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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다른 아이/밝은 세상/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미스터리...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 말이 있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알고 있던 사람에게서 전혀 낯선 면을 보기도 하기에 옛 말 하나도 그른 것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저자는 한 편의 스릴러를 통해 사람 속은 알다가도 모를 일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 범인을 쫓다가, 주변인들을 쫓다가 그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여정에 그들의 어릴 적 고통과 욕망, 이기심, 미성숙과 마주하게 되는데요. 흔히 미스터리의 재미는 탐정의 눈으로 범인을 쫓는 것이라지만 이 책은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어릴 적 환경과 어릴 적에 받은 고통, 그로인해 고착화된 심리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성공한 여의사지만 최근에 이혼한 레슬리는 어린 시절의 친구 그웬의 약혼식에 초대를 받게 됩니다. 그웬은 아버지의 시골 농장에서 약간은 촌스러운 모습으로 살면서 존재감도 없던 서른 중반의 여자였는데요. 그런 그녀가 잘 생겼지만 생활력이 없는 데이브가 결혼한다는 이야기에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은 모두 반대를 하고 나섭니다. 생활력이 없는 데이브가 사랑도 없이 그웬과 결혼을 결심한 배경엔 데이브가 그웬 아버지 소유의 베켓농장에 욕심을 두었기 때문이라면서요. 특히 그웬 아버지 채드와 오랜 친구사이였고 그웬을 친 딸처럼 여겼던 피오나 할머니는 가까운 이들만 모인 약혼식날 신랑이 될 데이브의 무능력과 무사랑을 신랄하게 공격하게 되면서 약혼식은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그 이후에 피오나 할머니는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고요. 할머니의 죽음은 이전에 일어난 여대생 피살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경찰의 수사는 난항에 빠집니다. 그리고 약혼식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용의선상에 올랐다가 빠져 버리는데요.
문제는 피오나의 손녀이자 그웬의 절친인 레슬리는 할머니를 죽인 살인자를 쫓다가 피오나 할머니와 채드 할아버지의 오래된 비밀과 그웬의 비밀을 알게 된다는 건데요. 피오나와 채드의 오래된 비밀이란 60년 전으로 거슬러가는 이야기였어요. 제2차대전 당시 나찌의 공습으로 런던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어린 피오나는 홀로 런던을 떠나야 했는데요. 그때 고아가 된 이웃집 정신장애가 있는 브라이언를 데리고 스카보로의 해변 농장인 베켓농장으로 와서 나름 행복하게 지냈는데요. 피오나는 그곳에서 자라면서 몇 살 위인 주인 아들 채드 베켓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채드의 군입대로 멀어지게 되었고, 늘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정신지체아 브라이언을 귀찮아 했기에 나중엔 브라이언의 고통을 외면하게 살아가는데요.
늘 자존감이 없고 존재감도 없던 시골 처녀 그웬이 매력적이지만 무능력한 데이브와의 결혼을 밀어붙이는 이유, 레슬리의 불행한 어린 시절과 결혼이 실패하게 된 바탕에 어린 시절의 애정 결핍이 있기에 내면에 깔린 인간 심리를 보는 재미가 있었답니다. 농장 투숙객 제니퍼 부부의 헬퍼 신드롬이 그웬의 문제에 직접적인 해결책을 주기에 쫄깃하게 읽었습니다. 브라이언처럼 지적장애를 앓는 이들을 노예처럼 다룬 뉴스를 간간히 접하기에 마음 아프기도 했던 인상적인 심리스릴러였어요.
만약 가족으로 살고 있는 이의 마음을, 연인의 속마음을, 친구로 사귀고 있는 이의 진심을 얼마나 알고 있나요? 우리가 알고 있던 사람이 사실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한 길 사람 속을 파헤쳐보는 심리 스릴러였기에 모처럼 긴장하며 읽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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