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준열의 시대 - 박인환 全시집
박인환 지음, 민윤기 엮음, 이충재 해설 / 스타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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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검은 준열의 시대/박인환전시집/박인환/스타북스/시인이 가면 시가 남아~ 

 

 

 

 

시인 박인환의 시 중에서 기억나는 제목은 「세월이 가면」「목마와 숙녀」입니다. 아마도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기억일 겁니다. 그중에서 가요로도 만들어진 시「세월이 가면」은 라디오에서 들으며 여성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시라고 생각했는데요. 

 

박인환全시집 검은 준열(峻烈)의 시대!

이 책을 읽으며 비록 짧은 생을 살았지만 시에 대한 시인의 사랑이 얼마나 강렬했는 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시인 박인환이 30세의 젊은 나이로 심장마비사한 까닭도 자신이 그리 사랑했던 시인 이상을 추모하던 중에 일어난 일이라니. 그가 시인의 길로 들어선 이후로 시인의 모든 세포와 촉수가 시를 향해 있었음을 보게 되면서 그의 삶이 바로 시였구나 싶기도 했어요. 시인 박인환이 시인 이상을 좋아해 이상을 추모하는 모임에서 삼일 연속 폭음한 연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어쩌면 시인 이상을 따라가고 싶었던 걸까요? 그의 안타까운 죽음과 그가 남긴 모든 시들을 보며 삶은 덧없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야 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시를 위해서나 가족을 위해서도 말입니다.  

 

 

19세에 종로에 열었던 서점, 이름도 아름다운 서점'마리서사' 의 이야기엔 그의 감성이 느껴졌는데요. 서점 마리서사는 프랑스 여류화가 마리 로랑생을 좋아해서 붙였다는 이름 만큼이나 문학적 낭만이 흐르던 서점이었네요. 그곳에서 그는 서점을 찾는 숱한 예술가와 문인들과 조우했고 그들과의 만남은 그를 시인으로 이끌었으니까요.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나싸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이하 생략)

-「목마와 숙녀」중에서

 

 

시인이 가면  시가 화석처럼 남는데요. 전쟁을 겪었으면서도 시인 박인환의 시가  이렇게 온전히 남았다니, 신기합니다. 그의 시 속에는 책방 주인으로서의 삶, 신문 기자로서의 인생, 종군 기자로서의 삶도 녹아 있기에 그 시대를 보기도 했는데요. 그의 시에는 미국 여행을 통해 접하게 된 외국 풍경도 남아 있고, 6·25전쟁을 겪은 이후론 반공주의자로서의 면모도 보입니다. 더구나 주제별로 엮은 시집이기에 낭만적인 모더니즘의 시, 사회참여 시, 소시민의 풍경을 담은 시가 끼리끼리 모여 있어서 시인의 삶과 생각이 더욱 잘 보인답니다. 시인 박인환을 알게 된 책, 그의 시를 만날 수 있었던 책이기에 읽으면서 행복했답니다.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라지만 이렇게 시인들이 남긴 시를 읽고 있으면 시가 주는 울림에 가슴이 촉촉해 졌는데요. 긴 설명보다 짦은 한 마디의 울림이 클 때처럼 짧은 시어들이 주는 울림이 강렬하기에 매일 시를 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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