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장사꾼 - 로알드 달의
로알드 달 지음, 김세미 옮김 / 담푸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초콜릿 장사꾼/로알드 달/담푸스/냉동 정자은행을 위한 초콜릿~

 

 

 

 

2016년은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등 로알드 달의 작품을 읽다가 보면 그는 이야기를 만드는 천재가 아닐까 싶었다. 황당하고 허황되지만 매력적인 문장과 이야기를 버무리는 능력에 늘 감탄했는데. 이번에도 과연 로알드 달 답다. 이렇게 희대의 뻔뻔 사기꾼 캐릭터를 만들어내다니.

 

 

 

최고의 풍류객이자 바람둥이, 곤충수집가인 오즈월드의 일기엔 그가 엄청난 부를 축적한 비밀이 담겨 있는데. 과학도인 오즈월드가 수단 가뢰라는 작은 곤충의 분말로 신비의 명약을 만들었고, 그 분말이 든 초콜릿을 프랑스 외교가에 팔면서 부자가 된 이야기가 황당하지만 재치있다. 초콜릿 판매에 만족하지 못한 오즈월드는 위즐리 교수와 학부생인 야스민과 함께 가뢰 가루의 위력을 이용해 냉동 정자 은행을 만들어 큰 부를 챙기는 이야기엔 유럽의 국왕들, 당대 최고의 예술가와 학자들이 등장하기에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매력도 있다.

 

유럽의 귀족들에게 가뢰가 든 초콜릿을 먹여 고도의 황홀경과 기쁨을 고객에게 전파하며 부를 쌓던 오즈월드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 교수인 위즐리와 학부생인 야스민과 함께 가뢰 가루의 위력을 이용해 유럽 명사들의 정자를 채취해서 정자은행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들은 스페인 국왕인 알폰소를 시작으로 노르웨이 호콘왕,  그리스, 덴마크 왕 등 왕의 정자 채취는 기본이다. 르누아르, 모네,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마티스, 보나르, 뭉크, 브라크, 프루스트, 로렌스, 푸치니, 니진스키, 아인슈타인, 토마스 만, 키플링, 아서 코난 도일, 버나드 쇼, 피카소, 프로이트 등 세기의 예술가들과 학자들의 정자를 손쉽게  채취하게 된다. 물론 모두 가뢰가 든 초콜릿 덕분이다.  수단에서만 사는 작은 희소성이 있는 가뢰가루가 든 초콜릿을 먹고 약효가 발하게 되면 남자든 여자든 귀족이든 왕이든 누구나 그들의 눈은 정욕에 휩싸여 희번덕거리고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지경에 이기에. 

 

   

 

 

 

 

 

 

 

200년 이상에 걸쳐 푸치니 가문의 남자들은 최고 수준의 음악적 재능을 자녀에게 물려줘 왔던 것이다.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푸치니 빨대는 말도 못하게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터였다. 나는 보통 때처럼 쉰 개가 아니라 백 개를 만들기로 했다. (263쪽에서)

 

 

수단의 한 나무에서만 사는 작은 곤충을 가루로 만든 가뢰 가루와 냉동 보관 기술을 개발한 정자은행을 무기로 위즐리 교수, 야스민, 오즈월드 삼촌이 벌인 정자 채취기.  전 유럽을 떠돌며 상류층을 농락하는 이야기. 유럽의 왕족과 유명 예술가, 학자, 과학자들의 정자은행, 삼인조 사기꾼의 정액 장사 등 다소 더티하고 뻔뻔한 주인공들의 이야기지만 빨려든 독서다. 엄청 황당한 이야기를 잘도 주무르고 부풀려 결말로 연결짓는 로알드 달의 이야기 솜씨에 읽는 내내 사건의 결말이 궁금했던 소설이다. 참고로 초콜릿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먹여선 안 될 초콜릿이다. 제목에 끌려 아이들로 하여금 읽게 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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