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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평점 :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닐스 우덴베리/샘터/심리학자의 일상에 꺼어든 길고양이의 반전...
애완견이나 반려묘를 키워본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 이야기라면 무척 반가울 텐데요. 고양이와는 전혀 상관 없이 살던 이가 우연히 마주친 길고양이로 인해 일상이 달라지고 마음이 달라지는 이야기는 단언컨대 흥미 만점일 겁니다. 더구나 저자가 노인이자 심리학자이기에 고양이의 마음을 들여다 보거나 고양이를 대하는 자신의 심리가 달라지는 것을 분석하는 글은 반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이 책은 스웨덴에서도 논픽션 베스터셀러에 올랐을 정도로 흥미로운 북유럽 에세이입니다. 부제인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쓰하고 산뜻한 골칫거리'처럼 지루한 노인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은 스웨덴 길고양이 이야깁니다.
3킬로도 안 나가는 이렇게 작은 생명이 어떻게 내게 이런 안정감을 불어넣는 걸까?
나는 나비보다 훨씬 더 힘이 세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손쉽게 이 녀석을 망가뜨릴 수 있다. 나비는 나를 능가할 그런 힘이 없다.
나비가 내게 보이는 신뢰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
내게 보이는 자비심과 호감을 나비는 고맙게 받아들인다.
- 71쪽
지루한 일상이 지속된다면 파리 한 마리나 모기 한 마리로도 일상은 자극이 되는데요. 누군가는 그런 미물을 잡으려고 힘 깨나 쓸 것이고, 누구는 가만히 들여다보며 파리나 모기의 모양이나 몸짓을 관찰하며 신기해 할 것입니다. 그러니 파리나 모기보다 덩치도 크고 행동도 민첩한 영물 길고양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이 책의 묘미는 고양이의 심리와 정신세계를 마치 인간처럼 풀면서 분석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는 겁니다. 인간 대 고양이와의 관계가 생명 대 생명의 관계이기에 고양이와의 관계에서 인간 관계로 사유와 성찰이 학장된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게다가 저자가 심리 치료와 인생관 연구의 전문 박사이기에 고양이에 대한 신화나 고양이의 습성에 대한 전문적 자료를 읽는 재미도 있었는데요. 다소 심리학적이었다가 다소 철학적이기도 하지만 유머와 통찰을 담은 길고양이와 노 교수의 유쾌한 동거 실화입니다.
노 교수의 밋밋한 일상을 강렬하게 터치하고 간 길고양이에 저도 매력을 느꼈는데요.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는 노인의 고집을 무너뜨린 반전 가득한 이야기에 웃음과 해학, 인문적 지식에 읽는 재미가 있었답니다.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운다면 이렇게 심리 변화를 기록하는 것도 멋질 것 같습니다. 작은 동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변화되는 모습, 자신이 바뀌는 모습을 들여다 보는 시간일 테니까요. 나중에 노인이 되어서 이런 골칫거리를 만나고 싶어졌어요. 지루한 일상에 소소한 재미를 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