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주말 한때를 보내기 위해 부산에서 광양까지 온 지인들을 이끌고 순천만 갈대밭을 찾았다. 오랫만에 찾은 갈대밭은 새순이 허리 만큼이나 부쩍 자라나 있었고, 복수초도 옅으나마 붉은 제 빛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무진교에서 용산전망대까지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바람에 서걱거리는 잎새의 부딪힘 소리가 귓속말 만큼이나 간지러웠다. 사람들은 흔히 순천만 하면 가을의 갈대밭 정경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순천만 가까이에서 몇 년을 보내며 계절마다 찾아가본 경험으로는 여름의 순천만 갈대밭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한겨울 눈 속에 파뭍인 갈대밭도 괜찮았다. 오히려 가을의 갈대밭은 내게 여러 가지로 불쾌한 기억들이 오버랲되어 있다. 교통체증, 피서철 해운대를 연상하게 만드는 인파, 쓰레기... 이런 모습들 속에서 갈대밭의 정경을 보고 아름답게 느껴진다면, 그 사람의 감성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닐까? 혹여라도 순천만 갈대밭을 찾고 싶다면, 여름에 가거나, 한겨울에 가라고 권하고 싶다. 2007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