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독/어수웅/민음사/예술가와 학자들이 밝힌 내 운명 같은 책들...

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탐독/어수웅/민음사/예술가와 학자들이 밝힌 내 운명 같은 책들... 

책을 읽는 동안  스트레스가 풀리기는 하지만 아직은 내 운명 같은 책을 만나진 못했습니다. 매일 책을 읽으면서 언제쯤 내 운명 같은 책을 만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요. 10인의 예술가와 문인, 학자들이 전하는 운명을 바꾼 책 이야기를 읽으니 더욱 내 운명의 책이 기다려집니다. 더불어 한 권의 책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니 책이 마치 마법사 같습니다. 운명의 책 속 주인공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10인의 삶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나도 사람의 운명을 바꾼 책을 탐독하고 싶어졌어요.

소설가 김영하의 운명 같은 책은 『달과 6펜스』인데요. 그는 『달과 6펜스』 주인공 스트릭랜드처럼 평범한 삶은 지루하다는 듯이 안정적인 삶을 박차고 뛰어나갔는데요.  명문대 경영학도이자 ROTC라는 안정적인 코스를 달리다가 문학으로 탈출을 했고, 안정적인 교수직을 박차고 작가가 되고자 도망을 다니는 탈주의 반복이 스펙터클 합니다. 블록버스터 급의 삶의 변주가 자신이 좋아하던 소설의 주인공과 그리도 닮았다니, 그가 소설가의 삶에 안주할 지 여부도 궁금해졌습니다.

『내 심장을 쏴라』『7년의 밤』의 저자, 문학소녀 정유정의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어린시절 그녀는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아 하고자 하는 말이 흐려졌어" 라는 문학가 외삼촌의 한 마디에 자신의 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문학소녀였는데요. 고향을 떠나 광주에서 여고를 다니던 시절에 접한 광주사태는 그녀에게 충격이었답니다.  그 당시에 읽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자신의 영혼을 흔들었다는데요. 주인공이 뇌수술 후 식물인간이 되고 추장에 의해 죽게 되지만 무능하고 자유의지를 잃은 주인공에게 죽음이 구원이었다는 사실에 감정적 충격을 받았어요. 그 이후로 작가가 되려던 의지가 확고해졌고 오랜 직장 생활과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늘 작가를 꿈꿀 수 있었답니다.

그녀의 습작노트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그녀는 공간적 배경을 위해 수채색연필로 세밀화와 확대도를 그리고 시간적 배경을 위해 노트를 사용한다는데요. 새 작품에 평균 10여 권의 노트가 사용된다니, 대단히 치밀하군요. 느슨하고 태만한 순문학보다 정교하고 재미있는 웰메이드 장르소설을 잘 쓰는 게 꿈이라니, 응원합니다.

독서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도 하고, 책읽기를 통해 하루의 일탈을 경험하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초심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잡기도 하고,  한 권의 책이 자신의 삶을 바꿔놓기도 하고,  책 속 주인공의 삶과 놀랍도록 흡사한 삶의 궤적을 그리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는 예술가와 학자들의 독서 이야기를 읽으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평소에 작가들의 독서에 대해 궁금했는데요. 그런 궁금증에 대한 해갈을 얻을 수 있었어요.  모두 책을 탐하면서 일어난 이야기이기에 책이 무슨 마법사 같습니다. 예술가와 학자들이 밝힌 내 운명 같은 책들, 저도 다시 읽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