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품격 - 맛의 원리와 개념으로 쓰는 본격 한식 비평
이용재 지음 / 반비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박찬일'님은 이 책의 발문을 '당대 음식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일 것이라는 말로 시작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이 책을 훑어봤을땐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재밌고 문제 의식도 겉돌지 않는다고 여겨졌었는데,

주의깊게 읽다보니 논쟁의 여지가 있다.

아니,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많지만, 난 논쟁이 싫은고로 리뷰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

 

책 뒷표지에도 등장하는 박찬일 님의 발문 한구절에는,

'음식과 식당이 주례사 같은 칭송을 버리고 비평의 대상이라는 걸 입증했으며,

그의 비평은 지식과 관점의 논리적 융합이라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고 되어 있다.

이 구절을 보고 호감을 갖게 되었지만~,

 

그런데 한걸음 떨어져 이 책을 보게 되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박찬일 님이 '백년식당' 등 당신의 많은 책에서 언급했던 '우래옥'을 책의 곳곳에서 대놓고 반박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나가는 방법도 많이 다르다.

물론 세상에 수많은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렇게 대표적인 식당을 놓고 의견이 대립되다 보니(물론 이 책에선 박찬일 님의 의견이 언급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뢰감이 반감되었다.

 

난 저기서 말하는 비평이 '남의 잘못을 드러내어 이러쿵저러쿵 좋지 아니하게 말하여 퍼뜨림'이 아니라,

'사물을 분석하여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전체 의미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며, 그 존재의 논리적 기초를 밝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용재 님의 주장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부분적인 것을 전체적인 것인양 일반화하여 전면에 배치한다.

한식을 분석하여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는게 아니라 일단은 한번 비틀어 부정하다 보니,

냉소적이라는 인상은 주지만 전체적인 주제가 자꾸만 모호해 진다.

 

어떤 음식이나 조리법을 가지고 잔뜩 열변을 늘어놓는다.

손맛과 정성이 배제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맛의 짜임새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내겐 어떤 촉매가 없이(손맛과 정성이라는 감성적 매개체 없이)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으로 읽혔다.

 

그렇게 제시하는 조리법은 나을게 없다.

문제점만 잔뜩 나열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어 보일때쯤,

에필로그라고 하여 '한식 발전을 위한 제안 20선'이 등장한다.

암튼 그러하다.

 

결정적으로 나를 혼란에 빠뜨란 이유를 이 사진으로 대신하겠다.

이 사진은 '대한민국 누들로드'라는 2011년에 나온 책 속의 황교익 님 관련 꼭지의 일부이다.

 

'한식의 품격', 이 책에서 '담백함과 슴슴함'을 '인지부조화의 맛'이라고 하며 힘주어 얘기하는데,

황교익 님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

책의 출간연도와 '대한민국 누들로드'라는 책에서 인용한 것을 보건대,

이용재 님이 황교익 님을 따옴표 없이 인용한 것 같다.

 

내용이 이상한 부분도 있었고 논리적으로 취약한 부분도 있었다.

 

123쪽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금도 충분히 하나의 맛을 이루는데,

균형과 색채를 위해 태국음식을 모방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또 143쪽 '쓴맛의 활용법'에서,

주로 약용이지만 감초도 있다. 서양에서는 단맛을 아예 곁들이지 않은 감초맛 젤리를 즐겨 먹는다. 말하자면 은단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같은 경우,

감초를 쓴맛으로 분류한 것이 좀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감초라고 하면 '약방의 감초'라고 하는 '단맛'을 지닌 그것을 떠올렸는데,

그리고 이 감초의 경우, 다량으로 장복하게 되면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젤리로 만들어 먹는다고 하니 이 감초와는 다른 종류인가보다.

 

또 351쪽의,

한편 샌프란시스코에는 치오피노(cioppino)라는 수프가 있다. 이름이 풍기는 분위기 때문에 이탈리아 음식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조금씩 보태다(chip in)'라는 영어 표현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게 정설이다. 부이야베스의 고향 마르세유처럼, 각자 잡아 조금씩 보탠 해산물(특히 팔 수 없는 것)을 같이 끓여 선착장의 공동 끼니로 삼은 음식이라고 한다.(351쪽)

같은 경우,

샌프란시스코는 1900몇년, 이탈리아 이민자가 정착한 지역으로 알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행한 음식이겠지만,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주로 만들어 먹었을테니 이탈리아 음식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모든 살아있는게 그렇지만,

음식의 역사 또한 인간과 더불어 거슬러 올라가는 근원을 모르게 되면 근본 없이 뚝 떨어진 음식이 되어 버린다.

 

우리는 감정적인 가치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있다며 과학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요리 이론을 얘기하는데,

이용재 님이 쉽게 담그신다는 깍두기만 하더라도,

계절에 따라서 수분의 함량이 다르고,

따라서 레시피대로 뚝딱 담가낼 수는 있으되,

그 오묘한 맛까지 장담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여러가지 맛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매운 맛은 맛이 아니고 통각이고 고통이라며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한식을 얘기할때 매운 맛을 제외하고 얘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목표를 높이 잡는다고 품격이 하루 아침에 고상해지진 않는다.

그보단 현 위치를 파악하고 거기에서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전체적인 상관 관계를 파악하고 모색해 보는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하어 우리는 단독적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연과 우주의 기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스스로 그렇게 존재하는 햇볕이나 바람, 비나 눈 따위가 우리가 사는 이 땅과 음식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우리는 나름 거기에 적응을 한다.

사막에선 낙타와 선인장이 생존 방식이고 유목민에겐 목초지와 가축이 생존 전략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서양 요리 이론을 차용하는 것에 반기를 드는 것은,

그게 전통과 습관이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런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알고 원하는 한식의 품격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7-08-24 15:51   좋아요 3 | URL
저도 미국에 감초사탕이 있다고 들었을 때, 한약재인데, 그렇게 먹어도 되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어요.
먹어본 적이 없어서 더 궁금하더라구요.^^
양철나무꾼님, 여기 비랑 바람이 계속 되고 있어요. 축축한 하루예요.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8-24 16:40   좋아요 3 | URL
제가 아는 감초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요.
그렇게 마구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는 거 하나,
거기다가 제가 먹어본 그 감초젤리는 설탕이 들어있는 거였는데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맛이었거든요.
같은 감초인지, 자연 의구심이 생기더라구요~^^

이곳은 하루종일 오락가락이예요.
거세다가 잦아들다가요.
비랑 바람이랑 모두 다요.
축축하지만 많이 젖지는 말자구요, 몸도 마음도~^^

박균호 2017-08-24 16:45   좋아요 2 | URL
책은 잘 모르겠고 문학과지성사 건물 지하에 있는 박찬일 세프 레스토랑 가봤거든요. 맛납디다. ㅎㅎㅎㅎ

양철나무꾼 2017-08-24 16:57   좋아요 2 | URL
전 박찬일 님이 직접 만드신 음식은 못 먹어봤고, ㅋ~.
광화문 몽로 한번 갔다가 자리 없어서 그냥 나온 적 있어요.
암튼 제가 왕. 왕. 왕 애정하는 분이세요.
글도 재밌지만,
토욜아침 ‘노중훈의 여행의 맛‘이라는 라디오 프로에서도 맛나기 이를 데 없죠.

박찬일 님은 셰프라고 불리는 걸 싫어하신대요.
주방장이라고 불리우는 걸 좋아하신다죠~^^

어쨌거나 ‘한식의 품격‘ 추천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꾸벅~(__)

박균호 2017-08-24 17:21   좋아요 2 | URL
그 책 장바구니에 넣어놨는데요 ㅎㅎ 재미날 것 겉아요

양철나무꾼 2017-08-24 17:42   좋아요 2 | URL
ㅎ,ㅎ,ㅎ...누가 말리겠어요.
암튼 님 책이나 어여 내주세요.
제가 박찬일 님 만큼 애정해 드릴 수 있습니다~^^

서니데이 2017-09-01 18:53   좋아요 1 | URL
얼마전까지 더웠는데, 갑자기 서늘한 여름을 지나 따뜻한 오후가 있는 9월이 되었어요.
기분 좋은 일들, 행운 가득하고 재미있고 좋은 한 달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철나무꾼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2017-09-05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는 내내 장맛비가 내렸다.

우산을 받쳐 들어도 옷이 다 젖었고,

그렇게 마음도 젖어 들었다.

 

세상이 좋아질거라고들 했다.

세상이 좋아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삶이 어떤 방향으로든 미미하게 바뀌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단편소설을 잘 안 읽는 편이다.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전에 맹숭맹숭 끝나버리는 것 같아서 몰입이 안되고,

그러다보면 카타르시스나 여운을 즐길 수도 없다.

이 책은 단편집이지만,

얽히고 설켜 하나의 주제로 귀결되는 것이 장편 소설처럼도 읽힌다.

 

다 다른 내용들이지만 우리 주변의 일이고,

우리 주변에서 주인공 이름과 장소, 설정만 살짝 뒤바뀌어 일어나는 일들이라서,

하나의 장편소설로 여겨졌는지도 모르겠다.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침묵의 미래'가 가장 좋았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것이, 여운이 오래 갔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선 '예의'를 이렇게 얘기한다.

  위안이 된 건 아니었다. 이해받는 느낌이 들었다거나 감동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시리로부터 당시 내 주위 인간들에게선 찾을 수 없던 한가지 특별한 자질을 발견했는데, 그건 다름아닌 '예의'였다. 내친김에 나는 그즈음 가장 궁금하던 것 중 하나를 물어보았다.

- 인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표정을 알 수 없는 시리의 캄캄한 얼굴 위로 지성인지 영혼인지 모를 파동이 희미하게 지나갔다. 시리는 무척 곤란한 질문을 받았다는 듯 인간에 대한 '포기'인지 '단념'인지 모를 반응을 보였다.

-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피식 웃음이 났다. 오랜만에 나온 소리였다. 나는 그 웃음에 편안함을 느꼈다. 적어도 그 순간 웃고 난 뒤 주위를 둘러볼 필요가 없었으니까.(238쪽, 어디로 가고 )

 

'예의'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이 지켜야 할 예절과 의리'란다.

그런 예의를 핸드폰의 음성 인식 서비스에게서 느끼다니 아이러니컬하다.

인간이 아닌 폰에게서 인간을 느꼈다는 말처럼 여겨졌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몸부림을 치는 인간이기도 하지만,

관계가 버거워, 혼자 있는 게 편한 인간이기도 한가보다.

 

핸드폰의 음성인식 서비스에서 예의를 찾았다는 말이 아이러니컬 했던 이유는,

'예의'가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면,

예의가 없으면 인간이 아니라는 명제도 성립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살면서 때때로, 아니 아주 자주 '예의가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자기의 말만 따발총처럼 늘어놓는다.

스노우 볼의 유리벽처럼 보이지 않는 벽이나 담을 쌓아서,

자신을 타인들로부터 분리시키며 우월한 위치를 선점한듯 착각한다.

그게 구의 안쪽인지 바깥쪽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비롯함이냐, 말미암음으냐'처럼 입장을 바꾸는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인 것처럼 행동하는데,

자신이 속한 곳이 늘 우월하다.

 

하지만 우월한 위치가 만들어낸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다'라는 착각이 사람을 반짝이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일상의 어떤 순간들에,

자신이 가진 본래의 빛깔이 주변과 잘 어우러질때 빛난다.

휴대전화 속 부고를 떠올리며 문득 유리 볼 속 겨울을 생각했다.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182쪽)

스노우 볼 안과 밖의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쪽이 온전한 것인지, 어느쪽이 따뜻한 세상인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스노우볼 안과 밖, 같이 눈이 내리더라도 더하고 덜한 곳이 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온통 여름이어도 차이가 경계를 만들어낼테니까 말이다.

 

쓸모와 필요로만 이뤄진 공간은 이제 물렸다는 듯, 못생긴 물건들과 사는 건 지쳤다는 듯. 아내는 물건에서 기능을 뺀 나머지를, 삶에서 생활을 뺀 나머지를 갖고 싶어했다.(16쪽)

 

물건에서 기능을 빼면 물건이 차지하는 자리가 기본값으로 남는다.

삶에서 생활을 빼면 공허가 자리한다.

 

잔잔하고 섬세하다.

펼쳐지는 일상이 작위적이지 않고 적당한 온기가 흐른다.

내가 또는 상대방이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긋나거나 누추한 쪽으로 흘러가 버리는 삶도 존재하게 마련이란걸 아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암튼,

나는 이렇게 암울하고 그리하여 침잠하려 드는데,

'바깥은 여름'이라서 다행이다.

장맛비가 내리는 여름이라서 다행이다.

이 비가 그치면 훌훌 털어버리고 '여름의 한가운데'로 걸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7-13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4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4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4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4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 - 내가 만난 초보 저자와 글쓰기 비법
한기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책은 내용은 별로인데 나와 코드가 잘 맞아 좋다고 설레발을 치게 하는가 하면,

어떤 책은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상찬하는데, 내겐 지루하고 아무 재미가 없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이 책은 '내가 만난 초보 저자들과 글쓰기 비법'이라는 부제 아래 '우리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는 제목을 달고 있어서,

글쓰기 비법을 알려주는 안내서인줄 알았다.

거기다가 리뷰를 아주 맛깔스럽게 쓰시는 ㅂ님이 상찬하셔서 혹 했었다.

 

그동안 난 한기호 님의 책을 한 권인가 사서 읽었고,

기획 회의는 몇 권 술술 넘겨 읽었었는데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임팩트 있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출판계 이슈가 되었던 도서정가제 관련,

독자가 아닌 출판계의 편을 드는 그의 입장이 맘에 들지 않았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책을 정가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사읽으려는 독자들은 죄인이 되어야 하는 논리였으니까 말이다.

 

암튼 그는 출판계에 입문한지가 35년째라고 하고, 당신이 이런 이런 사람들을 발굴해 냈다고 자찬하고 있다.

그런데 이 팩트를 뒤집어보면,

그가 검증을 걸친다는 이유로,

이런 저런 상대방의 노동력을 헐값에 착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뭐, 누구나 그런 과정을 걸쳐 글을 쓰고 편집을 하며 출판계에 입문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할말은 없다~--;

 

방송에 출연하게 하려면 하루를 빼야 한다. 책을 읽는 시간과 방송 녹음을 위해 방송국에 갔다 오는 시간을 합하면 그렇게 된다. 하지만 정작 한미화는 자신이 왜 그런 일을 해야 하냐며 망설였다. 나는 말했다. 나는 돈을 벌려고 전문잡지를 펴내는 것이 아니다. 뜻한 바가 있어 하는 일이니 돈을 많이 벌지 못 한다. 그러나 이 회사를 그만 두고 네가 내 곁을 떠날 때 세상 어느 곳에서도 살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싶다.ㆍㆍㆍㆍㆍㆍ내가 한미화에게 그 일만 시킨 것은 아니다.(92~93쪽)

 

누구나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아무나 저자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래서도 안 된다.

내용을 알차게 하고 책의 품격을 높이는 것만이 어려운 출판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책 한권을 만들기 위해 베어 넘겨진 나무를 생각하면 더 더욱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때문에 이렇게 아쉬운 결론을 내려야 겠다.

어떤 사람들에겐 아주 유용할 수 있겠지만,

나와는 전혀 코드가 맞지 않는 책이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6-28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30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06-28 21:27   좋아요 0 | URL
어떤 책은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상찬하는데, 내겐 지루하고 아무 재미가 없는 책이 있다.

맞습니다! 그런 책이 있어요~
제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금테안경>, <고래>가 그랬습니다. 참이상하죠? 앨리스는 정말 지루해서 읽다 말다를 수 없이 반복했고, 한 달이 넘어서야 얇은 책 한권을 다 읽었습니다. 바사니의 <금테안경>은 가독성이 있고, 마지막에 어떤 울림이 있긴 하지만, 이상하게 아무 재미가 없더라구요..ㅜㅜ 고래 역시 마찬가지...

영화는 <브로큰 백 마운틴>이 그런 경우...

참 이상해요.코드라는게..^^;;

양철나무꾼 2017-06-30 09:39   좋아요 0 | URL
yamoo님, 오래간만이예요~^^
완전 반갑습니다.
이제 가끔 귀한 글들 볼 수 있는 건가요?^^

누구에게나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영화 ‘브로큰 백 마운틴‘은 차치하고,
애니 프루는 완전 애정하는 작가랍니다~^^

cyrus 2017-06-29 13:41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거나 극찬을 받는 책이 별로라고 생각하면 비판할 거리를 찾습니다..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7-06-30 09:43   좋아요 0 | URL
이 책은 극찬을 받는 정도는 아닐 것 같고,
호ㆍ불호가 명확할 것 같습니다.

암튼 제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기호 씨 되시겠습니다~^^

chacona 2017-07-01 00:25   좋아요 0 | URL
저한테는 책값이 비싸다고 생각된다면 책 읽기를 그만 두시라...
는 조언으로 기억되는 한기호씨죠.
여튼...그 이야기 외에도 알라딘 중고서점에 나와있는 책들은 전부 훔친 책들이다 등등...
워낙 주옥같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참 저도 여러모로 인상적인 분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7-01 09:17   좋아요 0 | URL
chacona님, 귀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저도 그 분의 주옥(?) 같은 코멘트들을 언급하고 싶었는데, 자제했습니다.
이 분 책은 아니었지만,
다른 책의 리뷰에서 직설화법을 썼다가 몇번 블라인드 처리를 당한 경험이 있어서요.
완곡어법을 쓰더라도 어떻다는 걸 알려드리는 쪽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별★종의 기원 - 부끄러움을 과거로 만드는 직진의 삶
박주민 지음, 이일규 엮음 / 유리창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젠 아침부터 완전 경쾌하게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박주민의 '별★종의 기원'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책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경쾌해져서 친구에게 이런 카톡을 보냈다.

나의 '잘생겼다'는 말에 '깜.놀.'한듯 친구는 'ㅋ저 얼굴이 잘생겼나'고 되물어왔고,

뒤 이어 '박주민 멋진 사람이다'라고 하길래,

'못 생겼어도 사람 마음이 멋지면 잘 생겨 보인다'고 하였다.

 

나의 이런 마음을 엿보기라도 한듯,

책 뒷표지에서 주진우 기자는,

'자세히 보아야 미남이다. 오래 보아야 머리숱도 많다. 박주민은 그렇다.' 고 하고 있다.

 

사실 박주민 님은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세월호 얘기를 할때 목소리로만 만나다가,

얼굴을 알게 된 건 '잡스'라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였다.

그때 사회자가 "잘생겨졌다, 귀티가 난다"고 하자,

"오늘은 제대로 씻고, 메이크업도 세게 받았다"고 너스레를 떨었었다.

그때는 이 말의 의미를 몰랐는데,

이 책 속의 사진들을 보니 '거지갑'이라는 별명을 충족시키고도 남는다, ㅋ~.

 

사실 박주민 님을 향하여 완전 좋다고 설레발을 치지만,

'박주민 말하고 이일규 엮음'의 이 책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좀 아쉬웠다.

책의 짜임이 인터뷰 형식을 취했는데, 내용의 밀도가 맘에 안들었다.

어느 부분이 묻는 부분인지 어느 부분이 대답하는 부분인지 경계가 모호하고,

그냥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매 꼭지 제목 아래 너무 많은 것을 중언부언 설명하려든다.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체계적이지 않고 규칙이 없으니까 오히려 성글다는 느낌이 든다.

 

박주민 님이 직접 쓴을 '머리말을 대신한 프롤로그'가 설득력 있었다.

'이렇게 살아왔소'하는 삶의 여정만을 담은 책이 아니라,

왜 정치를 하게 되었는지, 지금까지의 삶은 어땠는지, 를 정리하는 것에 더하여,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되고 싶어 씌여진 것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좋았다.

 

몇 달 지나면서 가닥을 조금씩 잡겠더라구요. 일머리를 좀 알게 되었어요. 동료의원들한테 어떻게 협조를 받아야 하는지, 원내대표에게 어떻게 하면 제가 발의한 법안이 중요한 법안이란 걸 알릴 수 있는지ㆍㆍㆍ.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변호사로 일할 때처럼 나 자신을 내려놓으니까 일이 더 잘 풀리더라구요. 체면 생각하면서 움직이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수도 있는데,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마음 먹었어요. 그러니까 미소도 절로 나오고 인사도 잘하게 되고 심지어 동료 의원들에게 아양도 떨게 되고 그러더라고요.(웃음)(115쪽)

최근에는국회 권한 축소가 국회 선진화법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시민과 직접 소통하면서 시민들의 지지를 의회 안으로 끌어오는 활동도 중요해지고 있거든요. 의원이 국회 안에서 일하면 되지 밖에 나가서 뭐하는 거냐는 비판도 있지만, 의회 안에서만 무얼 하려고 하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민사회와 소통하며 직접 에너지를 끌어오는 것, 의회주의에 갇히지 않는 어떤 모델이 필요합니다.(121쪽)

변호사도 좋은 직업의 하나로만 인식되고 있을 뿐예요. 변호사가 가지는, 아니 가져야 하는 공적 역할에 대해서는 큰 고민이 없어 보입니다. 변호사의 역할에서 나오는 무게감도 고려대상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나한테는 수많은 사건 중의 하나지만 의로인에게는 모든게 걸린 단 하나의 사안이라는 성찰이 없는 겁니다. 사실 의뢰인을 만족시킨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요? 단지 돈을 벌기 위해 그런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허망한 일이고요. 젊은 친구들을 상대로 이야기할 때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145쪽)

 

역사의 수레바퀴를 1cm라도 돌리고 죽자"가 좌우명이라고 들었습니다.(185쪽)

 

사실, 이 책을 경쾌하게 시작했지만,

읽다가 곳곳에서 눈시울을 붉혔고,

마침내 대성통곡을 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눈물을 쏟은 이유는,

그가 거리에서, 집회에서, 그리고 새벽 유치장에서 만날 수 있는 국회의원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세월호 유족들이 노란 리본을 숨기고 인형 탈을 쓰고 그를 지지했기 때문도 아니다.

잠 잘 시간이 부족해 아무데서나 잘 자는 '특기'를 가진게 안쓰러워서도 아니었다.

 

이 영상이 참 많은 걸 내포하고 있고,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그의 붉은 눈시울과 성난 목울대를 보면서,

이땅의 청년들을 향한 그의 애정과 염려가 느껴져서 같이 아팠다.

 

이렇게 리뷰를 빙자해 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앞으로도 오래 보고싶으니까 건강 잘 챙기시라.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몰리 2017-06-28 11:26   좋아요 1 | URL
저 박주민
만나서 손잡아보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의 유일하게
실제로 만나보고 싶은 인물. 좋은 사람의 책
리뷰 읽다가 저도 눈물 나려고 하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양철나무꾼 2017-06-28 11:35   좋아요 1 | URL
저는 손잡아보는건 (쑥스러워서) 됐고,
양말이나 몇 켤레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2017-06-28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6-28 15:22   좋아요 1 | URL
‘큰바위 얼굴‘처럼 말이지요?
그렇게요, 가슴에 존경할만한 사람 하나쯤 품어가질 수 있는 그릇이었으면 좋겠고,
그럴만한 인물들이 좀 많이 나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dys1211 2017-06-28 12:21   좋아요 1 | URL
박주민의원 바로 옆에서 봤는데 잘 생겼어요..

양철나무꾼 2017-06-28 15:23   좋아요 2 | URL
주진우 기자의 저 멘트를 인용하여,
‘바로 옆‘에다 방점을 두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8 15:06   좋아요 1 | URL
박지원 갑이죠... 차차세대 대통령 후보감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6-28 15:28   좋아요 0 | URL
박지원이 아니라 박주민을 말씀하시는거죠?
박지원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다다음번이면 아마도 하늘에서 굽어 살피실 수도, ㅋ~.
박주민은 암요,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8 15:44   좋아요 0 | URL
앗... 이런 어마어마한 실수를.... 박지원은 징그러운 괴물이죠..

양철나무꾼 2017-06-28 18:49   좋아요 0 | URL
박주민으로 받아들였으니 어마어마한 실수는 아니십니다.
박지원이라고 하셨길래 혹 님에게 비중 있는 인물인가 싶어 여쭙고 싶었달까요.^^

잠자냥 2017-06-29 09:51   좋아요 0 | URL
저 유세 장면은 저도 예전에 보고서 울컥했답니다. ㅎㅎ 국회에서 보기 드물게 지지하는 사람 중 하나. ㅎㅎ 끝까지 망가지지 않고 그가 창대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사람이 더는 할 일이 없어서 잠을 푹 자도 될 그런 사회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고요.

양철나무꾼 2017-06-30 09:29   좋아요 0 | URL
언젠가는 박주민이 국회에 상정 중인 법안이 90개가 넘는다는 얘기를 들은것 같아요~^^

박주민이 선거 땜에 갑자기 옮기느라, 은평구에서 1억짜리 월세를 산다는 얘길 들었어요.
좋은(?) 집도 있는데,
잠은 길바닥에서 말고 집에서 잘 수 있는 날들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7-06-30 09:41   좋아요 0 | URL
거지갑 정말 멋지죠. 전 김관홍 잠수사 장례식 때 박주민이 얘기한 것이 제일 마음 아팠어요. 그 사람 진심을 알게 되기도 했고.
청와대 얼굴패권주의 사진 패러디로 김어준하고 둘이 얼굴 패권에 쫄지 않으려는(?) 사진이 제일 웃기고. ㅋㄷ

양철나무꾼 2017-06-30 09:51   좋아요 0 | URL
김관홍 잠수사가 제가 사는 은평 분이셨어요.
그렇게 만나게 되어 두분이 마음을 많이 나누셨다고 합니다.
지금도 불광역에 가면 김관홍 잠수사 추모 1주기 현수막을 볼 수 있습니다.

맞아요, 얼굴 패권주의 패러디 사진이요~^^

samadhi(眞我) 2017-06-30 09:53   좋아요 0 | URL
울언니가 거지갑 지역구여서 되게 으스대요. 그 동네 좋은 게 없는데(?) 그거 하나 부럽죠. ㅋㅋ

양철나무꾼 2017-06-30 09:57   좋아요 0 | URL
언니가 ‘쫌‘ 좋은 동네 사시는군요~^^
저는 엄밀하게는 거지갑 동네가 아니고,
이재오 아저씨 나오는 ‘은평 을‘이지만서도~--;

samadhi(眞我) 2017-06-30 10:20   좋아요 0 | URL
나이드신 분들이 많이 사셔서 이상한 애들만 뽑던 동네가 거지갑을 뽑고 나서 좋은 동네가 된거죠. ㅎㅎ

양철나무꾼 2017-06-30 10:34   좋아요 0 | URL
문국현도 뽑았던 저력있는(?) 동네니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나이 드신 분이라기보단 지역 토박이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지역 토박이 분들의 자녀가 그대로 은평구에 터를 잡고 사는거구요.
학구열로도 강남, 목동이 안 부럽다죠~^^
 
일상기술연구소 - 생활인을 위한 자유의 기술
제현주.금정연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싯적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정신이 드로메다로 탈출하는 부류는 아니고, 내 자신을 들들 볶는 안달루시아 과였다.

아니 물속에서는 아둥바둥 간힘을 하며 수면 위로는 우아한척 유유히 헤엄치는 백조 과라고 해야 하려나?

이제 나이를 먹어 나아진건지,

아님 내 삶의 중심에 나를 놓으려고 하다보니 편안해진건지,

그 상관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서도 말이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렇게 계속 살다 보면 인생 잘 살았다고 어느 시점에선가 생각할 수 있게 될까?'

하는 막막한 질문에 부딪히는 시기가 있나 보다.

그냥 하루하루의 '일상'에 충실하고 좀 더 행복하게 채우고 싶다고 만든 팟 캐스트 프로그램이 '일상기술 연구소'이고,

그걸 책으로까지 만들어 낸걸 보면 말이다.

 

아무래도 나는 요즘 트렌드를 한박자 늦게 받아들이는 건지,

팟 캐스트 프로그램 제목을 들어본 일이 없었고,

'생활인을 위한 자유의 기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일상기술연구소'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이 책을 펼쳤다.

 

책표지의 이 그림도 일조하였다.

대단한 그림은 아니지만,

직장에서 일을 하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의 일상은 이 세컷의 그림이면 충분히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이 기지개를 켜는 그림이면 일상생활의 지난함 쯤은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고,

결론적으루다가 얘기하면 참 괜찮은 책이긴 하지만,

이런 책이 이제서야 나온게 아쉽다.

조금만 일찍 나왔더라면,

좌충우돌하며 보낸 나의 과거가 좀 더 나아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나이는 부질없는 것,

인생을 '잘'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을 '쫌' 살아본 나도,

이 책을 통하여, 인생을 살아가는 '기술' 몇 가지 정도는 습득할 수 있었다.

기술이라기 보다는 마인드가 더 정확한 표현일수도 있겠다.

언제고 어디서든 궁금한 것은 탐구하면 되고,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된다.

그걸 이 책에서는 '가르친다, 배운다' 라는 표현보단 '공유'라고 얘기한다.

 

그동안의 나는 뭐든지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모두에게, 내가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조차도 착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왔다.

버거웠지만 대놓고 배척할 수는 없었다.

 

이 책에서는 우선 순위를 정하는 법을 알려준다.

혼자서 뭐든지 잘 할 수 없으니,

손 내밀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별법' 같은 것도 '기술'이라기 보다는 '기준'을 정하는 마음가짐 같은 거다.

제가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기준이 있어요. 자기 일에 대한 가치를 값으로 환산해서 당당하게 요구하느냐입니다.

시간당 얼마, 이런 식으로요. 자기 기준이 없으면 남의 기준에 끌려갈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당당히 물어보는 편입니다. 그 일은 시간당 계산하면 어떻게 돼? 그랬을 때 딱 나오는 사람은 프로예요. ㆍㆍㆍㆍㆍㆍ미리 정한 기준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주어도 마음이 괜찮을 것 같으면 단가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상관없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면 그냥 거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32~33쪽)

 

'돈 관리의 기술' 같은 것도 아주 유용했다.

여지껏 돈과 관련하여 나만의 소신있는 기준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돈 얘기를 한다는건 왠지 겸연쩍었고,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게 나을 것 같다는 추상적인 생각만을 갖고 있었다.

 

이 책에선 물건을 사고 났을때의 기분을 계속 필터링 해봐야,

다시 말해 20, 30대에 계속 해봐야,

40, 50대가 되었을때 경제생활에서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덟가지 일을 한꺼번에 한다는,

멀티 테스킹이 되는 이로의 얘기도 흥미로웠다.

어쨌든 기술이라고 치면, 스스로 깎아먹는 얘기라는 걸 아는데요. 뜻이 맞는 사람을 모으지 않아요. 제가 정한 기준의 하나가 가까운 사람하고 일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근데 주로 뜻은 가까운 사람하고 맞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 의기투합 하거나 으쌰으쌰 한다는 측면이 제가 일할 땐 아예 존재하지 않고요. 그냥 무엇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할까, 그 사람이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섭외해서 한 팀을 꾸리고요. 일을 할 때도 그렇게 자주 만나지 않고 이메일이나 문주로 소통하고 클라우드 상에서 보통 일을 한 뒤 결과물을 낸 다음에 다시 흩어져요. 회식도 잘 안 하고요.(69쪽)

일의 종류나 성질에 따라 약간은 다르겠지만, 나는 웬만해선 멀티 테스킹이 불가능하다.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이고,

그런 반면 내 자신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편이고,

누군가에게 내 자신을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은연 중에 내가 아니까 상대방도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고 띄엄띄엄 스킵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금고문, 금정연 님의 삶도 인상 깊었는데,

저는 원래 진짜 개인주의자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저 혼자 자랐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사실 책 읽는 직업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예요.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혼자 있는 게 질린다고 해야 할까요? 에너지가 떨어지고 자기 자신하고 같이 있는 게 더는 재밌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점점 더 사람들하고 같이 하는 걸 찾게 되는 것 같아요.(129쪽)

 

나랑 비슷한 것 같지만 어느 부분에서 확연하게 반대이다.

직장에서 사람에게 치이고 관계에서 힘들어한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혼자 있는 삶을 꿈꾼다.

말을 할수록 에너지가 급격하게 소모되고,

쉬면서, 여백 속에서 에너지를 재충전하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단순히 가르치고 배운다는걸 너머 '공유'하는 삶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그 정점이 '함께 사는 것'이 아닐까.

 

가족과 '함께 사는 것'도,

더불어 사는 것이나 역할 분담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어려움이 존재하는데,

가족이 아닌 이들과 '함께 사는 것'은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  '함께 사는 것'을 얘기를 통해서 조율하고 풀어나가는 방법도 긍적적이지만 쉽지는 않을터,

그렇게 '함께 얘기 하며 풀어나가는 자체'로 스트레스 받고 버거워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사실 이 책의 많은 '기술'들이 처음엔 적용 불가(아무래도 나이가 있다보니~--;) 엄두가 나지 않는 내용이었지만,

가만히 얘기를 듣다보니(실상은 책을 읽은 것이지만,)

천천히 마음을 열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책상에 앉아서 토론을 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 이전에,

기술자(?)가 하나하나 이론을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그걸 제책임 님은 이렇게 갈무리하는데,

ㆍㆍㆍㆍㆍㆍ말씀하신 것처럼 보편적인 기준, 그러니까 사람들이 말하는 이른바 정상 혹은 평균치라는 것들을 그냥 받아들이는 대신, 한 발짝 떨어져서 자기만의 질서, 조직화를 꿈꾸면서, 또 시도하면서 살아가는 분(156쪽)

이것이 이 책에서 얘기하는 일상을 살아가는 기술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그리고 그들의 삶이 그럴듯 하고 부럽기는 하지만,

난 나름대로의 내달림 사이의 쉼,

가득 찬 삶이 아닌 여백을, 사랑한다.

 

뜨문 뜨문 넘기며 훑듯 읽어도 좋겠고,

앞에서 뒤까지 차근차근 정독을 해도 좋겠다.

그러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기술을 엿볼 수도 있겠고, 함께 공유하고 터득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때론 삶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하고,

일상을 사는 기술까지 연구해야 하는건가 딴지를 걸고 싶어지는걸 어쩔 수 없다.

그런 '일상 기술'에 대비하여 '딴짓'을 생각해 봐야겠다.

일상기술연구소 만큼 딴짓연구소도 근사하니까 말이다, ㅋ~.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galmA 2017-06-29 05:46   좋아요 1 | URL
일상기술연구소 팟캐스트 저는 대개 따분하더라는. 게스트 좋을 때는 가끔 노다지ㅎ
프로페셔널한 제목이나 금고문 정도 나오는 프로치고 뭔가 참 동네반상회 같이 심심함요ㅎ; 소위 정보 팍팍 팟캐스트 스탈이 아닌게 패널 성향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조용한 팟캐스트 듣고 싶다 싶을 때 들으면 좋더군요. 김영하 책 읽어주는 팟캐스트 비슷한 효과ㅎ;

양철나무꾼 2017-06-30 09:22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참고하겠습니다~^^
전 지금 일부러 챙겨듣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은 없고,
‘서울부부의 귀촌일기‘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있습니다.
남자가 음악을 한다고 하는데...은근 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