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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조사원 1 - J Novel Next
아야사토 케이시 지음, lack 그림, 이엽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4월
평점 :
일러가 분위기 있어서 샀는데 예상외로 보물을 찾은 느낌. 개인적 취향에 진짜 맞아 떨어지는 책 이였다.
1. 스토리 ★★★★★
큰 스토리가 아닌 작은 에피소드의 나열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각각의 에피소드 사이의 관계가 거의 없다. 다른 소설로 예를 들면 유명하진 않지만 '유랑화사'와 전체적 분위기부터 스토리 진행방식까지 매우 비슷하다. 물론 진행방식만 비슷한것이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매력적인 소설.
우선 이 책의 세계관에 대해 말하기 전에 라이트 노벨에서 흔히 말하는 환수(책에 따라 몬스터, 마수 등등)는 인류의 적으로서 등장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보통 인류(어떤 책에선 엘프 등 이종족이 끼기도 하지만)는 이런 몬스터와 싸우는 대립구조를 보이는 경향이 강하며 이들은 보통 악역을 맡는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이런 어찌보면 매우 진부해진 이런 클리셰를 부수어 준다. 이 책에서 환수란 단순히 대립하는게 아닌 어쩔땐 대립하지만 어쩔땐 매우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다. 솔직히 현실에서도 옛날 조선시대 호랑이 같은 맹수는 사람들을 잡아먹었다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인류의 적으로서 사람들이 여겼냐고 물어보면 아닌것과 같이 어찌보면 매우 현실적인 모습이라 생각한다.
이런 세계관을 기본으로 각각의 에피소드는 지나치게 무거워 지진 않게 짜여있고 이래도 무겁게 느껴질 만한 부분 뒤엔 상대적으로 매우 밝고 가벼운 에피소드를 배치해서 완급조절 역시 잘 되어있다. 솔직히 에피소드의 배치에는 꽤나 감탄이 들었다.
그 외에도 서로 관련이 없는 에피소드들과 과거이야기를 보여주는 서로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번갈아 배치하였는데 읽기엔 좀 불편하더라도 뭔가 회상같은 느낌의 분위기있는 연출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최소한의 선을 지킨다는 점인데, 위에서도 잠깐언급했지만 특정 스토리가 너무 무거워지는 걸 피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에피소드의 결말 자체는 비극일지라도 약간의 빛을 보여서 지나치게 암울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 라이트노벨이 좀 편하게 읽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성격상 이 부분에서 정말 잘 썼지만 읽고나면 우울해지는 소설들과 비교할때 상당한 강점인것 같다.
다만 좀 걱정되는게 스토리상 최종적인 목표가 없다. 즉 어딜향해 나아가는게 아닌 그저 방황하는 스토리이여서 어느순간 작가의 필력이 다하는 순간 확깨버릴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완결을 내기가 매우 애매한 형태여서 끝내는 타이밍을 잡는게 상당히 중요할 듯.
2. 캐릭터 ★★★★★
애초에 기본 세계관 자체가 매우 독특하기에 캐릭터 역시 매우 특이하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상당한 매력을 지님과 동시에 책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어있다.
메인 캐릭터는 총 셋으로 환수조사원 '페리', 호문클루스 박쥐 '토로', 페리를 쫒아다니는 환수 '크슈나' 이렇게 되어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꽤나 어둡고 차가운 스토리에서 거의 백색으로 나타내지는 페리와 거의 흑색으로 나타나는 크슈나는 둘의 무채색의 대비로 매우 강한 존재감을 가지고 다가온다. 이렇게 중압감있는 분위기 속에서 귀여운 이미지로 나오는 토로를 통해 지나치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스토리 진행에 힘을 실어준다. 뭐 별생각없이 설정한 것일진 몰라도 읽기에 그렇게 느꼈으니.
아무튼 이런식으로 스토리 뿐만 아니라 캐릭터들 역시 강한 매력을 가지고 스토리에 몰입하게 해주었다.
3. 그 외 글 부분 ★★★★★
라이트 노벨 중 연출이 좋다고 느낀 소설은 손에 꼽는데 그 중 하나. 애초에 글로만 표현되는 소설에서 연출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짜임새를 보여주기엔 매우 힘들긴 하지만 그걸 해내는 작가들이 있으니 마냥 기대를 안하기도 애매한것 같다.
위에서 말했듯 에피소드의 배치가 완급조절의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가벼운 에피소드와 무거운 에피소드의 교차 배치와 거의 최종장에서의 절정에 해당하는 에피소드 배치라던가.
또 감정표현이 상당하다. 이 부분은 사실 작가만 잘쓰면 되는게 아닌 거의 대부분이 외국 소설인 라노벨 쪽에선 역자도 잘만나야 가능한 일이기에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지도. 보통 이래서 국내 소설이 감정이입이 훨씬 잘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말했지만 사실 정연 작가님의 '유랑화사' 분위기와 진행방식이 매우 비슷하다. 다만 유랑화사의 경우 한국적 분위기가 강하고 이 소설은 유럽쪽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
단편이였다면 매우 안타깝긴 했겠지만 반대로 후속작이 나온다고 해도 불안감이 많이 든다. 위에서 언급한 유랑화사의 경우에도 1권 구매 후 주변 지인들에게 시리즈 구매를 엄청 광고했었는데 대부분의 지인들이 뒤로 갈수록 스토리가 1권때 만큼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들 했었다. 이런 에피소드 나열식 진행방식의 한계라면 한계겠지만 가능한 잘 마무리해줬으면 좋겠다.
4. 나머지
뭔가 잘못됬는지 책 앞부분 일러스트가 같은 그림이 두번씩 들어가 있다. 읽는데 지장은 없지만.
일러스트 부분을 좀 더 이야기하면 분위기에 매우 잘 맞는 그림체라고 생각된다. 이런 분위기에 일반적인 라노벨 그림체인 매끈매끈한 느낌의 그림이 들어가 있으면 진짜 기분 묘했을듯.
5. 점수
스토리 25 + 캐릭터 25 + 그 외 25 + 나머지 25 =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