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이는 역사는 아주 작습니다
이호석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4월
평점 :
보이는 역사는 아주 작습니다/이호석/답/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이면을
읽는 재미가~~
역사에 관심이 많지만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데요.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도 깊이 있게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늘 역사 관련 책을 보게
됩니다.
『보이는 역사는 아주 작습니다』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끌렸던 책인데요. 역사의 이면에 있는 뒷담화 같은 책이기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으리라 생각했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읽으며 역사적 사실에 대한 넓이와 깊이를 더욱 확장한 독서였어요.
저자는 우리의 문화 유산이나 유물, 유적에 대해 스토리를 넣는 작업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이야기를 찾고 연구했다는데요. 오랜
세월동안 기자로서의 경험이 더욱 집요한 탐구 자세와 이를 알리는 일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처음에 나온 윤봉길 의사의 의거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윤봉길 의사의 의거는 안중근 의사의 의거에 비해 무게감이 적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서 일어난 윤봉길 의사의 거사는 임시 정부를 한층 도약하게 만든 거사였기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 이후에 그동안 존재 자체마저 무시됐던 상해 임시정부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폭 지원을 받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윤봉길
의사의 의거는 상해 임시정부를 중국의 동맹국 정부로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중국 국민당의 지원과 응원을 받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니 자랑스럽고 대단합니다. 당시 일본은 상하이에서 사변을 일으켰는데요.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일어난 날인 4월 29일은 중국군과 일본군의
정전 협상 조인일인데다 중국 땅에서 일본 왕의 생일 행사와 일본의 상하이 사변 전승 축하식이 열리던 자리였기에 중국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날이었죠. 그러니 윤봉길 의사가 중국에 무력으로 주둔한 일제 군대 지휘부를 처단한 홍커우 공원의 의거야말로 통쾌하고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일이었겠죠. 당시 윤봉길 의사의 의거 소식에 국민당의 장개석 장군은 "중국의 백만 대군도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해냈다"며 치하했다고
합니다.
일찌기 시인이 되고 싶었던 윤봉길은 삼일 운동을 보고 민족적 사명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이후 한학과 농민계몽운동에 참여하다가 독립운동가
이흑룡을 알게 되면서 죽음을 각오한 직접적인 독립운동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윤봉길은 1930년 3월 6일 상하이로 떠나면서 '장부 출가
생불환(장부가 길을 나서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이라는 편지를 가족에게 남겼을 정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독립운동 의지를 보여주었네요.
아들에게도 '조선을 위해 투사가 되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니 그는 독립에 대한 열망과 일제에 대한 투쟁 의지가 가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거사 후 일본 헌병에 잡힌 윤봉길 의사는 일본 이시카와 현 가나자와 시 외곽에 있는 형무소에서 총에 맞아 죽은 후 형무소 쓰레기장에
암매장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해방과 함께 유해를 모셔와 효창공원에 안장되었다는군요.
윤봉길 의사가 평화로운 시기에 자신의 꿈을 펼쳤다면 24세에 죽음을 맞진 않았을 겁니다. 시집을 3권이나 냈을 정도로 시를 사랑했던
문학청년이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사로 만든 이유엔 일제 당점기라는 환경과 민족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겠죠. 그 뜨거운
애국애족의 정신이 오늘의 이 땅을 보존케 했기에 윤봉길 열사에 대한 감사와 명복을 빕니다.
이외에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정적 제거라는 이유로, 탐욕적인 지도부에 의해 슬픈 운명을 맞은 이들이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었던
책입니다. 그중에서도 영화 <암살>을 통해 알려진 김원봉의 이야기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역사입니다. 일제강점기 무장독립운동을 펼쳤던
의열단 지도자 김원봉이라면 독립 투사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접했던 이름이기에 그의 쓸쓸한 죽음이 못내 아쉽네요. 일제강점기 의열단의 목숨을
두려워 하지 않는 투쟁은 일제를 벌벌 떨게 했을 텐데요. 그런 그가 해방과 함께 고국에 돌아왔지만 남로당의 파업 시건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인해 친일 경찰 노덕술에 잡혀 수모를 받으며 분노했다고 합니다. 그가 그토록 싫어했던 친일파에게 받은 수모와 믿고 있던 여운형의 암살은 그에게
충격이었을 겁니다. 그는 김구의 평양 행 때 동행했다가 그대로 북에 남았기에 자진 월북자가 된 셈입니다. 이후 그는 북한의 고위직을 역임하지만
중국 장개석의 이중 스파이라는 혐의로 숙청됐고 자살로 마감했다고 합니다.
역사의 흐름을 감지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을 취했더라면 모두 지금까지 잘 살고 있었겠지요. 하지만 민족의 전승이라는 대의를 위해 목숨바쳐
일한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함을 알기에 거듭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교과서에서는 배우지 못한 역사이기에, 다른 역사책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이야기가 많기에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모든 것이 알려지지 않았고 알릴 수도 없기에 보이는 역사는 빙산의
일각이겠지요. 그래서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이면을 읽을 때마다 그런 역사를 들추고 알려준 이들에게 고마움도 갖게 됩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의 배경이나 반론을 제기하고, 반론에 대한 증거나 근거를 제시하기에 역사적 사실의 이유와 의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책입니다. 다음 편은 언제 나오나요? 시리즈로 나와도 좋겠습니다.