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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통령들 -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모른다
강준식 지음 / 김영사 / 2017년 2월
평점 :
대한민국의 대통령들/강준식/김영사/한국의 대통령사를 보니, 더욱 고민이...
요즘 대통령 자격에 대한 생각과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 고민이 깊다. 정치로 단련된 오랜 정치꾼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까. 서민의 마음을 뼛속까지 아는 흙수저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까. 경제에 관통한 경제인이 좋을까. 아니면 컴퓨터 백신으로 국민에게 도움을 준 이가 좋을까. 그도 아니면 외교나 무역에 강한 대통령을 뽑아야 할까. 언론은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해줄까. 믿고 뽑은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업무를 제대로 수행해 줄까.
이 책은 이런 고민에서 읽은 책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사를 담았기에 방대한 분량이다. 1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18대 박근혜 대통령, 내각책임제 하의 장면 총리까지 모두 12명의 역대 최고 권력자의 정치 인생과 정책, 이에 대한 객관적 자료와 분석이 담겨 있다. 읽으면서 파란만장한 대한민국의 역사와 대통령 수난사를 함께 접했기에 더욱 혼란스러운 느낌이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 내각책임제의 장면 총리, 영국 유학으로 영국 신사의 이미지를 지녔던 윤보선 대통령, 군사쿠데타로 기나긴 독재를 했던 경제개발의 주역 박정희 대통령, 계엄령 선포와 광주민주화운동을 지켜봤던 최규하 대통령, 또다른 군사정권 전두환 대통령, 친구의 뒤를 이은 군인대통령 노태우, 문민정부를 내세운 김영삼 대통령, 야권에서 정치의 중심으로 옮기며 끝내 권력을 잡은 김대중 대통령, 서민의 꿈을 보여준 노무현 대통령, 상인 정치가의 모습을 보여준 이명박 대통령, 2세정치의 의전기술을 보여준 박근혜 대통령 등 우린 그동안 다양한 유형의 정치 권력자를 체험했구나 싶다. 시대적 상황의 어려움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 부족이 원인이었겠지만 늘 권력자의 부정부패나 정치 불안도 경험했던 나라였구나 싶다. 최고권력자의 공과를 보니 앞으로는 어떤 대통령이 최선의 선택일지 더욱 고민이 커진다. 누굴 대통령으로 뽑아야 대한민국 호를 정직하고 건강하게 잘 이끌어갈까.
책을 읽으며 그동안 잘 몰랐던 정치 지도자들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은 초대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을 국제적으로 승인 받도록 노력했다는 점, 반공을 기치로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점은 가장 큰 공이 아닐까 싶다. 그가 미국 유학과 오랜 미국 생활로 미국 정치와 국제 정치의 묘미를 알았기 때문일까. 한국이 받은 국제 승인 덕분에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때 유엔군 파병 등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재 빈곤 현상을 겪던 시절이었기에 친일파를 장관직에 올리거나 반민 특위를 해체하는 등 친일파 척결보다 친일파 인재 등용에 앞장섰다는 점은 가장 큰 오명일 것이다. 그는 임시정부시절부터 최고 권력에 올랐던 대통령이지만 결국엔 망명길에 올라 해외에서 일생을 마친 불운의 대통령이다.
역사책에서 짧게 만났던 장면 총리는 부드럽고 너그러운 카리스마를 지녔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우유부단하던 권력자였다. 민주정체성을 배앗긴 민주정치인이었다. 그는 학생들의 4·19혁명의 결과로 내각책임제 하의 총리가 되었지만 취약한 정보 관리와 안보불감증으로 군부 쿠데타의 희생양이 되었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의 첫 사례일 것이다.
가장 최근의 지도자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다른 책을 통해 읽은 내용들이지만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2세 정치의 주역인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독재와 기업 갈취, 불통을 배웠던 걸까. 선대로부터 정치를 배웠기에 가장 정치를 잘 할것이라는 추측과 부모님을 배신의 총탄으로 잃었다는 연민이 그녀를 선거의 여왕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추측과 연민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이었는지를 요즘 국정농단과 탄핵정국을 보며 절절히 느끼고 있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권력의 중독성에 끌렸던 대통령 11명, 내각책임제 하의 국무총리까지 모두 12명에 대한 정치지도자 보고서다. 2011년에 낸 이전의 책에서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추가한 개정본이다. 해서 정치 권력자의 탄생, 그들의 공과, 시대적 역할을 돌아보는 책이다. 저자는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쓰기위해 각종 자료와 인터뷰 자료, 현장 취재기 등을 참조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더욱 드는 의문은 이런 거다. 청와대에 입성하기만 하면 왜 모두들 처음 마음과 달라지는 걸까. 처음과 달라진 입장과 행동들을 가능하게 한 힘은 대통령의 제왕적 지위 때문일까. 만약 입법부와 사법부가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삼권분립 기능을 제대로 했다면 이런 국정농단이 가능했을까. 언론이 제 역할만 했더라도 이런 일은 불가능했을 텐데....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결과는 언제나 국민 전체의 손해로 남고 이 땅의 비극으로 남은 것을 본다. 그렇기에 이런 비극을 끝낼 방법에 대한 고민도 깊다. 그래도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선거일텐데......
선거 시기가 오면 늘 고민이었지만 요즘처럼 깊은 고민에 빠진 적은 없다. 국민과 결혼하겠다던 대통령을 뽑았더니 국정농단의 주역인데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보다 핑게를 대며 말을 바꾸는 것에 대해 실망이 크기 때문이다. 2세 정치의 주역인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서 선대로부터 배웠기에 정치를 잘 할것이라는 추측이 얼마나 위험한 오해였는지 절절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될까.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한 실천이 있는 대통령, 외양과 내실이 있는 대통령, 부정부패가 없이 모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깨끗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대통령을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에 고민이 깊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