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옛 추억의 그림자, <광식이 동생 광태>
 
 
"인연이라는 것은 운명의 실수나 장난 따위도 포함하는 것 같아요."
 
 
 
지난 토요일 오후, 혼자서 영화를 봤다. 제목만 가지고는 광식이 핵심인물인지 광태가 핵심인물인지를 알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고 이미 다 자라버린 남자들의 ‘성장영화(?)’ 같기도 한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영화의 내용은 스토리 라인이 단단하지만 특별하게 기교를 부리거나 하지 않고 단순하다. 1부 ‘광식’, 2부 ‘광태’, 3부 ‘광식이 동생 광태’로 이어지는 3장 형식을 통해 광식, 광태 형제의 사례를 각각 제시하고 3장에서 감독 나름의 답변을 제시하는 식이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속시원한 고백 한 번 못해보고 7년째 탐색만 하고 있는 광식. 나이는 형보다 7살이나 어리지만 만난 여자의 수는 형보다 70배는 많은 동생 광태. 그는 365일 작업 중이며 가슴은 윗주머니에 넣어두고 몸만 주기 때문에 고민할 이유가 없다.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만 가지고 이야기 하면 이 이상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광식이 동생 광태>는 여기에 영화를 보는 사람 나름의 슬픈 기억과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덧붙여진다. 영화가 그저 보여지는 대로 읽히는 텍스트가 아니라 관객 스스로가 살을 붙이고 감정을 이입시키는 작용을 하게 만드는 쌍방향 통신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누구나 한 가지씩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희미한 옛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영화라 할 수 있다.

추억의 책장을 넘기듯 하나하나 엮어나가는 광식의 에피소드들이 주는 아련함, 생각없이 쿨한 척 여자의 몸만 생각하는 광태의 에피소드들. 과연 그것들이 날실과 씨실로 엮어져 우리에게 보여지는 삶의 모습은 우리 자신과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를까?

궁금하다면 가까운 영화관을 찾을 일이다.

영화 중간중간 삽입되는 추억의 가요들을 듣는 즐거움 또한 만만찮다. 다만, 영화 막바지 윤경의 결혼식 장면에서 광식이 무반주로 부르는 <세월이 가면>은 너무나 처연하기에 가슴 한 구석이 쏴하기는 하지만….

2005 12 13


<세월이 가면> - 김주혁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늘빵 2007-09-17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 영화 좋아합니다. 그냥 로맨틱 코미디로 치부하기엔 생각할 꺼리가 좀 있죠. 둘의 너무나도 차이나는 작업방식도 그렇고. 아니 한 명은 작업도 못하죠.

내오랜꿈 2007-09-17 23:1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충분히 생각할 거리가 있는 영화죠.

개봉 당시 주위의 아는 부부들에게 괜찮은 영화라며 보라고 권했었는데, 돌아오는 답이 "무슨 애들 장난치는 영화냐"며, "니가 무슨 20대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었더랬습니다..-.-

마늘빵 2007-09-18 09:3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아 이거 심오한 영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