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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녀 -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김용언 지음 / 반비 / 2017년 6월
평점 :
문학소녀/김용언/반비/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전혜린을 위한, 전혜린의 여류 작가 수난사랄까요. 한국 여성사에 그 생을 다하자 못하고 마감한 전혜린은 불운의 전치사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전혜린을 다시 생각합니다.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읽은 지 오래되었는데요. 어쩜, 저자인 김용언처럼 문학소녀라는 평범함에 대한 여류 작가라는 시대적 비범함으로 전혜린의 평가를 다시 해야하지 않을까요.
고종석의 <말들의 풍경>에는 전혜린의 수필들은 평범한 여성의 평범한 마음의 푱경들을 보여준다고 했는데요. 김윤식은 전혜린이 놓인 공간이 바로 여기다. 그것은 찬란하기는 하나 맹목이다라는 말로 폄하해 버립니다. 그건 전혜린 시대가 낳은 비극 아닐까요. 식민지 시기까지 한국 땅에 전혜린 같은 인물이 없었음도 한 몫한 게 아닐까요.
전혜린의 문학이 소위 말하는 부잣집 철부지 소녀의 문학으로 치부해 버리는 요즈음인데요. 이 글은 전혜린을 비웃는 이들에게 변명하기 위한 김용언의 길고긴 수필입니다. 이어 나혜석과 손소희로 시작하는 한국 근현대 여성에 대한 연구서들의 확장 같습니다.
전혜린의 부친인 전봉덕은 1910년생으로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재학 시절 고등문관시험 사법과 및 행정과에 합격한 재원이었는데요. 해방 이후에도 육군사관학교 제1기 고급장교반을 거쳐 육군 언병대 부사령관으로 임명되었는데요. 국회 프락치사건과 김구 암살범에 대한 사건도 맡는 등 친일의 때는 벗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부유한 전혜린이었기에 일본을 거치지 않고 직접 유럽으로 유학 가는 길을 택했는데요. 저자는 부잣집 딸내미의 교양있는 공주 코스프레라는 시각에 대해 시대와 공간을 배려한 교정대상이라고 합니다.
수필이라는 퍼포먼스가 직접 호소할 수 있는 형식이었고 엣세이가 동양인에게 극히 알맞은 문학 형식이었던 것도 그가 수필로 이지와 정의를 호소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책에는 번역가의 삶으로서의 전혜린과 해외 유학자로서의 삶, 유학 시절 고단한 삶이 그의 정신에 미친 영향도 있네요.
어쨌든 전혜린은 번역가로서의 삶, 수필가로서의 삶으로 마감되었지만 아직도 소설가로서의 꿈을 꾸지 않을까요.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명같은 변호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