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과 신화
한승원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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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과 신화/한승원/예담/등단 50주년 자전 중단편집, 매력적이다~

 

 

 

 

 

 

야만과 신화. 야만이란 미개하고 문화수준이 낮다는 의미다. 신화란 고대로부터 내려온 사유와 표상이 반영된 영웅담이나 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신비로운 이야기다. 우리문학의 거목인 소설가 한승원의 등단 50주년 자전 중단편집인 (야만과 신화)를 읽으며 세상을 보는 작가의 시선과 통찰, 사유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저자는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소설가 김동리의 문학수업을 들었고. 1968년  《대한일보》신춘문예에 단편소설(목선)이 당선되면서 작가 생활을 했고 , 이후 50년의 세월동안 고향인 장흥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써왔다고 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작품 중에서 뽑은 중단편소설 12편이 있다. 목선, 갈매기, 어머니, 폐촌, 낙지 같은 여자, 해신의 늪, 해변의 길손, 까치노을 등 모든 작품에 녹아든 일관된 주제가 책의 제목처럼 야만과 신화다.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인간의 폭력성과 남자들의 권위적 태도, 낮은 의식의 성문화와 이기적인 사랑, 여자의 모성에 대한 신화, 삶의 터전이자 죽음의 장소이기도 한 바다의 양면성에 대한 서민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문장과 배경이지만 그 속에 흐르는 야만과 신화의 주제는 현대사회에도 통하기에 뼈저린 공감을 하게 된다.

 처음에 나오는 〈목선〉에서는 김 채취선을 빌리고 빌려주는 과정에서 빚어진 변심, 기혼녀와 기혼남의 일탈, 이웃집 간의 성스캔들이 그려져 있다.

 

한데 이번에 채취선을 빌려 쓰기로 하고 머슴살이를 한 일도 꼭 여우한테 홀린 것만 같았다. 어쩌면 복님이 양산댁으로 둔갑했는지도 모른다 싶었다. (81쪽)

 

여우 같은 양산댁이 또 자기를 꾀고 있나 싶었다. 양산댁을 물속에 처넣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멍청히 양산댁이 바라보는 먼바다의 한 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먼바다에는 한가로운 잔물결의 이랑들이 햇빛을 받아 금빛 고기비늘처럼 반짝거리고, 그 반짝거림 속에 오징어잡이 배들이 장난감처럼 조그맣게 보였다. (34쪽)

 

 

김 채취선을 가진 과부 양산댁과 그녀의 김 채취선을 빌리려고 그녀의 궂은 일을 도맡아하며 머슴 노릇을 해왔던 김 채취 머슴 석주와의 약속 사건. 채취선을 빌리려는 날에 태수의 농간으로 채취선을 빌려주기를 거부하는 양산댁의 변심으로 희망이 무너진 석주의 절망감.   석주가 군대 다녀온 사이에 석주의 아내 복님이 김장수 백철두와 바람이 나고 석주의 채취선을 팔아버리고 도망간 과거사와 양산댁의 농간인 현대사가 겹치면서 깊어진 석주의 분노. 그런 분노 중에도 아름다운 대자연인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분위기를 담고 있다. 인간 관계와 그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 속엔 인간의 야만성과 이기심이 깃들어 있음을,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의 미개함이 약자에게 주는 상처가 잘 그려져 있다. 

 

 

 

 

 

 

 

 

 

 

 

작가  한강의 아버지이기 전에 한강의 문학 스승이었을 저자의 작품을 읽으며 첨단과학이 발달한 지금에도 야만과 신화라는 주제는 여전히 통하고 있음을 절감한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야만의  세상을 보는 저자의 안목에 무릎을 쳤다고 할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야만성은 존재하기에.

 

요즘 한국을 뒤흔들고 있는 국정농단사태를 보며 정치의 야만성을 생각한다. 지도자의 무능력이 미치는 여파,  최씨 일가의 미개함과 야만성, 공적 관계를 무시하고 사적 관계를 이용하는  지도자의 미개함을 생각한다. 비통한 심정이다. 이제 정계의 야만성을 벗어났으면 한다. 전 국민을 우롱해왔던 이들이 스스로 국민의 심판을 받고 모든 사태가 제대로 수습하기를 바란다.  탄핵이든 하야든, 재산몰수든 추방이든, 무기징역이든 사형이든 국정농단의 댓가를 스스로 치렀으면 한다. 더불어 그런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주변의 모든 권력층들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국민에게 용서를 빌었으면 한다. 한국사회가 이런 야만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개인적인 정과 의리보다 규칙과 법규를 지키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끝으로,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국문단의 거목으로 우뚝 섰고 지금도 후학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 거장의 건강을 기원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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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2 2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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