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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얘기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에겐 엽기적인 버릇이 있다.

버릇이라고 하면 주기적으로 반복되어야 할텐데 그렇지 않은걸 보면 버릇이라고까진 할 수 없으려나?

 

책을 읽다가 또는 드라마의 슬픈 장면을 보다가 눈시울을 붉힐라치면 수도꼭지라고 놀려대는 통에,

난 그가 남자는 평생 세번만 울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를 실천하는 부류라고 생각했었는데,

장례식장에 조문을 갈 일만 생기면,

잘 아는 사람이고 그렇지 않고,

호상이고 아니고, 를 떠나서...

무장해제하고 맘놓고 앉아서 울다오는 모습이 내동 생경해서 적응이 안됐다.

 

처음 그 광경을 봤을때는,

영정 사진과 그를 번갈아보며,

나에게 숨긴 드라마틱한 과거가 있나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었는데,

의혹의 눈길을 이내 거두고,

이해 불가한 나와 다른 종족,

그리하여 마냥 호의를 베풀어야 할 대상으로 선처하게 된 것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고 '꺼이꺼이' 소리내어 울다가도,

다른 조문객이 오면 이내 추스르고 자리를 내어준 후,

아쉬움 없이 말간 얼굴로 식당으로 향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오해와 논쟁의 소지가 있으면서도, 난 죽었다가 깨어나도 알다가도 모르겠는게 이 '호의'이다.

 

A와 B와  C가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유년시절과 성장과정을 보냈기 때문에 서로가 상대방에 대해서 100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다.

어떤 때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다.

 

B는 어차피 보대끼고 어울려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주의였고,

A와 어느 부분에서 상응이 되고 어느부분에서 상충이 되는지 모르더라도,

설사 상응되는 부분을 알지 못하더라도,

오지랖을 부려 A의 자녀나 배우자에게 자신을 투영하여 자잘한 호의를 베풀고 본다.

그 과정에서 상응되는 부분과 상충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고,

그러다가 어느날 우연히라도 상응되는 부분보다 상충되는 부분이 크다는 걸 깨닫게 되면,

그때서야 뜨문뜨문해진다.

 

반면 C는 A와 상응이 되는 부분도, 상충이 되는 부분도 알 수 없으니 아무런 재스츄어도 취하지 않는다. 
A의 안중에도 C가 없다.

이랬을 경우, 호의를 받아들이는 A의 입장에서 보자면,

B가 호의를 베푸는 마냥 고마운 존재가 아니라,

A를 향한 감정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서운한 존재일 수 있는 반면,

C를 향하여선 아무런 감정이 없다.

 

'호의'가 반복되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줄 안다는 논리가 적용되는 순간이다.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태어난 다음해에 만들어진 '해롤드 앤 모드'라는 영화가 있다.

옛날에 우리나라에서 연극으로 상연되었던 적도 있다는데,

얼마전 '미생'의 강하늘과 박정자가 주인공 역을 맡아 다시 무대에 올랐다는 기사를 봤었다.

드라마 '미생'에 힘입어서인지, 강하늘의 입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엔 책으로 나왔다.

 

이 얘기의 처음에서 내가 장례식장에 조문가는 엽기 버릇남을 소개한 이유는,

이 영화의 해롤드와  모드 또한 남의 장례식장에 가는게 취미인 이상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남자 주인공 해롤드는 19세 청년으로, 죽는게 또 다른 취미이다.

죽음을 취미라고 하는 것 자체가 엽기적이지만,

삶에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으니, 자연 사람들과의 관계도 거부하는,

총체적인 무기력증 환자 정도 되시겠다.

 

반면, 80을 2년 앞둔 할머니 모드는 삶의 순간순간이 충만하고 축복이다.

순간순간 자신에게 충실하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

 

이 둘이 누군지도 모를 이의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났을때, 할머니 모드는 이런 말을 한다.

"여든 살은 너무 늦고, 일흔 다섯은 너무 이르다. 나는 일흔 여덟이고, 여든 살 되는 해에 자살할 것이다."

또 다른 의미로, 다소 엽기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삶의 활력이 넘치는 할머니 모드는,

도덕에 얽매이지 않으면 삶이 더 풍요롭다고 한다.

 

어느날 꽃밭에서 모드는 해롤드에게 무슨 꽃이 되고 싶냐고 묻고,

해롤드는 다 똑같다며, 이들 중 하나라고 대답한다.

 

모드는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 다르다며,

예전에 맡았던 향기를 보관해서 해롤드에게 권한다.

 

매순간순간이 꽃봉오리이니,

매순간순간을 사랑하고 기억하며 열렬히 사는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해롤드는 모드를 사랑해'하는 고백에 '모드도 해롤드를 사랑해'라고 대답한다.

모드의 80세 생일날, 해롤드는 모드에게 청혼을 하지만,

바로 그날 밤, 모드는 약을 먹고 자살해버린다.

 

그동안의 해롤드의 자살 기도가 엽기적인 취미로 보여졌다면,

모드의 그것은, 그동안 삶의 매순간순간을 충실하고 충만하게 살아서 그렇게 보여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죽음의 순간까지도 자기 스스로 택했다는데서 오는 일종의 경외심까지 생긴다.

 

모드가 죽은 후 해롤드가  엽기적인 취미생활을 또다시 시작하지 않을까 우려도 되었지만,

아마도 잘 살 것이다.

 

 

능력 이상의 오지랖을 부려,

상대로하여 '호의'가 반복되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줄 알게 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지만,

어떤 것도 해보지 않고 문을 닫아걸고 벽을 쌓아올리는 것, 또한 난 별로이다.

 

나도 남들에게 엽기적인 취미로 보여질지라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열아홉이면 어떻고 일흔여덟이면 어떤가?

영화에서처럼 부잣집 철부지(물론 방점은 '부잣집', ㅋ~.)가 아니라, 주름 가득한 파파 할아버지면 어떤가? 

 

취미가 서로 비슷하고,

심성이 비슷하게 곱고,

소속되어있는 정당이 같았으면 좋겠고,

동물을 사랑하거나 환경보호 단체에서 활동을 해도 좋을 것이다.

아니 이 모두는 달라도 상관없겠다.

한마디 말이나 표정, 눈짓 만으로도 상대에게 웃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 차이가 나더라도,

언어가 다르면 표정이나 눈짓 만으로,

생활습관이나 가정환경, 문화적 배경이 다르면 그런대로,

충분히 공감하고 소통하는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믿음으로 살고 싶다.

 

근데, '호의가 반복되면 권리인줄 안다'를,

''호이~'가 반복되면 둘리인줄 안다' 고 알아들은 날 어쩔 것인가 말이다, 에혀~(,.)

 

 해롤드와 모드
 콜린 히긴스 지음, 정성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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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26 17:46   좋아요 0 | URL
차를 보니..영화를 봤던것 도 같아요.
확실치는 않고.. 부딪히는 장면..어디 영화소개하는데 나왔나?
암튼..호이~가...반복되면..둘리..저도 퐝~!!!
터져서.첫줄칸 지나고부터 큭큭대고 웃다가 실컷 웃었네요.
아~..뜬금 없지만...양철나무꾼 님..저 반했어요!!!
이런 글쓰기 너무 좋아요~^^♥♥♥♥♥
별대신 하트를 날릴거예요.
고맙습니다.
눈병이 나서 한 눈이 계속 우는 데...
이번엔..웃느라 눈 물이 났어요.
ㅎㅎㅎ 시원하게 웃었네요.

양철나무꾼 2015-03-27 09:17   좋아요 0 | URL
아~잉~, [그장소]님~^^
반 말고 하나하면 안되나요?
(우우우~, 욕심쟁이~♬)

[그장소] 2015-03-27 16:52   좋아요 0 | URL
완전..센스 갑~!!!^^
선배로 모시겠습니다.저보다 훨씬 센스가 좋으세요.반 반 만땅.드립니다..(이걸..에드립이라고..ㅎㅎㅎ)
후배가..이럽니다.ㅋㅋㅋ

양철나무꾼 2015-03-28 09:35   좋아요 1 | URL
제가 요즘 봄을 맞이하야~
욕심을 전방위로 뻗치다보니까...배.둘.레.햄.이 되는듯 하여,
`배`라는 말에 엄청 까칠하게 반응하는 고로,
운동을 하여 왕복근을 자랑하는 그날까지
`선배` 말고 `행님아~`는 안될까여~?^^

2015-03-26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7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7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7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5-03-27 16:52   좋아요 2 | URL
제목에서 빵 터졌습니다...ㅎㅎㅎ
재밌는 글 잘 봤습니다..ㅋㅋ

양철나무꾼 2015-03-28 09:40   좋아요 1 | URL
(눈 한번 살짝 흘겨 주고)<--왜인진 잘 아시져?^^

터진 부분이 어딘지 몰라서,
(소를 흉내내던 엄마 개구리는 배가 빵 터졌는데...)
수습을 잘 하셨는지 여쭙지도 못하고~(,.)

이사 준비로 한창 스트레스실텐데,
암튼 재밌으셨다니 다행이시네요, 헤에~^_____^

2015-03-27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8 0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휴기간동안 서해안 고속도로가 도로 위 주차장이 된 걸 본 누군가는 나들이 차량이 아닌 효에 방점을 찍었다가 빙점을 찍은 꼴이 되었다고 자평을 했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는 5월이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석가탄신일, 그리고 스승의 날 등을 소소하게 챙기는 그런 '동방예의지국'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용23장)

영화 '역린'을 보았다.

영화 '역린'은 '중용'23장으로 시작해서 중용 23장으로 끝난다.

 

'중용'을 도올의 그것으로 읽을라치면,

 저 23장 한장만 비교해 보더라도 내용은 차치하고, 해설을 볼것 같으면,

일본의 20세기 사상사를 연구했는 '마루야마 마사오'라는 사람과 헤겔이 등장해 주시고,

중국역사의 답보 상태가 어쩌구, 주자학의 해체가 어쩌구, 하는 얘기를 한참하다가,

성실하다는 뜻이 보수적인 중용이 아니라 끊임없이 화化를 이룩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게 엉뚱하기가 짬뽕공이나 메뚜기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던터라,

저렇게 근사한 구절이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었다.

 

'역린'의 내용을 '네이버 지식백과'를 통하여 검색해 보니,

"용은 성질이 유순하므로 길들이면 탈 수도 있다. 그러나 턱 밑에 길이가 한 자나 되는 ‘거꾸로 솟은 비늘[逆鱗(역린)]’이 있으니, 용을 길들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만약 이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를 죽인다. 군주한테도 역린이 있은즉, 군주를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 역린을 건드리지 않아야만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영화를 이해하기가 좀 부족하다.

아니, 나는 좀 부족했다.

지난주엔가 '라디오 북클럽, 방현주입니다' 에서,

영화 '역린'의 모티브가 됐다는 소설 '역린'의 작가 '최성현'이 나왔었다.

그런데 방현주 아나운서가 게스트의 긴장을 풀기 위하여 '방송전에 이렇게 많은 물을 마시고 시작하시는 분은 처음입니다'라고 하는데,

난 최성현을 이현세의 '버디버디'의 스토리작가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렇게 유명작가도 긴장을 하다니, '신선한걸, 오홀~^^'하면서 흘려 듣고 말았다.

아직 2권은 출간 전이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뒷힘이 부족한 스타일인가 보다.

난 영화는 충분히 재밌게 보았다, 부디 건투를 빈다.

 

[세트] 역린 세트 - 전2권
최성현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4월

역적의 아들, 정조
설민석 지음 / 휴먼큐브 /

2014년 5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권 완간 세트 -

 전21권 (본책 20권 + 조조록 사전 + 가계도 + 브로마이드)
 박시백 글.그림 / 휴머니스트 / 2013년 7월

 

 

난 영화의 이해를 위하여,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빵빵하게 전질로 갖추어 놓았지만, 아직 손도 대지 못해 주시고,

설민석의 '역적의 아들 정조'를 훑어 보았는데,

쉽고 재밌게, 설명과 요점 정리가 되어 있어서,

나처럼 국사, 역사에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난, 설민석의 '역적의 아들 정조'를 읽기 전까지는,

정조를 조선시대 성군의 한명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지,

그가 그렇게 불우한 유년시절의 추억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매사는 겉보기와는 같지 않다고,

겉으로는 규장각을 설치하고 학문에 힘쓰는 문예부흥에 앞장선 인물처럼 보였었다.

김탁환 소설 '열하광인'이었나(? 잘 기억나지 않지만),

백탑파가 등장하던 소설을 보게 되면 정조는 서얼들을 차별하지 않고 실력에 따라 등용하는것처럼 보이는데,

그들사상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참신한 문체는 문체반정이라고 하여 탄압하는 것이 아이러니컬 했었다.

 

분노가 가장 참기 어렵나니

사람이 드러내기는 쉽고 억제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노가 가장 심하다. 이를테면 분노가 막 치밀어오를때, 사리를 살피지 않고 먼저 소리를 지르고 성질을 부리면, 분노가 더욱 치밀어 일을 도리어 그르치고 마니, 분노가 사그라진 이후에는 후회스럽기 그지없다. 나는 비록 깊이 성찰하는 공부는 없지만, 늘 이것을 경계하고 있다. 어쩌다가 분노가 치밀어오르면, 반드시 분노를 삭이고 사리를 살필 방도를 생각하여, 하룻밤을 지낸 뒤에야 비로소 일을 처리하니, 마음을 다스리는 데 일조가 되었다.

                                                                                     (『홍재전서』중에서, 설민석의 역적의 아들 '정조')

 

우리는 가문이나 혈통이나 출신 성분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한다.

난 이런 얘기가 나올때마다 광분하는데,

우리가 부모를 선택하여 태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아무리 죽을 똥 살 똥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나의 부모를, 가문이나 혈통이나 출신 성분 따위를 선택하여 태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노력을 해서 되지 않는 그런 것들을 모두,

팔자나 운명으로 돌려 버리고 퍼질러 앉아 버린다면,

사람들은 너나 나나 할것 없이 그냥 주저 앉아서,

금숟가락을 입에 물고 태어날 수 있도록 그 누군가에게 팔자나 운명 따위를 점지해 달라고 기원만 하면 되는 것이지,

죽을똥 살똥 열심히 살려고 노력 따윈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흔히, 관점 차이나 입장 차이라는 말을 한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또 비교를 할때는, 기준이나 조건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말도 한다.

 

그동안 난 영조, 사도세자, 정조에 이르는 죽음과 왕위 계승의 과정을,

보통 부자간의 그것이라고 생각하고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조선시대를 통틀어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나 평민으로 살다가 왕이 된 영조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자신의 아들인 사도세자를 죽음에 이르도록 한 그 사건의 전말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 '가만히 있으면 넌 별일 없을 것이다.'의 그 말뜻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정조의 암살 계획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게 아닐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살수집단은 하루 아침에 형성된게 아닐 것이다.

정조를 암살할 살수는 정조의 주변 곳곳에 오랫동안 쭈욱 포진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쯤에서,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용23장을 다시한번 떠올려줄 필요가 있겠다.

 

오랫동안 사람 주변에서 사람의 저런 사람됨을 겪게 된다면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그게 한나라의 임금이라면 어떠할까?

작은 일은 더 사소한 일로 여겨질 것이고,

그렇게 사소한 작은 일에까지 최선을 다하여 정성스럽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게 한두번이 아니라 오랜동안 지속된다면,

그런 감동이 살수라는 사람을, 삶을, 그리하여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책은 조선시대 서책을 담당하고 관리하는 내시를 일컫는 호칭이기도 하지만, 가장 좋은 대책을 얘기하기도 한다.

정조가 규장각을 설치할 정도의 인물이고, 조선시대 문예부흥기에 우뚝 선 인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장용영이라는 군대를 설치하고 무예도보통지를 완성할 정도로 군사력도 소홀히 하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였다.

다시 말해, 문과 무의 조화, 말과 행동의 조화, 즉 '중용'의 묘를 알았던 성군이 아니었나 싶다.

 

가만 보니, 오늘 우리의 그분께도 적용되어야 할 논리가 아닐까 싶다.

 

부디, 당신께서도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닫고,

그리하여 감화하여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공부가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까지 이어져야 하는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테고,

그리하여 중용이 학문으로 그치지 않고, 통치 이념이자 덕목이 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난 큰 인물이나 큰 그릇이 될 위인이 아니어서 그런가,

작은 일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중용 23장의 첫구절을 그대로 따를려고 꾸준히 노력은 하건만,

그 다음 구절로 단계를 밟아 넘어가지 못하고,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김수영'마냥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고 옹졸해져 가는 삶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되풀이하는 것인지, 원~--;

어느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사십야전병원(第四十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二十) 원 때문에 십(十) 원 때문에 일(一)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一)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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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4-05-09 14:54   좋아요 0 | URL
제목이
참으로 아름답고, 아름답습니다..
하여 중용을 誠論이라 하는가 봅니다...

말씀만 들어도 감동적이니, 이를 어쩝니까...

양철나무꾼 2014-05-10 02:39   좋아요 0 | URL
댓글도 잘 안달고 방치해 두는 게으른 서재에 왕림하셔서,
이리 말씀해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다는~--;
영화를 보시고, 책으로 읽으시면 그 감동이 배가 되실듯~^^
 

사람이 감정이 복받치면 잠이 오지않는다는데, 지금 내가 그짝이다.

내년 수험생인 아들과 홈시어터 업그레이드에 목숨건 남편을 둔 덕에 영화관 문턱을 밟아본지가 좀 된 것 같다.

'혼자라도 가서보면 되지~'라고 하겠지만,

난 어쩜 그 정도로 영화를 즐기는 부류는 아니었는지, 파파로티가 마지막이었나 보다.

웬일로 억만 년만에 남편이 영화를 한편 예매해 놓았다고 보러 가자고 하여,

아무 생각없이 쭐레쭐레 따라 나섰다가는, 복받친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 어쩌지 못하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무색하고 민망할 정도로, 나는 요즘 너무 아무 생각없이 살았었다.

 

 

 

 

 변호인
 2013년/

 양우석/

 송강호|시완|곽도원|김영애|오달수|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음은 물론이고,

전에 '응답하라 1997'인가 하는 드라마에서 부산 사투리가 나오는데,

우리나라 말을 하고 있는데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먹었을 만큼, 지방색에 둔하다.

다시 말해, 좀 옛날 일이다 싶은 역사적 사건을 잘 모른다.

창피한 얘기지만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송강호가 노무현의 롤모델인지조차 몰랐었다.

모르고 봐도 부산 학림 사태는 분개할 일이었고,

그리고 송강호는 충분히 훌륭하여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었다.

 

영화 속의 송강호가 그랬듯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데모로 바뀔 세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었다.

달걀로 바위치기.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것이요, 달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니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달걀은 깨어나 그 바위를 넘는다."

돼지국밥 집 아주머니의 아들은 이념이 뭐냐는 물음에 '실존주의'라고 할 정도로 순수하지만,

적어도 옳다고 느끼면 행동으로, 실천으로 옮기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영화 속의 송강호도 그랬다.

그리하여 부동산 전문 변호사, 세무 전문 변호사 였던 그는, 인권 전문 변호사로 거듭난다.

난 여기서, 맨날 뉴스에 회자되는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나처럼 정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렇게 치밀어 오르는 가슴을 잠재우기가 힘이 든데,

노사모다, 문함대나 문향이다 해가며 쫒아다닌 우리 남편은 어떨까 싶다.

우리 남편이 부산 출신이 아닌것에, 부산 학림 사건을 경험 하지 않을 정도로 올드하지 않은 것에 감사할 밖에~(,.)

 

영화를 보면서,

무엇보다 날 불편하게 한것은,

군의관이 돼지국밥집 아들에게 수액을 달아주는 장면이었다.

수액의 바늘이 심장쪽을 향하는게 아니라, 손쪽을 향하게 잘못 꽂혀 있었다.

내 눈에만 크게 확대되어 다가왔었던 것인지, ㅋ~.

 

영화를 보는 내내 '돼지국밥'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부산에서는 순대국밥을 '돼지국밥'이라고 부른다고 가르쳐준 친구가 있었다.

생각은 엉뚱한 곳으로 널을 뛰어, 돼지국밥의 국물은 돼지고기로 할까, 소고기로 할까?

 

근데, 정말 궁금한건 이거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던 그 말이 설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자...던 그를 포기하도록 만든 그것이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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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2-23 14:28   좋아요 0 | URL
"그를 포기하도록 만든 그것이 도대체 뭘까?"
이 문장에 가슴이 찡하네요...

양철나무꾼 2013-12-30 09:31   좋아요 0 | URL
아직도,
그의 포기를 인정못하는,
당신의 죽음을 놓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죠.

저도 이 영화를 보고 그 생각을 굳힌 1人이구요.
암튼 이래저래 마음 아프고 폭폭한 영화였습니다.


프레이야 2013-12-24 00:59   좋아요 1 | URL
오늘 봤어요. 평일조조인데도 맨앞좌석까지 찼더군요. 잘 만들었더군요. 북받치는 감정 억누르며 눈 똑바로 뜨고 봤어요. 그분 생각나서 더욱요. 부림사건 자체가 실체없는 사건이라고 하죠. 국밥, 전 못 먹는 것 중 한 가지이지만 노사모 남편에게 물어보니 서울의 순대국밥은 부산에선 엄밀히 말하면 내장국밥이라네요. 여기선 순대국밥, 내장국밥, 돼지국밥이 엄연히 다른 세가지랍니다. 돼지국밥 국물은 당연히 돼지뼈 고아낸 것이구요. ^^ 이 도시 몇군데 있다는 바보주막에도 막걸리 한잔 하러 가볼 생각입니다.

양철나무꾼 2013-12-30 09:33   좋아요 1 | URL
전, 당면으로 속을 채운 가짜순대는 먹는데,
왜 아바이순대라는거 있잖아요, 그건 못먹는다는~--;

근데, 프레이야님 보러 부산에라도 가면,
우리 뜨뜻한 순대국밥 한그릇도 못 먹는거네요~--;
흐어엉~ㅠ.ㅠ

프레이야 2013-12-30 11:47   좋아요 1 | URL
ㅎㅎ 와요와요. 난 못 먹어도 앞에 앉아 있을게요.

여울 2013-12-24 14:56   좋아요 1 | URL
이 사회가 염치라도 있으면 하네요. ㅜㅜ 챙겨보려는 중이에요.^^
님께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군요. --

본 뒤 코멘트 남길께요....

양철나무꾼 2013-12-30 09:42   좋아요 1 | URL
전 이 영화를 보고난 뒤,
사람이 안다고 하는 것은...단지 머리 속에 집어넣은 것만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동안 수많은 책을 읽었다고 잘난 척을 했어도,
무엇하나 그 앎이 실행으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면,
책깨나 읽었다는 것이,
무엇을 안다라고 말하는 것의 실체없음이,
목을 메이게 하더군요~ㅠ.ㅠ
 

사람들이 나를 놀려먹을려고 부를때 사용하는 단어가 몇개 있다.

어디서건, 엉덩이 붙이거나 눈만 감으면 자는 고로,

'또 자니'에서 또를 빼고 'jani'라고 부르는가 하면,

1, 2, 3초안에 '또르르~'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수도꼭지',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또 얘기를 듣다가...feel 충만하면 눈물,콧물 겉잡을 수 없이 흘려대는데,

때와 장소불문이다.

직장에서 하도 자주 눈물을 흘려대서 대책을 강구하다가 울때마다 벌금을 내기로 하였는데,

그게 너무 빈번해서 집을 팔아야 하게 생겼어서 '집.파.녀'에 이르기까지...

멀쩡하고 폼 나는건 하나도 없다.

 

오늘 점심 밥 먹으며 TV를 보다가...울었다.

따로 탕비실이 없는고로,

처치실에 앉아서 점심을 먹으며 대기실에 틀어놓은 TV를 멀끄러미 보다가,

오늘은 '또르르~'도 아니고 '후두둑~'도 아니고,

'흡~!'하고 참으려다가는 '꺼이꺼이~'퍼질러앉아 울고 말았다.

 

내가 본 TV 프로그램는 무슨 드라마였는데,

조재현이 클로즈업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우와~, 진짜 two thumb up이 부족할 지경이어서,

엄지발가락이라도 곧추 세우는 연습을 해서 함께 들이밀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들이 고2여서 수험생 모드에 돌입하는척 하느라고 TV를 안보기도 하지만,

실은 텔레비젼이 그렇게 재밌지도 않았다.

 

모처럼 필이 꽂힌 드라마가 내용이나 줄거리, 배우같은 점 말고도,

화면 영상 처리까지 감각적인데다가,

감정의 흐름을 끊지 않는다, 좋다~!

 

 

 

 

 

 미야자키 하야오 출발점 1979∼1996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황의웅 옮김, 박인하 감수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3년 6월

 

 미야자키 하야오 반환점 1997∼2008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황의웅 옮김, 박인하 감수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3년 7월

 

 

 

 

 

내가 또 좋아하는 영상물들이 있는데, 자그만치...만화다.

일명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라고 알려진,

'미야자키 하야오'는 워낙 유명하고, '너구리 대작전 폼포코'의 '다카하타 이사오'이다.

내가 '미야자키 하야오'를 좋아하게 된것은,

조목조목 꼼꼼히 따지자면 아주 이유가 없진 않겠지만,

그동안 딱히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냥'이라고 했었다.

 

그런 내 마음을 엿보기라도 하듯, 요번에 두권으로 책으로 묶어 나와주셨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의 일부를 옮겨보면 이렇다.

『모노노케 히메』는 ‘비인(非人)’과 인간의 대립이 주된 내용인데, 신이라는 존재(유일신이 아닌 민간신앙의 신)가 ‘저주’를 받아 자연이나 인간을 오염시키는 과정이 표현되어 있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타인에 대한 사회에 대한 보답 받지 못하는 마음이 원망이나 치유되지 못한 마음을 형상화된 것이다. 그런데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사회 안에서 상처받은 인간과 자연을 회복시키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으로 응원이 가장 최선일까 감독은 의문을 느낀다.
『귀를 기울이면』의 주인공 소년, 소녀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응원을 얼마든지 할 수는 있지만, 눈을 조금 돌려서 마을 아래를 바라보면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는지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선 이미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응원보다는 “살아라!”라고 강한 마음을 감독은 작품에 담았다. 모노노케 히메의 고대시대나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나, 인간은 부조리하고 압도적인 힘을 지닌 자연에 경외심을 가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메시지“살아라!” ―미야자키 하야오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게 사람의 형태를 했거나 신의 형태를 했거나, 간에...

이해받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해서 상처받고 삐뚜러진 캐릭터가 등장한다.

힘(파워라고 해야 할까? 그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제대로된 힘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을 갖고는 있지만,

그게 일반적이지 않은 고로, 어떤 의미로는 왕따이고,

그리하여 소외당하고,

그리하여 제대로된 소통에 실패한 캐릭터들이다.

 

그걸 보면서 난 요즘 이땅에서 사는 사람들, 더우기 이땅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가 오버랩되는 느낌이었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으면 잘못되었고 실패했다고 간주해버리는 현실이 두렵고 눈물겹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다시말해, 나를 기준으로 하여 일반적이라거나 보편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거기서 벗어나면 잘못되었고 실패한 것으로 굳어져 버릴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약간 비껴간 얘기인데...

그래야 정말 낙오하거나 실패를 했을때,

실패해도 괜찮아, 실패했다고 쫄지마, 가 아니라...

실패도 단지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과정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될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queer를 일반(1반)과 다른 호칭인 이반(2반)으로 부르는게 더 마음에 든다.

1반, 2반, 3반, 4반...우열반이라는 느낌이 아닌, 랜덤으로 돌려서 그 중에서 하나 무작위로 나온 느낌이다.

 

일반적이거나 보편적인 것에 잣대를 드리우고 의존하지 않았을 때만이,

자신만의 세계를,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창조할 수 있다.

 

페이퍼를 주절 주절 길게 늘여 썼지만...하고 싶은 얘기는,

요즘의 난,

그동안 길들여지고 익숙한 것으로부터 과감이 떨어져 나오려고 애쓰고 있다.

길들이고 길들여지고...그리하여 익숙한게 좋다는 이유만으로,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그야말로 루틴하고 랜덤하게 누군가의 사생활까지 간섭하려 했던건 아닌가...

그 '누군가'의 자리엔 '아들' 혹은 '남편'이나,

내가 단지 내 맘대로 하고 싶은 그 누군가를 향하여 '사랑해서'라며 면죄부를 남발해버렸던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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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05 19:30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씩씩하게 커서
어머니 아버지하고
나중에
빙그레 웃으며
지난날 돌아보고는 맥주 한 잔 나눌 날
머지않아 찾아오겠지요

양철나무꾼 2013-07-06 10:24   좋아요 0 | URL
아내분이 공부하러 가셔서,
님이 더 번거로우시겠어요.
그래도 사진으로 만나는 사금벼리랑...
무럭 무럭 이던걸요, ㅋ~.

왠지 다음에 내시는 책은 '아빠의 육아일기'나 뭐 그쯤 될것 같다는...
늘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여~^^
 

파파로티를 보았다.

좀 진부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걸 감안하고서도 참 좋았다.

이제훈(장호 역)은 자기의 맞춤 배역이라고 할 정도로,건달과 천재 성악가 역할을,

한석규 역시 음악 선생님 역할을 능청스럽게 소화해 냈다.

개인적으로 조진웅을 좋아하기 때문에 큰 웃음을 줄거라고 기대했었는데,

그와는 달리, 이제훈(장호 역)을 거둬 주는 건달로 분해 화려한 액션과 멋진 대사 몇마디 날려 주신다.

역시나 교장선생님 오달수가 크고 작은 웃음을 선사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다보니 '감동'을 의도적으로 전달하려 해서 좀 진부하지나 않을까 싶었는데,

나름 감동을 받았고, 나중엔 눈물과 콧물을 섞어가며 '엉엉'울기까지 한 것이 제대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던 멋진 영화였다.

나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장면이 여러군데 있었는데...

조진웅이 자신은 꿈이 없어서 가장 불쌍하다고 하는 장면과,

이제훈이 한석규를 향하여,

"언젠가는 사흘동안 말을 안한 적도 있습니다. 누가 말을 걸어줘야 지껄이지요." 하는 장면,

한석규가 건달 두목을 찾아가서,

"장호 보내주십시오. 손목아지는 피아노라도 치고 먹고 살아야 하니까 안되고, 발목아지라도 끊으십시오."하는 장면에서 흘린 눈물을 합하면 손수건 하나는 적시고도 남겠다.

 

난, 친구나 동료도 그렇고, 스승도 그렇고, 한참 나이 어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내가 그들로부터 무엇 하나라도 배울게 있는 사람이 좋다.

그렇다고 입장 바꾸어서, 나는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칠만큼의 실력과 내공을 쌓았느냐, 하면 그건 결코 '아니올시다'이다.

예전에 지방 대학에서 한학기 강의를 한적이 있었다.

물론 자질을 놓고 봤을 때도 많이 부족해서 강의를 듣는 입장에서도 내가 못마땅했었겠지만,

무엇보다 내 안의 것을 끄집어내어 놓고 나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었다.

한시간 떠들고 나면 허기가 져 음식을 주워 삼키듯 부족한 밑천을 보충할 요량으로 책이고 자료를 들입다 팠다. 

 

음악 선생님 상진(한석규)은 제자를 위하여 건달 두목을 찾아가서 발목아지를 내놓는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면서는 영화가 만들어내는 진부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인터넷을 찾아 실상을 읽으면서는,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싶어, 뒤늦게 목이 메었다.

 

나에게 힘들고 불가능하게 보인다고, 세상 모두가 나 같으란 법은 없다.

새학년 새학기가 되어 다 새롭겠지만,

대입을 준비하는 인문계 고등학생은 새로움에,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한 학교에서 얼마 전에 모의고사를 보고 성적이 나오자,

시험을 망친 한 학생이 좌절하여 선생님을 찾아가서는 철퍼덕 넘어져 눈물바람을 하였단다.

선생님은 울고 있는 학생에게,

"내가 이렇게 늦게까지 남아있는 날, 니가 와줘서 다행이다, 고맙다."

하며 달랬단다.

 

어쩜, 요즘 울 아들의 장래를 놓고 고민 중이어서 이 영화가 남달랐는지도 모르겠다.

울아들로 말할 것 같으면,

그동안 무엇 하나 특별하게 빼어나게 잘하지는 못할지라도, 두루뭉술하게 잘하며 큰 말썽없이 지내왔다.

그리하여 자율고라는 곳을 단지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라는 이유 때문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보니, 주변 아이들이 다 자기만큼은 공부를 하더란다.

게다가 아들은 그 엄마의 오지랖을 닮았는지,

이것저것 두루두루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관심과 호기심도 많았다.

중3 무렵엔 맛을 탁월하게 구별해내서 그게 '맛 감별' 쪽으로 반짝하더니,

지금은 나이 또래의 '악동뮤지션'을 보고, 그애들처럼 기타 치고 작곡을 하고 싶으시단다.

문제는 자기 아들에 대해서 가장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 봤을때,

그런 콩깎지가 씐 엄마의 눈으로 봤을 때도, 아들이 기타치고 작곡을 해서 대학을 갈 수 있을 정도로 그런 것들을 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데, 외동이어서 경쟁이라고는 모르고 자란 녀석은...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경쟁자가 되어야 하는 그 상황이 싫으시단다.

 

적어도 밥은 굶지 않는 직업을 가져야 하지 않겠냐는 엄마의 성화에도,

밥 몇끼 굶는게 낫지, 평생 하고 싶은 걸 못하고 불행하게 사는게 낫겠냐며...

한없이 불쌍한 표정을 짓는다, 에효~--;

 

 

 파파로티 O.S.T.
 한석규 외 노래, 강요셉 테너 /

 열린음악 / 2013년 3월

 

 파파로티
 유영아 원작, 김현정 소설 /

 탐 / 2013년 3월

 

그리고 오늘 유시민의 '어떻게 살것인가'를 읽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정치인 유시민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너무 가볍게 시류에 움직이는, 말과 행동이 다른 그가 보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정치색을 최대한 배격한 그의 글은 너무 괜찮다.

아니 그는 지식소매상이라고 표현하지만, 난충분히 마음에서 우러나서  '선생님'이란 호칭으로 그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지음 / 아포리아 /

 2013년 3월

 

 

 

결론을 말하자면,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오래 덮어두었던 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기회를 가졌고 그것을 드러낼 용기를 냈다.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감추거나 꾸미는 습관과 결별했다. 내 자신의 욕망을 더 긍정적으로 대하게 되었다. 마음이 내는 소리를 들었다. 삶을 얽어맸던 관념의 속박을 풀어버렸다. 원래의 , 내가 되고 싶었던 나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렇게 해서 내가 원하는 삶을 나답게 살기로 마음먹었다.(10쪽)

  ㆍㆍㆍㆍㆍㆍ어떻게 살 것인가? 크라잉넛은 자기네 생각을 이야기했다. '좋아한다면 부딪쳐, 까짓 거 부딪쳐!' 훌륭한 대답이다. 그들은 자기네가 좋아하는 펑크록 음악을 들고 세상과 부딪쳐 나름 성공했다.인생에서 성공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소신껏 인생을 사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산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성공이라고 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포기하고 산다면, 그 인생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없다.(23쪽)

ㆍㆍㆍㆍㆍㆍ그러나 크라잉넛 멤버들은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을 물질이나 지위, 사회 통념이나 타인의 시선, 어떤 이념이나 명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두었다. 마음이 내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면서 행복한 삶을 스스로 설계했다. 그리고 그 삶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밀고나갔다. 주눅 들지 않고 세상과 부딪쳤다. 인생이 성공했으며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그렇게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고 싶다고 한다.

  그들은 좋아하는 놀이를 직업으로 삼았다. 이것만으로도 '절반'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인생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일과 놀이가 인생의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사랑과 연대solidarity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크라잉넛 멤버들이 이 나머지 '절반'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임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절반' 성공했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크라잉넛의 책을 읽으면서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 크게 빚졌다고 생각한다. 그 빚을 갚고 싶다. 그래서 그들도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인생의 나머지 절반도 소신대로 하기를 기대한다.(27~28쪽)

이 얼마나 멋진가 말이다.

그는 힐링에 관해서 강신주와 같은 의견을 펼친다.

그리고, 이렇게 돌려서 얘기한다.

그런데 이 얘기가 그가 하는 말들이어서 설득력이 있고 아름답다.

미사여구보다 아름다운 말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신의 소신이 담긴 말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왜 자살하지 않는가?' 카뮈의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가슴이 살레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있다.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너무 좋아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오를 것 같은 일이 있다.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시간이 있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미안한 사람들이 있다. 설렘과 황홀, 그리움, 사랑의 느낌ㆍㆍㆍ. 이런 것들이 살아 있음을 기쁘게 만든다. 나는 더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더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미래의 어느 날이나 피안의 세상에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그렇게 살고 싶다. 떠나는 것이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더 일할 수도 더 놀 수도 누군가를 더 사랑할 수도 타인과 손잡을 수도 없게 되었을 때, 그때 조금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면 된다.

그는 내 마음 속에 들어와 들여다 보기라도 한 듯 이렇게 담담하게 적고 있다.

'지금' 바로 '여기'를 얘기하는 것이야말로 '꿈'을 얘기하는 것이고,

이것들이야 말로, 가장 소박하면서도 소신이 담긴, 설렘과 황홀과 사랑을 실현할 수 있는 빠르고 쉬운 방법이 아닐까?

 

그러면서, 카뮈의 스승 '루이 제르맹'을 언급한다.

그러고 보면, 유시민 그도 지식소매상 어쩌고 하지만, 선생님(즉, 교사가) 얼마나 위대한 직업인지 알고 있는 듯하며,

이제 그가 그러한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그가 여지껏 해오던 정치와는 가치를 비교할 수조차 없는 멋지고 위대한 직업일 것임에 틀림이 없고,

그라면 훌륭한 선생님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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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3-03-25 23:26   좋아요 0 | URL
응, 저도 유시민 읽어볼래요, 라고 쓰고 양철나무꾼님 안녕, 오랜만, 이라고 인사도 하고.
보고싶었어요. 진짜진짜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글은 잘 읽고 있었고요. 댓글 없어서 서운했어요? 안서운했어요?

숲노래 2013-03-26 05:32   좋아요 0 | URL
오늘도 좋은 하루 마음껏 누리셔요.
저는 지난 한 주 서울 인천 떠돌며 강의하고 뭐 하느라
시골마을 봄꽃을 '한 주치 놓쳤'더니
아주아주 서운하더라고요.
참말 봄에는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시골에서만 지내야지 싶어요.

아이와 함께 봄꽃 봄나무 즐기러
느긋하게 마실해 보셔요.
서로서로 마음에 걱정 아닌 즐거움을 놓아 보셔요.

북극곰 2013-03-26 09:54   좋아요 0 | URL
파파로티, 저도 진부할거라 생각했는데, 절친도 보고나서 한없이 울었다고 하더라구요.
영화 보러 갈 형편은 안 돼서 전 천천히 봐야겠어요.
유시민이 이젠 글쟁이로만 살아갈거라는데, 왠지 짠하고 씁쓸하고... 복잡하더라고요.
독자로서는 반길 일이지만.

그나저나 나무꾼님~ 저도 간만에 댓글 달아요.
봄이 되니 좋네요!

하늘바람 2013-03-26 11:18   좋아요 0 | URL
아 카뮈 질문에 대한 답 어디 적어 놓아야겠어요 멋지네요 님따라쟁이 픈!

알케 2013-03-26 13:50   좋아요 0 | URL
유시민..이번 책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무엇보다 '훈장질'안해서 좋아요.저는 일주일 째 점심시간에만 읽습니다.
파바로티는 (제가 영화관에서 본 마지막 영화가 '아바타'이니 한 3년을 영화관에 안갔네요.)언제나 볼 수 있을지 ㅎㅎ
우리 아들놈의 장래 희망은 한국야구위원회 (KBO)기록원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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