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소설/김민정/아시아 퍼블리셔즈/한글판과 영문판에 창작노트, 해설, 비평까지...
책이 좋아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글이 좋아 글쓰기를 즐기는 작가도 있지만 경제 가치로 따진다면 대개 돈이 되지 않는 일이죠. 더구나 신춘문예를 통해 화려하게 등단한 신인작가의 경우엔 전업 작가로서의 글쓰기를 통한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텐데요. 더구나 등단 이후엔 이전보다 더 깐깐해진 잣대로 인해 글쓰기가 더욱 어려워졌을 텐데요. 그렇기에 신인 소설가에게 글쓰기의 의미와 그 가치, 생존에 대한 질문은 일상사일 겁니다.
K-Fiction series의 <세상에서 가장 비싼 소설>은 모든 신인 작가들의 숨겨진 욕망이 숨겨진 게 아닐까 싶어요. 세상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 세상에서 가장 잘 팔리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은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한 발판이기에 체면상 드러낼 수는 없지만 가장 본능적이자 가장 내밀한 욕망일 겁니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경제적인 이익이 되지 않거나 즐기면서 하고 있지만 완성에 이르는 과정들이 늘 유쾌한 것은 아니기에 소설가의 심정을 대변한 소설이 아닐까 싶었는데요. 소설가란 1인 기업이지만 연봉이 제로에 가까운 직업인이기에 경제적인 면에서 ㅇ어려울 수밖에 없는데요. 해고 없는 평생 직장이지만 고용불안만큼이나 불안한 수입구조로 인해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날 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도 한데요. 이런 신인 소설가의 삶을 그렸기에 작가라면 더욱 공감할 소설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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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 글자에 50원인 소설을 쓰는 신인 작가 동생과 30대 중반에 이미 천억 원을 운용하는 투자자문회사를 운용하는 대표가 된 오빠에 대한 대비가 선명해서 인상적인데요. 무일푼의 소득원이라는 자괴감에 괴로워하면서도 오늘도 이야기의 금맥을 찾는 과정을 게을리하지 않는 동생, 경제적으로 성공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투자의 귀재로 보이는 오빠, 그런 동생을 응원하는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오빠, 클림트, 마켈란젤로 등의 성공한 작가들의 삶에 돌아보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가지겠다는 넋두리를 보며 모든 소설가들을 응원하고 싶어졌어요. 더구나 신인작가들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소설을 쓸 수 있는 날이,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소설을 쓰는 날이, 세상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가 되는 날이 오기를 응원합니다.
작가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기 위한 이런 넋두리는 자기 성찰을 가져오기에 자극이 되기도 할 겁니다. 불량품을 생산하지 않으려 자기검열을 철저히 하려는 의지의 발산이기도 하고요. 1인기업가의 삶이기에 오늘도 외로이 이야기의 금맥을 찾아 읽고 상상하고 글쓰는 모든 작가들의 이야기 같아서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는 작가들을 응원한 하루입니다. 단편소설이지만 한 권으로 나왔고, 이 한 권에 한글판과 영문판 소설과 창작노트, 해설, 비평까지 있는 다소 특이한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