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기원 최측의농간 시집선 2
조연호 지음 / 최측의농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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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기원/조연호/시인의 노래가 아름답네~~

 

 

 

 

 

붉은 군조(群鳥)의 물가로 갔지만 비점(沸點)이 없는 바다였다. 자기 방이 있는 큰 집을 모래 위에 그려보고 아이들의 영혼은 그 집의 흉한 창이 파도에 지워지길 기다린다. 울지 마, 니들은 공평하게 이름을 나눠가졌고 생일 달력 위엔 천박한 평등. 아이들은 자랐고 문간에 서서 사라진 사물들에게 냉정하게 하나씩 이름 붙였다. - <저녁의 기원>중에서  

 

 

 

 

 

 

조연호(1969~)는 충남 천안에서 출생했고 현재 살아있는 시인이다.  

자세히 알아 보니, 199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서울예전을 거쳐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석사, 박사를 수료했다.

 

이십대 중반에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인이어서 일까.

조연호 시집을 보면 결코 쉬운 시는 아니다.

<저녁의 기원>도 그렇고 <부계> 나 <벌레를 쥐고 나타난 아이>, <달력의 순서>, <나다르, 서양 근대 미술>,<루오 상회에서의 일들> 등 모든 시가 결단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읽는 맛이 있다. 무슨 의미인가 싶어 음미하고 또 음미하다보면 한 장을 채 넘기기 어려울 정도지만. 

 

 

 

 

 

 

 

 

밤이 독순술(讀脣術)로 소리 없이 전신주를 세웠어요. 동물들은 그 보답으로 내게 사춘기를 보여줍니다. 새 모공과 털갈이 후, 눈꺼풀이 내 액운에 어울리도록 얇게 녹는 걸 알지 못했죠. 그립네요. 철조망에 걸린 나의 사랑하는 이웃들. 그리워요, 나를 필통처럼 쥐고 흔들었던 초혼과 재혼의 남여들. 내일로부터 오늘로 더 많이 쏟아지는 과거들. 마술사는 초식동물의 긴 코에 쇠막대기를 한 번 내려칩니다. 먼지를 마시는 느낌으로, 초식동물의 코에서 풀밭이 솟아오를 때까지.- <폭풍의 일기> 중에서

 

 

 

 

 

조연호 시집에는 자신의 삶과 시가 결부된 시들이다. <행복한 난청>은 그래서 좋다.

 

 

구름, 소염제의 흰 쓰라림, 추운 목양견은 길 밖에서 떨고 목자와 어린 양이 긴 의자에 줄지어 앉아 잠자는 성탄 노래를 부른다. 구름, 잠자는 액체 빈방의 장롱과 할머니의 치마가 한 보자기씩 내게 비밀을 풀어놓는다. 어둠과의 사랑이 끝냘 때 내겐 통각을 배워야 할 시간이 왔다. -<행북한 난청>중에서

 

 

미래 지향적인 시라서인지 조연호의 시집은 어렵다. 하지만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빨려드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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