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좀 많다.

소장 욕심도 있고,

게다가 못 버리는 습성이 있어서,

일단 들이고 쌓아놓았었다.

 

그런데 근래  주변에서 갑작스런 죽음을 연달아 접하고 겪으면서,

유품 정리의 어려움을 전해들었고 또 겪으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바뀐 생각은 행동으로 옮겨질까,

급기야 읽은 책만이라도 정리하자는 기특한 실천으로 이어졌다.

동네에 알라딘중고서점이 생긴 것도 한몫한다.

 

그동안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기만 하였을땐 몰랐던,

알라딘 중고서점에 내가 가진 책들을 판매 하면서 몇 가지 에피소드를 겪었다.

 

에피소드 하나,

알라딘인터넷서점을 통하여 전날 들인 책을 다음날 알라딘 중고 서점을 통하여 판매하려고 하였더니 '중'등급이 책정되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겉표지가 세월에 바랜 자국이 미약하게 있고,

책 DB에는 없는 선이 실제 책표지에서 보이는데 오염 같다는 이유에서 였다.

말을 듣고보니 그런 것도 같아서 수긍은 하였는데,

그렇다면 그렇게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책을 내가 새책으로 받아봐선 안되는게 먼저가 아니었을까.

하루만에 중등급으로 평가받는 새 책이라니 아이러니 컬 하다.

 

두번째 에피소드.

내가 보기엔 새 책이랑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는 책인데,

펼쳐진 사용감이 있다고 중등급으로 판정하였다.

펼쳐진 사용감이 싫어 조심조심하는 편인데 그 정도의 펼쳐진 사용감을 내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세번째 에피소드.

마찬가지로 구매한지 얼마 안되는 책이었는데 중등급 판정이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띠지를 고정하기 위해 붙여놓은 테이프 때문이었다.

테이프를 떼고 다음번에 가져갔더니 최상 등급 판정이었다.

 

이런 도서 판정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 다른 판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중고 매장 직원에게 컴플레인을 할 일은 아니다.

직원들은 중고 도서 매입 매뉴얼에 따라 움직일 뿐,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다른 판정이 계속 된다면,

야박한 판정의 사람보다는 후한 판정의 사람에게 매입을 의뢰할 것 같다.

 

그동안 알라딘 인터넷 서점 이곳을 애정했던지라, '할말이 많아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할.많.하.않'겠지만,

예전처럼 애정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알라딘도 이익기업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수익은 어떻게든 창출할 것이고 늘어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광팬 한 명을 잃어갈지도 모른다.

 

 

 

 

 [수입] Green Book (그린 북) (2018) (한글무자막)(Blu-ray + DVD + Digital)
 Universal Studios / 2019년 3월

얼마 전 '그린 북'이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는 감동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났는데,

실상 그들의 관계는 영화와는 다르게 지극히 비지니스적인 것이었다는 얘길 주워듣자,

영화에 대한 감동이 반감되었다.

 

영화 속 등장하는 편견과 선입견에 몸서리를 칠때쯤,

생각은 이리 저리 널을 뛰어 언젠가 보았던 에단호크와 기네스펠트로 주연의 영화 '위대한 유산'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 등장하던 아름다운 키스씬을 생각하며 책을 읽는데,

책은 또 영화와는 완전 다른 내용이었고 다른 감동을 주었다.

좀 더 찾아보니 데이비드 린 감독의 1946년판 '위대한 유산'이라는 영화가 따로 있었고,

이 영화가 원작에 근접하는 것 같다.

 

 

 위대한 유산 1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위대한 유산 2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왜냐하면 비록 내가 앞으로 덧붙여 이야기하는 것이 거기에 포함되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내가 말하는 그 모든 것의 공로는 바로 조에게 있기 때문이다. 내가 도망쳐 군인이나 선원이 되지 않았던 것은 내가 충실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조가 나를 충실하게 대해 줬기 때문이다. 또 전혀 마음이 내키지 않았어도 내가 그런대로 열심히 일을 했던 것은 나에게 강한 근면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조가 보여 준 강한 근면성 때문이다. 온화하고 심성이 정직하며,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어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미치는지를 아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그 사람의 영향력이 바로 내 곁을 지나칠 때 나 자신이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가를 아는 것은 아주 가능한 일이다. 내 도제 생활과 관련하여 뭔가 좋게 여길 만한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순박하고 만족하며 사는 조에게서 비롯된 것이지, 갈망과 불만에 가득 차서 들떠 있기만 했던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분명히 잘 알고 있다.(1권 199쪽)

 

"내 너에게 말해 주마."그녀는 여전히 급하고 격정적인 속삭임으로 말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그것은 맹목적인 헌신이고, 절대적인 겸손이며, 완전한 복종이고, 너 자신과 세상 전체를 거스르는 신뢰와 믿음이며, 네 온 마음과 영혼을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것이야. 내가 그랬듯이 말이야!"(1권, 441쪽) 

 

사실 '위대한 유산'의 설정이 백퍼센트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장 위대한 유산은 역사적 유구함이나 전통, 부 같은 것이 아니라,

조라는 인물로 대표되는 근면하고 충실함, 온화하고 정직한 심성 따위의 영향을 어떻게 주고 받는가 하는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나서,

모두에게 그럴 순 없더라도,

사람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전으로 불리우는 책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구나 싶더라.

 

알라딘에 뜨문뜨문한 사이에 켄폴릿의 이런 책이 나왔다.

켄폴릿만으로도 설레발을 치기에 충분한데,

'대지의 기둥' 후속작이라고 하니 안 들일 이유가 없다.

 

 

 [세트] 끝없는 세상 1~3 세트 - 전3권
 켄 폴릿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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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2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2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2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2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3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3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9-04-03 0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별히 깐깐한 지점인가 봅니다. 펼쳐읽은 흔적으로 중등급은......그나저나 저도 살 때 모서리 흠집 넘어갔는데 팔 때 보니 매입불가 ㅠㅠ 니들이 새책으로 판 거라고 말해봤자였어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9-04-03 09:10   좋아요 0 | URL
예전엔 책을 되팔 생각을 안 했어서 그런 건 유의하지 않았었는데,
되팔 생각을 하고보니 여간 꼼꼼히 살펴야 하는게 아니더라구요.
님 말씀처럼 모서리 흠집 같은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책의 띠지 유무도...
없는건 괜찮은데,
있는데 흠집이 있으면 마이너스 반영되더라구요, 웃겼어요~^^

단발머리 2019-04-03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몰라도 첫번째 에피소드는 정말 아쉽네요. 어제 받은 책이라면, 아무리 열심히 읽었더라도 완전 새책 느낌이니 ‘최상급‘ 받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중고서점 쪽에서도 책을 보내는 곳에서도,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 같아요.
저희 동네는 다행인지...... 주의해서 안 보시는지.... 알라딘에서 산 책이라면 중등급 판정도 흔하지 않고, 상급 판정(^^)이 잦거든요.
아무튼 알라딘에게 주의하라 해야겠습니다.

2019-04-03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이너스 2019-04-03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스24도 마찬가지에요. 저도 두 권 중복구매해서 읽지 않은 책을 바이백으로 보냈더니 등급 하나 낮춰서 가격 책정하더라고요. 사유는 책 모서리가 살짝 까져서라고... 보낼 땐 읽은 흔적이 없는 새 책이라도 배송 중 파손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9-04-03 13:3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어디나 비슷비슷한가 봅니다.
알라딘만 그렇게 야박한게 아닌 듯하여 살짝 안심이 되다가도,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잘 보관해야 하는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
살짝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라이너스 님 안타까우셨겠습니다.
책 모서리가 까지는 ‘파손‘이 ‘배송‘ 중 일어날 수 있다니...책에 손이라도 달렸나 봅니다~--;

감은빛 2019-04-03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주말에 애들하고 중고매장 가서 한참을 머물다 오곤 하는데,
책 팔러 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진 것 같더라구요.
근데 잘 알지도 못하고 집에 있는 책들을 몇 박스나 무겁게 가져와선,
대부분 팔지도 못하고 가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제가 슬쩍 보니 주로 애들 학습 만화책, 낡은 동화책이 다수더라구요.

중고매장에 있는 책을 살 때는 다소 사용감이 있고, 모서리가 살짝 찍혔어도,
표지가 조금 더러워도 이게 왠 일이야? 하면서 책을 사게 되는데 말이죠. ㅎㅎ

양철나무꾼 2019-04-04 10:28   좋아요 0 | URL
얼마전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을때,
어느 분이 전집을 여러 질 들고왔다가 전집은 매입불가라는 말을 듣고는
버려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랬더니 주차장 옆 공터를 안내해주는 소릴 들었습니다.
주차요금에 이래저래 손해겠더라구요~--;

그나저나 지역활동도 무엇도 건강하셔야 하실 수 있습니다.
술, 담배 줄이시고...건강을 먼저 돌보셔야 합니다~!

알라딘고객센터 2019-04-10 0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 안녕하세요?
알라딘 고객팀장 표종합니다.

여러모로 미흡한 모습 보여드린 듯 해 송구함 느낍니다.

올려주신 글 토대로 여러 연관부서와의 점검과 개선안을 모색해보았고,
지적해주신 사항에 대해 부족하나마 답변드립니다.

우선, 일부 상태가 좋지 않은 도서를 받으신 듯 한데 송구합니다.
출간이 1-2년 이상 경과한 도서여서 유통재고량 대부분 일정 정도 품질 문제가 있는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출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도서라면 입고 및 검수 과정에서 제대로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차치하고,
저희에게 최근 구매 및 완독 후 중고도서로 판매 과정에서
품질 문제만을 기준으로 메뉴얼에 따른 엄격한 등급 책정시 납득이 어려우시리라는 점에 근본적으로 공감합니다.
유통 현실로 판매상품 상태에 대해서는 양해를 바라면서,
정작 저희가 판매한 상품의 매입시 매입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며,
이번 검토를 통해 매입 메뉴얼 일부를 보강키로 했습니다.저희에게 구매 후 일정한 기한 내 판매시에는 현행 매입 기준보다 한단계 상향?(혹은 최상급) 매입하는 등의 방향으로 가다듬으려 합니다.

또한, 구체적으로 비판해주신, ‘펼침 흔적‘ 기준 또한 애매하다는 판단이 있으신 듯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도 공감하며,
이 요소는 중고상품 판매 고객님과 중고상품 구매 고객님간 눈높이와 기준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슈이자,
알라딘의 매입 담당자들간 이에 대한 눈높이 격차도 분명 존재할 듯 한데요,
우선은 매입 담당자들 눈높이 부터 최대한 통일시키기 위해 품질판정교육을 매장별로 진행중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띠지의 경우 매입과정에서 저희가 제거하며 발생하는 훼손 우려가 있으며,
매입 후 품질 표시와 판매 재고로 노출되는 상황인데,
만일 저희가 제거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훼손 발생시 매입가 책정이나 이후 웹정보 조정 필요성 등 여러 복잡한 이슈가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원상품과 무관한 테잎 등 부착물 등 흔적이나 훼손 없도록 사전에 제거 후 방문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물론, 현장에서 고객님께서 직접 제거 후 건네주셔도 된다는 점을 안내 드리고 있는데,
이번 방문매장에서는 이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는 중고 책임자의 진단이 있었습니다.

귀중한 시간 할애해 여러 비판과 지적 주신 데 감사드리며,
실망감 드리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북극곰 2019-04-11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중고, 처음에는 그렇게 야박한 느낌 없었는데,
갈수록 너무 심하게 까탈스럽게 판정해서 저도 몇번 빈정상한 적 있어요.
진짜 최상등급은 새 책사서 안 읽고 가져와야 하는 거냐... 싶었어요.
그간 아무 생각없이 당연히 알라딘에 가서 팔았는데, 확 다른 곳에 팔아버릴까... 하는 맘이 들었답니다.

게을러서 여적 몇 달을,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 하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요.
요즘 사는 걸 자제해서 잽싸게 행동을 안하는것 같기도요.

잘 지내시지요? 꽃이 피니 봄이 왔겠지만, 현실은 감기 투쟁중요.

양철나무꾼 2019-04-12 17: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여기서 키 포인트는 야박한 느낌이 들고 빈정을 상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판다는 것은 큰 돈을 바라고 하는 행위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고작 최상, 상, 중등급 간에 가격 차이도 몇 백원일테고,
그걸 팔아서 영화를 누리거나 하진 않잖아요.

그러니 저런 품질 판정 교육을 매장 별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매장을 뭉뚱그려,
말하자면 여러 매장이 어울려,
직원들이 돌아가면서했으면 좋겠더라구요.
아니면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동일한 기준을 숙지하는 식으로요~^^

알라딘이 아니어도 책을 팔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알라디너여서 느끼는 소속감이랄까, 프랜드 쉽 이런 걸 충족시키긴 힘들 듯 싶어서요.

네, 봄도 오고 꽃도 피지만,
흐드러질수록 현실은 사무치네요.

어여, 감기를 훌훌 떨어내시고 꽃 피는 봄을 만끽하시길~^^

레삭매냐 2019-04-15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헌책 평가가 아주 빡세졌습니다.
뭐 판매자이면서 구매자이기도 하니 좋은
점도 있겠죠.

예전보다 많이 빡세요, 빛바램 책곰팡이
기타 등등...

재밌는 건, 알라딘에서 헌책으로 사서 되
팔려고 할 때 판매불가 판정을 받게 되는
거죠. 이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더라구요.
알라딘에서 팔 땐 OK,
내가 팔 땐 안 OK !!!

양철나무꾼 2019-04-16 09:53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님들 얘기를 듣고보니 크게, 또는 소소하게 불만들을 갖고 계셨네요.
알라딘 중고서점이 이런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라지만, 판매불가인 책들도 엄청 많고,
전 새 책을 파는 경우,
폰으로 확인하고 간 가격이랑, 중고 매장에서의 가격이랑 차이가 나는 경우도 봤어요.
그때 때마침 폰 배터리가 나가서 비교 확인은 할 수 없었지만,
집에서 확인을 해보니 폰으로 확인한 가격 그대로여서 빈정 상한 적도 있습니다, ㅋ~.

2019-04-18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2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1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 읽다가 작가에 필이 꽂히면 그의 작품을 두루 섭렵하는 것은 물론, 그가 좋다고 한 책도 일단 사들이고 보는 경향이 있다.

'서효인+박혜진'님의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의 서효인 님이 그랬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느낌이랄까.

처음 헐렁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골라 잘 차려진 소박한 한끼 밥상을 선물받는 느낌이었다.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
 서효인.박혜진 지음 / 난다 /

 2018년 12

 

사실 난 다른 사람이 쓴 독서일기나 서평집 따위 보는 것을 즐기지만,

그 독서일기나 서평집을 통해서 내가 읽거나 또는 읽지 않을 책들을 골라내는 건 쉽지 않다.

하긴 나만 하더라도 별로인 책을 향하여 '별로'라는 평을 남기는 건 웬만해선 조심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 책을 만드는데 공들인 사람들과 베어 넘겨진 나무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라고 해야할까, 암튼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의 박혜진 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거다.

속으로 백만번의 땡큐를 날려드리고, ㅋ~.

그 책 재미없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신뢰하는 독서가가 곁에 있어서 좋은 건 훌륭한 책을 추천받을 수 있다는 것만큼이나 보지 않아도 될 책을 걸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 효인 선배가 ***을 읽고 가볍게 한마디했다. "이 책은 안 봐도 될 듯."(235쪽)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바로 이 책 때문이다.

전지현 님의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전지현 지음, 순두부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2월

 

웹서핑을 하다가 필이 꽂히면 책을 들이는 편인데 책의 상세 정보 따위를 살피는 일은 거의 없다.

책 소개를 보고 일단 재밌을 것 같아서 들였는데,

실물을 받아보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정가 12000원짜리 책인데, 책의 크기도 작고 얇다( 176쪽 짜리).

책 제목 아래 부제를 보면 '여덟 해 동안 만난 일곱 의사와의 좌충우돌 현재진행형 우울증 치료기'라고 되어 있는데,

내용을 보면 8년의 세월을 과감하게 생략하여 뜨문뜨문이고,

일곱 의사라는 것도 한의사와 내과의사, 지금은 소아청소년과 의사에 이르기까지 버라이어티하기도 하다.

뭐랄까, 난 좀 자세하고 깊이있는 무엇인가를 원했었나 보다.

 

좀 자세히 읽다보니, 초창기엔 이분한테 맞는 의사를 만나지 못해서 설렁설렁한 느낌이 들었던 거고,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밀도도 있고 안정적인 책이 된다.

그렇게 만난 세 번째 의사는 학원 친구 같았다.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동질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오히려 적당한 물리적 거리감에서 오는 편안함이 있는 그런 친구.

이 의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초점을 맞춰 진료를 했다. 그러면서 우울증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당뇨나 고혈압을 생각해보세요. 평생 약을 먹는다는게 이상한가요? 약을 먹어도 치료되지 않는다며 병원을 거부하나요? 아니면 병을 숨기나요? 오래 먹어도 괜찮다는게 입증된 약들이에요. 비타민 드신다고 생각하세요. 몸에 좋다는 건 다들 고민 없이 잘 챙겨들 먹잖아요."(81쪽)

 

148쪽 밑에서 셋째 줄의,

애긴데-->얘긴데

 

이쯤에서 고백해 보자면,

내 서재의 이름인 'insure safety distance'는 내가 이곳에서 적당히 물리적 거리감을 느낀다는 의미로 지었다.

거기서 내가 편안함과 위안을 느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익명성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라딘 서재 이곳이 좋은 것은,

책으로 '연결'되었다는 소속감이 좋은 것이고,

힘들어할때 수선 부리지 않고 조용히 의지가 되어주시고 손 내밀어 잡아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럼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대기 중인 책은 김정선 님의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이다.

해답을 찾을 순 없어도 위로가 되어줄 수는 있겠지.

 

아참참, 우리 아들과 이름이 한 끗 차이인 이정록 님이 수필집을 내셨나 보다.

난 이정록 님의 경우 시보단 수필을 애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요번 책엔 내가 왕애정하는 시인 어머님의 그림이 등장하나 보다.

어젠가는 상품 준비중이더니,

오늘은 나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나 보다.

이제 받아서 재밌게 읽을 일만 남았다.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김정선 지음 / 포도밭출판사 /

2018년 10월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이정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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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9-01-17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로인 책은 별점을 매기지 않거나 아예 리뷰를 남기지를 않고 조용히 되파는데요. 가끔 북플 벗님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원스타 투스타 리뷰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합니다. 그럴땐 소심하게 좋아요 누르고 사라지죠.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9-01-17 16:03   좋아요 2 | URL
전 예전에 별 하나도 주기 싫었던 책인데 별 하나를 줬더니,
저자는 가만 있었는지 어쩐지 모르겠는데,
문하생들이 악플을 달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얼마 있다가 확인해보니 제 리뷰가 블라인드 처리된것인지,
제 서재에서조차 삭제되어있더라구요.
암튼 그런 일이 있은 후론 책이 별로이면 별점을 매기지 않아도 좋은 페이퍼로 돌려버립니다.
님과 저 찌찌뽕이었네요, ㅋ~.
저도 원스타 투스타 리뷰 통쾌할때가 있거든요~^^

2019-01-17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9-01-17 16:12   좋아요 3 | URL
맞아요, 알라딘이 책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예요.
저 예전에 다른 인터넷 서점에, (인터파*)에 잠깐 잠깐 리뷰를 올린 적이 있었는데,
이곳보다 더 간단하게 100자평 정도로 쓰면 되는데,
그게 되게 공식적이고 형식적으로 느껴졌어요.
알라딘 서재 이곳은 거기에 비하면 내밀하고 친밀하죠~^^

저도 주변에 책얘기 나눌 분 없습니다.
다는 아니겠지만 어르신들은 책읽기를 포기하시고,
저희 남편만 하더라도 저랑 독서취향에 교집합이 없습니다~--;
그래서 책 얘기 맘껏 할 수 있는 이곳이 좋습니다~^^

파워리뷰어 2019-01-1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가며 좋은 책을 만나는 것도 복입니다. 저는 다른 인터넷 서점 블로그 대문에 이런 글을 남겼지요.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애틋한 사랑을 만남과 같다.” 사실 내가 불러서 오는 책들보다, 나를 일부러 찾아온 책들은..“너 참 못생겼다. 종이가 아깝다. 나무가 불쌍하다.”하기 참 힘들어요. 어떤 땐 아예 그 책을 리뷰는커녕 조용히 다시 종이로 보낸 적도 있습니다(아주 가끔). 아무리 못 나도 예쁜 구석을 찾아보려고 애쓰기도 하구요. 그러나 권책가(勸冊歌)는 안 부릅니다. 못 부르지요. 책과의 만남도 福不福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양철나무꾼 2019-01-17 16:31   좋아요 1 | URL
네, 살아가면서 좋은 책을 만나는 것도 복이지만,
책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온라인이 됐든 오프라인이 됐든 만나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게다가 좋은 책을 권해주긴 쉽지만,
별로인 책을 가려내주는건 쉽지않은 일이겠지요.
그래서 저 책의 박혜진 님을 보면서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애틋한 사랑을 만남과 같다.” 라 완전 멋집니다.
김탁환 님이 쓰신 ‘열하광인‘이었나(?) 하는 책에 보면 명은주라는 여자가 저렇게 책과 애틋한 사랑을 했었는데 말이죠~^^

이박사 2019-01-17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효인X박혜진 님 책 구매했습니다^^

˝이 책은 안 봐도 될 듯˝이라는 말이 참 부럽네요.

책 이전에 그 사람을 잘 알아야 할 수 있는 말 같아서.

양철나무꾼 2019-01-18 09:32   좋아요 0 | URL
오래간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한번씩 맥을 짚어주는 장르소설 리뷰(?) 100자평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러게요.
˝이 책은 안 봐도 될 듯˝이라는 말 속에 참 많은 배려가 담겨 있죠.
저는 박혜진 님이 완전 부럽더라구요.
서효인 님이 소개하신 책들 뿐만 아니라 서효인 님의 책들을 다 들이는 중입니다~^^

서니데이 2019-01-1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라인 서점의 미리보기나 상품소개란이 잘 되어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실물을 확인하고 사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렇게 사도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다른 책도 있기도 합니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겠지요.
잘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9-01-18 09:44   좋아요 1 | URL
한 10년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을 반반씩 이용했던 것 같은데,
이젠 온라인 서점만, 그것도 알라딘 서점 한곳만 이용해요.
그래도 산 책을 또 사고, 선물 받고...똑같은 책을 4권까지 들여봤습니다, ㅋ~.

가끔 오프라인에서 실물을 확인하고 사고 싶을 때가 있지만,
일부러 가게 되진 않네요.

오늘은 어제완 다르게 포근하고 따뜻한거 같아요.
님 따뜻한 댓글 덕분에 하루를 경쾌하게 시작하네요~^^
 

며칠전 중국의 탐사선이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탐사선 만으로는 지구와 교신을 할 수 없어 통신 위성도 쏳아올렸다는 기사는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탐사선이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는 것도 그러했지만,

그게 중국의 그것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이 책 '삼체'를 읽는 중이었다.

 

 

 

 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휴고상, 네블러상, 로커스상에 빛나는 '데이비드 브린'의 이런 서평이 나온다.

"최첨단 과학을 바탕으로 다채롭게 상상력을 자극한다. 류츠신은 어떤 언어로 읽어도 최고인 픽션을 만들었다."

어떤 언어로 번역되더라도 멋진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과학적 용어를 읽어내지 못한다면,

바꾸어 얘기해 컴퓨터의 원리나 물리학ㆍ천문학적 용어가 낯설다면 진입하기 힘든 소설이 되겠다.

과학적 상상력과 다채로움을 빵빵하게 장착한 과학 전용 고급 부페 같은 느낌이지만,

과학적 상상력이 빈약하거나 그쪽으로 노출이 없다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난 이 책이 다른 의미에서 좀 힘들었는데,

사람의 죽음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쁜 놈을 죽이려다가 어처구니 없이 남편이 같이 죽게 되거나,

난세가 되면 사람을 탈수시켜 돌돌 말아들고 다니다가,

어떤 탈수자는 불태워지거나 다른 사람이 주워 먹어버리기도 하고,

항세기가 되면 물에 들어가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이건 물론 게임 속 가상현실이지만 말이다.

이 책 속에 레이철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이 중요하게 언급된다.

나도 언젠가 읽기는 했었지만, 그냥 스치듯 읽었던 터라,

큰 의미를 부여하진 못 했었는데,

예원제와 문화대혁명을 비교하여 인용하니 무게감을 알겠다.

이 책이 내게 의미있게 다가온 건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대자연의 시각에서 본다면 인간도 대자연의 일부일뿐, 미미한 존재이니까 말이다.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것도 아닌, 그저 살충제 남용이 환경에 미치는 위해를 말하고 있는 책이었지만 작가의 시각이 예원제를 뒤흔들었다. 레이철 카슨이 쓴 인간의 행위, 즉 살충제 사용은 예원제가 보기에 그저 정당하고 정상적이며 적어도 중립적인 행위였다. 그러나 대자연의 사각에서 보면 위 행위는 문화 대혁명과 별 차이가 없었다. 우리의 세계에 끼치는 폐혜는 마찬가지로 심각했다. 그렇다면 자기가 보기에 정상이거나 심지어 정의라고 생각되는 인간의 행위 중 사악한 것이 얼마나 된단 말인가?(113쪽)

이런 구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신들의 생각을 교란하는 거지. 사람을 죽이면 다른 사람이 나타나겠지만 생각을 교란시키면 과학은 끝이거든.(156쪽)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이 책은 중국 문화혁명 당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께도 버림 받은 여자-에원제-의 인류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복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우리가 왜 기초과학에 집중해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됐고,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인간의 목숨이, 삶이, 그리 대단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하찮기만 한 존재도 아니다.

적당히 묻고 적절하게 대답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겠다.

3권은 아직 번역 전인 것 같고, 2권은 대기 중이다.

2권은 우주대함대의 격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RPG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재밌게 접근할 수 있겠다.

중국에선 영화로도 나왔다는데,

과학이론이나 과학적 상상력을 어떻게 영상화했을지 궁금하다.

 

 

 

 삼체 : 2부 암흑의 숲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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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1-08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양철나무꾼 2019-01-08 17:09   좋아요 0 | URL
제가 먼저 인사 드렸어야 하는데, 한발 늦었네요.
카스피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렇게 또 하루가 간다.

감사할 일이다.

 

한창훈의 소설을 읽었다.

그의 산문집 몇권을 읽었는데, 그게 좋아서,

소설도 그 연장선 상이겠지 생각하고 읽었다.

한창훈이니까 쓸 수 있는, 한창훈의 느낌이 배어있는 소설이긴 하지만,

독특한 설정이긴 하지만,

내용도 그렇다고는 못 하겠다.

약간 신파조로 흐르나 싶었는데, 순애보적인 사랑이 등장하는,

그렇다고 달달한 구석은 1도 없는(?) 그런 책이었다.

 

 

 

 

 네가 이 별을 떠날 때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주변에 가까운 사람을 잃거나 먼저 보내버린 사람이 읽으면 공감하고 같이 슬퍼할 수 있는,

숨어있기 좋은 방 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한창훈의 글들을 읽으며 느낀 것은,

'홍합'은 읽었으나 기억이 없고, 다른 것들은 읽었는지조차 기억에 없는고로,

그의 소설에 대해 이렇다 얘기할 것은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도 경험이 묻어나는 글들이라는 거다.

그래서 '어린왕자'가 나오고 '생아저씨'가 나와도 현실의 일처럼 그럴 듯하게 여겨진다.

밤낚시란 지루한 행위다.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름다운 별들과 별빛을 반사하며 출렁이는 바다, 허공을 지나가는 등대 불빛이 아른답다고 생각할 테니까. 물론 아름답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날마다 그 자리에 있다. 우리는 돌아보면 늘 있는 것에게는 아름답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35쪽)

나는 "우리는 돌아보면 늘 있는 것에게는 아름답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엔 격하게 반대를 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있어야 할게 제 자리에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만, 뭐~(,.)

 

책을 읽다가 놀라운 발견- 문학동네 책에서 오타를 발견할 줄이야, ㅋㅋ

 

이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주억였던 부분은 다음이었다.

"제가 그리워하는 것은 집사람이 아니라 체온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익숙한 체온. 어쩌면 우리는 그런 것을 사랑이라고 말하며 속고 사는 것 같아요."

"ㆍㆍㆍㆍㆍㆍ"(104쪽)

 

아이는 게속 침묵했다. 또다시 자신의 별을 떠올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집으로 갈 수 없는 나그네는 처량맞은 신세가 되기 마련이다. 나도 얼마나 오랫동안 집을 그리워했던가. 침묵을 못 견디는 쪽은 나였다.

"우리 지구에서는."

목이 잠긴 탓에 가벼운 기침을 두어 번 한 다음 말을 이었다.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거나 불에 태우는데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서 아름다운 별이 된다고 해. 그래서 하늘나라로 갔다고 표현하지."

"ㆍㆍㆍㆍㆍㆍ"(121쪽)

이런 구절은 요즘 나의 현실과 맞물려 위로가 되었다.

위 책은 그런 의미에서 다 괜찮다고 등 두드려주는 느낌이었다면,

아플때일수록 꼿꼿하게 나를 다잡아 세우라는 정반대 느낌의 책도 있었다.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한창훈의 소설을 읽는 중간에 겹쳐 읽었던 '아침의 피아노'였다.

한창훈의 소설은 감정 이입하며 읽다보면 흠뻑 빠져 들어 힘들었다면,

'아침의 피아노'는 아주 짧은 것이 감정이라곤 들어 있지 않을 정도로 담담한데,

때론 그 담담함에 목이 매여와서,

오랫동안 숨고르기를 해야만 했다.

 

아주 오랫동안 꼬장꼬장하게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정갈한 가르침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리고 새로 주문하여 대기중인 책으로

상검루수필, 블레이크씨의 특별한 심리치료법,우리가 추락하는 이유가 있는데,

 

 삼검루수필
 백검당주.양우생.김용 지음, 이승수 외 옮김 /

 태학사 / 2018년 4월

 

 

 

 

 블레이크 씨의 특별한 심리치료법
 아리엘 도르프만 지음, 김영미 옮김 /

 창비 / 2010년 8월

 

 

 

 우리가 추락한 이유
 데니스 루헤인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0월

 

이런 주문했던 책들을 쟁이자마자 박균호 님의 새책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단 주문을 넣어놨는데, 12월4일 수령예상이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
 박균호 지음 / 지상의책 /

 2018년 12월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라는 제목도 그렇지만,

'읽기는 싫은데 왜 읽는지는 궁금하고 다 읽을 시간은 없는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부제 또한 재치 발랄하다.

그의 글쓰기를 일컬어 '유머러스하고 독특한 글쓰기'라고 한다는데,

그의 전작들을 읽은 나로서는 요번 작품도 기대된다.

 

추천 글을 보면 박상률 님이,

나무가 뿌리박혀 있는 땅속에는 지하수가 흐른다. 지하수는 땅속으로만 흐르기에 보이지 않지만 나무를 자라게 한다. 책도 그런 것 아닐까?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자라게 하는……. 그게 고전이다.

라고 하셨다는데,

내게도 '고전' 이란 그런 것 같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의 부제를 내 맘대로 패러디해보자면,

'읽고는 싶은데 왜 읽는지는 궁금하지 않고, 시간은 널널한데 다 읽기는 싫은 청장년을 위한' 정도가 되겠다.

이쯤 되면 책이 손에 닿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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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1-29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다가, 는 문맥상으로는 이따가,가 맞는 것 같은데,
갑자기 저도 자신이 없어지네요. ;;

양철나무꾼 2018-11-30 10:16   좋아요 1 | URL
‘이따가‘가 맞는데,
바로 그 밑에 있다, 없다 할때의 그 ‘있다‘가 등장해서 그렇게 느껴질 거예요.
서니데이 님이 엄살을 부리시니,
저도 갑자기~--;

북극곰 2018-11-30 13:11   좋아요 2 | URL
국립국어원에서,

‘있다가’와 ‘이따가’는 모두 쓸 수 있는데, 그 뜻과 쓰임이 다릅니다. ‘이따가‘는 ‘조금 지난 뒤에‘의 뜻을 가진 부사로, ˝이따가 단둘이 있을 때 얘기하자.˝와 같이 쓰이고, ‘있다가‘는 ‘있다‘에 연결 어미 ‘-다가‘가 붙은 활용형으로, ˝집에 있다가 심심해서 밖으로 나왔다.˝와 같이 쓰입니다.

라고 하니, 여기서는 ‘있다가‘가 맞는 것 같기도 한데.... ^^
그나저나 열심히 읽고 올려주시는 나무꾼님 감사해요! 그냥, 감사해요~!!

양철나무꾼 2018-11-30 13:46   좋아요 1 | URL
북극곰 님, 댓글을 확인하니 정확하게 ‘이따가‘가 맞는군요. 머물다는 느낌의 ‘있다가‘가 아니라 ‘조금 지난 뒤에‘라는 내용이 맞거든요.
북극곰 님, 바쁘실텐데 챙겨 읽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8-11-30 14:14   좋아요 1 | URL
북극곰 님도, 저 사진 밑의 ‘있다는...‘문구와 연관하여 헷갈리시는 것 같은데,
저 내용을 조금 자세히 설명해 보자면,
목 뒤의 어떤 표식 같은게 있는데 그게 보이다가 보이지 않다가...하는 상황입니다.
안 보인다고 했더니,
조금 이따가 볼 수 있을거라고 하고,
그러자 그 표식이 있다는게 느껴지기는 하는 거냐고 묻는 부분입니다.
에혀, 땀나라~;;;

2018-11-29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11-2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창훈님 산문만 읽었던것 같아요. 소설은 한 권도 읽지 않은 듯하고, 제일 유명하다는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도 아직이네요.
제일 읽고 싶은 책은 <아침의 피아노>인데 쉽게 손에 잡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님의 ㅋ을, 저는 좋아합니다. 정확히는 ㅋ~을요^^

양철나무꾼 2018-11-30 10:3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자산어보‘세트 땜에 한창훈 님의 팬이 되어버렸죠.
근데 소설은 제 취향이 아닌 듯, 몇 권 읽엇는데 기억을 못 하는 걸 보면 말이죠.
‘아침의 피아노‘는 생각보다는 덤덤하던걸요.
가을볕에 바짝 말린 빨래처럼 감정의 군더더기가 없는 느낌이랄까요.
처연해서 서글프긴 하더이다, ㅋ~.
이 ‘ㅋ‘ 말씀이시군요.
정확히는 이‘ㅋ~.‘지요.
그러고 보니 제가 한동안 글을 쓰면서도 이모티콘이나 ‘ㅋ~.‘따위를 자제하고 살았더군요.
앞으로 남발은 아니더라도 넉넉하게 쓰고 살고싶습니다.
단발머리님이 좋아하시는 ‘ㅋ~.‘도요~^^
고맙습니다.

2018-12-02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03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집을 대청소 중이다.

청소라고는 하지만,

더럽고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이 한다는 의미보다는,

정리하고 버린다는 의미에 가깝다.

 

사물에 물성을 부여하고 감정 이입을 해서,

버림 받는 것처럼 여겨질까봐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도 마음 굳게 먹고 제법 잘 정리하고 있다.

다른 건 다 그럭저럭 하겠는데, 책이 낭패다.

책을 하나 둘 정리하다가 정민 님의 이 책을 발견했다.

 [eBook] 스승의 옥편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3월

 

 스승의 옥편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2월

 

정민 님의 책을 제법 읽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만큼 좋았던 책이 없다.

여러 번 들춰본 책이어서 상념없이 읽을 수 있겠다 싶어 골랐는데,

구절 구절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아들 곁으로 내달린다.

 

이 책이 유독 좋았던 이유는 '한문학자'이신 정민 님의 글이라기 보다는,

정민 님의 삶과 사유가 배어있는 일기 글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선현들의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언급도 좋았다.

예전에 읽을때는 스승님의 옥편을 다리미로 다려가며 간수한다는 구절에 집중했었는데,

다시 읽으니 선현들의 옛글에 자신의 삶을 포개놓은 정민 님이 고스란히 읽혀서 이 또한 배울 점이지 싶다.

책의 초반부터 곳곳에서 상념이 널을 뛰었는데,

'마음을 헹구는 일'이란 꼭지에서 이윤영의 문집에 평생 벗이었던 이인상이 지은 제문에서 '와르르' 눈물이 났다.

"오호라. 그대가 나를 버리고 떠난 것은 오직 그대의 육신과 혼백이요, 나를 버리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다만 그대의 마음이다."

첫 줄에 그만 나도 눈물이 글썽해진다. 제문은 계속 이어진다. "그대의 덕은 본받을 만했으니, 빈 말은 입에 담지 않았다. 세상이 날 어리석다 미워해도, 그대는 사귐을 더욱 도타이 하며, 덕은 외롭지 않은 법이라 했었지. 아아! 지난 30년간, 속마음엔 슬픔이 가득했었네. 책 읽는 즐거움은 때로 책을 덮음만 못 했었지." 가슴속 깊은 슬픔을 나누던 벗을 잃은 상실감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진다.(27쪽)

 

내가 '와르르' 눈물을 흘린 것은 '그대가 나를 버리고 떠난 것은 오직 그대의 육신과 혼백이요, 나를 버리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다만 그대의 마음이다.'라는 구절에서 였다.

예전 같으면 그저 눈으로, 머리로 읽었을 구절인데,

그 마음이 내게 충분히 전해져 어쩌지 못하였다.

 

그동안 세상 참 많은 일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안다는 듯 공감을 표하려 했었다.

내가 그 또는 그녀가 아닌데, 그 또는 그녀가 겪은 슬픔이나 아픔을 어쭙잖게 위로한답시고 공감한다고 말하곤 했었다.

이젠 그런 말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말인지를 알겠다.

섣불리 판달할 것도 아니고, 쉽사리 내뱉을 수 있는 말도 아니다.

 

하지만 커다란 슬픔이나 절망에 빠져 있을때는,

그런 위로의 손길이나 공감의 표현이 정말 큰 위안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내가 날마다 따뜻함을 경험하고 있다.

 

처음엔 내게 왜 이런 일이, 우리 부부에게 왜...라는 생각으로 괴로웠는데,

더 무릎을 꿇고 마음을 낮추라는 가르침으로 받아 들이려 한다.

 

어떤 아픔은 묻어둘 수밖에 없으며,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수밖에...따위의 말들로 위로하는 수밖에 없음을 알겠다.

한시도 잊혀지진 않는다.

잊혀질 수는 없다.

매 순간 순간 숨쉬는 숨결마다 같이 한다.

내딛는 걸음 걸음, 밥을 먹는 밥공기에도, 자려고 누운 베갯머리에도, 함께 한다.

하지만 무심한듯 일상을 산다.

육신과 혼백은 내곁을 떠났을지라도 마음만은 여기 나와 늘 함께 함을 알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직업이지만,
아들을 향해서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는 자책에,
삶이 참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래도 아들이 엄마의 직업을,
이곳에 독서기록을 올리는 엄마를, 참 자랑스러워 했었던 기억에 손을 놓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여러 분들이 위로해주시고 선물을 보내주신다고 하셨다.

거절할 수 있는 선에선 최대한 거절을 했는데,

*****님은 블로그 댓글도 막아놓으시고,

방명록은 확인을 안 하시는 듯 하고,

개인 연락처도 없고,

심지어 선물 수락 메시지까지도 전할 수 없었어서 이곳에 감사의 마음을 남긴다.

 

 

 

 일상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꽃 도감
 마스다 유키코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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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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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4: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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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4: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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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4: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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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4: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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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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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17: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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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09: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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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09: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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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09: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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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09: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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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16: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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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3 0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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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4 1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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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6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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