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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 도시의 시인들 - 삶의 진부함에 맞서는 15개의 다른 시선, 다른 태도
김도언 지음, 이흥렬 사진 / 로고폴리스 / 2016년 5월
평점 :
세속 도시의 시인들/김도언/로고폴리스/삶과 철학을 독특한 향으로 피워내는 시인들~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라지만 시인들은 오늘도 자신만의 시어로 자신의 삶의 철학을 향기롭게 꽃피우겠지요. 느긋하지 않은 현실이기에 전율이 이는 소설이나 가슴 설레는 에세이는 그런대로 쉽게 읽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삶의 향기를 고도로 농축한 시는 음미와 되새김질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늘 뒤로 밀리는 편이었는데요. 시 같은 삶을 사는 15인의 시인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시가 주는 삶의 여유와 품격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뒤로 밀쳐두었던 시집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15명 시인들의 인터뷰집에는 이름이 낯선 시인도 있고 익숙한 시인도 있었는데요. 김정환, 황인숙, 이문재. 김요일, 성윤석, 이수명, 허연, 류근, 권혁웅, 김이듬, 문태준, 안형미, 김경주, 서효인, 황인찬 등 1950년대에 태어난 시인도 있고 1980년대에 태어난 시인도 있기에 다양한 시대의 시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시인들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시를 쓰고, 언제부터 시를 좋아해서 시인이 되었고, 어떻게해서 시인과 현재 직업과 연결된 삶을 살게 되었는지 등 다양한 시인들의 과거와 현재의 삶과 문학 이야기가 진솔하면서도 깊고 내밀하기에 문학잡지의 인터뷰 같았습니다.


먼저 눈길을 끈 이는 '따뜻한 비관주의와 사랑의 수행자'라는 제목의 문태준 시인의 인터뷰였습니다. 문태준 시인은 경북 김천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농사나 노동으로 일하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자랐다는데요. 농촌에서의 삶의 성찰, 노동을 통한 경건함을 노래한다는 문태준의 이야기에서 시와 시인의 만남은 운명같구나 싶었어요. 그가 국문학과를 선택하고 시에 빠져들고 불교방송국에서 일하면서도 꾸준히 물, 바람, 구름, 자두, 새, 꽃팔찌, 풀밭 등 농촌에서의 삶과 불교적 성찰을 담은시를 쓰고 있다니 말입니다. 농촌의 공동체적 감수성, 농민시 경향의 시, 불교적 깨달음에 대한 시로 자신만의 시세계를 넓혀가고 있다는 시인의 시를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삶과 그로인해 숙성된 고뇌가 독특한 향으로 피워내는 15인의 시인들을 보며 숙연해지기도 했는데요.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이의 매력도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