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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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박주영/다산책방/감시사회 속의 부자유한 인생들...

 

 

 

 

첨단과학의 사회일수록 빅데이터, CCTV, SNS에 올려진 정보들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이 소리 소문없이 노출되고 있다. 해서 자의든 타의든 우린 개인과 사회의 감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 좋은 사회를 살기 위한 명목으로 설치된 장치가 개인의 기억이나 생활, 미래를 은밀하게 조작하고 있다면 그런 최첨단기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제 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박주영의 『고요한 밤의 눈』을 보면서 이 사회에 존재하는 비밀과  음모를 가지고 개인이나 사회를 조정하려는 조직이나 개인에 대한 은유 같아서 무섭고 섬뜩하고 소름이 돋았다. 소설 속  스파이들의 삶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서민의 삶처럼 느껴지기에.

 

 

세상을 구원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세계과 타인의 세계인 두 세계를 사는 스파이들. 이들은 소리 소문없이 타인을 감시하거나 타인에 의해 감시당하다가 삶을 마감한다. 때로는 누군가 자신의 기억을 잃게하거나 실종의 방법으로 조정당하거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이름으로 살기도 한다. 그렇기에 스파이 세계에 들어선 이상  이들에겐 긴장 모드가 감정이고 그런 감정이 일상적이다. 긴장을 놓치는 순간 이들은 제거의 대상이고 미래는 암울해진다.

 

 

소설 속 스파이들의 삶은 이렇다.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나 히피같은 부모님을 둔 탓에 호적 신고도 안 된 자매들. 7세에 입양을 가면서도 언니만 호적에 올라 공식적인 삶을 살지만 자신은 비공식적인 삶을 사는 동생 D. 하지만 언니의 갑작스런 실종으로 언니 대신에 정신과 병원을 운영하며 미치기 일보 직전의 비밀환자를 만나게 된다. 그러다가  다른 스파이 X를 만나게 된다.

 

 

내가 사라지더라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찾지는 마. 그래봤자 소용없는 일이야. (19쪽)

 

 

10개월 간 혼수 상태로 있다가 병원에서 깨어난 이후로 이십대 이후의 기억을 상실하게 된 스파이 X. 그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아 헤메다가 다큐멘터리 작가인 스파이 Y를 통해 자신의 기억을 찾고자 애쓴다.  한편, X를 감시하며 대학 친구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은 Y는 사람을 사라지게 하고 기억을 지우는 스파이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A면허를 따고 승진하려는 욕망이 가득하다. 

창작지원금을 받으며 근근히 소설 창작에 매진하는 Z는 누군가의 감시를 받고. 우아하게 혁명을 생각하는 중간 보스급 B는 야망과 넋두리의 경계를 살고 있고. 

 

 

누군가 내 기억을 지웠다면 그 이유는 뭘까. 태어날 때부터 상류층이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르조아였고 어른이 돠어서는 영혼까지 자본주의자였던 내가 과연 작정하고 내가 속한 세상을 벗어나려고 했을까. 도대체 그렇게 해서 무얼 할 수 있다고 믿었을까. (249쪽)

 

 

 

 

 

 

 

 

 

 

 

 

고요한 밤의 눈!

이 책은 감시사회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생인 스파이 이야기지만 현실에 대한 풍자다.

이 세상엔 소리 없이 타인의 감시를 받거나 타인을 감시하기도 하니까. 누군가에 의해 조정당하거나 누군가를 조정하기도 하고, 이런 감시사회 속에서도 성공을 위해 자신과 타인의 삶을 동시에 사는 이도 있을테니까.

 

 

차가운 심장의 킬러들, 은퇴 후 소모품이 되는 스파이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인물로, 죽은 자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역할로 살아가는 스파이들의 세계,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 음모와 비밀을 가진 스파이 세계, 모두 현 시점에서 유의미한 이야기다. 어쩜 요즘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최**와 정** 두 모녀의 정권 유린과 사회에 대한 횡포에 대한 비유와  유사할까 싶다. 공교롭게도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하나같이 정권의 비선실세라는 힘에 조정당한 대한민국 국민의 처지와 흡사하기에. 그러니 이 소설은 스파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스럴러가 아닌 감시사회, 조정되는 사회에 대한 풍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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