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쿠아리움
데이비드 밴 지음, 조연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아쿠아리움/데이비드 밴/아르테/내놓은 작품마다 문학상을 받는 작가의 수족관이야기~
세상은 겨대한 아쿠아리움처럼 행동 반경이 한정되어 있는데요. 인간은 물고기들처럼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이 먹을 수 있는 먹이를 탐하다가 대를 이은 후 사멸하는 존재인데요. 아쿠아리움 같은 세계를 유영하는 인간의 불안전을 생각하니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인간의 불안함이, 할 줄 아는 것보다 할 줄 모르는 것이 많은 인간의 무능력과 무지가 인간세계를 다툼과 전쟁, 욕망의 노예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쿠아리움!
내놓은 작품마다 문학상을 받는 작가인 데이비드 밴의 이 소설을 읽으며 무지와 불완전, 부족함 투성이의 가족관계를 보며 내 가족을 되돌아봤는데요. 사랑 받을수록 상처를 주기도 쉽고 사랑할수록 상처를 받기도 쉽다는 것을 생각한 독서였어요. 소설 속 가족관계를 보며 슬픔과 아픔으로 다가왔답니다.
화려한 빛을 자랑하는 각양각색의 물고기들이 향연을 펼치는 거대 수족관은 인간을 위해 전시된 배려없는 오락이기에 아쿠아리움 속 이야기는 더욱 고통스런 슬픔이었는데요. 우린 누구를 위해 전시된 아쿠아리움 속을 유영하는 걸까요?
열두살의 소녀 케이틀린은 학교가 파하면 아쿠아리움에서 부두 노동자인 엄마를 기다리는데요. 아쿠아리움에는 개복치, 대구, 고등어 등 흔한 물고기도 있지만 고스트 파이프피시, 버마재비, 해룡, 해마, 폐어. 허밍버드 개구리, 빨간씬벵이, 세점박이씬벵이 등 흔하지 않은 물고기도 있기에 케이틀린은 물고기를 보는 재미에 빠져있었는데요.
어느 날, 아쿠아리움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물고기 감상을 하던 케이틀린은 물고기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친구 같은 노인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케이틀린이 노인과 친하다는 사실을 안 엄마는 노인을 파렴치한 치한으로 몰며 경찰에 신고를 하는데요. 엄마는 아쿠아리움에서 노인과 맞딱뜨린 순간, 그 노인이 자신을 버린 아버지임을 알고 분노합니다. 엄마와 둘 뿐이던 세상에 할아버지의 존재는 케이틀린에게는 기쁨의 존재였지만 엄마에겐 용서 받지 못할 존재였기에 케이틀린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요. 세상에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라지만 어떤 일이 있었기에 자신의 핏줄인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는 걸까요? 겁쟁이처럼 숨는 철부지 허밍버드 개구리 같았던 노인은 겁쟁이처럼 도망쳤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이 버렸던 아내와 딸을 찾아 용서를 구했지만 너무 늦어 버린 걸까요?
나중에 케이틀린도 엄마가 세상의 전부였던 케이틀린도 할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는 엄마, 자신과 샬리니와의 사랑과 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를 용서하기 힘들어 하는데요.
처음엔 자신의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는 엄마 셰리의 모습에 공감이 어려워 감정 몰입이 힘들었는데요. 아쿠아리움 속 낯선 물고기의 삶이 인생 같다지만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요.
아버지로부터 버림 받고 암에 걸린 엄마를 수발하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저당 잡혔던 아이, 아무도 모르는 엄마의 죽음을 혼자서 감내하며 자신의 몸을 팔아 생존해야했던 소녀. 그런 소녀에겐 아빠에 대한 원망이나 세상에 대한 원망이 깊은 수족관보다 더 깊이 새겨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겪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삶의 무게라지만 어린 아이가 겪기엔 너무나 힘겨웠을 상황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기에 소설이 현실이 아니라 소설로만 끝나기를 바라기도 했는데요.
소설을 읽으며 모두 제각각의 삶을 살기에 타인의 삶에 공감한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셰리가 느꼈을 지독한 고통과 외로움을 감히 짐작하지는 못하지만 사랑과 상처는 종이의 양면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곪은 상처를 내내 안고 살아온 엄마의 인생을 그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요. 그래도 상처이자 상처를 건드리는 대상인 할아버지가 상처를 수습해 나가는 과정은 늦었지만 감동이었고요.
아쿠아리움!
내놓은 작품마다 문학상을 받는 작가의 수족관 같은 세상이야기였어요.
세상엔 이해하기 어려운 상대도 있고, 용서가 되지 않는 대상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더불어 사랑 받을수록 상처를 주기도 쉽고 사랑할수록 상처를 받기도 쉽다는 생각도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