에 위로가 필요할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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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8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8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30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할매, 밥 됩니까 - 여행작가 노중훈이 사랑한 골목 뒤꼍 할머니 식당 27곳 이야기
노중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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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듣는 아침 라디오 방송 채널이 TBS로 바뀌고,

토욜 아침마다 듣던 '노중훈의 여행의 맛' 대신 '라디오를 켜라'를 배경처럼 듣게 되었는데,

어느 수요일 '노중훈'이 나와서 방송을 하고 있는 거라,

완전 반가울 수밖에...

그 방송 끄뜨머리에 '노중훈'의 새 책 광고를 듣고 휘리릭 주문했다.

 

 

이 책의 '들어가며'에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맛집'이란 단어를 좋아하지도,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이 책에 나온 식당들을 찾아가 음식 품평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11쪽)

이 책이 나에게 안성맞춤인 이유이다.

 

맛이라면 귀신 같은 아들이 있을때는 맛집을 찾아다니는게, 식도락이, 가족의 취미였는데,

지금은 먹는 것에 욕심을 부리진 않는다.

 

하지만. 노중훈이나 몇몇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다보면 밥을 안먹어도 이내 가슴이 뜨뜻해지고 배가 불러오는지라,

책은 어떨지 궁금했나 보다.

말은 재밌게 하는데 글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글은 수려한데 수줍어하는 등의 이유로 말은 그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노중훈은 말솜씨 만큼 찬란한 글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직유를 이렇게 정직하게, 그러면서도 노래하듯 리듬을 실어 적절하게 구사하는 이를 본적이 없다.

ㆍㆍㆍㆍㆍㆍ어머니의 음식은 맑은 샘물 같고, 나긋한 살랑바람 같고, 가붓가붓한 새털구름 같고, 느슨한 면바지 같고, 보송보송한 차렵이불 같다.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고 먹어도 먹어도 속이 거북하지 않다.(31쪽)

빼어나고 맛깔스럽다.

 

이런 구절도 좋았다.

나날이 고단했고, 매일매일 매웠으며, 하루하루 고됐다.(100쪽)

 

주요리로 젓가락을 옮기자, 두툼한 비계를 달고 두툼하게 썰린 돼지고기 수육은 탄탄하기 이를 데 없다. 나태하고 물렁한 부분이 없어 저작의 기쁨이 충만하다. 그 자체로 완결성을 띠지만 어머니의 김치, 어머니의 장, 어머니의 젓갈과 상봉하면 그야말로 천의무봉이다.(104쪽)

 

"나는 여기서 술을 마시지 않아. 여긴 내 삶의 현장이야."

"싼 걸 먹는다고 저렴한 사람이 아니야. 사람마다 가치가 있어."

나는 성원식품의 단골이 되어 기쁘다.(116쪽)

 

"국물은 차분하고 단정하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하나 없어요. 맑은 계통이지 걸쭉한 국물이 아녜요. 하늘거리는 면발은 기계가 뽑아낸 듯 굵기가 똑같아요.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손 자주 들고 발표 잘 하고 목소리 크고 액션 큰 그런 친구들이 아니라 있는 듯 없는 듯 자기 자리를 조용하게 지키고 있는 학생, 그러면서 자기 일 옴팡지게 잘하는 친구, 뭐 그런 느낌이에요.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문양의 옷이 아니라 수수한 리넨셔츠 같은 칼국수죠.(208쪽)

위 대목은 노중훈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인데,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라디오로 들으면서 무려 감격을 했었다.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에 게스트와 함께하거나,

누군가의 프로에 게스트로 나가 대담식으로 진행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책을 읽으니 웬걸,

'할매'라고 하는 어르신들에게 어떻게 말을 붙이고 섞여 가는지를 여우(?)처럼 잘 알고 있었다.

'들어줄 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습성을 알고,

어느 대목에서 추임새를 넣어야 하는지, 적절한 타이밍을 용하게 알고 있었다. 

 

예전에 언젠가 넷상에서 프로필 사진을 봤을땐,

수더분하고 두루뭉술할 줄만 알았다.

프로필 사진이 모자를 써서 눈이 가려져 알 수 없었는데,

눈을 보게 되니 또 다른 느낌이다.

 

유튜브를 통해서 말하는 모습을 보니,

라디오를 통해서 듣던 목소리와는 또 다른 울림이 느껴진다.

뱃속 깊숙한 동굴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생각했었는데,

가슴에서 생각하던 것을 오래 둥글려 입안에 모았다가 비교적 가볍게 툭 내뱉는 느낌이었다.

이 가벼움이란 것이 건들거리는 가벼움이 아니라,

심각해지고 자칫 무거워지는 것을 경계하는 가벼움이었다.

상대의 말을 자르지 않되,

귀를 열고 듣고 있다는 호응의 추임새를 적당히 넣을 줄 아는,

낄.끼.빠.빠.를 정확히 안다.

 


마침 본 유튜브가 '1박2일 전북여행-금산여관'편이었다.

금산여관을 소개하는 것도 좋았지만 끝부분에 누군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거기 화음을 쌓는 걸 보고 다시 한번 그의 배려를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 노래를 부르는데 화음을 쌓아 올리는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아래로 깔리는 화음을 받쳐주는 것은 더 더욱 쉽지않은 일일 것이다.

나서서 스스로 빛나는 별도 좋지만,

판을 깔아주고 빛날 수 있도록 배경이 되어주는 것도 충분히 멋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고,

 

나도 이쁘고 아름답고 똑 떨어지는 말이나 글을 구사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누군가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주고 누군가가 쓰는 글을 찬찬히 읽어주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소박하지만 융숭한 대접을 받은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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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0-20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부분 읽는데 정말 읽는 맛이 나네요. ㅎㅎㅎㅎ진짜로 먹고 싶어져요.
잘 지내시죠, 양철나무꾼님!
오랜만에 오셨어요~~~~~~~*^^*

양철나무꾼 2020-10-21 09:41   좋아요 0 | URL
님의 댓글 읽고 다시 저 인용글 읽는데,
아우~ 배고파요.
오늘 아침 라디오에 나와서 또 한참 ‘썰~‘을 풀더라구요~^^

님도 잘 지내시죠?
반갑습니다, 꾸벅~(__)

2020-10-21 09: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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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1 09: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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