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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독서중독 - 낮에는 양계장 김씨로, 밤에는 글쓰는 김씨로 살아가는 독서중독자의 즐거운 기록
김우태 지음 / 더블:엔 / 2016년 11월
평점 :
그동안 이 책에 대해서 시큰둥이었는데, 이 한문장으로 입장이 돌변했다.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럽다면 술병을 드는 대신 책을 들어야 한다.
암튼 양계장 김씨는 본인 스스로가 내가 생각했던대로 '극단적이고 과장이 심하다(123쪽)'고 하니,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넘어가겠다.
일단 구입했으니, 이 책을 만드느라고 베어 넘겨진 나무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라도 완독을 해야지.
물론 당근 며칠전 얘기했었던 대로, 이 책이 나의 취향은 아니다.
자기 계발서로 분류해 놨던데,
자기 계발서라면, 완전 잡식성인 취향의 내가 웬만해선 건드리지 않는 종류의 책이니까 말이다.
내용을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게임중독자였던 그가 독서중독자가 되고, 독서예찬론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이다.
그는 같은 중독자라도 독서중독자가 더 낫지 않겠는가...라고 하고 있는데,
독서의 가장 큰 효용은 뭐니 뭐니 해도 '자신을 알게 된다'는 점이라고 하고 있는데,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그가 했었다는 삼국지2, 스타크레프트 따위의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게임이라는 것이 모니터만 쳐다보고 자판만 두드리는 것이 아니다.
일종의 싸움이고 전투인데,
싸움이나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전략과 전술이라는 것도 필요하고,
시간 안배나 꾸준함 따위도 필요하니까 말이다.
책을 안 읽는 것 보다야 책을 읽는게 낫겠지만,
책만이 자신을 알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책이 됐든 무엇이 됐든 일단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고,
마음이 어떻게든 움직여야 행동의 변화로 이어진다.
그걸 양계장 김씨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책을 조금 읽었다고 인생이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책 1,000권 읽었다고 인생역전이 일어나지 않는다. 책만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일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책을 읽지 않으면 결코 인생이 역전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역전은커녕 발전도 없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역전은 몰라도 발전은 있다. 그것도 서서히.(119쪽)
책을 향한 이런 맹신은 위험하다.
나는 책 말고도 수없이 많은 것들이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스승이나 좋은 친구도 그럴 수 있고,
한 장의 좋은 그림, 또는 마음을 울리는 음악 한 곡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보다 더디기만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책의 뒷부분에 가면,
책과 독서는 나에겐 절대적인 경배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책은 수단이란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책은 목적이 될 수 없다.(260쪽)
라고 하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저자가 쓰려고 했던 글과 내가 읽으려고 했던 책의 차이라고 퉁치면 그만이다.
또 한가지 나를 헷갈리게 했던 건 '양계장 김씨'라는 말을 그대로 믿어버렸는데, 그가,
나는 양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축산학과를 나와서 병아리감별사를 좀 하다가 양계회사에 들어와서 10여 년간 닭을 부쳐먹고 있다.(238쪽)
라고 하니 나의 궁금증은 풀린다.
양계장이 아닌 양계회사에 다니는 것이다.
(논밭이나 땅은 부친다고 하는데, 닭까지 부쳐먹는다고 하는 지는 몰랐다.)
또 한부분, '자기개발'(262쪽)이라는 제목의 꼭지를 보게되면 말 그대로 '자기개발'에 관한 내용이다.
그런데,계발과 개발에 대해서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개발'과 '계발'은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습니다
개발
① 토지나 천연자원 따위를 개척하여 유용하게 만듦.
②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하게 함.
③ 산업이나
경제 따위를 발전하게 함.
④ 새로운 물건이나 생각 따위를 만듦.
계발: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
두 단어가 사용되는 문맥을 비교해 보면 '계발'이 사용 범위가 좁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계발'은 '능력, 재질, 재능' 등 인간에게만
속성을 가리키는 말들에 국한되어 어울립니다. 이에 비해 '개발'은 '기술, 경제, 책, 제품, 국토, 인력' 등 주로 물질적인 것을 가리키는
말들과 어울리지만, 때로는 '능력, 재능' 등의 단어와도 어울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개발'의 ②가 이 점을 반영한 뜻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의미는 '계발'의 의미와 거의 같습니다. 따라서 '개발'이 의미의 폭이
넓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발'과 '계발'을 비교해 보면 모두 상태를 개선해 나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공통적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계발'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 무엇은 잠재되어 있어야 하지만 '개발'에는 이러한 전제가 없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개발'은 단지 상태를 개선해 나간다는 의미만 있지만 '계발'은 잠재되어 있는 속성을 더 나아지게 한다는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능력'이 전혀 없지만 '개발'하겠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계발'하겠다고 말하면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이러한 의미 차이 때문입니다.
계발이 인간의 속성을 가리키는 말에만 국한된다고 생각해서 개발을 택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잠재되어 있는 속성'이 더 나아지는게 낫지 않겠는가 말이다.
앞부분은 그래도 독서중독에 관한 얘기에 가까웠다면, 뒤로 갈수록 자기계발서의 성격이 강하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 무작정 따라 읽지 말고 나에게 맞는 책과 읽기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라는데,
이 책이 200% 도와줄거라는데,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되고, 게다가 맺음말은 2008년에 쓴 책을 고대로 옮겨놓는데,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