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말 - 언어와 심리의 창으로 들여다본 한 문제적 정치인의 초상
최종희 지음 / 원더박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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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말/최종희/원더박스/문제적 정치인의 비정상적 언어 분석...

 

 

 

 늘 말의 중요성을 인식하기에 아나운서나 기자들처럼 말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말은 그 사람의 얼굴이고 생각이고 정신이니까. 말은 외모 만큼이나 그 사람의 매력 자본이기도 하지만 반감의 자본이기도 하니까. 

 

요즘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 말 수준이나 거짓말, 변명 등을 접하며  이들이 비정상 언어를 쓰는 배경과 원인이 궁금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주변 사람들인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 김경숙 등의  말 바꾸기와 거짓말도  상식 이하이지만 대통령의 비논리적 변명이나 거짓말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의 품위와 맞지 않았기에 더욱 충격을 받았다. 해서  박근혜의 말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이 궁금했다.

 

 최근에 『박근혜의 권력중독』을 읽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언어 수준이 '베이비 토크 수준'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이 책에서도 박 대통령의 언어 수준이 그렇다고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의 언어 수준이 그 정도로 저급한 수준인 줄 그동안 아무도  몰랐을까. 알았다면 왜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을까. 그런 언어 수준이면 정신도 그러하지 않겠는가. 미리 알았더라면 박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이 되진 못했을 텐데. 그녀의 유아적 언어에 대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나. 

 

 

박근혜의 언어는 사실상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유아적 언어이고 심리적 갈등과 이중성을 담고 있는 분열의 언어이며 교양이나 품격과는 거리가 먼 저급한 언어이다. 그러나 이런 점들은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24쪽)

 

 

박근혜의 언어는 누구도 체험하지 못한 그녀만의 특수한 삶에서 시작되었고 최태민 가족을 만나 그런 삶이 심화되었다고 한다.  20년 간 청와대에서 살았던 특별한 삶, 경호와 지시, 강요에 익숙한 삶이 또래와의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못했고 폐쇄적인 생활로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거치지 못했던 때문이었다.  

 

심지어 짧은 말은 자신을 국민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로 간주하는 심리가 바탕에 깔려 있다. (27쪽)

 

 

박 대통령의 말은 앞뒤가 잘린 짧은 말이다. 저자는 박근혜 식 어법인 주어가 생략된 말은  통제되고 계산된 언어성형이라고 한다. 또한 박근혜의 말은 지시적인데. 이는 20년 이상의  의전 중심의 생활이 가져다 준 것으로 책임을 남에게 미루는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한다. 이런 불완전한 언어 습득의 배경은 박근혜의 사회화 과정이 비정상이었기 때문이고 그런 비정상적 사회화가  비정상 언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정치 행위 또한 언어에 크게 의존하지만, 박근혜는 정치인 시절 내내 언어 성형 정치를 해 왔다.

언어 뒤에 숨어서 본 모습을 가리고, 진실을 은폐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성형해 왔다. 국민은 그런 모습에 속아서 표를 줬다. (7쪽)

 

 

그동안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앞이나 뒤가 생략된 짧은 말이 소통 부재나 능력 부족, 대면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말인데도 대단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심지어는 그 짧은 말에 심오하다며 함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으니 기가 막힌 일이다.

 

 

 

 

 

 

 

 

 

 

 

 

 

  저자가 분석한 박근혜의 어법을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그랬다면 절대 표를 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저자가 분석한 박근혜의 말을 보자.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에 아직도 베이비 토크 수준이다. 심리적 갈등과 행동의 이중성이 담긴 분열적 언어다. 교양이나 품격과는 거리가 먼 저급한 언어다.

박근혜의 말에는 리더로서의 덕목인 소통, 포용, 통합 등의 말과 행동과는 거리가 먼 군왕적 어법이고 부정적 감정어인 '으르렁 말'이 많다고 한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지시어로 상대를 겁박한다. 대면보다 전화로 버럭하는 전화통 싸움닭 어법이다. 모두들 아랫것으로 보는 불통 군왕의 어법이다. 무지에서 오는 말도 되지 않는 오발탄 어법이다. 우주나 정성, 혼을 강조하는 영매어법이다. 대중을 속이는 피노키오 어법이다.  인혁당을 '민혁당'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지하경제 활성화'로, 솔선수범을 '솔선이 수범해서'로, 누에가 나방이 되어를 '누에가 나비가 되어'로 말할 정도로 무지가 드러난다. 이는  TV를 즐기고  책을 피한 탓이다.  박근혜는  최태민과 만나면서 영매어법을 자주 사용했다. 최태민과 관련된 질문만 나오면 '천 벌을 받을 것'이라고 발끈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자신을 빼고 아랫 것들이 노력해 줄 것을 요구하는 불통 군왕적 어법은 최근의 대국민 담화에서도 드러났다. 사과할 줄 모르고 핑계를 대거나 동문서답하는 유체이탈 어법 역시 최근의 담화를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다.  거짓말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기 보다 자기 합리화를 하려고 말을 바꾸는 것도 유체이탈 어법이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배신감에 민감하게 된 생활, 타인을 아랫것으로 보는 시선의 습관화는 박근혜의 말에 가장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머리 손질 하나, 은행 업무 등 어느 것도 자신의 힘으로 해 본적이 없을 정도이니 어찌 국민과의  타인과의 공감대 형성을 할 수 있을까. 수수한 듯 하던 옷차림이나 스스로 한다던 머리손질도 알고 보니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였고 전문가의 손길에 의존하며 살았다니 배신감에 치가 떨린다.  

 자신에게 배신감을 주면 일의 옳고 그름을 떠나 모두 나쁜 사람으로 지목해 내동댕이쳤다니 책을 읽을수록 배신감과 분노, 수치심이 일어난 독서다.

 

 

 거짓말도 정도가 있고 배신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 박근혜의 말은 거짓말과 배신의 정도를 넘어섰다. 

 선거 전에는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며 애국심에 호소하던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알고 봤더니 거짓과 배신의 상징이었다. 그녀를 아는 이들은 이전부터 대통령 자질이 없음을 이야기 했다는데 어찌하여 전 국민은 감쪽같이 속았을까. 곰곰 생각해 보면 박근혜의 말에는 구체적인 말보단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말이 많았는데 말이다. 국정농단이라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대통령의 말에 대한 분석을 했을 언론들의 함구에도 책임이 있고 선거의 여왕의 진실을 알면서도 표를 얻기 위해 침묵했던 정치인들의 암묵에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어떤 말을 사용하느냐가 늘 소소한 거짓말을 하는 인생이지만  남을 해하거나 진실을 왜곡하는 거짓말은 문제적 인간을 만든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던 대통령이, 배신을 싫어한다던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일삼고 국민에게 배신감을 주었다. 잔인한 대통령이다.

 

 

 저자인 최종희는 우리말 연구자, 언어와 생각연구소 공동 대표다. 5년 여를 대통령의 언어자료를 모으던 중 박근혜의 어법에 심각한 하자를 발견했고 이 책을 수정보완하는 사이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고 한다. 인간 박근혜의 베이비 토크가 탄생된 배경과 정치인 박근혜의 언어 성형 과정을 분석하면서 그 내면을 들여다 본 책이다. 정윤회 문건이 터졌을 때 이 책이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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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6 13: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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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6 13: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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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6 15: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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