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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마녀가 있다고? - 편견과 차별이라는 오래된 인류의 전염병, 마녀사냥 ㅣ 사계절 지식소설 12
이경덕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평점 :
아직도 마녀가 있다고?/이경덕/사계절/마녀사냥은 지금도...
마녀사냥은 듣기도 거북한 단어다. 옳고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사고와 다름은 틀림을 넘은 죄악이라는 미친 신념이 만든 기득층의 폭력이기에. 중세유럽에 광풍처럼 몰아쳤던 마녀사냥의 역사가 다른 형태로 변형되어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기에 말이다. 마녀사냥의 역사는 인간 본성의 악랄함의 극치인 듯 싶다. 이런 인간 본성의 악함을 유전자 변형으로 사멸시킬 수는 없을까. 마녀사냥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기에.
마녀사냥의 절정기는 종교가 지배하던 중세 유럽이다. 이 시대에 나온 『마녀의 망치』은 마녀 사냥의 교과서가 된 책이다. 1484년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는 독일의 상황을 거론하며 주술로 인한 범죄를 막으라는 교서(칙령 숨미스 데지데란테스)를 내렸는데, 이 교서를 계기로 독일의 이단 신문관인 하인리히 크라머는 마녀 심판에 대한 책을 썼다. 크라머는 책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거짓으로 명성이 있던 슈프렝거 신부를 공저자로 기록했고, 이에 더해 쾰른 신학 교수들의 인정을 받았다고 거짓 서명과 거짓 추천사도 넣었다. 당시『마녀의 망치』는 출간되자마자 교황청의 은밀한 지원을 받은 것은 물론 황제의 지지까지 받았다. 그 이면엔 정치적이거나 종교적 이익을 얻으려는 교황과 황제의 욕망이 있었고 크라머의 마녀사냥에 대한 미친 신념도 있었다.
마녀사냥의 이념과 논리, 마녀를 가려내는 법, 마녀를 신문하는 법, 마녀에 대한 사법적 절차를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한 이 책으로인해 아이든, 여자든 마녀사냥의 올가미에 걸린 억울한 이들은 신의 심판이라는 명목으로 무참히 죽임을 당했다.
어이없게도 마녀사냥의 역사는 『마녀의 망치』이 발간되기 전부터다. 갈등과 다툼에 대한 해결책을 대화와 합의로 하지 않았던 인간은 상대방이나 약한 이들에게 마녀의 굴레를 씌우고 사회에서 추방하거나 사형을 시킴으로써 사회적 안정을 찾으려고 했다. 특히, 잔다르크에 대한 마녀사냥은 가장 역사적인 마녀사냥일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백년전쟁에서 17세의 나이로 프랑스 군대를 이끌고 승리를 한 잔다르크였지만 그녀는 영국에 포로가 되면서 마녀 사냥으로 화형을 당했다.
종교에 반하는 지동설을 내세우면서 사형의 위기에 처했지만 자신의 신념을 철회하면서 죽임을 면했던 과학자 갈릴레이. 하지만 지오다노 브루노는 지동설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철회할 수 없었기에 죽임을 당했다. 마녀사냥이 여자와 아이, 과학자나 철학자에 그치지 않았던 이유엔 종교와 과학, 철학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책에서는 주술과 종교, 과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나와 있다. 과학과 철학의 차이도 나와 있기에 갈릴레이와 브루노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다.
아직도 마녀가 있다고? 물론이다.
인간이 생존한 이래로 희생양은 있었고, 관동대지진 때는 조선인에 대한 먀녀사냥도 있었고, 현대 사회에서도 학교나 직장에서의 왕따는 지속되고 있으니까. 사회적 불만이나 분노를 누군가에 덧씌우는 마녀사냥. 마녀에 대한 낙인은 세월을 따라 진화되고 변형되면서 지속되고 있기에 인간성이나 군중심리에 대한 희의가 든다. 인간은 왜 이렇게 악할까. 군중의 힘으로 마녀사냥을 막을 수는 없을까. 다름이 틀림도 아니고 죄악도 아닌데 말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는 정녕 꿈이고 이상일까. 유전자변형으로도 인간의 악한 본성을 제거할 순 없을까.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