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세계문학의 숲 40
카슨 매컬러스 지음, 서숙 옮김 / 시공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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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하는 처치나 처방에 대해서는 귀 기울이지 않고,

당신들이 요구하는 것만 잔뜩 늘어놓는 환자들을 만나면서 내 처신의 문제인줄 알았다.

이런 현상은 어르신이라고 불리우는 할머니나 할아버지, 그 중 귀가 잘 안 들리는 분들일수록 더 심해지는데,

당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무조건 쏟아 놓으신다.

내가 당신들의 얘길 잘 따라가고 알아먹는지 따위는 관심도 없으시다.

당신들의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고 허리가 아픈지,

어깨를 둥글게 접어 숙인걸 보고 속이 아픈지,

잡아내어 파고 들지 않으면 치료를 위한 최소한의 의사소통은 고사하고 배가 산으로 가버린다.

 

그래서 한때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어디가 아파서 오는 것이 아니라 들어줄 귀가 필요해서 오는 것은 아닐까,

난 그들이 얘기하는 중간에 '네, 그렇군요, 그래서요' 따위의 적당한 추임새를 넣어주면 되는 고수나 관객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었다.

 

이 책은 그 시대의 흑인이나 사회주의를 꿈꾸는 사람, 장애인, 떠돌이, 나이 어린 여자 등 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지만,

그것까지 얘기하면 너무 복잡해져 버리니, 난 그걸 걷어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 관해서만 얘기하고 싶다.

 

"당신은 여기서 내 말을 알아듣는 유일한 사람이야."블런트는 말했다. "이틀동안 나는 마음으로 당신에게 말하고 있었어. 내 말뜻을 당신이 이해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35쪽)

 

그는 정말 수수께끼였다. 싱어가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기 전에도 사람들은 그를 쳐다봤다. 싱어의 눈을 보면 남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고, 짐작하지 못하는 일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전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37쪽)

싱어를 찾아가 말을 하는 사람들은 싱어와 대화를 나누는게 아니다.

신을 찾는 사람들이 신께 답을 구하는게 아니라,

얘기하는 과정에서 자기 내면과 대화를 하게 되고 깨달음을 얻듯,

그런 방법으로 싱어를 신격화한다.

또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대숲을 찾듯 한다.

자신들의 은밀한 내면을 싱어에게 털어놓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는걸 원치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벙어리 싱어는 그들이 원하는 안전장치를 갖춘 셈이다.

 

그런데 정작 싱어는 신도 아니고 대숲은 더더구나 아니다.

그냥 사람들의 얘길 듣기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아무 얘기든 자신의 얘길 하고 싶다.

자신의 의사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아무 소리도, 대화도 없었다. 사람마다 혼자인 듯했다. 방금 일어난 사람들과 긴 밤을 끝내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불신이 모든 이들에게 소외를 느끼게 했다.(43쪽)

나도 늘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외롭다고 했었고,

누가 날 일부러 '따'시킨 것이 아닌데도 스스로 '따'시키려 들었었다.

그러다가 '영혼의 찝찌름한 냄새'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었고, 나를 마구 드러내려고 했었다.

내가 행운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또는 그녀)에게 나를 마구 드러내는 행위들이 그(또는 그녀)를 거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질 우려가 없다는 확신 때문어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보이는 것만 보려들고 보여주는 것만 봐서는 안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보이는 것 이면의 보이지 않는 것과 들리는 걸로 미루어 들리지 않는 것까지 상상하려 들며,

행간을 이해한다는 말로 이리저리 마음대로 유추하려 드는 건 아닐까 싶었었다.

그걸 이 책에선, 믹과 포셔의 대화를 빌어 이렇게 얘기한다.

"얼굴이나 표정에 나타난다는 게 아냐. 네 영혼의 모습과 색깔에 대해 말하는 거야."(66쪽)

 

싱어에게는 그들이 함께 지낸 이후 몇 년이 흐른 것 같았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숨 가쁘게 두 손을 움직였지만 할 말을 다 할 수 없었다. 그의 연두색 두 눈은 불탔고 이마에는 땀이 번득였다. 명랑하고 행복했던 옛날의 감정들이 빠르게 되살아나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안토나풀로스는 번들거리는 검은 눈을 친구에게 고정시킨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손은 바지춤을 심드렁하게 만지작거렸다. 싱어는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를 찾아오는 방문자들에 대해 말했다. 그들이 자기의 외로움을 잊게 해준다고 했다. 그들은 이상한 사람들이며 쉬지 않고 말을 하지만, 그들이 자기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싱어는 제이크 블런트와 믹과 코플랜드 박사의 모습을 재빨리 스케치했다. 그러나 친구가 관심 없다는 것을 안 순간 종이를 구겨버리고 그들을 잊었다. 하고 싶은 말의 절반도 끝내지 못했는데 간호사가 들어와 면회 시간이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싱어는 매우 피곤하고 행복해져서 방실을 나섰다.(119쪽)

싱어는 수화를 사용하여 자신의 말을 할 수도, 소통을 할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친구가 자신의 얘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안 순간, (공통의 관심사를 위하여) 종이를 구겨버릴 수 있는 사람이다.

 

싱어의 입장에서는 듣기만 하고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비극적이었을텐데,

싱어를 찾아가 자신의 얘기를 하는 입장에선 그런 싱어가 우월하게 보였다니 아이러니컬 하다.

싱어를 찾았던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두손을 주머니에 집어넣기만 하면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싱어를 부러워했다.

그들은 말했고, 그들을 지켜보는 벙어리의 표정이 바뀌었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 이유가 두 사람에게 있을까 아니면 싱어에게 있을까? 싱어는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말을 하지 않으므로 더욱 우월하게 보였다.(167쪽)

 

그런데 싱어를 찾던 사람들은, 흑인 의사를 비롯하여 하나 같이 소수자의 인권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인데,

자신의 얘기를 하느라,

소통을 꿈꾸는 상대방의 마음 한자락 헤아리지 못한 것일까...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니 삶이 부질없게만 여겨진다.

그에게는 두 손이 고통이었다. 손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잠이 들어도 꿈틀거렸고 깨어보면 꿈속의 말들을 자기 얼굴 앞에서 만들고 있었다. 그는 자기 손을 바라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갈색 두 손은 날렵하고 튼튼했다. 몇 년 전에는 손을 정성껏 관리했다. 겨울이면 손이 트지 않게 기름을 발랐고, 손톱 각피를 밀어냈다. 손톰은 손끝 모양에 맞게 손질했다. 그는 손을 씻고 다듬는 게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에 두번 솔로 대강 닦고 주머니에 넣었다.

  싱어는 혼자 방에서 서성거릴 때면 손마디를 꺾고 아플 때까지 당겼다.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기도 했다. 친구를 혼자 생각할 때면 자기도 모르게 두 손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혼자 크게 말하다가 들킨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면, 도덕적인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 수치와 슬픔이 뒤섞여 두 손을 포개 뒤로 감추었다. 그러나 손들은 그를 편히 놔두지 않았다.(255쪽)

 

이 책을 끝까지 읽었고,

예상했던대로의 결말이었지만,

내 예상대로 들어맞은 이 책이 달갑지는 않다.

 

참 좋은 책인 것은 알겠는데,

너무 침울하고 우울한데다가 섬세하여,

그 분위기가 전염될까봐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 않아도 세상은 침울하고 암울한 일로 한가득이니 말이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정현종의 시가 있다.

난 시의 한 글자를 교묘하게 바꾸어 시를 오독하는 걸 즐긴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살고 싶다.'

'가고싶다'는 왠지 가닿는다는 것에 중점을 둔 말처럼 들린다.

난 섬에 가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그 섬에서 사는 걸 꿈꿔보게 된다.

보대끼고 지지고 볶으면서 살다보면,

먼 우주가 그렇게 열렸듯이,

빅뱅까지는 아니어도 어떤 화학적 케미를 이룰지 누가 알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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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16: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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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17: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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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17: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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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17: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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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22 17:51   좋아요 1 | URL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섬이 ‘온라인 공간’입니다. 거기에 사람이 있긴 합니다만, 피상적인 관계로 유지됩니다. 한 번 맺은 관계가 오래 가는 경우가 드물어요.

양철나무꾼 2017-02-23 17:24   좋아요 2 | URL
cyrus님 말씀에 완전 공감합니다.

피상적인 관계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되는데,
머리로는 쿨한 척 그게 되는데,
실상에선 안되니까 문제죠.

내 스스로에게 내가 상처를 주고는,
상처를 받았다고 하는 내 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말이죠~ㅠ.ㅠ

2017-02-22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3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3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3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4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4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2 2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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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6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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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침실 바깥에서 갑자기 바람이 일더니 열린 창안으로 거세게 밀려들어오면서 커튼이 이리저리 펄럭거렸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닫는게 좋겠어요.

꼭 닫지는 말아요. 냄새가 예쁘잖아요. 지금 가장 예뻐요.

정답이에요.

그가 일어나 약간만 남기고 창문을 닫은 뒤 침대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빗소리를 들었다.

우리 둘 다 인생이 제대로, 뜻대로 살아지지 않은 거네요.

그가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이 순간은, 그냥 좋네요.

이렇게 좋을 자격이 내게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그가 말했다.(109쪽)

 

너무 행복한 순간을 맞게 되면 오히려 불안해 하는 경향이 있다.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즐기면 되는데,

어렸을 때부터 항상 준비하고 대비하라고 교육받았기 때문인지,

정상 다음은 내리막길 뿐이란걸 예감하기 때문인지,

날아가 버리거나 사라져 버릴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동안 앞만 보고 내달려와서 삶을 잘 몰랐었다.

아니 삶을 살아왔지만, 삶에 대해서 깊숙히 들여다 본적이 없다고나 할까.

삶의 숨은 이면들.

나이 들어가면서 산다는건 죽음을 대비하는 일이란걸 가끔씩 생각하게 되지만,

산다는 것은 더 멋지게, 더 잘 산다는 것으로 연결될 뿐이지,

죽음을 대비하는 것으로까지 여겨지질 않았었다.

 

그래서 였을까?

'밤에 우리 영혼은'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이, 노년의 사랑법이,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서 '사랑법' 자리엔 '삶'으로 대신해도 좋겠다.

 

기실, 노년의 사랑이라고 하면 이 책의 누군가 처럼 남우세스러워 좀 쭈뼛거리겠지만,

노년의 삶으로 바꾸어 얘기하면 좀 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친정아버지는 내가 아주 어렸을때부터 자유분망한 삶을 살아오셨고,

시아버지도 몇 년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아주머니 한분을 만나 새로운 삶을 꾸리셨다.

게다가 내 직업이라는 것이 남녀노소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실정상 노인들을 제외하고는 아프다고 맘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돌이켜보면 어린시절의 나는 착한 아이였다.

공부도 제법 했고 행동거지도 모범적이었다.

근데 그게 내 안의 울림을 따른, 내가 하고 싶은 대로의 삶이 아니라,

어른들이나 선생님, 책에 나와 있는 것을 그대로 따르는 삶이었다.

 

대학에 들어가 남편을 만났고,

남편은 내게 무엇을 시키지도 않았고,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하는 얘기를 귀담아주고, 내 의견을 북돋워주었기에,

그게 맏아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예스, 맘'표 결정장애인줄 몰랐었다.

넌 이곳 사람들을 지나치게 걱정하는구나.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어요?

나는 이제 안 한다. 그걸 배웠지.

그녀한테서?

그래. 그녀한테서.

진보적이라든지 행실이 나쁜 아주머니로는 생각 안 했는데.

행실이 나쁜 게 아니야. 무지한 소리다.

그럼 대체 뭔데요?

자유로워지겠다는 일종의 결단이지. 그건 우리 나이에도 가능한 일이란다.

십대 소년처럼 구시네요.

십대 시절에도 이러지 못했다. 그럴 엄두조차 못 냈지. 하라는 일만 하며 자랐으니까. 내 생각엔 너도 너무 그렇게 살아왔어. 나는 네가 자발적이고 추진력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ㆍㆍㆍㆍㆍㆍ

아빠가 이런 얘기 할 때가 정말 싫어요. 난 나대로 살게 해줘요, 아빠. 내 인생은 내가 살 거예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ㆍㆍㆍㆍㆍㆍ(61쪽)

이젠,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하여 현재를 살기는 싫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싶다.

 

나는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어차피 다 알게 될 거고요. 누군가가 보겠죠. 앞쪽 보도를 걸어 앞문으로 오세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요. 너무 오래,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이제 더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뒷골목으로 들어오면 마치 우리가 몹쓸 짓이나 망신스럽고 남부끄러운 일을 하는 것 같잖아요.(13쪽)

 

누가 됐든 밤에 따뜻하게 해줄 사람을, 함께 이야기나 나눌 늙은이를 대충 찍은 줄 알았어요?

ㆍㆍㆍㆍㆍㆍ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친절한 사람이요.(27쪽)

 

이 책이 분명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긴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 맞춤한다고는 못하겠다.

 

미국은 의료보험제도도 열악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나이가 들면 노령 연금 등 공적부조에서 의료보험이 지원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시골 마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여도 이렇게 멋지게 느껴졌을까?

 

혼자 자신의 먹거리를 해결하고,

빨래, 청소 등의 집안일을 하며,

집의 외부를 돌보고 가꾸는 것을 하고,

여력이 있어서 '밤에 우리 영혼'을 돌볼 수 있는 어르신들이 몇 명이나 될까.

 

거기다가 젊은 시절보다는 죽음에 노출될 확률이 많아지는데,

그렇게 서로 의지하다가,

누군가 먼저 세상을 달리한다면 그 상실감은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암튼 중요한 것은 내 몫의 삶은 내가 사는 것이고, 내 취향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선택이 나의 몫인만큼, 책임도 나의 몫인 것이다.

 

내게는 언제일지 모르는, 가까울지 멀지 모르는, 미래를 대비하라는 소설일텐데,

현재에 충실하라고 읽히는 것이,

참 묘한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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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9 21:45   좋아요 2 | URL
흔히 노후를 대비하면 돈이 많이 모아야한다고 생각해요. 미래를 위해서라면 틀린 건 아닌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죽을 때까지 우정을 나누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요. 노년을 혼자서 보낸다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금방 느껴질 겁니다.

양철나무꾼 2017-02-10 16:50   좋아요 1 | URL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과 별개로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자기만의 에고가 강해지는 것 같아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말을 시키면,
못 알아듣는 것도 아닌데,
자기 할말만 하고 딴소리 하는 걸 아주 흔하게 보거든요.
그럴때 말하는 사람은 답답하지만, 본인은 참 편할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가끔 타인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분들을 보게 되면,
다시 보여...한번 더 돌아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는 마음에 안 맞는 사람과 함께일바엔,
오히려 혼자가 낫다고 생각하는 ‘스스로를 따시키는 1인~--;

순오기 2017-02-09 23:07   좋아요 0 | URL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노년도 외롭지 않을 듯...^^

양철나무꾼 2017-02-10 16:51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은 지금도 넉넉하시잖아요.

전 님을 뵌게 한번뿐이지만,
지금도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더 더욱 이요~^^

2017-02-13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4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5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5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5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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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한 사람이 좋고, 글도 유머 코드가 배어있으면 좋지만,

내 성향은 유머 감각이라곤 하나도 없는 왕진지 모드이다.

때문에 책이나 넷 상에 돌아다니는 글을 읽을때 몰입하여 대성통곡을 하고 울어본 적은 여러 번 있지만,

포복절도하며 웃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어제와 오늘 직장에서 읽는데,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ㅋ~.)

웃음을 참느라 허벅지를 꼬집어도 너무 꼬집었다.

개콘이나 SNL보다 재밌는거 같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저자가 멋져 보이려 폼 잡지 않아서'이다.

헌책을 구하느라 찌질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다.

자신이 원하는 책 한권을 위해서라면 조금쯤 비굴해져도, 찌질해져도 좋지 않겠나.

이 책을 먼저 읽은 선배로서 책을 읽게 될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웃다가 배꼽을 분실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라~^^

 

그렇다고 이 책이 개그 또는 유머집은 아니다.

옛 성현들이 해학으로 삶의 진정성을 비벼냈듯이,

저자는 이 책을 해학과 진지한 (하지만 비굴하고, 찌질하게 비춰질 수도 있는) 삶으로 버무렸다.

그걸 옛 성현들은 골계미라고 했었던 것도 같다.

 

내가 이 책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저자와 나의 연배가 비슷하거나 정신 연령이 비슷하고, ㅋ~.

저자가 나열하는 책들이 내가 읽은 것이 많으며,

무엇보다 저자가 좋아하는 작가와 책들이 내 인생의 책들로 생각하고 아끼는 책들이어서 공통분모가 쉽게 형성되기 때문인 것 같다.

 

게다가 저자는 모든 것을 책으로 배우는 버릇이 있다고 하는데,

나 또한 궁금한게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궁금한게 생기면 집요하게 관계자료를 책으로 구입해서 봐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니까 말이다.

(책으로 해결되는 게 있고, 실제 경험으로까지 연결되어야 하는게 있다는걸 이젠 알지만, 그건 차치해 두기로 하자.)

 

책 얘길 하면 생각나는 것이,

언젠가 친구 하나는 내가 이렇게 저렇게 골라 읽는 책들이 책같지 않다며 구박을 했었다.

같이 뭉뚱그릴 수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호감을 갖고 좋아하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에 호감을 갖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지,

그 사람을 내 기호에 맞게 뜯어 고쳐 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라딘 서재 내에서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공감을 할 수 있으면 더 없이 좋겠지만, 모두와 더불어 공감하고 소통을 할 순 없다.

그런 관계 속에서 누군가와는 비껴 갈수도 있다.

비껴가는게 한두 번이라면 노력을 해 볼 수도 있지만, 반복되면 로드가 걸리기 마련이다.

관계라는건 잘ㆍ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호ㆍ불호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고 호감을 갖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의식의 흐름까지 바꿔놓을 수는 없고, 그러려고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잡식성이 됐든, 그리하여 꿀꿀이죽이 됐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뿐이고,

이곳에서의 관계도 (상대를 배려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젠 내 자신 내면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일부러 챙긴 것이 아닌데도 관심사가 겹치다보면 책이 재밌어지고 책읽기가 즐거워진다.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 김갑수의 '나의 레종데르트', 강유원의 '책과 세계'까지 언급한다.

 

 

암튼 저자는 모든 얘기를 아내와의 냉전에 빗대어 얘기하고 있는데, 그런 설레발과 거들먹거림이 너무 좋았다.

1장 '하나도 쓸모 없는 책 이야기' 로 시작하여,

2장 '지질한 아저씨의 위대한 패배', 3장 '오늘도 나는 괜찮다' 까지 내겐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일부러 져준다고 읽혔다.

게다가 책을 읽은 리뷰나 서평 따위를 단도직입적으로 늘어놓지 않는다.

그점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책의 줄거리나 리뷰 따위는 최첨단 인터넷 시대인 만큼,

몇번의 클릭질을 해주는 수고만 거치면 찾아낼 수 있는거고,

책을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이랄까,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기록으로 남기니까 말이다.

 

깔깔 대고 웃거나 펑펑 울고나면 카타르시스라고 하여 허무하게 마련인데,

이 책은 뭐랄까, '다 괜찮아~'하고 위로해 주는 느낌이다.

청년들은 서재를 가꾸듯 자신을 가꾸는 법을 배울 것 같고,

장년들은 서재와 함께 늙어가는 법에서 위안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와 함께 주문한 세 권의 책은 조금 뒤적거리다가 버렸다. 나는 내가 읽고 나서 재미없으면 웬만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 산 책이 맘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버리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56쪽)

새 책을 사서 실망하는 것보다는 내 서재에 있는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두기만 하고 아직 읽지 못한 『모비딕』을 마치 공부하듯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정복해가는 즐거움도 크지 않을까.(57쪽)

  내 서재는 나와 함께 늙어갈 터이고 언젠가는 아내나 딸에 의해서 묘지(헌책방)로 실려 가겠지.(59쪽)

 

이젠 나도 재밌어보여 들였지만 책이 맘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래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이 곳 서재의 리뷰도 열심히 보고, 독서에세이나 서평집도 챙겨보게 된다.

 

이렇게 재밌는 책이었지만,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책의 여백을 일러스트로 처리했는데,

일러스트라는게 어땠다는게 아니라,

(충분히 적절했고 좋았다...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이 쓴 리뷰나 독서에세이, 서평집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서재나 책들을 실물로(실물이 안되면 사진으로라도) 구경하고 싶어하니까 말이다, ㅋ~.

 

서재의 책장도 그렇고,

귀하다는 책들도 그렇고,

책장에 책들을 배치하는 법들도 그렇고,

엿보고 싶어지는데, 그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서 아쉽다

 

책의 전통적인 또 다른 용도는 컵라면 뚜껑 누르기용이나 라면 냄비 받침대다.ㆍㆍㆍㆍㆍㆍ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역시 두꺼운 책보다는 얇고 작은 시집이 좋다는 것. 두꺼운 책을 사용하면 무게중심을 조금이라도 맞추지 못할 경우 컵라면의 몸체가 쓰러져 아까운 라면을 버리게 될뿐만 아니라 덤으로 청소까지 해야 한다.(71쪽)

 

이런 기발함은 어쩔 것인가 말이다.

이런 기발함에 동참하고 싶어서, 오늘 점심은 컵라면을 먹어야 할까 보다, ㅋ~.

컵라면 뚜껑 누르기용 책으로 시집 대신 켄트 하루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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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8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2-09 17:17   좋아요 0 | URL
그쵸, 배꼽을 부여잡을만 하죠?^^
어떻게 잘 지내십니까, 2월도 어느새 1/3이 지나갔습니다.
무탈하시고 행복하시길~!

[그장소] 2017-02-08 13:43   좋아요 0 | URL
어~ 북홀릭 님 ㅡ 책 ...맞죠? 다섯번째 책이라고 본것 같은데 양철나무꾼 님 부지런 하신건 알아줘야해요!^^

양철나무꾼 2017-02-09 17:29   좋아요 1 | URL
어~(,.)
북홀릭 님 아니고, 요 밑의‘잡식성책장‘님인것 같은데~--;
북홀릭 님도 멋진 책을 내셨나 보죠?
궁금~@@

부지런하시기로 치면, [그장소]님을 따라갈 사람이 있겠습니까?
잘 보고 있습니다, 꾸벅~(__)

[그장소] 2017-02-09 20:26   좋아요 0 | URL
아 ㅡ 이쪽에서 닉넴이 다른 모양인가봐요 . 아님 제가 뭔가 헷갈린걸수도 ~^^

겨울호랑이 2017-02-08 13:45   좋아요 0 | URL
두꺼운 철학책이나 사전 등은 종이컵 받침대로 유용합니다^^ ㅋ

양철나무꾼 2017-02-09 17:32   좋아요 1 | URL
어헛~, 소심하신것 아닙니까?
하드커버라면 자고로 냄비받침 아니겠습니까, ㅋ~.

실제의 저는 소심해서 ‘종이 컵 받침대‘로도 노노~! 입니다~--;

박균호 2017-02-08 13:49   좋아요 2 | URL
허술한 제 책을 읽고 이토록 유머와 심도있는 분석을 해주시니 뭐라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마치 한 권의 생활철학책을 읽은 기분이에요. 거듭 고맙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7-02-09 17:35   좋아요 1 | URL
저야말로 그토록 재미있는 책을 읽게 해주셔서, 완전 감사드립니다.
전작들 찾아 읽고 싶어집니다~^^
.
.
.
그런 의미에서 다음 책은 언제쯤?

박균호 2017-02-09 17:53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고전책을 소개하는 책을 계약 했는데 아직 시작도 안했어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7-02-10 16:41   좋아요 0 | URL
천천히 꾸준히 하시면 돼죠.
제겐 아직 읽지않은 몇권이 있습니다요~^^

북프리쿠키 2017-02-08 14:05   좋아요 0 | URL
지름신이 제 옆에 떡하니 와있네요

리뷰 중간에 ˝꿀꿀이˝님도 계시고~
소중히 읽고 있는 마리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도 나와서 반갑네요^^;

새책도 좋지만 오래된 친구 다시 만난다는 생각이 저랑 같아서 공감됩니다~
글구 한페이지 정복한다는 생각도요^^

양철나무꾼 2017-02-09 17:42   좋아요 0 | URL
모든 神은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지만, 지름신만은 No하셔야 합니다, ㅋ~.

이책, 기분 꿀꿀할때 꿀꿀함 퇴치용으로 그만이지 싶습니다.

yureka01 2017-02-08 14:10   좋아요 0 | URL
물론이겠지요..알라딘 서재에 이웃분들이 올라오는 책 다 취향에 맞을 수는 없겠지요..저도 꿀꿀이 책이 딱 좋더라구요 ㅋㅋㅋ

양철나무꾼 2017-02-09 17:44   좋아요 0 | URL
찌찌뽕~, 헤에~^_____^
저는 책이라면 뭐든지 다 좋습니다.

잠자냥 2017-02-08 14:26   좋아요 0 | URL
이 책 좀 궁금해지네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7-02-09 17:45   좋아요 0 | URL
재밌습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ㅅ!

서니데이 2017-02-08 16:14   좋아요 1 | URL
이 저자분도 그동안 수많은 책을 읽고, 사셨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운이 좋다면, 언젠가 제가 읽었던 책도 만날 수 있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님,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2-09 17:47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 님이 읽으신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언급됩니다.

이 분이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시지만,
장서벽이 좀 있으신 듯~^^

이 책에 언급된 500원 동전 땜에 집에 있는 돼지 배 갈랐어요~ㅠ.ㅠ

세실 2017-02-09 14:11   좋아요 0 | URL
호호 저자는 컵라면 위에 두꺼운 책을 올려 놓았다가 낭패 본 경험이 있나 봅니다.
마치 우리 주변사람 같은 분이네요^^

양철나무꾼 2017-02-09 17:50   좋아요 0 | URL
이분 아내분이랑 냉전일때면 헤븐표 김밥집에서 떡라면을 드신대요.
컵라면을 드시는지는 알 수가 없다는~ㅠ.ㅠ

네, 우리 주변의 누군가처럼 친근해서 책이 더 재밌었습니다.

ICE-9 2017-02-16 00:12   좋아요 0 | URL
컵라면 뚜껑 누르기용 책 하니까 아주 어릴 때 봤던 컵라면 광고가 문득 생각나네요. 그 광고에서 컵라면 뚜껑을 책으로 누르는 장면이 나왔는데, 마당문고로 나온 ‘데미안‘이었습니다. 그 광고를 통해 ‘데미안‘이란 존재를 처음 알았어요. 무슨 책이기에 광고까지 나오는걸까 하는 생각으로 기억에 새겨두었다가 어른 책도 이제 도전해봐야지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먼저 ‘데미안‘을 찾아 읽었었죠. 그렇게 헤르만 헤세도 알게 되고 푹 빠지게 되었네요. 컵라면 광고 때문에^^
저도 남의 집에 가게 되면 가장 먼저 보는 게 서재일만큼 그 쪽의 관음증이 상당해서, 이 책에 어떤 책 이야기가 있을지부터 궁금해지네요.^^

양철나무꾼 2017-02-16 18:25   좋아요 0 | URL
전 20대 초반 무렵에 컵라면을 하도 먹어서 한때는 컵라면 냄새 맡기도 싫었었는데,
요즘 다양한 컵라면이 나오고 편하다는 이유로 다시 손대게 되네요.^^

데미안도 그렇고 헤르만 헤세를 전 학창시절 삼중당문고로 만났었어요.
한권 두권 모으고 읽고 하면서 되게 뿌듯해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불편한 책읽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생각하면 감상에 빠지게 되고, 덕분에 미소짓게 되는 저녁이네요.

헤르메스 님, 서재를 엿본 적은 없지만, 어떨지 상상해본 적은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좋아하는 장스소설 리뷰 엿보러 들락거렸을 때부터요~^^
 
선생님의 가방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 내 주된 관심사는 물건을 버리고 비우고 그리하여 소박하고 단출한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혹여 다른 사람들도 그럴지 모르겠는데,

난 무엇 하나 쉽게 버리지 못 하는 부류이다.

생명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사물에까지 의미부여하여 곧잘 의인화해버리는데, 중증이다.

 

기억력도 마찬가지이다.

한때는 기억하지 못 하는걸 위악으로 생각할 정도로 사소한 것에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붙들고 살았다.

생각해보면 그건 수집이라는 열정적인 것과는 좀 다른,

이 책의 선생님 말대로,

"나는 잘 버리질 못하는 편이에요."

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런데 나를 돌이켜보자니,

물건을 향하여 연연해하지만,

정작 사람을 향하여선 좀 모질기도 한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인 선생님의 집사람처럼,

뭘 깊이 생각한다던가, 남을 배려한다던가 하는 게 없는 정도까진 아니어도,

좋은 것과 중간까지는 좋지만, 싫은 것은 명확하게 싫다.

 

그런 내가 이 책을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읽었다고 하면,

둘의 사랑이 아름다워서...눈물이 난다, 따위의 상상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삶의 부질없음, 나이듦의 허망함 때문이었다.

 

난 이 책을 좀 답답하게 읽었는데,

선생님이 자신의 잘못은 깨닫지 못하고 아내의 문제로만 돌리려 하고,

쓰키코도 마찬가지로 애인의 문제로 돌리는데,

어찌 보면 서로의 삶에 간여하지 않는 쿨한 관계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런 일이 실제 내 삶에서 벌어진다면 난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때,

분명히해야 할 한가지가 있는데,

상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흠뻑 담굼질 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면서 쿨 함을 가장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삶을 관조하는건 쉽지 않다.

 

얼마간 걷다가 쉬면서 꿀에 절인 레몬을 두 조각씩 먹었습니다. 저는 신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산에 갈 땐 레몬 꿀 절임이 제일이라고 아내가 화를 내진 않았겠지요. 하지만 분노라는 것은 미묘하게 쌓이고, 작은 파도가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서 커다란 파도를 일으키는 것처럼, 그렇게 쌓인 분노가 살면서 뜻밖의 장소에서 터질지도 모르는 거지요. 결혼 생활이란 그런 거죠, 그럼요.(69쪽)

 

이 책의 선생님과 쓰키코는 선생님과 제자 사이인데,

만났을때 쓰키코를 향하여 서른 여덟?- 아니, 일곱이예요 하는 걸 보면,

20여년 후에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둘은 만화 '심야식당'에 나올 것 같은 주점에서 가끔 만나게 되는데,

따로 술을 시키고,

따로 안주를 시키고,

가끔 선문답 같은 대화를 나누고,

각자 따로 계산을 하고,

각자의 집으로 간다.

 

가까스로 증상이 가라앉아 정상으로 돌아온 아내에게 한소리 했습니다. 오늘 하루만으로도 자신이 얼마나 남들에게 못할 짓을 했는지, 생각 좀 해 봐. 아마도 득의 양양하게 설교를 했겠지요. 학생들에게 하듯이. 아내는 고개를 숙이고 듣고 있더군요. 내 말에 일일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죄송해요, 하고 몇 번이나 말했어요. 마지막으로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네요"하고 아내가 진진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폐 같은 건 안 끼쳐요. 당신이 폐를 끼친 거지. 자기 자신의 일을 모든 사람이 그러는 것처럼 확대시키지 말아요."나는 야멸차게 대답했죠.(73쪽)

선생님이 쓰키코에게 아내에 대해 얘기하는 대목이다.

선생님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그는 다른 사람의 삶에 깊숙이 관여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건 어쩜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일종의 관조처럼 보여지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무덤덤한 쓰키코가 아니었으면, 관계 맺고 발전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오마치 상은 쿨 하네, 하고 친구가 말한 적이 있다. 그 사람, 나한테 몇 번 상담 전화를 걸어 왔어. 쓰키코가 정말로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하더라구. 어째서 오마치 상, 그 사람한테 전화 안 한 거야? 그 사람, 기다리던데ㆍㆍㆍㆍㆍㆍ.

친구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왜 나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친구에게 상담을 한 걸까? 나는 어이가 없었다.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친구는 한숨을 쉬며, 그렇지만, 하고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사랑하고 있을 때는, 불안한거잖아. 오마치 상은 안 그래?(84쪽)

 

나는 책 속의 문장들을 읽는 것인데도 숨을 고를 수 없이 힘이 드는데,

그들은 무덤덤하게 그렇게 관계를 맺고 발전을 하니 말이다.

 

  너무나 간단해서 이대로 평생 선생님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평생 안 만나면 체념도 되겠지.

  "기르니까 크는 거야."

ㆍㆍㆍㆍㆍㆍ

"연정이라는 게 그런 거야."

큰 숙모는 말하곤 했다.

소중한 사랑이라면 나무와 마찬가지로 퇴비를 주고 가지를 치고 손질할 것을 명심.

그렇지 않은 연애라면 저강히 내버려 두어 그대로 말라죽게 만들면 안심.(208~209쪽)

이런 구절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 아프다.

관게속에서 해결하려 들지 않고, 혼자만의 상상 속에서 해결하려 드는 건 좀 비겁하지 않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랄까, 거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그날 밤엔 둘이서 청주를 한 다섯 홉쯤 마셨다. 술값은 선생님이 치렀다. 다음에 같은 집에서 만나 마셨을 때는 내가 계산을 했다. 세 번째부터는 계산서도 각각, 돈을 내는 것도 각자 하게 되었다. 그후 이 방법이 이어지고 있다. 만남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던 것은 선생님이나 나나 그런 기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안주의 취향뿐 아니라 타인과 거리를 두는 법도 닮아 있다. 나이는 삼십 년도 넘게 차이 나지만, 동갑내기 친구보다 훨씬 더 가깝게 느껴졌다.(10쪽)

그러고보면 선생님은 타인을 자신의 일정한 경계 안에 들이는 것을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내 서재 제목인 '안전 거리 확보'처럼, 안전 거리만 확보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언젠가 친구에게 영혼의 찝찌름한 냄새가 같다고 했더니,

그건 같다고 착각하는 것 뿐이지,

영혼의 찝찌름한 냄새 따위는 같을 수가 없다고 했었던게 생각난다.

 

'선생님의 가방'을 놓고 나름대로 해석할 수가 있을텐데,

난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든걸 다 손에 넣고,

바리바리 싸들고 평생 살아갈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하지만,

정작 죽을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내겐, 추억이나 과거에 대한 기억 마저, 죽는 순간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그리 커다란 부분이 아니란 말처럼 들렸다.

 

나는 어떠한가?

언젠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너무 과하게 끌어안고 사는건 아닐까?

나눠주거나 물려줄 수 있는 건 별개로 하고,

순간의 좋았던 추억은 가방 하나에 담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열심히 달려왔고,

때로는 게으를 때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영혼으로 지배하고 기억되는 사람이기보다는,

단 한 사람에게라도 좋으니,

마음 속에 기억되어 남는 사람이고 싶다.

 

간만에 만난, 맨밥에 물 말아 먹는것 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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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24 19:11   좋아요 1 | URL
맨밥에 물 말아먹는 느낌이라 하시면 가장 소박한 밥상인데, 이 책도 그만큼 수수한 모양이네요.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덜 춥지만 찬 바람을 맞고 재채기 하던데요.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 드시고, 저녁의 좋은시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1-26 09:12   좋아요 2 | URL
이 책 뭐랄까, 아련하게 아려왔어요.
이 책을 만화책으로 만든 것도 있던데, 아기자기하고 재미날것 같더라구요.
요즘 꼭 구입하고 싶은 책이 몇권 있는데,
명절 연휴 기간이라 올 스톱이예요.

이 책 읽다보면 음식먹으러, 일본 여행가고 시포요~ㅠ.ㅠ

아참참, 2017년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명절 인사 안 하면 서운하겠죠.
2017년엔 운수대통하시길~!^^

서니데이 2017-01-26 14:53   좋아요 2 | URL
매번 저보다 먼저 인사를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2017년 달력 시작하고 한 번, 그리고 음력설을 맞아 다시 한 번의 새해인사와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늘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담으로 주신 올해의 운수대통을 기대하겠습니다.
설연휴에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7-02-01 17:32   좋아요 2 | URL
새해 댓글이 늦었습니다.
그닥 바쁘지는 않은데,
어수선하고 경황없다고 해야 할까요?

지난해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__)

yureka01 2017-01-26 17:02   좋아요 1 | URL
즐거운 연휴 되시길 바라구요..한해도 참 많은 글로 보여주시니 감사함 가득이었어요..앞으로도 좋은 책 소개 많이 부탁드립니다..ㅎㅎㅎ감사합니다.새해 복 많이 쌓이는 시간 되셨음 좋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02-01 17:35   좋아요 1 | URL
지난 한해 감사드립니다.
사진에, 시에,
그밖에도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 주셔서,
같이 생각해보고, 돌아보고, 그리하여 한걸음 앞으로 내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올해는 따님 앞에 두고 자전거 열심히 타시겠네요.
슬림하고 건강해지신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북프리쿠키 2017-01-31 15:48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설명절 잘 보내셨습니까.
소설이 잔잔하니 좋으셨나봐요.

˝단 한사람에게라도 좋으니 마음속에 기억으로 남는 사람이고 싶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해보니,
난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아있을까... 자신이 없네요..
그 누군가에게 남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뿐임을..

누군가를 댓가없이 사랑한다는 것도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저도 마음을 조금만 열고 살아볼까요..? ㅎ

양철나무꾼 2017-02-01 17:44   좋아요 1 | URL
전 예전엔 자신감 제로에,
누구에게나 잘 보이고 싶어서, 잘 보이려고 애썼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나이들어서 생각해 보니, 그러지 않아도 괜찮겠더라구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도 세상에 크게 거스르지 않게 된달까?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것은, 제 자신 하나 만족시키지 못 하는 것도 같고요.

따님, 있으시죠?
따님은 그렇게 사랑하게 되지 않던가요?^^
전 올해22살인 저희 아들을 그렇게 사랑하겠다는데,
아들이 거부합니다, 췟~(,.)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 용산 걸어본다 1
이광호 지음 / 난다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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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좋다는 얘기는 그동안 여러 군데서 들었었으나 구해놓고도 쉽게 찾아 읽게 되지는 않았었다.

그동안의 책 구매행위와 독서행위를 반성하게 되는데,

구매했다고 모두 다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고,

읽어내는 행위로까지 연결되어야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읽으면서 그동안의 명성이 괜한게 아니구나 싶을 만큼 좋았는데,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란 제목의 의미를 책의 'preface'를 펼치자마자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친절한 여행 안내서도 아니고 글쓴이의 얼굴이 오롯이 드러나는 수필도 아니며 소설이나 시라는 이름의 문학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여행기에도 지리학에도 환경사회학에도 미치지 못하며 자전적인 에세이에도 미달하는 글쓰기. ㆍㆍㆍㆍㆍㆍ전달해야 할 정보들과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침묵의 언어 사이의 감당할 수 없는 흔들림 때문에 이렇게 이상한 독백이 생겨났다. 이런 얼굴 없는 글쓰기를 '익명적인 에세이'라고 부르려 했다.

라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이 산문이라고 하지만 마냥 느슨하지만은 않다.

적당한 단어와 문장들이 알맞은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눈에 그리고 가슴에 콕콕 박힌다.

콕콕 들어와 박힌다는 것은 문장들을 잘 갈무리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했다는 것이지, 뾰족하거나 과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라임이 떨어지거나 스타카도가 느껴지는걸 시적이라고 하는걸 볼때,

이 책의 제목은 '시적인 거리'가 되어도 좋지 않을까 싶었을 뿐이고~(,.)

 

이 책이 이렇게 다양한 형태를 띄고 다양한 장르로 불리울 수 있는 것은,

'기획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공부를 하느라 여러 사전류와 기사, 리포트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자료들을 참고'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레 기행문이나 이런 형식의 책들을 볼때 과한 사진이 부담스러웠는데,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글쓴이의 휴대폰으로 촬영되었다는 것도 반가웠다.

 

또 한가지,

기실 난 서울 토박이이지만 길치여서, '용산'으로 뭉뚱그려지는 지명을 심심찮게 들어봤지만, 좌표를 찍을 수는 없었다.

무심코 책표지를 뒤집어 펼치다 이런 지도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숨은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하면, 그의 글쓰는 태도와 글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걸어본다' 시리즈 답게 산책이란 것에 방점을 찍은 글쓰기도 좋았지만,

그 산책의 공간이 그가 사는 '용산'을 매개로 했다는 것도 좋았다.

'용산'이 갖는 장소적, 시간적 의의를 그만의 감성과 사유로 적적히 버무려 내고 있다.

 

나중에 나왔지만 먼저 읽었던 '박연준과 장석주'의 '시드니'편과 비교되는 걸 어쩔 수 없다.

박연준과 장석주의 그것이 지극히 사변적이었고,

그런 행태에 질려버려 이 시리즈를 한쪽으로 치워놨었으니 말이다.

 

ㆍㆍㆍㆍㆍㆍ'정'을 전한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같은 너무 익숙한 광고 문구. 위로란 때로 어떤 마비를 의미한다.(26쪽)

문장들이 반듯하고 단정하며,

산문인데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벼리고 벼린 흔적이 엿보이는 이런 문장들은 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

겨울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 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없이 오래 찔렸다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오래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그리고 지금, 주인없는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최승자의 시 '청파동을 기억하는가'를 인용하면서, 이런 문장을 읊어내는데, 어이쿠야, 좋다.

 

절대로 닿을 수 없을 만큼 누군가와 떨어져 있다면, 죽음처럼 건너갈 수 없는 곳에 누군가가 있다면, 너는 다른 시간 속에 있는 것이다. 아득한 거리는 아득한 시간이다.(37쪽)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라고 하면,

용산과 함께 한 '역사적 순간과 거리들'을 간과하지 않고 언급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현재의 용산을 힘을 주어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용산 참사를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지 않고,

원고를 마무리 하는 중에 만난 세월호 참사를  'preface'의 지면을 빌어 무게감 있게 싣고 있다.

 

원고를 정리하는 중에 너무 많은 생명들이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당했다. 용산과 세월호 사이의 서로를 마주보는 비극의 연대기와 '국가'의 참혹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만 했다. 무력감과 죄의식은 오래고 익숙한 것이나, 한 시대의 애도는 한 개인의 애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어떤 글쓰기는 피할 수 없이 애도의 제의가 될 수밖에 없다. 예정된 망각과 마비와 자기기만으로부터 끈질긴 애도를 지키는 것은 문학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기다림의 문제이다.(8~9쪽)

 

난 문학적이지도 않고, 정치적이지도 않지만 오래 이 책을 곁에 둘 것이고,

이 책과, 이 책에서 꼬리를 무는 다른 책들을 가끔 들추어 읽는 방식으로 기억하고 애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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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1-18 17:37   좋아요 0 | URL
이달의 당선작으로 추천합니다..

양철나무꾼 2017-01-19 18: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당선작이 된듯 기분좋습니다~^^

2017-01-18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19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19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1-18 20:01   좋아요 0 | URL
조선 말기 청나라 군대주둔시 부터 지금까지 용산은 우리땅이지만 우리 손에 없는 아픔을 가진 곳이라 알고 있습니다^^: 작가가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해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7-01-19 18:22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저는 국사나 지리랑 관련해서,
공부하고 외운거 달리,
실제 지명으로 접하는거 달리,
따로 국밥으로 작동되는 경향이 있었어요.

님의 이 짧은 댓글에서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달까,
뜻밖의 수확이예요.
완전 감사합니다~^^

[그장소] 2017-01-18 20:20   좋아요 1 | URL
시까지 맛나게 읽고 가요!^^

양철나무꾼 2017-01-19 18:23   좋아요 2 | URL
최승자 시도 좋죠?^^
이광호 이 책은 더 좋아요, 강추합니다~^^

[그장소] 2017-01-20 06:57   좋아요 1 | URL
네 ㅡ최승자 시는 Agalma님과 님의 리뷰로 종종 만나서 , 알았는데 이광호 님 글 . 양철나무꾼 님소개로 지금 처음 만나는 거예요. ( 악수악수~ 반갑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세계를 알게되니 좋죠 .. 좋고말고요~^^

북프리쿠키 2017-01-18 20:53   좋아요 2 | URL
저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길치라는거ㅎ
게임하다가도 입체적인 공간에선
길치가 되어버리는 아주 고질적인 ㅠ
다양한 독서~또 배우고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7-01-19 18:28   좋아요 3 | URL
저 집에서 직장까지 차로 10분이면 움직이는데,
(대중교통으로 좀 많이 더 걸리고~.)
처음 직장에 출근할때 길치여서 남편이 3개월동안 운전 선생 했습니다, ㅋ~.

그 게임 오버워치 아닌가요, ㅋ~.
제가 옛날 포트리스 할때는 모니터 화면에 각도기를 붙이고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는데...
아, 옛날이어, 네요~--;

푸른희망 2017-01-18 21:51   좋아요 2 | URL
알콜이 들어가서일까요?님의 글에 눈물이 나요 너무 좋아서요
요새 나무꾼님 추천도서로 장바구니가 점점 뚱뚱해지고있어요

양철나무꾼 2017-01-19 18:40   좋아요 2 | URL
저는 알콜이 안들어가도,
알라딘 서재 이웃분들 글이 좋아서 종종 눈물 흘려요.
님의 글들도 그렇구요.
우리 찌찌뽕이네요~?^^

단발머리 2017-01-19 08:29   좋아요 2 | URL
마지막 문단의 ‘끈질긴 애도‘가 마음에 와닿네요. 올려주신 시도 참 좋구요.
아침부터 이 책도~~~ 라는 생각에 바빠집니다. ㅎㅎ

양철나무꾼 2017-01-19 18:43   좋아요 2 | URL
아침부터 삼성 이재용 땜에 완전 꿀꿀해하고 있어요.
더디고 미미할지라도 멈추면 안되겠죠.

이 책은 얇고 가벼운 책이지만, 결코 가볍게 읽히지는 않아요.
전 좀 아프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