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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제16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신동옥 외 지음 / 새봄출판사 / 2016년 10월
평점 :
2016 제16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신동옥 외/새봄출판사/시가 읽히는 감성 하루~
오랜만에 읽은 시다.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이기에 시의 수준이나 시의 감성이 모두 특별하고 세련된 시들이다.
노작문학상은 2002년 제1회 수상자인 안도현 시인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16년동안 이면우, 문인수, 문태준 등 수많은 시인들에게 창작의 기운을 북돋운 문학상이다. 알고 보니, 1920년대 대표적인 근대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쓴 노작 홍사용의 시 정신을 기린 문학상이다. 시인의 고향인 화성시에서 후원하고 1년 동안 지면에 발표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가장 탁월한 작품 활동을 펼친 시인에게 수여하는 문학상이다. 그렇기에 수상자의 면면이나 수상작품의 수준이 더욱 대단해 보인다. 말로만 듣던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이 실린 책을 처음으로 읽으며 시인의 언어적 감수성이 남달라 보여 읽는 내내 감동과 감탄을 쏟아내게 만든다.
저 닫힌 수면 아래
화택이 한 채
죽은 것 산 것 몽땅 다 저 속에 있다
온몸에 뼈란 뼈는
죄 부서져
불로 돌아가고 바람에 흩어져라
눈보라 치듯 휘돌다가
피리 소리를 내며 빨려든다
소용돌이친다
- 수상자 신동욱의 <저수지>중애서
저수지를 만들려면 저지대에 사는 한 동네가 물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 속에 어린 시절 추억이나 희노애락의 사건들이 집과 가제도구와 함께 침몰하는 형국이다. 저수지의 한 부분이 된 물 속에 잠긴 집터 위를 노를 저으며 배를 타는 기분이 이런 걸까. 이렇게 상상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앨리스가 토끼굴로 들어가듯 회오리 바람을 느끼지 않을까.
아름다운 시를 얻은 밤에는 울음도 없이 흐느끼는 꿈을 꾸었다. 먼 곳에서 문장을 쫓아 말을 달려온 이 하나, 인적이 드문 꿈의 빗장을 밀다가는 두드렸다. 그는 빗장을 풀고 어스레한 바다를 만난다. 비단 물결 위로 바람 한 점 일지 않고 어디선가 피리 소리 잦아든다, 새는 물가 가지 위에 잠들고 달은 낮 동안 빌려 온 빛살을 되쏘며 빛나고. -수상자 신동욱의 <퇴고> 중에서
시를 쓰고 소설을 쓴다는 건 마음을 담은 맛깔스런 언어를 낚고 현실을 담은 좋은 문장을 낚는 재미도 한 몫 하지 않을까. 그렇게 좋은 시나 소설을 얻은 날이면 감격의 환희보다 더한 격한 울음을 울지 않을까. 마치 광복의 순간적 기쁨처럼 두 팔 벌려 만세를 부르며 감격의 눈물 흘리지 않을까. 시인이든 소설가이든 매일 보석 같은 어휘를 찾고 감동의 문장을 찾아가는 길이기에 탐험가의 기질이 다분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꿈에서도 언어 탐험가이자 문장 탐험가의 꿈을 꾸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는 수상자 신동욱의 5편의 시편들, 수상시인 신동욱의 대표작 10편, 추천우수작으로 김근, 김성규, 김중일, 안상학, 오은, 정병근, 하재연, 허연 등의 시들도 만날 수 있어서 메마른 감성이 시적 감성으로 촉촉히 젖은 하루다. 모두 잘 모르는 시인들이지만 이 땅 어디에선가 오늘도 시심으로 감성의 언어들을 조련하거나 보석 같은 문장을 수색하고 있지 않을가 싶어서 시인의 하루도 언어적 중노동 같다,
노작 홍사용의 시 정신을 기리는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을 통해 시의 매력에 푹 빠진 하루다. 무지하고 메마른 언어를 함부로 사용하다가 삶을 형상화 한 시인들의 세련된 문장을 접하니 언어 사용이 조심스럽고 조금은 우아해져야겠구나 싶다. 넘쳐나는 감정 과잉을 인간이 아닌 글로 형상화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 밤엔 나도 시인이로소이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