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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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며칠 전이었다.

조카와 소라과자를 까먹으며 소소한 삶의 행복함에 대해서 심도있게 대화를 나누었다.

소라과자의 속성 상 한개의 소라에는 한개의 깨가 일반적인 것이고,

많아도 두개를 넘지 않는데,

세개를 넘어서면 대박, 행복이라는 것이었다.

깨가 세개 이상 대여섯개가 박힐려면 코팅된 설탕시럽이 좀 고여있어야 하는데,

깨가 대여섯개여서 고소함을 더하는데다가,

설탕시럽까지 넉넉하니 달콤하기기도 하니까 말이다.

조카에게 행복한 삶이란 소라과자에 깨가 많이 박힌것이란 얘기다.

 

그런 조카에게 알라딘서재의 대문 프로필을 바꿔볼 요량으로 이모를 그려보라고 했더니 스윽 슥 얼렁뚱땅 그려낸다.

이게 뭐냐고 눈을 흘겼더니,

무릇 그림은 행복한 마음을 담아서 행복함이 배어나게 그려야 한다고 눙을 친다.

너무 잽싸게 그려내 행복함을 담아 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ㅋ~.)

그림 속의 나는 입꼬리가 한껏 올라간 것이 행복해 보이긴 한다.

 

그리고 이 책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를 만났다.

이 책의 글과 그림들이 조카의 삶과 그림과 닮았다.

조금만 일찍 만났어도 조카에게 무한칭찬을 해줄 수 있었을텐데 싶어 조금 아쉽지만, 뭐~--;

 

이 책은 넷 상에 떠돌던 '행복한 고구마'의 작가가 낸 책이라고 하여 읽게 되었다.

소소하고 재밌다.

웃음을 머금게 되지만,

어떤 건 어이가 없어서 쓴 웃음을 짓게도 된다.

내가 조카와 소라과자를 나눠먹으며 그림을 보고 느꼈던 그런 감정 말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아니 개념을 확장시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소신있게 적고 있다.

소신은 때론 고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관계에 집중하기보다는, 보대낌 속에서의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다는게 멋졌다.

 

예전엔 나도 사회생활을 한다는 명목 하에 어쩔 수 없이,(핑계는~--;)

내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연연했었다.

그러다보니 늘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였고,

매사 안달루시아처럼 전전긍긍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 자신의 주인공은 나라는 것을 깨닫고,

나에게, 내 자신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자 라고 마음 먹으니까 편안해졌다.

관심종자, '관종'이 아니구선 타인의 삶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

'관종'도 실상 자신이 관심받길 원하는 만큼 타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 그건 그 사람 마음이지'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56)

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따위에 신경쓰다보면 정작 상대방에게도, 내 자신에게도 집중하지 못하게 되니까 말이다.

 

정작 상대방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내 장점은 뭐고 단점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따위와도 상관없이 '아무거나'를 외치고 있는 내 자신을 목도하는건 좀 씁쓸한 일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도,

삶이 크게 비껴가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제야 깨달았는데,

일찍 깨닫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깨달음과 희망을 안겨주는 도대체 님이 대견하고 멋지다.

책을 읽으면서 무한위로와 힐링이 되는 건 덤이다.

 

전반적으로 재미있고 재치있는 내용들이었는데,

삶이여

 

비루함을 견디는 하루를 보내며 '짐승들은 이런 한탄을 하지 않으리라. 그저 주어진 삶을 꿋꿋하게 살아낼 뿐이리라' 마음을 달래던 중. <TV동물농장> 재방송을 무심코 보는데, 하이애나들이 돼지 살점 하나 얻으려고 일인자에게 아양을 떠는 광경이 나왔다. 삶이여ㆍㆍㆍ.(175쪽)

이런 내용은 좀 충격적이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감정을 갖고 아양을 떨기도 하고 한탄을 하기도 한다니 왠지 아이러니컬하다. 

 

알라딘 서재에는 유독 바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술가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한때는 내 자신이 타인을 찌르는 바늘이 될 수 있다는 건 생각지도 못하고,

바늘에 찔릴까봐, 아플까봐 두려워하는 오버스러운 감수성을 지녔었는데,

무뎌지기로 마음 먹으니 좀 나아졌다.

도대체 님의 말대로이다.

바늘에 찔리면 '그때',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예술가들은 예술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을지도 모르지만, 삶을 잃어버리니까 말이다.

내가 너무 현실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삶이 소외되고 배제된 예술은 사상누각이다.

바늘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려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 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이런 걸 계속해서 생각하다보면 예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망가지기 쉽다. 예술가들에겐 미안하지만 예술가는 망한 것이다.(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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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18 17:34   좋아요 0 | URL
그림 속 편안해 보이는데요. 조카에게 소라과자 하나 선물하시고 쓰시면 두 사람 모두 좋을까요.^^ 갑자기 딱딱하고 달달한, 인생의 행복을 집에 가는 길에 한 봉지 들고 가고 싶어졌어요.^^
요즘 날씨가 흐리고 좋지 않아요.
양철나무꾼님,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7-10-23 09:01   좋아요 1 | URL
네, 순수하고 맑은 조카랑 있는 시간이 제일 편한 것 같아요.
저절로 무장해제를 하게 되고 말이죠.
의식적인 것은 아니라도 살면서 우린 얼마나 많은 무장을 하게 되는지~.
그 무장 속에 진정한 나는 잃게 되는 것은 아니던지~--;

감기가 된통 걸렸었는데,
된통 앓고 났더니,
오늘은 쾌청입니다, 이제 살만합니다.
님도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cyrus 2017-10-18 17:57   좋아요 1 | URL
소라과자를 먹어봤지만 과자에 박힌 깨가 있는 줄 몰랐어요. 역시 아이들의 관찰력은 어른보다 뛰어나요. 책 56쪽 문장이 제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서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7-10-23 09:05   좋아요 2 | URL
그쵸?
소라과자에 깨가 박힌건 맛에 예민한 저도 간과한 거였어요, ㅋ~.

저는 서재활동뿐만 아니라 일상을 다 저리 생각하고 살려고 애씁니다.
그러다보니 서재 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에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이 심간 편합니다~^^

세실 2017-10-18 19:56   좋아요 1 | URL
호호 마태우스님이 극찬했던 책이죠?
남일에 덜 신경쓰자 마음 먹고 있어요.
심지어 고3 아들에게도... 공부도 지 스타일대로 한다니..ㅎ
딸이랑 아들이랑 참 많이 달라요.
바늘 찔린 만큼만! 오케이~~
조카가 참 예리한걸요^^

양철나무꾼 2017-10-23 09:12   좋아요 1 | URL
세실 님 댓글보고 찾아보니, 마태우스 님이 상찬하셨네요.
마태우스 님은 지인 찬스 써서 상찬하신것이고,
저는 아무런 이해 관계는 없는데,
행복한 고구마가 좋았어서,
그걸로 미루어 칭찬하고 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읽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거 그건 자신할 수 있습니다~^^

아드님이 벌써 고3이군요.
세상이 참 빨라요.
언젠가 사진 보니까 세실 님 미모로움을 닮았는지 완전 미남이던데 말예요~^^

나와같다면 2017-10-19 22:18   좋아요 1 | URL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려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 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양철나무꾼님의 마음을 건드리는 글은 저에게도 같은 울림으로 전해져요..

양철나무꾼 2017-10-23 09:16   좋아요 2 | URL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는 저 구절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구절 같습니다.
저뿐 아니라 님께도 큰 울림을 주는 걸 보면 말예요.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꾸벅~(__)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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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들은 이야기의 전개방식이나 줄거리가 기발해서 흥미로운 반면,

어떤 소설들은 어떻게 펼쳐질지 알겠는데 담긴 내용이나 철학이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후자다.

내용이야 피아노 콩쿨에 대한 것이고,

그런 콩쿨이 3차의 예선을 거쳐, 본선에 이르기까지의 일정을 그린 것이니 다소 밋밋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다소 밋밋한 일정을 살짝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받는다.

 

이런 소설이 재밌기 위한 장치인,

콩쿨에서 흔히 나타나는 질투와 모함도 없고,

그렇다고 연주자들 사이에 특별한 러브라인이 형성되어 분홍분홍한 것도 없지만 말이다.

 

책을 사들이고 푹 빠져 읽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책만이 주는 묘한 설레임이 있다.

실은 언제부턴가 책을 사들여도 흥분되지 않아고,

재밌는 책을 읽어도 흥미롭지 않았었다.

그냥 잠자고 밥먹고 숨 쉬는 것 마냥,

책 읽는 것 외에 다른 할 일을, 마땅히 할만한 다른 일을 찾지 못하여 책을 읽는 나날이었다.

 

이 책도 처음엔 그럴줄 알았다.

하나의 콩쿨을 쭈욱 따라가는 단순한 구성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세를 고쳐앉았다.

잠자는 시간이 아까웠고,

20여장을 남겨두고 퇴근을 할 수가 없어서 두꺼운 책을 들고 퇴근했다.

 

아, 좋은데,

너무 좋으니까 뭐라고 좋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책을 향하여선 늘 할 말이 많았던 나였기에,

나로서도 이런 내가 낯설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알라디너가 한명 있는데,

(옛날 닉네임이 이 책과 더 잘 어울리지만, 바뀐 닉네임도 나쁘진 않다.)

그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암튼,

여러명의 콩쿨 참가자가 등장하지만,

주요 등장인물은 네명 정도로 압축할 수가 있을텐데,

네 명의 등장인물들이 제각각의 사연으로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래서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이 소설은 피아노 콩쿨이니까 음악을 빗대어 얘기하고 있지만,

그 음악의 자리에 문학이나 글쓰기, 책읽기, 인간 삶이나 관계를 넣어도,

얘기는 성립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카시의 소리는, 달랐다. 똑같은 피아노인데 방금 전 연주자와는 전혀 달랐다.

명쾌하고, 온화하고, 촉촉하다. 생동감이 넘치는 표정이 있다.

역시 음악은 곧 인간성을 나타낸다. 이 소리에는 내가 아는 아카시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아카시라는 사람의 커다란 포용력이 소리에, 울림에 깃들어 있다. 무대 위 아카시 주변으로 광활한 풍경이 보였다.(164쪽)

그러니 음악만이 인간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음악으로, 어떤 사람은 그림으로, 또 어떤 사람은 글로써,

자신의 인간성을 드러낸다.

 

언젠가 '문제적 남자'던가?

그런 텔레비전 프로를 보게 됐는데,

천재 소년, 소녀가 나왔었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풀이를 설명할 일이 있었는데,

머리가 너무 핑핑 돌아가니까,

말도 같이 빨리 하는데,

하도 빨라 더듬더듬 뭐라고 하는데,

말이 머리를 못 따라간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ㅋ~.

 

소년이 피아노를 연주한다기보다 피아노가 소년을 연주로 이끄는 것 같았다. 그가 피아노를 부르면 피아노가 기꺼기 그에게 화답하는듯한.(220쪽)

이 부분은 문장의 호응 관계가 좀 이상하다.

피아노가 소년을 연주로 이끄는 것이라면,

피아노가 부르면 소년이 기꺼이 화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소년이 피아노를 부르면 피아노가 화답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앞의 문장과는 호응이 안 맞는다~--;

 

어린 가자마 진의 목소리를 빌어 이런 깨달음을 표현한 게 좀 불만이었다.

 진은 그런 타입을 잘 알고 있었다. 농가나 원예가, 자연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 특히 식물을 상대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강한 인내심이다. 자연계를 상대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노력해도 어찌 되지 않는 일이 너무나 많은 반면, 매일 손을 움직여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기약없는 일에 끝없이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 사이 그들은 일종의 체념을 익히고, 자기만의 독특한 운명론을 갖게 된다.(373쪽)

우주의 질서와 자연의 원리를 깨닫기엔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닐까.

음악적으로 이끌어가는 선도자적 캐릭터라는 이유로 어린 나이에 아무런 시련도 없이 탄탄대로를 걷는건가 싶어서 완전 부러웠고 소심하게 딴지를 걸어봤었다.

이런 내 마음을 엿보기라도 한듯,

가자미 진처럼 '순수하고 이질적인 천재'는 말하자면 '알기 쉬운' 천재다. 하지만 마사루는 똑같은 천재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 며칠 이야기를 나누어본 결과 마사루는 무척 균형 잡힌 인격자였다. 탁월한 재능을 가졌지만 '보통' 사람의 감각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꼭 음악의 세계가 아니더라도 분명 뛰어난 인물이 되겠구나 싶은 전방위적인 깊이가 있다.(632쪽)

 천재를 이렇게 두 부류로 나누고 있다.

 

콩쿨이 끝나면 소설도 끝이 난다.

좀 밍숭맹숭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소설을, 아니 책을,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읽은게 되게 오래간만인 것 같다.

이 가을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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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9-21 15:10   좋아요 0 | URL
요즘 헤르만헤세 전작읽기 중인데요.
이 포스팅의 제목을 보니 <싯다르타>를 읽고난 후의 느낌을 대변하는 문장이라 반가웠습니다.

<꿀벌과천둥> 꼭 기억할께요^^

양철나무꾼 2017-09-21 15:49   좋아요 1 | URL
‘싯다르타‘를 전 고딩땐가 권장도서로 읽었었어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어쩌자고 그렇게 꾸역꾸역 읽은 것인지, 원~--;
지금쯤은 님처럼 헤르만헤세 전작 읽기에 도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꿀벌과 천둥‘ 웬만하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ㅅ!^^

서니데이 2017-09-21 17:24   좋아요 1 | URL
온다리쿠는 미스터리도 잘 쓰겠지만, 오디션, 콩쿠르 같은 소재가 등장하는 글도 잘 쓰는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님,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9-22 10:23   좋아요 1 | URL
제가 일본 소설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서 온다 리쿠를 몇 권 읽었어도 기억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예상 외로 좋았어요.
님도 함 읽어보세요.
시원한 바람이 살랑 부는 것이 책 읽기 딱 좋아요~^^

icaru 2017-09-21 21:24   좋아요 0 | URL
좋은데, 너무 좋으니까 뭐라고 말할지 모르겠는 그 마음,, 너무나 잘 알겠습니다! 하하!!

양철나무꾼 2017-09-22 10:26   좋아요 0 | URL
왜 그런 경우 있잖아요.
감동이 머릿속에 물 밀듯 밀려오는데,
모든 말이 중언부언 쓸데없는 느낌.
icaru님이 잘 알았다고 동조해 주셔서 더 좋아요~^^
헤헤~^_____^

세실 2017-09-21 22:18   좋아요 1 | URL
이 가을 지인이라~~~
저두 기꺼이 추천 받을게요.
그렇게 재미있다는 말이지요^^

양철나무꾼 2017-09-22 10:28   좋아요 0 | URL
네,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AgalmA 2017-09-21 23:29   좋아요 1 | URL
까달스러운(칭찬의 의미ㅎ) 양철나무꾼님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안 읽을 수가.... 음악 얘기라 관심은 갔는데 너무 뻔할 거 같아서...그런데도 좋다고 하시니...흐음.

양철나무꾼 2017-09-22 10:32   좋아요 0 | URL
줄거리는 뻔해요, 근데 내용이나 그 속에 담긴 철학은 안 뻔해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 목록에 ‘신들의 봉우리‘랑 ‘심장 박동을 듣는 기술‘ 따위가 있거든요.
그것들 다음으로 좋았습니다.
‘신들의 봉우리‘보다 웃질로 치는 소설은 ‘유령이 쓴 책‘ 정도?
암튼 저의 완소 목록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게다가 음악에 조예가 깊으신 AgalmA님 같으신 경우엔 공감할 부분이 많으실듯~^^

비연 2017-09-22 08:43   좋아요 2 | URL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 싶어요. 양철나무꾼님의 리뷰까지 읽으니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는..
아 책 그만 사야 하는데 말이죠... 으으으으으.

clavis 2017-09-22 08:46   좋아요 0 | URL
아...저두요ㅠ

양철나무꾼 2017-09-22 10:34   좋아요 1 | URL
비연님, 그간 비연 님의 리뷰 목록으로 미루어 충분히 좋아하실 만해요~^^

Clavis님, 님의 음악 코드를 제가 몇번 엿봤는데 말이죠~,
폭풍공감 할 수 있으실듯~^^
강력 추천 합니다~^^

2017-09-22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5 12: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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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5 1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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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6 14: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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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6 15: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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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6 17: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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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6 1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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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6 19: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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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6 1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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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7 17: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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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8 1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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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2 17: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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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8 19: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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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31 0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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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혹은 그림자 - 호퍼의 그림에서 탄생한 빛과 어둠의 이야기
로런스 블록 외 지음, 로런스 블록 엮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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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어서 그런 건지,

그림들 속에 등장하는 어여쁜 여성이 실제 그의 아내처럼 느껴져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이 등장하거나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건물이나 풍경만 등장하는 그림도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란걸 알겠다.

그림들이 쭈욱 하나로 이어진다.

 

글은 17명의 다른 작가가 써서 그런 것이겠지만,

얘기가 하나의 주제나 기획 의도로 모이지 않는 것이 중구난방이다.

17명의 작가가 각자 다른 얘기를 하는데,

작품의 완성도도 다 다르고 하다보니,

시작하자 마자 맥이 빠져 버린다.

 

내가 아는 작가들의 작품은,

(실제론 그렇지 않겠지만,)

과거 어느 작품 속에서 봤던 것만 같다.

그리고 단편소설이야말로 열린 결말이 가능하다고 하고,

그게 단편소설의 묘미라고들 하지만,

무슨 얘길 어떻게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장편소설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장르소설 작가들이 대부분인데,

이걸 어떤 부류의 장르소설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내 속내를 들여다본것인지,

이 책의 기획자인 로런스 블록은 '서문'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이 단편소설들은 장르가 다양하거나 혹은 아예 장르가 없다. 어떤 이야기는 작가가 선택한 그림과 맞떨어져 캔버스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것만 같다. 또 어떤 이야기는 그림이 어떤 식으로 계기가 되어, 캔버스에 모호한 각도로 맞고 튀어나온다. 내가 아는 한 이 소설들에는 단 두 가지 공통분모가 있을 뿐이다.- 작가들 개개인의 걸출함, 그리고 그들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11쪽)

라고 하고 있다.

작가들이 걸출하다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작가들이 호퍼의 그림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는 이 책을 꼼꼼이 다 읽은 후에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아는 작가들의 경우,

그림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작가들의 풍이랄까, 작가의 개성이 너무 두드러진채로 나타나서,

그림과, 또는 이 책의 기획의도와 하나로 어우러지지 못하는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은 '니콜라스 크리스토퍼'의 '바닷가 방'이었다.

그림도 알라디너의 서재 대문 그림으로 여러번 보았어서 친숙했고,

작가도 생소한 사람이라서 작풍이나 문체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던 터라 신선했다.

난 그동안 이 그림을 불때마다 바닷가 방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선상위의 방 정도로 생각했었다.

이 작품이 만들어낸 줄거리도 기발하다.

 

마이클 코널리의 '밤을 새우는 사람들'같은 경우는,

'해리 보슈'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어조도 에드워드 호퍼랑 잘 어울린다.

실제로 마이클 코널리의 '블랙 에코'에도 이 그림이 등장했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일까, 얘기가 그림이랑 가장 잘 어울린것 같기는 했지만,

이 부분이 무슨 얘기인지 몰라 좀 애먹었다.

 

그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이 감시 업무를 하러 왔다. 옷을 껴입긴 했지만 지퍼로 연결하는 얇은 안감을 댄 LA의 트렌치코트가 시카고의 겨울 날씨로부터 시베리아허스키를 따뜻하게 지켜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시베리아허스키의 의미를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런 문장이 이어지는데,

금세 해리 보슈의 우울함에 전염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슈는 틀에 박힌 이야기 따위에 의미를 두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문득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런 일을 하기에 난 너무 늙었어.(135쪽)

라든지,

그녀가 볼 수 없는데도 보슈는 고개를 끄덕였다.(148쪽)

위에서 시베리아허스키는 고독과 사랑에 민감한 해리보슈를 상징하는 매개이겠지만,

시베리아허스키는 추운 날씨에 잘 적응하는 개라고 알고 있었던 터라,

금방 이입이 안 됐다.

하지만 저 짧은 문장들로 알 수 있듯이,

선천적으로 고독하지만, ㅋ~,

타인을 향해 적당한 온기를 내어줄 수 있는 남자.

그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는걸 아는 남자여서,

해리 보슈가 멋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실린 작품이 로런스 블록의 '자동판매기 식당의 가을'인데 이 또한 로런스 블록 스타일이다.

하지만 좋았다.

 

이 책을 어떻게 평가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기획 의도는 돋보이지만, (아무렴, 로런스 블록 아니겠나?)

하나로 묶이는 응집력 따위는 없었다.

작품의 수준도 일관되지 않고 천차만별인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애정하는 작가들의 따끈따끈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해야 겠다.

 

다 읽고 띠지를 보니,

로런스 블록의 '자동판매기 식당의 가을'이 2017년 에드거상 수상작이다.

'역쉬~!'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전반적으로 고독하고 쓸쓸한 정서를 담은 것이 이 가을에 읽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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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9-15 16:58   좋아요 0 | URL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 할까요?
아니면 적극 추천해 주신 글만 날름 읽을까요? ㅋㅋㅋ

한 번 읽어 보려고 했었는데 고민이네요.

2017-09-15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7-09-15 18:43   좋아요 0 | URL
그래도 그 어색함을 읽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그래서 표지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는지도...

양철나무꾼 2017-09-16 09:22   좋아요 0 | URL
낭만인생 님, 댓글 보고 맘이 좀 놓입니다.
저는 한때 장르소설 매니아여서 이쪽으로 두루 섭렵해서 그런 거고,
다른 분들은 좋게 읽을 수도 있을텐데 했거든요.
일단 라인업만 봐도 빠방 하잖아요.
밑에 hnine님 댓글도 그렇고 어찌되었건 읽고 싶어지신다니 다행입니다~^^

hnine 2017-09-16 07:59   좋아요 0 | URL
예, 소문난 잔치 맞는 것 같아요. 소문에 부응하는 잔치였다면 좋았을텐데.
저도 얼마전에 서점 가서 이 책 거의 살뻔 했는데 마침 표지에 뭔가 끈적한게 묻어있어서 서점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그거 한권 밖에 없다고 해서 구입을 보류했었죠.
그런데 양철나무꾼님 리뷰 읽으니, 읽고 싶지 않다기 보다 오히려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건 무슨 청개구리 심사인지 모르겠어요 ^^ 저 시베리아허스키 대목은 정말 양철나무꾼님께서 해석을 해주셨으니 이해가 되었지만 저 같으면 모르고 그냥 넘어갔을거예요.

양철나무꾼 2017-09-16 09:28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 약속이 있다면 서점에서 만나게 되지만,
일부러 서점에 책을 사러가진 않게 돼요.
그리고 서점에선 둘러보고 메모만 했다가 집에 와서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게 돼요.
그 이유가 다른건 없고 다른 사람들이 들춰보고 손 탄 책을 구입하긴 싫더라구요.
저도 그만큼 책을 깨끗이 보는 편이구요~^^

암튼 다행이예요.
다들 읽어보고 싶다고 하셔서~^^
이래서 소신 리뷰를 쓰게 되는가 봅니다~^^
 
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 - 사십대 가장과 세 여자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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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까지 읽었으니 순서 상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박균호 님이 내신 책은 다 읽은 셈이다.

뿌듯하다, 전작주의 목록에 1인을 추가할 수 있겠다.

새로운 책이 나오면 구입해 읽을 의사는 있지만,

혹여 빼놓고 못 읽은 책이 남아있다해도 일부러 사서 읽는 수고는 안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의 글쓰는 스타일은 이 책'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를 경계로 바뀐 것 같은데,

내가 '독서만담'을 읽고 완전 재밌다고 설레발을 쳤던 그 스타일이 이 책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재미를 위해 지나친 과장을 한 것 같지만,

그 과장을 걷어내고 내면으로 파고 들어보자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다.

말 그대로 일상적인 하루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아저씨이다.

 

이 책의 '작가의 말'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이렇게 책으로까지 일상을 엮은 이유는 우리 가족의 역사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내가 기록함으로써 특별한 역사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상의 힘을, 기록의 힘을 그렇게 믿는다.(5쪽)

 

나는 글 뿐만 아니라 삶도 그런 것 같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님의 시'꽃'처럼,

평범해 보이는 일상일지라도 내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특별한 역사'가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아내, 딸, 어머니 세 여자 중 어머니에게 감정이입을 하였다.

나도 몇 년전 편찮으신 시어머니를 모셨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것 같은데,

그런 아픔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가는 것도 좋았다.

일상을 무덤덤히 얘기하지만 그 어떤 책보다도 큰 울림을 준다.

위트와 농담의 묘미는 이런 것이다.

 

 

어제 넷상에서 논란이 됐던 '최영미 시인'도 '네티즌들이 위트가 없다'와 '농담이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물론 '갑질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빈민에 속하는 최영미 씨가 호텔에 언제 갑인 적이 있었던가'라며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사람을 비난할 일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하신 황현산 님의 의중은 알겠다.)

 

최영미 시인이 욕을 먹는 이유는,

아니 적어도 내가 욕을 하는 이유는,

그녀가 갑질을 해서 욕을 하는게 아니라 철딱서니가 없어서 이다.

그녀는 '위트와 농담'이라고 하는데, 그 호텔에 보낸 메일을 보게 되면 진지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월세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을때,

호텔에 스폰서를 알아보는게 아니라, 형편에 맞춰 살아갈 방법을 궁리한다.

그 중 하나의 방법으로 호텔을 알아볼 수는 있겠지만,

'수영장'이 있는 '특급호텔'을 조건으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암튼 삶의 간난신고를 시든, 소설이든, 글로 표현해내는 게 살아있는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박균호 님의 그것이 다소 투박하지만 생생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박균호 님의 이 책이 아무런 아쉬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글이 뒤로 갈수록 짧고 힘이 없어진다.

그러니 힘 빠진 짬뽕공처럼 '통통~' 튀는 맛이 없다.

뒷 부분을 좀 보완해서 힘을 실어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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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12 19:51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이 인용한 책 5쪽의 문장을 보면서 글을 열심히 써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생겼어요. 언제부터인가 글 쓰는 일에 매너리즘을 느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그동안 기록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책 읽고 글을 쓰는 일이 평범해보여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09-14 08:57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그래서 좀 뜸하셨군요~^^
님 편하신 대로 하면 되는거죠.
하지만,
But,
님의 것처럼 훌륭하고 좋은 글은 좀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ㅅ!
 
까짓것 창비청소년시선 9
이정록 지음 / 창비교육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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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들과 교외로 드라이브를 갔다.

햇살은 좀 따가웠지만, 살랑 바람도 부는 것이 시작은 좋았다.

 

문제는 아들의 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음악을 듣는 데서 발생했다.

평상시 나도 음악을 좋아하고,

좋은 음악에 온몸을 샤워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땐...준비가 안 됐었다.

 

좀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나는 멀티 테스킹이 안되는 인간이었는데,

그동안 멀티테스킹이 가능하다고 착각하면서 살아왔었던 것이다.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해내는게 아니라,

여러가지 일을 벌려 놓고 그중 한가지 일에 집중하면 다른 일은 아웃 오브 안중이었던 거다.

 

난 운전에만 엄청 집중을 했는데,

아들은 폰만 잠깐 만지작거린거 같은데,

차의 스피커에서 갑자기 음악이 쏟아져 나오니 깜.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뭐냐며 끄던지 줄이던지 하라고 소리를 '빽~' 지르자, 아들도 당황했나 보다.

대화도 안되고, 음악도 듣지 말라고 하고, 그럼 자기더러 묵언수행을 하라는 거냐고 툴툴거리는 거다.

엄마의 음악적 취향이 올드해진거냐며 한숨을 쉬는데, 거듭 밝히지만 그런 건 아니다.

예전엔 여러가지 일을 하더라도 한가지에 집중을 하면 옆에서 굿을 해도 몰라서 괜찮았는데,

이젠 한가지 일을 하는데도 제대로 집중 하기까지 시동이 늦게 걸리니 어쩔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몸이 취득하고 기억하는 방식대로,

타성에 젖어 일을 루틴으로 처리한다고 생각을 하면 왠지 슬퍼진다.

 

 

시인의 책들을 '좀' 읽었다.

우연히 만난 '불주사'가 너무 좋아서,

그 다음부턴 일부러 찾아 읽었었다.

 

산문집도 좋았고 그렇게 만난 동화, 동시집 등 리뷰로 옮기진 않았지만 제법 찾아 읽었다.

그리고 요번 청소년 시집이다.

마냥 좋다고 설레발을 쳐야겠지만,

여전히 좋지만,

솔직히 애기하자면,

이제 난 좀 식상하다~--;

 

그렇다고 허투루 읽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책 날개 안쪽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인을 꿈꾸기 시작했다'라는 구절과 '열아홉 번의 낙선 끝에'라는 구절이 진지하다 못해 무겁게 다가왔다.

늘 유머 코드가 탑재된, 유머를 해학으로 승화시킨 시를 쓰던 시인이 아니던가.

 

내가 식상하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가 보여주는 언어유희가 늘 그런 식이라는 건데,

뭐, 어쩔것인가,

이제 이런 언어 유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받아들여야 하려나 보다.

 

아무래도 교육현장에 계시다 보니,

청소년의 입장을 잘 이해할테고,

그러다 보니 시 속에선 청소년인 발화자로 등장하지만, 그게 온전히 청소년의 목소리로 들리진 않는다.

 

장담컨대 이 시집에 등장하는 '노동 현장'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는 청소년들은 이 시집을 사거나 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이 시집은 기성 세대라 통칭되는 어른들이 주변 청소년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한걸음 다가가기 위한 매개체 정도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는 이 또한 언어로 발화되고 시로 쓰여지는 순간 올드한 것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쏠림'이라는 시는 처음 읽으면서 거부감이 들었었다.

시가 그랬다는게 아니라,

시속에 등장하는 '사람이 키워서는 안 될 두마리 개' 얘기가 그랬는데,

전에 어디선가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무게를 실어 신중하게 하는 김국진이 하는 걸 들었었고,

김태균도 비슷한 얘길 하는 걸 들었었다.

물론 그 후로 시는 다른 식으로 전개되니까 표절이나 차용은 아닐테지만,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개' 얘기가 시의 분위기를 충분히 장악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쏠림

 

실외 조회 시간에

사람이 키워서는 안 될

개 두 마리에 대해 들었다.

그건 편견과 선입견이라고 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무슨 돈으로

편견과 선입견을 분양받았을까

교과서나 문제집에 껴들어 왔겠지

가슴과 머리에 개털이 날린다면

그건 분명 어른들이 버린 개가 쳐들어온 거다

개는 비린내를 좋아한다

참치 갈치 삼치 준치처럼

맛난 물고기 이름은 대개 치 자로 끝난다

그러니까 눈치를 키워야 한다

척허면 척! 월척을 품어야 한다

편견과 선입견도 눈치코치가 만든 거다

오동잎 하나 지는 걸 보면

천하에 가을이 온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편견과 선입견도 중심만 잡으면

강으로 모여 바다에 다다르고

앞산 뒷산 그러모아 산맥이 된다

올곧은 편견이 우주의 발소리를 듣는다

치우침이 아니라 쏠림이다

사랑은 내 편견의 총합,

처음 네 웃음을 보고

우주에 봄이 왔음을 알았듯

 

*"오동잎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천하 사람들 모두 가을이 온 줄 안다(梧桐一葉落 天下盡知秋)" 청나라 강희제(1654~1722)때 간행된 『御定佩文齋廣群芳譜』에서.

 

'높임말'이라는 시도 같은 맥락에서 별 감흥이 없었다.

'사물'을 높인다는게 물질 숭배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외국 사람이 우리말을 배울때 제일 어려운 것이 '높임말'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사물을 의도적으로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높이고 낮추고, 를 적절히 사용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배우면 충분히 나아질 수 있는 문제인데,

사물이고 사람이고 간에 높임말 자체가 아예 없는 외국어가 낫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듯이 말이다.

 

좋았던 시는 여럿 있지만 그 중 '고양이'가 제일 좋았다.

 

고양이

 

내가 자동차 밑을 좋아하는 까닭은

덩치 큰 것들은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지

나를 만나려면 눈을 내리깔고

무릎걸음으로 기어 들어와야 하지

고독을 아는 자는 그늘을 사랑하지

내 몸은 저음을 내쉬는 목관악기

자기 몸을 연주할 줄 안다는 건

어슬렁거릴 특권이 생겼다는 것이지

내가 담장 위를 산보하는 까닭이지

우쭐거리고 싶으면 따라 해 봐

나는 한치 두려움도 흔들림도 없지

내 꿈은 새털구름을 연주하는 것

간혹 발을 들어 구름의 맛을 보지

그러니까 넌 내 친구가 확실해

난 네 가슴속 먹구름의 환한 등짝을 알지

쥐새끼들을 부르르 떨게 할

무시무시한 악보를 협연할 수도 있지

누가 가슴속에다 악기를 넣어 두겠어

스스로 문을 닫고 처박힌 게 아니라

태풍의 눈을 지휘하고 싶은 거지

지금은 속도를 높일 때가 아니라

구름을 깔고 앉아 고독을 정비할때

(언젠가 집앞에서 만난 길냥이 가족)

 

'속도를 높일 때가 아니라, 구름을 깔고 앉아 고독을 정비할때'라니 너무 멋지다.

태풍의 눈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고독의 정점일테니까 말이다.

나도 태풍의 한 가운데서, 홀로 잠잠할 수 있었으면 좋겠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쟁점의 한가운데 보다는 적당히 비켜서 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한걸음 떨어져서 지지해주고 지켜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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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5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9-05 18:5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음악적 취향의 문제는 아닌것 같습니다.
제가 쇼미더머니까지 챙겨볼 정도로 힙합을 좋아하는걸 보면요.
듣는건 전방위로 듣는데,
배경음악으로 깔리는거 그런게 거북합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음악만 들어도 음악이 겉돌기도 하구요.
가끔은 음악 사이의 정적이랄까, 그런걸 원하게 되더라구요~^^

북다이제스터 2017-09-05 19:44   좋아요 2 | URL
항상 주변 상황보단 내 마음의 상황이 더 중요한 거 같습니다.
어쩔 수 없죠. 우린 부처가 아니죠. ㅎ
충분히 이해될 뿐 아니라 깊이 공감됩니다. ^^

양철나무꾼 2017-09-06 14:28   좋아요 2 | URL
요즘은 한가지 일에만 집중하려고 애를 씁니다.
밥을 먹을 때는 밥을 먹는 일에만,
책을 읽을 때는 그 책에만,
음악을 들을 때도 오르지 음악을 듣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은거죠.
얘기를 할때도 너무 여러사람이랑 말고,
상대방과 오롯하게 하고 싶고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좋아요, 헤에~^_____^

[그장소] 2017-09-06 00:39   좋아요 1 | URL
편견 , 선입견 , ㅡ 일견도 있네요!^^
일견은 지나가는 개일까요 ? ㅎㅎㅎ

간혹 발을 들어 구름의 맛을 본다 ㅡ 제법 귀여워요.
허공에 헛발질하고 노는 녀석들 모습이 눈에 선해서~

덕분에 개와 고양이 잘 들여다 보고 가요!^^

양철나무꾼 2017-09-06 14:34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백문이 불여일견도 있고, 오십견도 있고요~^^

근데, 두마리 다 고양이인데요~?@@

[그장소] 2017-09-07 13:21   좋아요 1 | URL
아하핫 ~ 고양이 녀석 이름만 편견이 , 선입견이 ~ 그랬던 거라고요?

( 아 ... 아래 사진 !!! 저는 쏠림 ㅡ글 속의 견 , 개 ! 와 아래 고양이 시 , 사진 속 고양이 ㅡ 말한건데~ )

양철나무꾼 2017-09-07 22:23   좋아요 1 | URL
아하~, 그렇군요~^^
전 들여다본다셔서 사진을 말씀하시는줄로 알았어요.
역쉬~, 님은 기발해요, 그래서 댓글도 통통 튀는것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