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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에펠탑 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밝은세상/황당하면서도 따뜻한 반전 스토리가 매력적~
다소 황당한 이야기에는 늘 반전이 있으리란 기대를 하게 마련입니다. 현실 속에서 일어날 확률이 제로인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엮어내는 이유에는 인물의 이야기를 신화처럼 꾸미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꽃무늬 비키니 차림으로 집배원 가방과 모자를 한 채 하늘을 나는 금발의 미녀집배원의 이야기는 너무나 황당해서 현실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읽으며 반전의 반전을 기대했던 작품입니다. 저자인 로맹 퓌에르톨라의 전작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를 읽었기에 이번에도 유쾌한 반전을 기대한 게 사실이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황당해서 믿기지 않지만 슬픔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이기에 믿고 싶었던 이야깁니다. 동시에 슬픔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슬따 이야깁니다.
주인공인 미녀집배원 프로비당스는 프랑스 말로 신의 섭리라는 뜻인데요. 35살의 프로비당스는 모로코에 사는 건강하지 못한 딸 자헤라(활짝 피어나다는 뜻)를 입양하게 되면서 딸의 치료를 위해 프랑스로 데려오려고 모로코로 떠나기로 했는데요. 프로비당스는 자헤라가 앓고 있는 점액과다증을 자헤라가 수분이 많은 구름을 삼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정도로 자상하고 사랑이 많은 여인입니다. 그녀의 이름대로 프로바당스는 자신의 입양아를 구하러가는 일이 신의 뜻이라고 여길 정도로 열성이었어요. 하지만 때마침 갑작스럽게 아이슬란드에서 불어온 화산재의 영향으로 프랑스의 거의 모든 비행기가 취항 불가가 되었고 그녀의 모로코 행은 좌절됩니다. 그래도 그녀는 딸 자헤라와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모로코행을 시도합니다.
드디어 프로비당스는 오렌지색 파자마를 입은 중국 해적 같은 남자의 조언을 받아 직접 맨몸으로 모로코로 날아가고자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리고 녹색 토마토로 페탕크를 하는 베르사유의 티베트 승려에게서 작은 향수병을 얻은 뒤에 공중으로 솟구쳐 구름 속을 날아 모로코로 가게 되는데요. 하지만 비키니 차림으로 하늘을 날았다는 미녀 집배원 이야기 뒤엔 반전이 숨어 있기에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따뜻해졌어요,
과연 금발의 미녀집배원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자신의 입양딸 자헤라를 데리러 과감하고 무모하게 꽃무늬 비키니 차림으로 하늘을 날았을까요? 아픈 딸을 데리러 가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새처럼 나는 법을 배우겠다는 열혈 엄마였던 그녀가 형광색 우주복 차림의 중국 남자를 만나고 티벳 승려를 만나면서 맨몸으로 구름 위를 깃털처럼 날았던 게 사실일까요?
미녀집배원의 입양딸 이야기에는 반전에 반전을 더하고, 슬픔과 사랑, 애도와 화합의 메세지가 있기에 가슴 먹먹했답니다. 이기심과 미움, 분열, 비겁함이 넘치는 세상에 그녀가 보여준 이타심, 사랑, 화합, 용기있는 이야기는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기에 충분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