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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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히가시노 게이고/재인/원전에 대한 불감증을 경계하라...

 

 

 

 

 

일본의 대표 추리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일까요? 그는 늘 다른 주제를 다른 시각으로 풀어내는 재주가 남다르기에 말입니다. 

 <천공의 벌>은 그가 20여년 전에 쓴 작품인데요.  이 작품은 요즘 문제시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를 20년 전에 다뤘다는 점에서 놀라웠답니다. 더구나 지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드러난 원전의 문제점을 이미 예견한 듯한 내용이었기에 더욱 경악할 수준이었는데요.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정부측의 가면과 그런 정부의 홍보만 믿고 원전의 문제점을 의심조차 하지않는  침묵하는 군중, 무관심한 국민에 대한 경계 같아서 섬뜩하기도 했습니다.

 

 

천공의 벌!

어느 날, 일본 군수공업의 항공 부문을 담당하는 니시키 공업의 제3격납고에서  일본 자위대에 납품할 거대 전투 헬기인 '빅 B'를 최종 영수 비행을 앞둔 시점에서 누군가에 의해 도난 당하게 됩니다.  출입자에 대한 검시와 경계가 엄중한  장소인 격납고에서 누군가가 거대 헬기를 훔쳤다는 것도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자칭  '천공의 벌'이라는 범인이 헬기에 폭발물을 적재한 채 헬기를  무선원격조정으로 바꾸고, 원자로 위의 상공엔 비행물체를 띄울 수 없다는 법규를 무시한 채 고속 고속 증식 원형로인 원자로 '신양' 상공에 거대 헬기를 띄웠다는 건데요.  범인은 정부를 상대로 전국의 원자로를 폐기하지 않으면 헬기를 추락시키겠다는 협박까지 했고, 설상가상으로 헬기 안에는 아빠의 헬기시험비행을 보고자 격납고에 온 연구원 아들이 타고 있다는 겁니다. 더구나  일본 원전 모두를 폐기하는 과정을 TV로 생중계 해서 전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하라는 범인의 요구에 원전 주변은 물론 전국이 어수선해집니다.

 

 

 

 

 

 

 

 

 

 

 

누가 무슨 이유에서 정부를 상대로 '원전 폐기'라는 빅딜을 하고 있는 걸까요? 정부가 말한 대로 원전 위에 헬기가 추락해도 심각한 방사능 유출은 없는 걸까요?

 

소설에서는 전 국민을 볼모로 한 원전 사태에서  정부와 범인이 실랑이를 하는 동안 경찰은 물론 자위대, 정부, 소방당국, 지방 자치 단체, 원전 기술자, 헬기 기술자 등 관련자 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과정들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어요. 저자의 이전 작품과는 달리 소설 중간에 범인들이 노출되면서 극의 긴장감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범인들을 추적하는 경찰과 자위대, 원전 관계자의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는 것은 새로웠습니다. 

범인은 대개 주변의 전문가이거나 원전이나 조직에서 상처 받은 이들일 텐데요. 그런 범인이 주변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알아채지 못하는 관련자들의 무심함에 답답하기도 했던 소설입니다.

 

전국을 소용돌이로 몰고간 헬기 도난과 원전 사태, 범인이 보내오는 실시간의 메일과 전국의 원전 폐기에 대한 실시간 중계, 원전 주변에 살던 이들의 긴급 피난, 이런 혼란 속에서도 쇼핑을 즐기며 사태에 무관심한 시민들 반응 등을 보며 우리의 원전을 안전한가, 원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얼마인가, 원전에 대한 진실을 얼마나 알고 있나?를 생각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고속증식로의 문제, 노심 붕괴 사고, 나트륨 화재, 방사능 노출의 위험 등 평소에 무심했고 무지했던 원전에 대한 문제점과 경각심을 일깨운 소설이었습니다. 가면을 쓴 정부 관계자들의 기만성, 사회의 문제에 침묵하는 군중의 무책임을 경고하는 책이었어요.

 

 

 

체르노빌 원전 사고나 후쿠오카 원전 사태 이후로 세계는 원전을 중지하는 추세인데요. 안전성보다 정치적인 문제로 원전이 중지되고 있거나 일반인들은 정부의 원전의 안전성 홍보를 의심 없이 받아들여 원전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줄 모른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일깨운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670여쪽의 긴 글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특유의 스릴과 긴박감에 술술 읽힌 책입니다. 원전에 대한 불감증을 경계하게 하고, 에너지 생산과 소비 문제를 돌아보게 한 소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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