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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다리가 부러진 날 - 숭민이의 일기(아님!) ㅣ 풀빛 동화의 아이들 26
이승민 지음, 박정섭 그림 / 풀빛 / 2017년 3월
평점 :
내 다리가 부러진 날/이승민/박정섭/내 인생이 도가 튼 날
내 인생에 다리가 부러진 날을 무엇에 비유하고 싶을까.
남자 아이라면 내 인생에 다리가 부러진 날이 많았을 텐데. 어쩌면 그런 날이 내 인생에 도가 튼 날이 아닐까. 왼쪽 다리가 부러졌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것들을 봐 준다는 사실을.
일기의 내용은 이런 거다.
왼쪽 다리가 부러졌다. 그리곤 그날로부터 일기를 썬다. 일기는 이른바 특별한 이유에서 쓰는 것이다. 찻길을 건널 때는 파란불이 켜져도 좌우를 살피고 건너라는 말을 하던 동규를 잊어서 일까. 그날은 그 이후의 흔적이 오락가락 하다. 어쨌든 병원에서 의사는 내 왼쪽 종아리가 부러 졌다고 말했다. 그리곤 깁스를 했다. 엄마와 아빠는 쾌유를 빈다고 했다, 그렁게 내 깁스에다 메시지를 남겼다. 모두 한마디씩 남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백절불굴이다. 웬 낮선 할아버지가 남긴 글인데, 백절불굴은 백 번 껶여도 굽히지 않는다는 말이다.

유명세란 이럴때 있나 보다. 왼쪽의 깁스로 인해 담임 선생님은 불편한 것이 있으면 당번에게 부탁하라고 했다. 점심시간에 나의 연필이 하필 그 옆에 떨어졌길래 주워달라고 했더니, 내가 니 꼬붕이냐? 며 째려 봤다. 당번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닌가 보다.
부러진 다리로 다니던 날, 백정민을 좋아하던 성기성이를 마주한 날이다. 나는 백정민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지만 백정민이 준 빵이 성기성에게 빼앗겨 버렸다. 그녀가 준 빵은 그만 먹는 걸까, 하여튼 백정민의 빵은 그렇게 돼 버렸다,

다리를 다친 날 증에 가장 큰 날이 그런 게 아닐까, 엄마가 지유를 데리고 4시간 동안 집을 비운다는 것이다, 나는 pc방이다. 엄마가 최대한 빨리 돌아온다고 했으니 나도 최대한 돌아와야 한다. 평소 걸리는 시간보다 몇 배로 걸리는 지를 체크해야 한다. 하지만 그날은 웬 할머니를 데리고 한의원으로 향했고 결국 들통나고 말았다. 가까스로 나와서 pc방문을 열자 동규가 나를 먼저 발견했다. 동규의 이야기로는 한 시간 전에 스피드 pc방에 있는 아이들과 쳐들어와서 승부를 한다는 것이다. 일곱게임에서 먼저 네 게임을 이기는 것이다. 일단 핫팩으로 손가락을 따뜻하게 한 다음에 경기를 시작했고 나는 내리 승리 했다, 내 덕분에 우리 팀이 승리를 하자 우리 pc방 애들은 환호를 질렀다. 나의 승리는 강점이었지만 그 이후로 성기성을 피할 수 없었다. 성기성은 다른 pc방소속이었으니까.
내 다리가 부러진 날 중 이보다 더한 날이 많을 것이다. 어쩌면 내 인생의 도를 튼 날이 아닐까, 어쩌면 내 다리가 부러진 날이 내 인생의 역전을 기져온 날은 아닐까. 운 없는 숭민이의 인생 역전 낙서 일기를 보니 내 생의 인생을 역전시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