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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비가 내렸다.

비를 맞아야 싹을 돋우고 자라나는 나무나 풀도 아니면서 밤새 잠을 설쳤다.

며칠전 아침 산책길에 보니 목련나무와 천변 이름모를 나무에도 잔뜩 물이 올랐던터라,

요번 주말엔 가까운 공원이나 뒷산으로라도 꽃구경을 가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툴툴거릴 사이도 없다~--;

 

엉뚱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옛날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는데,

가난한 선비 내외의 집에 또 가난한 나그네가 하룻밤 머물게 되었는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딱 지금처럼 비가 내렸다.

가난한 선비 내외는 '가라고 오는 가랑비요.'했을테고,

또 가난한 나그네는 '있으라고 오는 이슬비요.'라고  했을 거라는 얘기.

 

지금 내리는 비를 '꽃비'라고들 한다.

싹을 돋우고 꽃을 피우는 것도 '꽃비'이고, 꽃을 떨구고 열매 맺게 하느라 내리는 비도 '꽃비'가 되는 셈이다.

삶의 상반되는 이면에 붙여진 같은 이름이라니, 삶은 그렇게 조금은 황홀하고 조금은 눈물겨운 것인가 보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ㅋ~.

우울했었던게 맞나 싶게 이렇게 '룰루랄라~'거리는 것은,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강승원 님이 양희은의 목소리로 '4월'이란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곡도 좋은데, 가사도 좋다,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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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 - 4월(with 강승원)

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너도 날아간다
산 그림자 짙은 이곳에 나는 떨고 있는데

봄비 내린다 꽃잎 눕는다 나도 젖는구나
녹아 내리는 시절 기억들은 사랑이었구나

다 보냈다 생각했는데 잊은 줄 알았었는데
숨쉬고 숨을 쉬고 또 숨 쉬어봐도 남는다
모자란다 니가

내 몸이 녹아 내린다 네게로 스며들었다
꽃잎은 날고 봄비 내리면 나를 보낸다


다 보냈다 생각했는데 잊은 줄 알았었는데
숨쉬고 숨을 쉬고 또 숨 쉬어봐도 남는다
모자란다 니가

내 몸이 녹아 내린다 네게로 스며들었다
꽃잎은 날고 봄비 내리면 나를 보낸다

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나도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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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무수히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데,

강승원은 이 곡에서 배웅 못했던 헤어짐에 대해서 노래하고 싶었단다.

그러면서,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달인'이라고 하는데,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달인인 것은 맞지만,

이 곡과 관련하여 안해도 좋았을 말이 아닐까 싶어 아쉬웠다.

 

삶에 무수히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것이야 당연지사고,

살다보면 배웅 못한 헤어짐이 존재하는건 인지상정이다.

그런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켰으니까 아름다운 것이고,

강승원이니까 완전 멋있는 것이지만~,

but, 현실에서라면...

배웅 못한 헤어짐이 있을 때,

계속 연연하는건 깔끔하지 못한 일일 뿐더러,

현재에 대한,

현재의 나와 상대방에 대한, 책임회피이고 직무유기이지 싶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입장 바꿔 너라면 그렇게 깔끔하고 쿨하게 처신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알 수 없다고,

알 수 없어서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같은 책을 읽지 않겠냐고 하겠다.

 

 

 

 

 

 

 비밀보장
 송은이.김숙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2월

 

 

개그우먼들의 책이라서 그냥 웃기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

가볍게 터치하는듯 하지만,

충분히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고,

책임감 있게 해결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난 깔끔하고 쿨하지 못하지만,

그녀들이  깔끔녀, 쿨녀라는건 이 책을 걸고 보장할 수 있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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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환희 2016-04-07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비~~ 예쁜 말이네요

양철나무꾼 2016-04-21 15:51   좋아요 1 | URL
독서의 환희 님, 반갑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독서를 통한 환희를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그래야 할테구 말이죠~^^

cyrus 2016-04-07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비 때문에 벚꽃 이파리 절반이 땅으로 떨어졌더군요. 이렇게 아름다웠던 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양철나무꾼 2016-04-21 15:54   좋아요 1 | URL
엊그제 목련과 벚꽃 타령을 했던것 같은데,
어느새 철쭉과 진달래로 바뀌었어요.

전 철쭉과 진달래 하면 소쩍새가 생각나고,
왠지 궁상맞아지는것 같지만,
그래도 이제부턴 온통 연두이고 초록일테니...한편 설레이기도 하답니다~^^

2016-04-07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1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6-04-12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양희은님의 노래를 듣네~ 참 좋다.
오늘은 양희은님 노래를 줄창 들어야겠다, 점심부터 먹고. ^^

꽃이 참 아릅다와서, 처연하더라.

양철나무꾼 2016-04-21 16:02   좋아요 1 | URL
난 오늘은 자우림~^^

맨날 먹는다고 하는데, 살은 다 어디로 가나?
내 살 좀 가져가라우요~ㅅ!
 

옛날에 손석희가 시선집중을 할때,

출소를 앞둔 재소자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과 실시간으로 면접을 연결해주는 그런 자리가 있었다.

면접관은 그 자리에서 쿨하게 그 재소자를 채용했다.

듣는 것만으로도 되게 가슴 훈훈해지는 그런 방송이 될뻔 했다.

마지막에 죄목을 물었고, '사기'라고 대답 했다.

그러자 그 면접관은 '영업을 하면 아주 잘 하겠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흔히 좋은 인상이 좋은 관상이라 하지만 대가들은 견해가 다르다. 사기꾼 치고 좋은 인상 아닌 사람이 없다. 나쁜 인상의 사기꾼에게 누가 사기를 당하겠는가? 관상에서는 좋은 인상이 아니라 깊은 인상이 좋다고 한다. 깊은 인상은 철학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귀하고 천하다는 것은 바로 타인을 귀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를 말하는 것이다. 좋은 관상은 귀한 관상이라는 것이다.

  관상학은 사주팔자와 같이 병행해서 본다. 생년월일시 사주에서 받은 기본 에너지가 얼굴과 몸으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보는 것이다. 좋은 사주를 가지고 잘산다면 정말 잘산 것이고 나쁜 사주로 잘살았다면 노력으로 극복했으니 무엇이 그를 변화하게 했는지 보는 것이 핵심이다. 인류가 서로의 얼굴에서 본능적으로 많은 정보를 감지하고 읽어 온 역사만큼 논리로 정리되기 이전에 무궁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저장고가 얼굴이다.(44쪽)

지난번 '주역에게 길을 묻다'가 잠만 물었다지만,

그리하여 도움을 구해볼 요량으로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에 SOS를 요청, 아주 만족한다.

나같은 사람, 예를 들면 전통이나 학문으로 존중하되, 과학적인 것이랑 관련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 하다.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
 고진석 지음 / 웅진서가 /

 2013년 12월

 

일단 저자는 나랑 한살 차이다.(나보다 영거하시다, ㅋ~.)

책날개 안쪽의 이력을 쳐다볼라치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공학도이지만 졸업 후 성철 스님과 숭산 스님을 만나 불교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 수행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프로그래머로서 국내 1호 쇼핑몰 ‘인터파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IT 업계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아이러브스쿨> 기술이사와 <애드온게임>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10대 시절 사주명리와 주역을 접했다. 이후 독학으로 사서삼경, 춘추 등 동양고전을 섭렵했고 서울대 상담심리 교육과정, 서울대 동양사상연구회 과정, NLP(신경언어프로그래밍) 전문가과정 등을 이수했다. LG그룹 신입사원 면접 프로젝터, 중소기업연수원 강사 등으로 활동했고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과 일에 대해 자문해왔다.
현재 후배들과 함께 창업한 학습 프로그램 회사인 ‘스터디코드’를 운영하며 ‘서울대 벤처지원센터’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대답의 책》, 《우리는 어떻게 프로그래밍 되었는가》 등이 있다.

라고 되어 있다.

내가 이 책을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까닭이다.

"전통을 찬미하기 위해서만 전통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을 청산하기 위하여서도 전통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좋은 것을 보존하는 일보다 나쁜 것을 버려야 하는 일이 더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올선생의 이 말에 깊이 공감하며 책을 쓰기 시작했다. (12~13쪽)

 

 

난 사람이 나이 40을 넘기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과 관련, 공자의 '논어''위정(爲政)'편에 나오는 말인줄 알았는데, 링컨이 한 말이란다, ㅋ~.

유전자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말도 모순되지만,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다 싶으면 그 또한 되게 꿀꿀하고 비참할 것 같다.

이정도 선에서의 타협이면 충분히 그럴 듯 하다.

어쩜 타협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과학계에선, 아니 최재천 교수만 하더라도 '통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걸 본적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그리고 저자가 맘에 든 것은 맨 처음 인용 구절의 연장선 상에서였다.

언젠가 날 보고 인상이 참 편안하고 좋아보인다던 이가 있었다.

예쁘다는 찬사보다야 덜하지만 나름 만족했었는데, 관상에서는 깊은 인상이 좋은 인상이란다.

여기서 말하는 깊은 인상은 뭔가 사연을 지니고 꿍꿍이를 지녔다는 얘기가 아니라,

철학이 있는 인상을 얘기하는 거라는데,

철학이라면, 나름대로의 소신을 얘기하는 것일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날 붙들었던 문장은 바로 저 문장이었다.

귀하고 천하다는 것은 바로 타인을 귀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를 말하는 것이다.

내 자신이 깊어져야 타인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고,

내 자신이 낮아져야 타인이 지극히 귀해질 수 있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그러고보면, 관계에서 나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고 내려놓을수록 상대방을 섬길 수 있는 것이고,

궁극적으론 같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극히 과학적인 사고를 지녔다고 검증이 된 저자의 견해를 옮겨 본다.

주역은 미래를 규정하지 않는다. 규정되었다면 점을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미래를 변화시키는 것이 주역의 목적이다. 주역이라는 상징과 문장을 보고 각자의 실력에 맞게 해석하고 경계의 지침을 주어서 삶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주역은 현재 처해진 상황에서 최고의 선택을 하려는 '의지'를 말한다. 이 의지는 의식적인 의지가 아니라 인류의 집단 무의식에서 지혜를 얻으려는 의지이다. 문제는 괘의 내용이 너무나 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역을 읽을 때조차 우리는 각자의 해석을 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뇌와 외부의 정보들 ㅜ사이의 불일치에 대한 해결방법이 담긴 '암호'문이 주역이기 때문이다. 모호한 암호는 우리의 경험과 공부가 발전하면서 풀리기 시작한다. 결국 답은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역을 공부하는 것은 여러 가지 공부와 경험을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주역에 달통했다는 것은 주역 공부만을 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래서 동양학에서는 모든 공부의 마지막을 주역이라 말했던 것이다.(89쪽)

그리하여, 감히 겁도 없이 난 올해 주역을 읽기로 했다.

'인문으로 읽는 주역'이라고 남회근이 쓴 '주역계사강의'와 '역경잡설'들을 번역하신분이다.

 

 

 인문으로 읽는 주역
 신원봉 지음 / 부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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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14-01-03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어렵다는 주역을!
저는 감히 표지를 들춰볼 엄두도 못내는 책이에요.
그래서 더욱 양철나무꾼님의 멋진 도전(?)을 응원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4-01-08 16:04   좋아요 0 | URL
저도 제일 쉽다는 책을 골라서 버벅거리고 있을따름이지욥~^^
암튼, 섬사이님의 응원에 힘입어, 화이팅 하겠습니다여, ㅋ~.

2014-01-08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8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11월이다.

滿山紅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온 산에 단풍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관찰하면 단풍이 꼭 붉게 물들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은행잎은 노랗게, 느티나무는 갈색으로...물든다.

그래도 우리는 '온산에 울긋불긋 단풍들었다'라고 표현한다.

이걸 대표성이라고 해야 할까? 아님 잘못 학습된 기억이라고 해야 할까?

 

언젠가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이런 구절이 있었다.

그들은 마음속에 뿌리박힌 생각을 포기하려들지 않았다. 믿음이 너무 강하면 믿음의 원래 내용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온다. 그 믿음들이 뒤엉켜 고집이 된다.

이쯤되면, 나이들어 갖게 되는 '올곧음'은  '고집'으로 비취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나보다...생각할 즈음,

이런 구절을 발견했었다.

신앙은 어리석을 수 있으나 우리를 끝까지 버티게 한다.

'고집'과 '신앙'의 공통점은 '올곧음'일까, 아님 '융통성 없음'일까?

어찌됐든 우리를 끝까지 버티게 하는 힘이다.

부러지거나 꺾이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게 되니까 낭패이다.

 

올 가을 마지막 단풍 구경이 될듯하여 주말에 과천 국립현대 미술관에 가볼 생각이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라 하는 <데이비드 호크니 :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니, 겸사 겸사 다녀오면 좋을 듯 하다.

 

근데, 난 아무래도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가 타입은 아닌듯,

'데이비드 호크니'관련 책으로 모자라서,

단풍도 '강판권'의 '나무열전'을 들추고 앉았다.

 

거기 '바람 타고 열매가 날아가는 단풍나무(楓)'장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오는데...재밌다.

 

  가을 단풍을 보면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상(詩想)을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이 단풍을 노래했습니다. 중국 당나라 최신명(崔信明)도 「풍락오강냉(楓落吳江冷)」, 즉 '단풍이 찬 오강에 떨어지네'라는 시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정세익은 이 시를 보고 명성이 높았던 최신명에게 실망했습니다. 정세익은 최신명의 시가 높은 명성과는 달리 보잘것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이 구절은 "보는 바가 듣는 바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세상은 이러한 고사성어 같은 일이 흔합니다. 단풍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가을에 유명한 곳을 찾아갑니다만, 실제 가보면 실망하기 일쑤입니다. 때론 단풍보다 사람만 구경하고 오지요. 그러니 멀리 가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단풍을 즐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죠.

                                                                                                                  ('강판권'의 '나무열전'280쪽)

 

암튼, 가을 단풍을 봐서 였는지 어쨌는지...여기 시인이 아닌 시인이 한명 탄생했다, ㅋ~.

친구가 나에게 보내준 시인데(얼쑤~♬),

시어를 고른 품이나 생각의 깊이 따위, 내공이 예사롭지 않다.

 

단풍

 

붉을 단 丹, 단풍나무 풍 楓

단풍이라고 다 붉기야 하랴마는

오롯이 우듬지에 홍조띤 잎새 매달고

찬연한 햇살 누리는

가을 한낮

이 한 순간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은

사랑이 그토록 사무치면

이렇게 붉어질 수도 있음을 끄덕이리라

 

소나무 숲

단풍이 아니올시다

제선충 먹어

제 몸 태운 병마조차도

겉보기엔 화르르 타오르고 남은 재처럼

그리 보인다

 

가을이면 마지막 기운을

모두 모두어서

붉게 물들인 낙엽

가슴에 남기지 않고 뚝뚝 떨구는 우듬지 그 마음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닐수도 있구나

다 벗어버리고도

너에게로 벋어있는 짧은 팔들로도

사랑을 보여줄 수 있구나

 

사랑은

단풍처럼.

 

사진의 단풍은 또 딴 친구에게서 업어 왔다, ㅋ~.

가을 단풍마저도 나 혼자의 힘으론 즐길 수 없는 것인가, 정녕~--;

 

 

 

 

 

 

 

 

 

손철주의 <사람보는 눈>이란 책이 나와주셨다.

당근 설레발을 치며 구입했으나, 11월5일 배송 예정이다.

내가 딴건 나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지만서도,

'사람보는 눈'은 '쫌' 있는것 같다.

시를 보내주는 친구, 사진을 보내주는 친구가 있어...

앉아서 가을을 즐길 수 있는 걸 보니,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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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3-11-01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풍이 산마다 들었더라구요! 페이퍼를 보니, 가까운 산에라도 가봐야 할 까봐요. 집에서 도보로 20분만 가면 관악산이라는^^
시를 보내주는 친구, 사진을 보내주는 친구...멋진 친구분들을 두셨네요.^^ 그만큼 양철님의 인덕이 깊어서 인듯합니다~
11월 아름다운 단풍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흠...위 단풍 사진을 보니 갑자기 이효석님의 <낙엽을 태우면서>가 생각납니다. 하하~

양철나무꾼 2013-11-05 18:15   좋아요 1 | URL
관악산 아래 그동네 알아요, ㅋ~.
전 집에서 좀만 움직이면 북한산이고,
집 바로 뒤가 나즈막한 야산(약수터가 있는)인데...
십여 년을 살면서 한두번 올라갔다는...ㅋ~.

이 가을 가기전에, 11월 가기전에 우리 try to해보자구요.

노이에자이트 2013-11-01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산은 온갖 빛깔이 다 모여있으니 울긋불긋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잘못 학습된 표현이 아니니 양철나무꾼 님도 마음껏 사용하셔도 좋은 표현입니다.

양철나무꾼 2013-11-05 18:18   좋아요 1 | URL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파랗게 파랗게 높은 하늘,
가을 길은 비단길~^^

이래도 된다는거죠? 감솨~(__)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3-11-01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놀처럼 다층의 붉은빛 낙엽, 이곳엔 11월 중순까지도 절정이지요^^
이 계절에 걸맞게 이브 몽땅의 노래를 선사해준 양철님 쌩큐~~
참 좋아요^^

양철나무꾼 2013-11-05 18:20   좋아요 1 | URL
엄머머~(버선발로...헐레벌떡) 프레이야님이시당~(부비 부비)
저도 알라딘 서재 활동을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아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지만,
그동안 넘, 넘, 넘,
적조하셨던거 아시죠~?^^
 

그제 a***님의 서재에 놀러가, damien rice의 음악을 듣다가 Terry Jacks가 생각났다.

난 Terry Jacks를 'If you go away'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때가 중3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ㅋ~.

한창 풍부한 감수성에 feel충만하여 끼고 살았는데,

그때 만나게 된 음악이 'seasons in the sun'이었다.

 

'seasons in the sun'같은 경우,

자세히 관심을 갖고 듣지 않고 제목만 보게되면,

햇살 찬란한 날들을 예찬한 음악 정도로 오해하게 되는데...

가사는,

한 남자가 술과 향락 속에 헛되이 살아온 걸 후회하며, 생을 마감하며 작별을 고하는 내용이다.

근데,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는 이때가 햇살 찬란한 봄이서 죽기가 너무 괴롭다는 건데,

제목과 경쾌한 멜로디를 입혀내니 전혀 다른 음악처럼 들리는 것이다.

 

 

암튼 내겐 'If you go away'와 더불어 알콜을 부르는 기우제 전담 음악 정도 되시겠다.

 

 

Terry Jacks로 말할 것 같으면,

evergreen으로 유명한 Susan Jacks와 결혼하여 "The Poppy Family"란 부부 듀오를 결성해서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어려서 부터 작곡과 편곡을 공부하여 기초가 튼튼했던 사람이,

그로서는 기꺼이 아내를 뒷받침해주었다고 하지만,

아내의 명성에 가리워져 재주를 맘껏 펼쳐 보이지 못한건 좀 씁쓸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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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s In The Sun

 

goodbye to you my trusted friend
we've known each other since we were nine or ten
together we've climbed hills and trees
learned of love and abc's
skinned our hearts and skinned our knees

goodbye my friend it's hard to die
when all the birds are singing in the sky
now that the spring is in the air
pretty girls are everywhere
think of me and i'll be there

we had joy, we had fun, we had seasons in the sun
but the hills that we've climbed were just seasons out of time

goodbye Papa please pray for me
i was the black sheep of the family
you tried to teach me right from wrong
too much wine and too much song
wonder how i got along

goodbye papa it's hard to die
when all the birds are singing in the sky
now that the spring is in the air
little children everywhere
when you see them I'll be there

we had joy, we had fun, we had seasons in the sun
but the wine and the song like the seasons have
all gone

we had joy we had fun we had seasons in the sun
but the wine and the song like the seasons have
all gone

ye...yeah..

good-bye michelle, my little one
you gave me love and helped me find the sun
and everytime that i was down
you would always come around
and get my feet back on the ground

good-bye michelle it's hard to die
when all the birds are singing in the sky
now that the spring is in the air
with the flowers everywhere
i wish that we could both be there

we had joy, we had fun we had seasons in the sun
but the hills that we've climbed were just seasons out of time
we had joy, we had fun, we had seasons in the sun
but the wine and the song like the seasons have all gone

we had joy, we had fun, we had seasons in the sun
but the wine and the song like the seasons have all gone

따사로운 계절에,

 

내 믿음직스러운 친구, 잘 있어.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내온 것이 아홉 살 때부터이던가, 열살 때부터이던가?

함께 동산에 오르기도 했고 나무를 타기도 했지.

공부도 연애도 같이 했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기고 하고,상처를 입기도 하면서 말야.

 

죽는 것도 쉽지않구나, 친구야.

하늘에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귀염쟁이들이 곳곳에 뛰노는 봄이 되면 날 생각해줘.

그곳에 내가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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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마음의 서재'를 읽다가...나와 닮은 구절이 있어 멈춰섰다.

연애의 이상형보다는 스승의 이상형에 지착한 나는, 평생 마음의 스승을 찾아 헤매는 것이 곧 인생이라 믿었다. 그만큼 나는 걸핏하면 길을 잃어버리고, 외로움에 굴복하고, 방황을 취미로 삼는 사람이었다.(83쪽)

 

 

 

 마음의 서재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3년 2월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정여울 지음 / 메멘토 /

 2013년 5월

 

 

 

근데 난 방황을 취미로 삼지는 않고 혼자놀기의 대가쯤 된다, ㅋ~.

그러면서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스승이 될 수도 없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친구도 될 수 없다'는 이탁오의 명언을 인용하는데...

고개를 주억이고 허벅지를 아프게 찰싹 때려가며,

호들갑을 떨면서,

격하게 긍정하게 되는 구절이다.

 

사람을 가리는건 물론 좋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스승이 될 수도 없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친구도 될 수 없다'는 명언에서 제외되는 사람보단 혼자 노는게 나을 수도 있다는게 나의 견해이다.

 

근데,

내가 '혼자놀기의 달인'쯤 되지만, 혼자할 수 없는 게 있다.

그게 바로 '술마시기'이다.

만약 혼자 술마시기가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조심하여야 한다.

알콜리즘의 진단 기준이니까 말이다.

'혼자 마실 수 있는가? 한잔이라도 매일 마시는가?'

 

암튼,

이런 시를 읊조리며 노는 건 안 좋다.

그리운 사람 더 그리워지고,

고이 접어 놓았던 마음, 다시 흐르고 넘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니 말이다.

 

 

 

난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는 대신,

바늘로 헝겁을 꿰매어 북커버를 만들며 혼자 놀았다.

그리고 지금은 헝겁 배낭을 손바느질 중이다.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뭐냐 하면,

ㆍㆍㆍㆍ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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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친구가 필요하다는 뭐~그런 얘기가 아니라,

난, 심심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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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4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4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3-07-04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자 술마시는 분은 대략 술 10단계중 상위단계에 계시는 고수분이라고 할수 있어요^^

양철나무꾼 2013-07-06 10:11   좋아요 1 | URL
조지훈의 주도 유단론인가요? ㅋ~.

구태여 따지자면, 전 不酒 :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에 속하는거 같아요.
소주 세잔이면 치사량 수준이니까~--;
근데 술마시는 분위기는 엄청 좋아한다는...ㅋ~.

혼자 술 마시는것보다 위험한건, 한잔이라도 매일 마시느냐 하는 거라죠~.

세실 2013-07-05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녁에 혼자 있을때 심심하더라구요.
오늘은 밤 열시에 불러주는 사람 있어 달려 나갔다는.....ㅎㅎ
가끔 술 친구 그리워~~~~

양철나무꾼 2013-07-06 10:15   좋아요 1 | URL
세실 님은 언제 봐도 초긍정, 초열정...
에너제틱의 초절정을 이루는거 같으세요.

전 밤 열 시에 누가 부르면, 큰 일 났는 줄 알고 깜.놀.한다는~--;
가끔 아무 말 안하고..
얼굴 마주보고 술 한잔 기울이거나, 차 한잔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그리워요~~~~~^^
 

내가 상대하는 이들 중엔 정신이 잠깐씩 출타하여 호칭에 혼란을 느낄 연세의 분들이 있기는 하다.

얼마전의 일이었다.

우리 대장을 향하여,

"아저씨 밥 잘먹는 약 좀 없어?"

하는 소리와,

"아저씨라고 그러면 대답 안해줘."

하는 소리,

"내가 우리집 아저씨 물어봤지, 은제 의사 슨생한테 아저씨라고 그랬어?"

하는 소리가 오락가락하여 나가보니,

"그리고 으사 슨생도...나 만치로 나이들어봐. 그나마 아줌마라고 성별 안바꿔 부른걸 감사하게 될걸~?"

하시면서,

내심,

'호칭의 혼란쯤이야 나이듦의 현상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지,뭐 그리 유난이냐?'

말이 더하고 싶으신 표정으로 날 쳐다보신다.

나까지 구경을 나가자이번엔 현장에 계셨으나 귀가 먹통이어서 상황을 관망만 하던 올해 아흔의 쉰떡 할머니가  끼어든다.

"아줌니 올해 몇이여?"

"먹을멘치로 먹었어요."

쉰떡 할머니가 엉덩이를 떨고 일어나며 재촉을 하자, 마지못해,

"......여든이여."

라고 하며 창피한듯 '나이만 먹었어요'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씀하시는데,

귀가 먹통인 쉰떡 할머니는 진짜 알아들으신 건지,

입모양을 보고 미루어 짐작을 하신건지,

용케 알아들으시고는...

"얼마 안 먹었구만, 아직 젊구만, 뭐~."

마냥 부러워 하시는 눈치다.

그동안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고 생각하던 예순의 대장와 마흔 몇 살의 나는 명함도 못내밀어보고 깨갱거리 수밖에 없었다.

 

모든게 그런것 같다.

기준을 정해놓고 보면, 기준의 이쪽이냐 저쪽이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입장은 바뀔 수 있는거다.

 

'산사나무 아래'라는 로맨스소설을 읽어주셨다.

내 또래 다른 애들이 로맨스소설을 읽을 때 난 무협지를 읽었었다고는 벌써 여러 차례 얘기했었고,

그래서 그런지 난 로맨스 소설은 금세 심드렁해지는 경향이 있다.

갈등 구조가 단조로운 것이,

쉽게 말하면 밀고 당기는 '밀.당.'이 맘에 들지 않는다.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아닌 거지,

좋아도 좋아한다는 얘기도 제대로 못해서 이런 저런 오해가 생기고 하는 것,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다가 좋아하는 사람을 놓치게 되는 것,

그런 것들이 나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

답답하다.

섣불리, 경솔하게 마음을 함부로 드러낼 일도 아니지만,

한번 사는 인생이고,

그 인생의 주인공인 나를 사랑한다면,

마음을 표현하는데,

감정을 전달하는데,

인색해서도 안되겠다.

 

나는 상대방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게 아니므로,

표현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상대의 마음을 간파하는 묘한 기술이란 것이,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뿐인데,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게 아니고,

상대적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것일 뿐인데,

촉이 좋아 짐작이 맞을 수도 있지만, 착각은 자유일 확률도 반이나 된다.

 

말 그대로 착각은 자유이고, 콩깍지가 씌어도 내눈에 씌는건데 웬 참견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큐피트의 화살이 제대로 들어맞았을때 애기이고,

어긋났을때는 전혀 다른 얘기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 일례가 요번에 생긴 스토커의 법적 기준이 될 수 있겠다.

 

그런데,

암튼,

이 모두가 풋풋한 젊은 이들의 얘기니까 이토록 애절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 것 같다, ㅋ~.

지금 마흔을 훨씬 넘어선 내가,

처음 읽는 로맨스소설이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어서  징치우처럼 철떡서니 없이 굴면...

그땐 고도의 주책이 되는 거다.

 

분위기를 바꾸어,

난 이 '산사나무 아래'를 영화로 봤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언젠가 페이퍼로도 남겼다고 생각했었는데,

(부산에 가고싶다, 또는 버섯만두가 먹고 싶다.<--링크)

되짚어 보니, 같은 '장이모우'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을 보고 '산사나무 아래'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책을 보고나니, 영화도 필히 찾아보고 싶어졌다.

책 속의 '징치우'랑 나랑 정서적으로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 속에서 징치우가 본인은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볼때는 아주 괜찮은 외모로 묘사되고 있는데,

영화를 보고 맞춤한 캐스팅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져서이다.

하긴, 징치우랑 나랑 정서적으로 닮았다고 느낀 것도 이런 '잡념'에 빠져 있을 때 뿐이고,

난 배구도, 탁구도 실력이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신통치 않고,

밥을 빌어서 죽을 쒀먹진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닥 살림도 야무지게 하지 못한다~--;

하지만 피로와 고통을 말하지 않는다고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징치우는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와 손을 파고드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모든 신경을 다 없애버리고 싶었다. 하는 수 없이 오랫동안 연습한 특기를 발휘하여 온몸을 짓누르는 아픔을 잊기로 했다. 바로 잡념에 빠지는 것이다. 생각에 깊이 빠지면 종종 영혼이 몸을 빠져 나가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때 자신은 상상 속 인물이 되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징치우는 산사나무를 생각했다.(19쪽)

또 하나 놀라웠던 것은,

지금도 중국은 침술과 민간의학이 발달하여 아무곳에서나 구급약과 침, 뜸을 구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때에도 제대로된 의학은 불모지에 가까웠고 민간요법과 대체의학이 발달하여,

그걸 널리 전파하였나 보다.

사람을 묘사하는데도 그래서 그런가...은연 중에 그런 식의 관찰과 묘사가 눈에 띈다.

 

웃을때 입은 웃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아 차가운 눈빛을 띠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사람은 웃을 때 코 양옆으로 주름이 잡히며 눈도 가늘어졌다. 꾸며낸 웃음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온 웃음이며 조소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웃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만 사탕 먹으라는 법 있나요." 그가 다시 사탕을 내밀었다.(30쪽)

이 책이 나한테 놀라웠던 것은,

지금 마흔을 넘은 나보다도 훨씬 더 속 깊고 어른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의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날텐데, 대화를 가만 들어보고 있을라치면 파파할머니, 할아버지의 대화 같다.

 "겸손이 사람을 키운다고, 이렇게 겸손한 걸 보니 금세 성장하겠는데요." 그가 멈춰 서더니 천천히 몸을 돌렸다. "하지만 착한 아이는 거짓말하지 않아요. 아코디언 연주할 줄 알죠? 가져왔어요?"(31쪽)

또 한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그때는 사람의 교통편이나 운송 수단도 발달하지 않았을때여서,

특히 여행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하룻밤 제대로 묵을 수 있는 방조차 구하기 힘들었는데...

자신의 짐조차 자기가 짊어질 수 잇는 만큼이 고작이었을텐데,

아코디언을 가지고 왔냐고 묻는 게...참 아이러니컬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낭만이라든가, 음악적 감수성 같은게 로맨스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는 하겠지만...

들고다니는 손풍금이라고 불리우는 아코디언의 소리는 낭만적이라기 보다는 처량 내지는 청승 맞다고 하는게 낫지 않겠나, ㅋ~.

 

그래도 로맨스소설답게 아슴아슴한 문장은 나와주신다.

참 바보같지만, 저런게 사랑일 것이다.

한참 나이 먹어선 부러운 마음에, '바보같다'는 소리나 하고...

어쩜, 되돌릴 아스라한 기억 따위조차 없는 내가 진정 '바보'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사람이 떠난 뒤에야 사랑을 깨닫게 될 때가 있다. 갑자기 그 사람을 볼 수 없게 돼서야 바로소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일찍이 이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징치우는 두려웠다. 자기도 모르게 자기 심장을 그의 손에 건네줬고, 지금은 그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가 징치우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다면, 손 안의 심장을 한 번 꽉 쥐기만 하면 되고, 징치우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싶다면 그저 미소를 한 번 짓기만 하면 된다. 징치우는 자신이 왜 그렇게 경솔했는지 알 수 없었다. 같은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빤히 알면서도 그를 사랑하게 됐다니.(47쪽)

 

 

산사나무 아래
 아이미 지음, 이원주 옮김 /

 포레 / 2013년 4월

 

 

 

 

 

 

 

 

그리고 연결해서 읽은 책이 '다이 호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이다.

'산사나무 아래'를 읽으며 이 책이 생각난 것은 아마도, 두 소설에서 모두 중국의 '문화대혁명'이라는 격변기가 언급되고 있어서 인것 같다.

그리고 '산사나무'의 그것보다는 다소 나이가 든 이'쑨위에'와 '허징후'의 사랑이 등장한다.

이들의 사랑은 나이가 다소 있다고 하여, 사상과 이념이 다르다고 하여...사랑마저 애틋하지 말란 법은 없다는 것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사랑은 사상이나 이념이기 이전에 삶 그 자체가 아닐까?

역자가 '신영복'이라는 사실은 예전엔  깨닫지 못했던 흥미유발의 원인이다.

 

 

 

 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 호우잉 지음,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 2011년 4월

 

 

 

 

 

 

 

"호 젠후의 태도는 대단히 훌륭하지 않으냐. 하지만 사물을 모두 정반(正反) 양면에서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들은 그에 대해서 지나쳤다, 이것이 한 면이다. 반면, 그에게 잘못이 있었던 것도 확실하다. 사상의 과격성, 감정의 불건정성. 그가 거기에서 교훈을 얻었다면 환영해야 할 일이지. 우리 당은 일관해서, 과거의 잘못을 장래의 교훈으로 삼고 병을 고쳐서 사람을 구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으니까......."(106쪽)

 

잘 보이지 않는데다가 어느 누구도, 그를 다른 색으로 물들일 수가 없다. '마음이 서로 통한다.'는 것은, 그의 경우 영원히 말뿐이고 개념뿐인 것이다.
생활이란 것은 참으로 사람을 교육시키는 힘이 있다.(165쪽)

 

인생이란 것은 과거 우리가 상상했던 것처럼 멋진 것은 아니다. 하물며 과거에 상상했던 것만큼 무서운 것도 아니다. 인생은 인생일 따름이다. 모순으로 가득 차고 끊임없이 흔들린다는 사실이 바로 인생의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인간의 영혼을 삼켜버리기도 하지만 인간의 영혼을 드높이 단련시키기도 한다. (367쪽)

 

페이퍼를 이쯤에서 마무리하려던 차에,

내가 좋다고 설레발을 치는 번역가 한분이 신변 잡기적인 책을 내셨다는 얘길 며칠 전에 들었었는데,

알라딘 신간 알리미가 '띵똥'거린다.

알라딘 신간 알리미, 땡큐다.

일빠로  구입해야쥐, ㅋ~.

 

 

 

 

 

 

 

 

 하찌의 육아일기
 이창식 지음 / 터치아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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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05-13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아 아 사람아>를 읽던 그 감동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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